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요제프 디트리히

“감사합니다!”

한스는 주변 지형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쪽에서는 전투가 별로 없었나? 포탄 구덩이가 안 보이네..’

베르너 대위가 말했다.

“우리는 서쪽으로 계속 진격할 작전이라네. 다행히 이 지역은 전투가 거의 없었기에 포탄 구덩이도 별로 없다네. 전차가 운용하기에 딱 좋은 지형이지.”

그 때, 한스는 오토바이들과 여러 트럭을 보았다.

“저..저것들은?”

베르너 대위가 말했다.

“이번 전투는 아주 중요하다네. 그렇기에 연료와 탄약을 공급할 트럭과 모터사이클 부대도 같이 참여할 거라네. 전차전 이전에 포격도 빵빵하게 해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한스는 베르너 대위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태까지는 별 지원을 못 받았는데 이렇게나 지원을 받다니..그렇게 중요한 전투인가?’

“그..그렇다면 혹시 적군도 전차를?”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놈들은 대량으로 전차를 생산해내고 있고, 우리가 공격해야 할 이 지점은 매우 중요한 거점이기에 어쩌면 놈들도 전차를 숨겨두었을 가능성이 크네.”

이 지역에는 무성한 숲도 있었기에, 나뭇가지로 위장한 전차를 숨겨두기에도 제격이었다.

‘전차가 아니라 야포도 숨겨둘 수 있을 것 같은데..’

한스는 갑작스러운 부담감이 밀려들어왔다. 이렇게까지나 지원을 많이 해준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거점을 공격하는 것이고, 그만큼 놈들도 사활을 다해서 대비할 것 이다. 지난번처럼 장교가 생포 당해서 적군에게 계획을 다 불어버리거나, 정찰병한테 이 상황을 들킨다면, 한스와 동료들은 모두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될 것 이다. 한스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은 땀을 흘리자 베르너 대위가 말했다.

“아직은 공격까지 시일이 남았고, 다른 전차 소대와 같이 전투를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일단 A7V 소대원들과 인사라도 나누도록.”

한스와 동료들은 A7V의 전차병들과 인사를 했다. A7V 전차의 병사들은 제각기 여러 병과에서 모집했기에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보였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요제프 디트리히라는 포병 출신 포수였다. 그는 사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카리스마가 보였다. 요나스는 나중에 요제프 디트리히에 대해 동료들한테 수근거렸다.

“그 자식은 뭔가 눈빛이 비열해 보여. 마음에 안 든다니까.”

한스가 말했다.

“일단 같이 전투를 해야 하니 사이 좋게 지내자고.”

한스는 지도를 보면서 머리를 최대한 굴려 보았다. 지도에는 교회, 농장, 놈들이 매복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나무가 무성한 숲이 있었다.

‘작전 전에 이 쪽에 정찰대를 보내주면 좋을 텐데..’

이 지역은 농지가 대다수라 땅이 평평했기에 무인지대보다도 전차가 이동하기 좋은 지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길 여기저기서 눈이 녹으면서 질퍽한 진흙이 많았다.

‘진흙이 많으면 후진할 때 궤도가 망가지기 쉬운데···’

혹시나 전투 중에 적의 기습을 받고 후진을 하다가 궤도가 망가지면, 전차를 버리고 탈출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한스는 지도와 작은 돌맹이들 여러 개를 가지고 와서 전차병 동료들과 A7V 소대원들도 불러서 워게임을 시작했다.

“지금 땅의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후진은 하지 말아야 하네. 전투가 이루어질 경우, 어느 쪽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자고.”

루이스가 말했다.

“제가 영국놈들이라면 이 쪽에 전차들을 숨겨놓을 것 같습니다.”

“앞에 있는 전차가 후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연락하죠? 전령은 너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야간에 공격이 이루어질 경우, 주광 램프를 이용해서 모스 부호로 후진할 경우에는 신호를 보내기로 한스와 전차병들은 합의를 보았다. 한스가 말했다.

