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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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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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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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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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굴러다니는 통조림

DUMMY

“거 수고들 하게.”


맨 뒤에서 일행을 따라가던 펠릭스는 몇 걸음 걸어가다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헉···왜 나를 보고 있지?’


그 미군 병사는 독일군 일행을 슬쩍 보고 있었다. 펠릭스가 태연한 척 영어로 말했다.


“바람이 존나게 춥네.”


펠릭스의 발음은 확실히 어색했다. 앞서 가던 동료들은 모두 긴장하면서 속으로 펠릭스에게 욕을 퍼부어댔다.


‘멍청한 새끼! 쓸데없는 소리를!’


담배를 들고 있는 슈타이너 상병의 손과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흘렀다.


‘이런 오합지졸을 가지고 정찰을 보내다니 빌어먹을 슐츠 새끼!’


독일 병사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태연하게 걸어갔다.


저벅, 저벅, 저벅


슈타이너 일행은 자신들의 발소리가 신경 쓰였다. 바닥에는 미군 놈들이 빈 통조림을 여기저기 버려놨기 때문에 자칫하면 째지는 금속 소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 때, 뒤쪽에서 보초를 서던 한 미군 병사가, 슈타이너가 피우던 담배 냄새를 코로 킁킁 맡아보고는 말했다.


“저 담배 냄새가 좋군.”


“보급용 담배는 영 맛이 안 좋다니까.”


“아악..나 좀 이상해..”


“뭐가?”


“배가 또 살살 아프네 빌어먹을..”


“니 뭘 쳐 먹고 그러냐?”


“미안. 나 잠깐 화장실 좀.”


아까 전에 화장실에 갔던 미군 병사 잭이 다시 화장실로 향하자, 다른 병사가 투덜거렸다.


“설사 환자를 보초 세우는 것이 어디 있어? 잭 저 새끼 다른 놈으로 교대해 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냐?”


“냅둬. 귀찮아.”


이 때, 펠릭스는 아까 전에 그 미군 병사가 자신을 뒤따라오는 것을 알았다.


‘뭐..뭐지?’


펠릭스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춤에 있는 권총으로 손을 뻗었다. 차가운 금속이 손에 느껴졌다. 그 때 잭이 중얼거렸다.


“아이고 배야···”


그리고 잭은 좌측에 있던 뒷간으로 들어갔다. 지저분한 소리가 참호에 울려 퍼졌다. 펠릭스는 안심하며 총에서 손을 땠다. 총에는 손에서 난 식은땀이 묻어 있었다. 슈타이너 상병은 주위를 살펴보고는, 뒤 따라오던 레온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좀 떨어져서 걸으라고 전달해.”


참호는 지그재그 형태였는데, 같은 곳에 몰려있다가 적에게 발각 당하여 한꺼번에 몰살당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슈타이너는 이런 명령을 내린 것 이었다. 이 명령은 레온, 마티아스, 펠릭스에게 순서대로 전달되었다. 맨 뒤에서 따라오던 펠릭스는 혼자만 뒤에서 따라가는 처지가 되자 더욱 두려워졌다. 펠릭스가 마티아스에게 작게 속삭였다.


“이봐. 나랑 순서 바꿔주면 안되나?”


마티아스가 고개를 저었고, 펠릭스는 그렇게 맨 뒤에서 동료들을 따라갔다. 그런데, 어두워서 실수로 무언가를 잘못 밟았다.


달그락!


펠릭스는 실수로 독일어로 지껄였다.


“어이쿠! 이게 뭐야!”


슈타이너, 레온, 마티아스 모두 사색이 되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통조림은 계속해서 굴러가다가 참호 벽에 부딪쳐 멈추었다. 작은 소리였지만 독일 병사들에게는 마치 전차가 무인지대를 향해 진격해오는 듯한 엄청난 소리로 느껴졌다. 슈타이너 상병이 표정으로 펠릭스에게 욕을 내뱉었고, 펠릭스는 그 이후 발을 조심히 내딛으며 참호 안을 걸었다.


이윽고, 슈타이너 상병 일행은 교통호를 통해서 지원참호로 들어갔다. 적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거나 다름 없었지만, 포병대의 화력과 위치를 알아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슈타이너 상병이 생각했다.


‘예비참호까지 가는 동안 걸리지 않아야 할 텐데..’


그 때, 미군 병사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들렸다.


“오늘 경계 철저히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어. 우리 군복을 입고 있어도 적일 수 있으니 확실히 물어보라는군.”


“암호는 뭔데?”


“암호는 삶은 감자!교전 참호 쪽에도 전달해!”


슈타이너 상병 일행은 태연히 그들 앞을 지나갔다. 이 때, 슈타이너 상병이 영어로 레온에게 말했다.


“독일 놈들이 큰 규모의 전차 부대로 공격해 올 거라는 소문이 있네.”


레온이 슈타이너 상병을 보고는 어설픈 영어로 말했다.


“아니, 그 놈들이 신 전차를 개발했다구요?”


“그렇다고 하더군. A7V가 아닌 소형 전차 수백 대가 전선으로 오고 있다는군. 이건 극비 사항이니 절대 알리지 말게!”


