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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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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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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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

DUMMY

양동이를 가져가던 상병이 오토에게 말했다.


“이걸로 시체를 치워야지.”


“네? 그..그것이 무슨..”


상병은 마크 전차의 문을 열고 그 안에 광경을 보여 주었다. 오토는 이 광경을 보고 먹은 것을 다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욱..웩···”


상병이 양동이로 전차 안을 긁어내며 잿더미를 치웠다.


“이 전차는 못 쓰겠지만 혹시나 쓸만한 부품이 있을 수 있으니 이렇게 싸그리 청소를 해야 한다네.”


오토는 어찌나 구역질을 했던지 얼굴로 피가 쏠려서 시뻘겋게 되었다. 상병이 오토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약해 빠져가지고..”


이 때, 한스는 의무병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의무병이 마취를 해주었다. 하지만 의무병이 무시무시한 집게로 한스의 팔을 헤집으며 치료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스는 너무 겁에 질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 그것을 본 동료들은 한스가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에밋이 말했다.


“역시 중사님! 부상 당했음에도 전차를 지휘해서 승리로 이끌어 주셨어!”


그 때, 참호 위에 깔린 널빤지 위를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베르너 대위가 한스의 상태를 보고는 말했다.


“파이퍼 중사! 상태는 괜찮은가? 자네의 전공에 대해선 내가 보고서로 제대로 올리겠네.”


한스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겨우 대답했다.


“괘..괜찮습니다.”


의무병이 마침내 한스의 팔에서 총알을 끄집어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유리병 안에 집어 넣었다.


달그락!


베르너 대위가 말했다.


“팔에 별 이상은 없는가?”


의무병이 말했다.


“운 좋게 동맥과 신경을 피해가서 감염만 안되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스는 의무병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이제 병원 가서 제대로 치료만 받으면..’


베르너 대위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한스에게 말했다.


“다행이군! 파이퍼 중사 앞으로 전투에서도 계속 지휘를 할 수 있겠어!”


한스는 충격을 받아서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라고? 이 상태로 지휘를 하라고?’


베르너 대위가 한스를 보며 말했다.


“어떤가 파이퍼 중사? 조국을 위해 계속 싸울 수 있겠는가?”


한스는 혹시나 해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다른 전차병들도 모두 기대하는 눈빛으로 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스는 머리 속에 피가 제대로 돌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억지로 대답했다.


“싸울 수 있습니다.”


다른 전차병들도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파이퍼 중사님이야!”


“영국놈 총알 따위 파이퍼 중사님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스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망할 새끼들아!’


이 때 스미스 대위는 군홧발로 브라운 상사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퍼억! 퍽!


“이 멍청한 새끼!”


“죄..죄송합니다!”


스미스 대위는 의자에 앉으며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다른 부사관은 스미스 대위를 말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스미스 대위는 부하들에게 존경 받는 능력 있는 장교였다. 하지만 1년 전, 중대장 시절에 그는 자신들의 대원들을 이끌고 상부 명령에 의해 터무니없이 무리한 작전을 했다. 대대장은 중대장이었던 스미스의 요청을 기각하고, 무조건 돌격 명령을 내린 것 이었다. 스미스는 놀랍게도 그 작전을 성공시켰지만, 자신의 부하들의 70프로를 잃었다. 그 이후로 스미스는 자신의 부하들을 두들겨 패는 냉혈한이 되었던 것 이다.


‘현재 독일 보병에게 중요 거점을 빼앗겼다..놈들은 이 곳에 7대의 전차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어..’


스미스 대위가 브라운 상사에게 예상되는 경로에 대전차 지뢰를 매설하라고 명령했다.


‘한스 파이퍼! 조만간 네 놈 궁둥이 밑에서 지뢰가 터질 거다!’


이 때, 한스는 부상당한 와중에도 전차 위에 상체를 내밀면 전차장의 머리가 저격수에게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을 떠올렸다.


‘해치를 이렇게 위로 들어올려서 여는 것은, 저격수한테 조금 있으면 전차장이 머리를 내밀 테니 이 쪽으로 저격하라고 가르쳐주는 거나 다름 없어..저격수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무인지대 같은 곳에서도 멀리서 해치가 열리는 것이 보일 거야..’


마크 전차의 상부 장갑에는 잠망경을 밀어 올릴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어서 주변을 살펴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상체를 해치 밖으로 꺼내고 직접 주변을 관찰하는 것에 비해서는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한스가 생각했다.


‘상부 장갑에 해치는 위 아래로 덮개처럼 여는 것이 아니라 슬라이딩하듯이 옆으로 움직여 열 수 있어야 한다..그러면 해치를 열고 닫는 것이 멀리서는 안 보이겠지..그래 봤자 나무 위에 매복한 저격수한테는 속수무책인데..머리를 내밀지 않고도 360도 사방을 관측할 수 있도록 하면..’