“이렇게 세 가지 길로 나누어서 이 쪽은 마크 전차 둘, 이 쪽은 마크 전차 셋, 그리고 이 쪽으로 A7V 두 대가 놈들을 여러 방향에서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그 말에 요제프 디트리히가 멍청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스가 다시 설명했다.

“A7V 전차가 마크 전차보다 평지에서는 주행 능력이 좋고 빠른데다가 후퇴에도 유리하네. 그렇기 때문에 자네들이 이 쪽에서 적들에게 주공인척 기만을 하면서 요리조리 공격을 하는 척 하다가 슬쩍 회피하라는 걸세. 굳이 놈들과 완전히 맞붙을 이유는 없네. 주의만 이 쪽으로 끌어주면 되는 걸세.”

요제프 디트리히가 한참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멍청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우리가 주공입니까?”

A7V 의 소대장 슈테켄 중사가 말했다.

“난 알아들었으니 이 친구한테는 더 설명 안 해도 되네.”

한스와 전차병들은 이번 전투가 무척이나 긴장되었다. 기존까지 주로 치르던 무인지대에서의 단순하고 지리멸렬한 전투와는 약간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했다. 전진할 수 있는 경로는 여러 곳이었고, 적도 쓸 수 있는 전술이 다양했다. 한스는 지도를 보며 끊임없이 생각했다.

‘내가 영국놈이면..어디다가 전차를 배치해 둘 것 인가..’

그 때, 베르너 대위가 한스를 호출해서 이야기했다.

“영국놈들이 보병용 대전차 무기를 개발했다는 첩보가 있기에 알려주려고 왔네.”

“그..그것이 어떤 것 입니까?”

한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놈들도 집속 수류탄을 던져서 전차를 상대로 싸울 수는 있겠지..하지만 그것은 보병으로서도 위험부담이 무척 크다. 이 쪽 길들은 그렇게 좁은 길은 아니기 때문에 보병이 수류탄을 들고 뛰쳐오기 전에 충분히 기관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베르너 대위가 사진을 보여주자, 한스가 기겁을 했다.

“이..이것은?”

“소총으로 이렇게 화약을 발사하는 거라네.”

베르너 대위가 보여준 사진은 일종의 총류탄과도 비슷했다. 소총으로 발사하는 그 화약에는 하단에 날개까지 달려 있었다.

‘놈들 보병이 풀 숲에 숨어 있다가 이것을 이용해서 전차를 기습할 수 있을 것 이다..’

한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자 베르너 대위가 말했다.

“너무 걱정은 말게. 노획한 것으로 실험을 해보았는데, 폭발력이 적기 때문에 그닥 큰 효과는 없었다네.”

한스는 점점 다가오는 교전에 대한 중압감이 커져만 갔다. 한스는 다시 전차병들을 불러놓고 이야기했다.

“놈들이 전차와 포를 풀 숲에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네. 아군이 미리 포격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어. 꼭 풀 숲을 잘 살펴야 하고, 혹시나 놈들의 포가 먼저 초탄을 발사한 순간, 두 번째 탄이 날라오기 전에 빨리 놈들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네.”

한스는 A7V 소대원들과 전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놈들의 전투 스타일을 알 수 없었다.

‘기습을 받았을 때 전차를 버리고 헐레벌떡 도망가는 녀석들은 아니어야 하는데..’

한스가 말을 이었다.

“내 말은, 공격을 받았을 때 침착함을 잃지 말고, 놈들의 위치를 제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 일세. 내가 적군이라면 풀 숲에 이 쪽 부근에 포를 매복해놨을 걸세. 그러니 전진하면서 이 쪽을 미리 포로 겨냥하면서 눈 여겨 보도록.”

한스가 손가락으로 세 군데의 위치를 지목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가려는데 요제프 디트리히가 멍청한 표정으로 물었다.

“잠깐, 어디인지 잊어버렸습니다.”

한스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지도에 직접 표시를 했다. 점점 교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이 새끼들 믿어도 되는 건가..’

요제프 디트리히는 동료들과의 전우애도 있고 사람도 괜찮아 보였지만 전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기에 한스는 걱정이 되었다.

