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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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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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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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

DUMMY

전차의 좌측에는 마을이 있었고, 우측 측면에는 경사진 오르막이 있었다. 그 경사진 오르막을 건넌다면 미군 정찰병은 무사히 탈출이 가능하게 된다. 아마 놈들이 달아난다면 이 쪽 길목으로 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스는 생각하며 전차병들에게 말했다.


“지금 우측 측면에 경사진 오르막이 있다. 저 오르막 중간에 있는 덤불에 엄폐해서 놈이 오는지 경계할 사람 있나?”


한스의 말에 전차 안이 조용해졌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한스가 말을 이었다.


“한 명이나 두 명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여전히 지원자는 없었다. 총격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타앙! 탕!


밖에서 독일 보병들이 미군 정찰병을 찾으며 외치는 소리가 전차 안까지 들려왔다.


“시발 그 새끼 어디 있어!”


“절대 놓치면 안 된다!”


한스는 지금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 근처의 지형, 전차의 위치, 들려오는 총 소리. 한스의 뇌가 아니라 직감이 지금 위험하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위장 속에서 불안한 느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한스가 생각했다.


‘여기서 잠자코 버텨야 한다..’


그렇게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한스는 권총을 들고 철모를 쓰고는 마크 전차의 후방에 있는 탈출 해치를 조심스럽게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에밋이 외쳤다.


“파이퍼 전차장님! 위험합니다!”


하지만 에밋은 그렇게 말한 뒤에 잽싸게 전차의 탈출 해치를 굳건하게 닫았다. 그리고 해치가 열리지 않도록 꽉 붙잡았다. 헤이든이 말했다.


“너 뭐 하는 거냐? 파이퍼 하사님이 돌아오면 어쩌려고 해?”


에밋이 변명했다.


“파이퍼 하사님은 용감하니까 놈을 잡기 전 까지는 돌아오시지 않을 거야! 미군 놈이 이걸 열고 수류탄을 집어넣을 수 있으니 전차를 지켜야지.”


한스는 전차 밖에서 에밋이 말하는 것을 다 들을 수 있었다.


‘망할 놈들! 전차장이 나가는데 붙잡는 새끼들이 한 놈도 없어!’


하늘에 붉은 조명탄이 불타고 있었다. 한스는 재빨리 오른쪽 측면의 오르막 길로 올라가서 덤불 속으로 숨었다. 한스는 자신의 훈장이 조명탄의 빛을 받아서 조금 반짝인다는 것을 눈치챘다. 한스는 슬쩍 자신의 두 훈장을 때어내서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탕!


저 쪽에서 독일군의 소총 소리가 났다.


‘아직도 못 잡은 건가..’


“저 새끼 도망간다! 포위해!”


한스는 자신의 권총을 양 손으로 꼭 쥔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설마 이 쪽으로 오겠어..’


시끌벅적한 소리는 한스가 매복한 위치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한스는 미국 정찰병들이 이 쪽으로 오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안심했다.


‘어차피 잡겠지. 잡았단 소리만 들리면 다시 들어가자.’


찬 바람은 쌩쌩 불어서 살이 에이는 것 같았다. 마을 사방에서 독일군이 떠들썩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새끼 꼭 잡아!”


“마주치면 바로 사살해! 알겠나!”


“한 놈은 죽었다!”


한스는 우측에 모퉁이쪽을 권총으로 겨냥한 채로 기다렸다. 놈이 이 쪽 길목으로 들어온다면 저 쪽으로 들어올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한스는 갑자기 오줌이 마려운 것을 느꼈다.


‘지금 빨리 쏴 버리자.’


쏴아아아~ 쏴아아~


오줌 소리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컸다. 만약 놈과 대치중인 상황이었다면 들렸을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모퉁이 쪽에서 적은 보이지 않았다.


‘어우 시원해..’


왠지 이 쪽 길로는 미군 정찰병들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한스는 자기가 헛짓거리를 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딱 5분만 더 기다렸다가 들어가자.’


한스는 혹시나 모퉁이에서 미군 정찰병이 튀어나오면 총을 바로 쏠 수 있도록 덤불 속에서 쭈구려 앉은 자세로 양 손으로 권총을 들고는 계속해서 그 쪽을 주시했다. 그런데, 하늘에 붉은 조명탄 불빛이 꺼져가기 시작했다.


‘하나 더 쏘아올리겠지..’


다시 사방이 칠흙 같이 깜깜해졌다. 마을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손전등을 키고 정찰병을 찾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한스가 있는 이 쪽에는 빛이 거의 없었다. 한스는 욕을 씨부렸다.