한스는 자신이 상상한 큐폴라를 종이에 그려 보았다.


‘근데 이렇게 해봤자 저격수나 기관총 사수들은 이 뚜껑에 집중 사격을 하겠지..그리고 전차에 불이 나게 되면 빨리 탈출해야 하니까 쉽게 여닫는 것도 중요하다..현재 해치 구조를 유지하더라도, 지금처럼 해치를 열었을 때 전차장의 등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앞 부분을 가린다면 최소한 전면에 있는 저격수로부터는 엄폐가 가능할 텐데..’


한스는 상처가 쑤셔오는 것을 느꼈다. 별거 아닌 작은 상처가 전투 도중에 감염되어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다.


‘전차를 직접 만들어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한스는 종이에 자신의 큐폴라에 대한 아이디어를 휘갈겨 썼다.


‘빌어먹을! 시간이 없어! 시간이! 그 망할 장교만 아니었으면!’


한스는 에밋에게 시켜서 뮐러씨에게 편지를 부쳐달라고 하고 생각했다.


‘절대로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위생을 신경 써야지..감염만 안되면 회복될 거야!’



하지만 현재 전선의 위생 상태는 처참했다. 대다수 병사들이 몇 달째 군복을 못 갈아입었고 심지어 속옷도 한 달에 한 번 갈아입는 수준이었다. 진흙이 군복 여기저기에 묻어서 딱딱하게 굳은지 오래였다. 주변에 다른 부상병은 이 때문에 몸이 가려워서 온 몸을 긁어대고 있었다. 머리를 박박 밀고 면도를 해도 소용없는 것이, 고약한 벌레들은 눈썹에도 기생했다.


근처에 있던 한 부상병이 말했다.


“이제 봄이 되면 개울에서 몸을 씻을 수 있을 거야!”


한 부상병은, 어디서 구했는지 촘촘한 철조망으로 만든 관 안에 누워 있었다. 한스가 물었다.


“자네 그것은 뭔가?”


“이 안에 들어가 있으면 쥐새끼들이 상처 부위를 갉아먹을 수 없습니다!”


한스는 머리 속에 쥐들이 부상병들의 상처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시..시발! 나도 저거 있어야 하는 것 아냐?’


한스는 상체를 일으키다가 총을 맞은 부위가 쑤셔오는 것을 느꼈다.


“아악! 아이고! 으으..”


옆에 있던 위생병이 그 모습을 보고 한스에게 모르핀을 놔 주었다. 한스는 점점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꿈 속에서 슐츠 중위가 한스와 동료들에게 무모한 돌격 명령을 내렸다. 한스가 이것은 미친 작전이라고 말했지만, 슐츠 중위는 닥치고 공격하라는 말만 하고 뒤로 돌았다. 슐츠는 등에도 훈장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에밋이 외쳤다.


“파이퍼 중사님이 전차 이천 대만 더 격파하면 대위가 되어 슐츠에게 본 때를 보여줄 수 있을 것 입니다!”


“파이퍼 중사님! 힘을 내십시오!”


꿈 속에서 한스는 욕을 내뱉으며 전차를 정비하러 갔다. 그런데, 전차 중에는 헤이든의 얼굴을 한 전차가 있었다. 헤이든이 독일을 위한 애국심의 자신의 신체를 전차로 개조한 것 이었다. 헤이든이 말했다.


“독일을 위해서라면 제 한 몸 따위 바칠 수 있습니다!”


한스는 뮐러씨의 도움을 받아 저격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큐폴라를 장착한 상태였다. 이 큐폴라 덕분에, 한스는 뚜껑을 완전히 열지 않고도, 360도 사방을 관측할 수 있었다. 한스는 동료들과 함께 미군 기갑 연대와 싸우기 위해서 앞으로 전진했다. 그런데, 미군 기갑 연대는 사방에서 몰려오며 한스의 전차부대를 포위하려 하고 있었다. 한스가 주변을 살펴보며 외쳤다.


“후퇴해! 후퇴!”


알고 보니 주변에 다른 전차는 한 대도 없고 오직 한스의 티거만 남아 있었다. 헤이든 전차는 이미 저 멀리 달아난 상황이었다. 한스가 욕을 씨부렸다.


“저 아가리만 털어대는 새끼!”


한스는 큐폴라를 통해 주변을 관찰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 때, 전차 안에서 영국군의 저격수가 한스의 얼굴을 향해 저격하고 있었다.


“아악!!”


꿈 속에서 1년이 지나서 한스는 어느 새 수십 대의 전차를 지휘하고 있었다. 롬멜이 말했다.