슈타이너 상병, 레온, 마티아스, 펠릭스가 차례로 참호를 지나갔다. 펠릭스는 아까처럼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미군 병사가 그들을 보며 눈을 굴리고 있었다. 펠릭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내가 들어도 어색한 발음이었어! 슈타이너 상병은 어쩌자고 그런 헛소리를!’


하지만 그들이 지그재그형 참호의 모퉁이를 돌 때까지 뒤에서 미군들은 그들을 부르지도 않았고 딱히 인기척이 들리지도 않았다. 슈타이너 상병은 참호가 매우 복잡해서 길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젠장..예비참호 쪽으로 가는 교통호를 찾아야 하는데..’


참호 여기저기에는 빈 통조림이 깔려 있었다. 그 중 어떤 통조림에는 음식이 여전히 남아있기도 했다. 레온, 마티아스, 펠릭스는 그 통조림을 슬쩍 쳐다보았다. 순간, 마티아스가 새 통조림이 참호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이···이건?’


마티아스는 재빨리 그 통조림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본 레온도 발 밑을 쳐다보며 걷다가 슬쩍 초콜릿 하나를 주머니 속에 쑤셔 넣었다. 슈타이너 상병이 그 모습을 보고 레온을 화가 난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위험한 상황에 이 새끼들이 뭔 짓거리 하는 거야!’


그 때, 미군 대피호 앞에, 철모 안에 계란이 대 여섯 개 들어있는 것을 슈타이너 상병이 발견했다. 슈타이너 상병은 슬쩍 그 계란을 하나 집었다. 그 모습을 본 레온, 마티아스, 펠릭스도 저마다 계란을 하나씩 집어 들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조금 더 걷다가, 레온은 참지 못하고 날달걀을 까서 입 안에 넣었다. 그 때, 슈타이너 상병이 예비참호로 가는 교통호를 발견했다.


‘저기가 교통호로군..’


그 교통호를 건너서 예비참호까지 가게 되면, 이따가 정찰을 마친 이후에 돌아가는 길이 너무 길 것이 분명했다. 슈타이너 상병은 여기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냥 후퇴하고 슐츠 중위한테는 적당히 둘러댈까?’


슈타이너 상병은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 이등병들을 바라보았다.


‘이 머저리 새끼들하고는 말을 맞추기도 힘들 거야···’


모리츠 상병 같이 영악한 새끼랑 같이 정찰을 왔다면 대충 이 쯤에서 돌아가는 잔머리라도 굴릴 수 있었지만, 이 멍청한 자식들하고는 그것도 힘들거라고 슈타이너 상병은 생각했다. 그 때, 예비 참호 쪽에서 한 미군 병사가 뛰쳐나왔다. 표정으로 보아 화장실이 급한 것 같았다. 슈타이너가 말했다.


“수고들 하게.”


슈타이너 상병의 목소리 끝이 조금 갈라졌지만, 그 미군 병사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뛰어가는 미군을 뒤로 하고 슈타이너 상병과 일행은 이윽고 포병대에 도착했다.


‘아···아니! 빌어먹을!’


‘이..이거 다 새거 아냐?’


1897 75mm 야포, 280mm 슈나이더 포, 58mm 박격포 등등을 보고 슈타이너 일행은 기겁을 했다.


‘젠장 이건 우리쪽 박격포잖아! 언제 노획한 거야!’


레온이 작은 목소리로 슈타이너 상병에게 말했다.


“전차 연료가 보관된 곳에 위치도 알아올까요?”


슈타이너 상병이 사색이 된 얼굴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네..”


슈타이너 상병이 손가락으로 가르킨 곳에는 어마어마한 연료통이 모여 있었다. 슈타이너 상병이 수신호를 보냈다.


‘그만 돌아가자.’


슈타이너 상병과 이등병들은 빠른 속도로 교전참호로 다시 걸어갔다. 아까 전에 보았던 그 보초를 서는 병사들은 추위에 부들부들 떨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미군 병사들이 슈타이너 일행을 보고는, 한 미군 병사가 말했다.


“암호!”


“삶은 감자!”


슈타이너 상병이 정확히 암호를 대자 다시 그 보초들은 추위에 부들부들 떨며 몸을 웅크렸다. 슈타이너 상병이 말했다.


“거 수고들 하게.”


이제 청음 초소 쪽으로 들어가서 철조망을 타고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슈타이너가 숨을 크게 들이쉬는 순간, 군복 단추가 퐁, 하고 떨어졌다.


그 때, 미군 병사 잭이 슈타이너 상병에게 단추를 주워주며 말했다.


“저! 단추 떨어지셨습니다!”


“고맙네.”


슈타이너 상병이 단추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잭은 슈타이너 상병의 옷이 체구에 비해 매우 작다는 것을 발견했다. 잭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슈타이너 상병과 병사들은 서서히 모퉁이를 돌아서 지나갔다.


슈타이너 상병이 레온, 마티아스, 펠릭스에게 손짓했다.


“빨리 와!”


청음 초소는 곧고 길게 이어져 있었다. 빠른 속도로 독일 병사들이 걸어가는데, 뒤에서 잭이 외쳤다.