‘조명탄은 왜 빨리 안 쏘고 지랄이야..’


순간,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사삭 사삭


‘뭐..뭐지? 우리 군인가? 우리 군이 수색하는 거겠지?’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수색을 한다면 최소한 2인이나 3인이 붙어 다닐 것 이다. 그런데 그 인기척은 한 명의 인기척이 분명했다.


‘바람 소린가? 내가 잘못 들었나?’


한스는 자신이 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긴장을 풀지 않고 덤불 안에 그대로 있었다. 그렇게 3분 정도 지났을 때


사삭 사삭


‘어??!’


아까 전에 들렸던 그 소리는 7초 정도 이어진 것 같았다.


'바람 소리도 아닌 것 같은데? 뭐지?'


하지만 한스가 귀를 더 기울인 순간, 그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을 곳곳에서 미군 병사들이 놈들을 찾으며 외치는 소리만 들릴 뿐 이었다.


타앙!


“두 놈 남았다! 잘 수색해!”


조금 있으면 조명탄이 쏘아 올려질 것 이다.


‘만약 미군 놈이 여기 있는 것이 맞다면..’


한스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아까 전에 훈장을 빼놓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한스는 온 신경을 곤두서서 놈의 위치를 파악해보려고 했다.


사삭 사삭


아까 전과 같은 소리가 났다. 이것은 분명히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그 때, 독일 병사들의 목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이 쪽에서 찾아볼게!”


사삭 사사삭


한스로부터 3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오르막길로 달려가는 소리가 났고, 한스는 자신도 모르게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탕! 타앙!


권총에서 번쩍거리며 불꽃이 뿜어져 나왔고, 순간 한스는 앞에 무언가가 자신의 총을 맞고 풀썩 쓰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죽었나?’


“이 쪽이다!”


하늘 위로 붉은색 조명탄이 다시 솟아올랐다. 한스는 자신의 눈 앞에 쓰러진 시체를 볼 수 있었다. 독일 병사들이 소리치며 길목으로 들어왔다.


“뭐야! 거기 있냐!”


한스가 외쳤다.


“내가 사살했다! 한 놈 사살!”


아까부터 세바스티안과 같이 정찰병을 찾아다니던 로빈이 기관단총을 들고 달려왔다.


“이 시발 새끼! 면상이나 한 번 보자!”


로빈은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고 달려갔다.


“그 시발놈 엄마도 못 알아보게 얼굴을 긁어주겠어!”


한스가 말했다.


“난 전차 안으로 들어갈 테니 처리는 자네들이 하게!”


한스는 터벅터벅 걸어서 자신의 전차로 걸어갔다. 로빈은 군홧발로 그 놈의 시체라도 까주겠다고 결심하며 손전등을 켜고는 시체 쪽으로 걸어갔다. 로빈의 눈 앞에는 팔다리가 힘 없이 늘어진 채로 참혹하게 축 늘어져 있는 미군 병사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얼핏 보면 마치 병사들이 대충 쌓아놓은 짐 꾸러미 같았다.


‘뭐..뭐야? 고작 이거였어?’


한 부사관이 외쳤다.


“뭐라도 있나 뒤져봐!”


로빈은 미군 병사의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당연히 수첩이고 훈장이고 아무 것도 없었다. 세바스타인이 말했다.


“하긴 정찰 가는데 훈장이나 수첩은 다 두고 오겠지.”


로빈은 그 병사 주머니에서 뭔가를 하나 찾아냈다.


“뭐 있는데?”


“조심해서 꺼내! 수류탄이겠지!”


로빈이 꺼낸 것은 미군 병사의 군용 통조림이었다. 다른 병사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그 통조림을 바라보았다. 그 때, 뒤에 있던 부사관이 말했다.


“야 다른 놈들 오기 전에 지금 같이 먹자.”


그 말에 근처에 있던 병사들은 모두 달려들어서 손가락으로 통조림을 한 번씩 파 먹었다. 로빈은 혹시나 음식이 더 있을까봐 아까 뒤져봤던 주머니도 더 샅샅이 뒤져보았다. 그 때, 뭔가 얄팍한 것이 느껴졌다.


“뭐야 이거?”


로빈의 손에 잡힌 것은 나이 든 여성의 사진이었다. 부사관이 외쳤다.


“뭐라도 찾았어?”


로빈이 대답했다.


“아..아닙니다! 그냥 가족 사진입니다!”


로빈은 그 사진을 다시 주머니 안에 집어 넣고는 주변에 있는 덤불에 손을 닦았다.