“파이퍼 대위, 진급을 축하하네.”


한스는 의기양양해져서 에밋을 불렀다.


“슐츠 중위 그 자식 어디 있나?”


“슐츠 중위는 훈장에 깔려서 사망했습니다!”


“파이퍼 대위님! 전쟁이 끝났습니다!”


한스는 이제 전쟁이 끝난 이후에 전차 개발을 하고 있었다. 뮐러씨가 말했다.


“한스! 자네가 설계한 전차, 티거가 완성되었네!”


뮐러씨가 티거를 향해 야포를 발사했다. 그러자 티거에서 자동으로 포탄이 발사되어, 야포에서 나온 포탄과 충돌하여 폭발했다.


“굉장해! 티거!”


옆에 있던 에루빈이 질투에 찬 눈으로 쳐다보다가 외쳤다.


“그래 봤자 우리 포병한테는 아무 것도 아냐!”


그런데, 갑자기 티거가 러시아로 향하고 있었다.


‘뭐야 전쟁 끝난 것 아니었어?’


한스의 티거는 러시아에서 적 전차들을 때려 부셨다. 러시아 전차들에서 온 몸이 불타서 몸부림치는 전차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 나왔다. 한스가 외쳤다.


“티거! 굉장해! 역시 내 전차야!”


그 때, 하늘 위에서 비행기 하나가 거대한 포를 떨어뜨렸다.


‘뭐..뭐지 저건?’


순간, 하늘에서 태양이 폭발한 것 같았다. 거대한 빛은 점점 커지더니 그토록 광활하던 온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 천지가 하얗게 되었다. 러시아 전차들, 불에 타서 몸부림치는 전차병들이 순식간에 와해되어 흩어졌다. 아름답던 티거의 장갑도 한 순간에 증발했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한스가 외쳤다.


“안돼!!!!”


거대한 버섯 구름이 하늘로 피어 올랐다.


“으아아악!!!”


“이봐! 정신 차려!”


옆에 있던 다른 부상병이 한스에게 외쳤다.


“모르핀 때문에 헛것이라도 본 모양이군.”


그 부샹병은 왼쪽 다리가 무릎까지 밖에 없었다. 한스는 혹시나 실례가 될 까봐 부상병의 다리를 쳐다보지 않으며 말했다.


“괜찮네. 내가 잠시 졸았군.”


‘난 절대로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절대로!’


한스는 모르핀으로 머리가 핑핑 도는 와중에도 지형을 생각하며 작전을 짰다.

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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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야간에 백병전 +14 21.01.19 1,566 53 11쪽
133 한계 +8 21.01.19 1,494 56 11쪽
132 지옥 전투 +7 21.01.19 1,496 53 11쪽
131 전격전 +5 21.01.19 1,555 46 11쪽
» 다짐 +12 21.01.19 1,596 52 11쪽
129 한스, 위기의 순간 +11 21.01.18 1,651 52 11쪽
128 전차 대 격돌 +3 21.01.17 1,670 51 11쪽
127 생포 +3 21.01.17 1,599 46 11쪽
126 요제프 디트리히 +5 21.01.17 1,719 47 11쪽
125 한스, 중사로 진급하다 +15 21.01.17 1,863 54 11쪽
124 이동탄막사격 +9 21.01.16 1,755 50 11쪽
123 미치광이 +14 21.01.15 1,728 54 11쪽
122 +3 21.01.15 1,598 53 11쪽
121 참나무 +4 21.01.15 1,600 50 11쪽
120 버티기 작전 +6 21.01.15 1,602 44 11쪽
119 늦어지는 후퇴 +7 21.01.15 1,622 52 11쪽
118 연극 +6 21.01.14 1,713 53 11쪽
117 직감 +9 21.01.14 1,696 48 11쪽
116 어둠 속에 추격 +7 21.01.14 1,624 46 11쪽
115 어둠 속에 고요 +12 21.01.14 1,665 45 11쪽
114 야간 근무 +10 21.01.14 1,779 55 11쪽
113 추위 +14 21.01.13 1,778 59 11쪽
112 트랩 +12 21.01.12 1,802 59 11쪽
111 굴러다니는 통조림 +5 21.01.12 1,751 53 11쪽
110 정찰 +6 21.01.12 1,837 57 11쪽
109 헛짓거리 +6 21.01.12 1,754 55 11쪽
108 포위와 역포위 +6 21.01.12 1,773 60 11쪽
107 잡념 +15 21.01.11 1,855 59 11쪽
106 기만 작전 +8 21.01.11 1,780 56 11쪽
105 얼어붙은 마을 +8 21.01.11 1,792 5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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