“잠시만요!”


슈타이너 상병이 걸음을 멈추지 않고 뒤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무슨 일인가?”


“거 잠시만 이 쪽으로 와 주십시오!”


슈타이너 상병이 멈춰서 말했다.


“아 거 귀찮게 뭔 일인가!”


독일 병사들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 어두워서 표정을 볼 수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잭이 다른 미군 병사와 함께 청음 초소 안으로 들어왔다. 슈타이너 상병도 뒤따라오던 레온, 마티아스, 펠릭스를 뒤로 재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뭐 떨어트렸나?”


잭이 말했다.


“오늘 경계를 철저히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수첩 좀 확인하겠습니다.”


슈타이너 상병이 자신의 수첩을 내밀며 독일 병사들에게 말했다.


“자네들도 빨리 내밀어.”


잭은 손전등을 들고 슈타이너 상병과 다른 병사들의 수첩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리고 슈타이너 상병에게 말했다.


“콜린스 중위님! 그럼 수고하십시오!”


슈타이너 상병이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 일을 철저히 하는군.”


잭은 토마스 브래들리 소위라고 적힌 수첩을 슈타이너 상병에게 다시 내밀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브래들리 소위님! 윗선에서 명령이 내려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슈타이너 상병이 말했다.


“경계는 확실히 하도록.”


슈타이너 상병이 수첩을 받아 드는 순간, 잭은 슈타이너 상병의 소매가 유난히 짧은 것을 알아챘다. 아까 전에 단추를 줄 때는 손전등을 밝히지 않아서 몰랐지만, 지금 슈타이너 상병의 소매는 추운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7센치 정도 손목이 드러나 있었다. 잭이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잭이 등을 돌렸다. 앞 쪽에는 동료 윌리엄이 1m 정도 앞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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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1.01.12 20:26
    No. 1

    그 잭이 살아돌아왔던 전차병 맞나요? 암튼, 미군 보급은 엄청나죠! 루덴도르프 대공세 말에 미군 보급물자와 병력덕분에 연합군이 승리할 원동력이죠! 그곳에서 많이 들 얻어왔네! ㅎㅎㅎ 물론, 정찰병 하기 싫겠으나!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di******..
    작성일
    21.01.12 20:44
    No. 2

    그 잭이랑은 다른 잭입니다! 노획은 못 참죠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gl******..
    작성일
    21.01.13 00:56
    No. 3

    잘 보급해주고 잘 대해줘도 늘 배고프고 부족하고 피곤한데가 군대인데 전쟁인 상황에서 고생하니 저런 짠한 장면들이 안 나올수가 없죠
    식사시간에 따뜻한 국물 한술 뜨자고 사람이 사는건데 안타깝네요
    빨리 그들이 시시콜콜한 문제가 전부인 일상으로 돌아가야할텐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lOC
    작성일
    21.01.13 08:27
    No. 4

    브래들리 엌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참좋은아침
    작성일
    22.09.14 11:12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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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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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야간에 백병전 +14 21.01.19 1,566 53 11쪽
133 한계 +8 21.01.19 1,494 56 11쪽
132 지옥 전투 +7 21.01.19 1,496 53 11쪽
131 전격전 +5 21.01.19 1,555 46 11쪽
130 다짐 +12 21.01.19 1,595 52 11쪽
129 한스, 위기의 순간 +11 21.01.18 1,651 52 11쪽
128 전차 대 격돌 +3 21.01.17 1,670 51 11쪽
127 생포 +3 21.01.17 1,599 46 11쪽
126 요제프 디트리히 +5 21.01.17 1,719 47 11쪽
125 한스, 중사로 진급하다 +15 21.01.17 1,863 54 11쪽
124 이동탄막사격 +9 21.01.16 1,755 50 11쪽
123 미치광이 +14 21.01.15 1,728 54 11쪽
122 +3 21.01.15 1,598 53 11쪽
121 참나무 +4 21.01.15 1,600 50 11쪽
120 버티기 작전 +6 21.01.15 1,602 44 11쪽
119 늦어지는 후퇴 +7 21.01.15 1,622 52 11쪽
118 연극 +6 21.01.14 1,713 53 11쪽
117 직감 +9 21.01.14 1,696 48 11쪽
116 어둠 속에 추격 +7 21.01.14 1,624 46 11쪽
115 어둠 속에 고요 +12 21.01.14 1,664 45 11쪽
114 야간 근무 +10 21.01.14 1,779 55 11쪽
113 추위 +14 21.01.13 1,778 59 11쪽
112 트랩 +12 21.01.12 1,802 59 11쪽
» 굴러다니는 통조림 +5 21.01.12 1,751 53 11쪽
110 정찰 +6 21.01.12 1,837 57 11쪽
109 헛짓거리 +6 21.01.12 1,754 55 11쪽
108 포위와 역포위 +6 21.01.12 1,773 60 11쪽
107 잡념 +15 21.01.11 1,855 59 11쪽
106 기만 작전 +8 21.01.11 1,780 56 11쪽
105 얼어붙은 마을 +8 21.01.11 1,792 5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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