“빌어먹을..”


한스는 자신의 전차로 돌아가서 동료들에게 외쳤다.


“놈은 내가 사살했어!”


한스의 말에 에밋이 탈출용 해치를 열었고 한스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벤이 물었다.


“미군 놈들은 전부 잡은 거야?”


“그런 것 같네.”


헤이든이 환호했다.


“역시 미군 놈들은 약해빠진 병신들이라 쉽게 잡히네요! 겁쟁이 자식들..”


한스는 아직도 어둠 속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그 미군 정찰병만 생각하면 온 몸에서 소름이 오싹오싹 돋는 것 같았다. 전차장 체면에 차마 이걸 내색할 수는 없었기에 한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주머니 속에 넣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거너가 말했다.


“한스 전차장님은 정말 용감하십니다! 저는 솔직히 무서워서 그런 상황에 절대 못 나갔을 겁니다!”


한스의 머리 속에는 거너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머리 속에서 삐__ 삐__ 하는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젠장 아까부터 왜 이러지?’


삐__ 삐__


왼쪽 머릿골에서 무언가가 쑤시는 것 같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한스가 주머니 속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서 입에 물자, 벤이 말했다.


“야 왠일이냐? 너가 전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탈출용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피웠다. 어둠 속에서 한스의 담뱃불이 반짝였다. 아까 전에 자신이 죽인 미군 병사의 시체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우웩···우욱...”


한스는 몇 시간 전에 먹었던 음식을 모두 게워냈다.


"젠장.."


그 날 새벽, 독일군은 모든 미국 정찰병들을 잡는 것에 성공했다. 마셜 하사를 제외한 나머지 포로들은 모두 사살당한 상태였다. 마셜 하사는 군홧발로 걷어 채이고 심문을 당했다. 하지만 아무리 독일군이 심문을 해도 마셜 하사는 입 한 번 뻥긋하지 않았다. 마셜 하사 앞에는 이미 사살당해서 시체가 된 동료들이 일렬로 늘어져 있었다. 독일 장교가 영어로 물었다.


“이 새끼들 말고 다른 부하나 동료와 정찰 왔었냐고 묻잖아!”


“···”


그 독일 장교는 오른손에 징 박힌 장갑을 끼고는 마셜 하사의 얼굴을 후려쳤다.


퍽!


장교는 마셜 하사의 머리채를 집어 들어올리고는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 새끼들 말고 다른 새끼도 정찰 왔었냐?”


마셜 하사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 내렸지만 그럼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독일 장교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이 새끼 절대 말 안 할 것 같은데 그냥 포로 수용소에 쳐 넣어.”


결국 마셜 하사는 다른 미군 포로들이 잡혀 있는 헛간에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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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삽화는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독일 병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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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지옥 전투 +7 21.01.19 1,496 53 11쪽
131 전격전 +5 21.01.19 1,556 46 11쪽
130 다짐 +12 21.01.19 1,596 52 11쪽
129 한스, 위기의 순간 +11 21.01.18 1,651 52 11쪽
128 전차 대 격돌 +3 21.01.17 1,670 51 11쪽
127 생포 +3 21.01.17 1,599 46 11쪽
126 요제프 디트리히 +5 21.01.17 1,719 47 11쪽
125 한스, 중사로 진급하다 +15 21.01.17 1,863 54 11쪽
124 이동탄막사격 +9 21.01.16 1,755 50 11쪽
123 미치광이 +14 21.01.15 1,728 54 11쪽
122 +3 21.01.15 1,598 53 11쪽
121 참나무 +4 21.01.15 1,600 50 11쪽
120 버티기 작전 +6 21.01.15 1,602 44 11쪽
119 늦어지는 후퇴 +7 21.01.15 1,622 52 11쪽
118 연극 +6 21.01.14 1,713 53 11쪽
» 직감 +9 21.01.14 1,697 48 11쪽
116 어둠 속에 추격 +7 21.01.14 1,625 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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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야간 근무 +10 21.01.14 1,779 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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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트랩 +12 21.01.12 1,802 59 11쪽
111 굴러다니는 통조림 +5 21.01.12 1,751 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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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헛짓거리 +6 21.01.12 1,755 55 11쪽
108 포위와 역포위 +6 21.01.12 1,773 60 11쪽
107 잡념 +15 21.01.11 1,855 59 11쪽
106 기만 작전 +8 21.01.11 1,780 56 11쪽
105 얼어붙은 마을 +8 21.01.11 1,792 5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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