‘멍청한데 부지런한 놈들이 제일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한스는 A7V 소대원들을 그닥 신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직접 쌍안경을 들고 돌아다니며, 근처 지형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 전차병들에게 지도 상에서 전차 모양 돌맹이를 사용해서, 영국편, 독일편으로 나뉘어 워게임을 하라고 했다. 요제프 디트리히는 워게임에 형편 없었다. 에밋이 슬쩍 거너에게 말했다.

“저 자식들 믿었다가 우리 모두 전차 바비큐 되는 것 아냐?’

한스는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었다. 많은 보병의 지원을 받는 것은 좋았지만, 19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신병들이 많았던 것 이다. 신병 그레고르는, 적진의 눈에 띌 수 있는 곳에서 대가리를 내밀다가, 괴르델러 상병한테 소총으로 대가리를 맞았다.

“아악!”

“대가리에 총알 박히고 싶냐?”

“죄..죄송합니다!”

신병 그레고르가 고개를 숙였는데, 들고 있던 소총의 총구가 괴르델러 상병 쪽으로 향했다. 괴르델러 상병이 기겁하면서 그레고르한테 외쳤다.

“총구 사람 쪽으로 겨냥하지 말게 하라는 것도 안 배웠냐?”

그레고르가 재빨리 총구의 방향을 다시 돌렸다. 괴르델러 상병은 그레고르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새끼는 두들겨 패서라도 버릇을 고쳐놓던가 해야지 안 그랬다간 큰 사고 터지겠어!’

그런데, 괴르델러 상병은 조만간 큰 전투가 벌어진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 새끼나 나나 며칠 뒤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굳이..’

그레고르는 또 두들겨 맞을 까봐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괴르델러 상병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앞으론 주의하게.”

현재 독일 병사들이 있는 거점에는 근처에 버려진 마을이 있었기에 기회가 되면 휴식을 취하기에도 편했다. 보병들은 침대 집에 있는 침대 두 개를 붙여놓은 다음에, 다섯 명이 드러누워서 골아 떨어져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소총과 기관단총은 배 위에 올려두고 그 상태로 몇 시간이고 기절하듯이 잠을 잤다. 몇 년 간의 전투로 병사들은 사기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한스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보병 저 자식들이 제 역할을 할 거라고 믿으면 안 될 것 같네. 자네들도 쌍안경으로 시시각각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혹시나 놈들이 장애물을 설치해 놓은 것은 없는지, 움직임은 없는지 관찰하게.”

요나스가 말했다.

“개네들 보초도 대충 서는 것 같더라고.”

니클라스가 말했다.

“빌어먹을! 혹시 적군이 이 쪽에 정찰이라도 보냈다가 전차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 놈들이 대전차 지뢰를 설치할텐데!”

거너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차 안에서 아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바비큐가 되는 겁니다!”

에밋이 말했다.

“전차 안에서 불타 죽으면 노릇하게 구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꺼멓게 그을려! 지난 번에 르노 전차 불타고 죽은 시체들 내가 직접 봤다고!”

[증오하는자]

그러고보면, 이번에 합류한 베르너 대위의 포병들은 한스의 전차 소대를 어떻게 볼 지 궁금하네요! 허리케인 포격등 포병들 도움은 언제나 필요하죠! 그런면에서 에루빈과 슐츠의 부대는! ㅂㄷㅂㄷ

그건 그렇고, 506호 멤피스토나 525호 지크프리트 528호 하겐 560호 닉스 등 바뀐 역사에서 요제프 '제프' 디트리히간 차량은 몇 호 차량일지 궁금하네요! ㅋㅋㅋ 무리한 요구죠? 죄송합니다! ㅜㅜ

[di******..]

한스의 전차 소대가 매우 뛰어난 전공을 세웠다는 말을 듣고, 자신들은 좀 더 편하게 근무할 수 있다는 생각과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바뀐 역사에서 요제프 디트리히의 차량은 570호로 설정했습니다! 실제 역사보다 더 많이 만들었다는 설정입니다!

[화이트썬]

즐감했습니다

[di******..]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좋은아침]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