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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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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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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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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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생포

DUMMY

그 날 밤, 독일군 정찰병들이 정찰을 마치고 돌아왔다. 정찰병들이 보고했다.


“적의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장교가 말했다.


“그렇군. 수고했네.”


옆에 있던 한스가 지도를 가리키며 정찰병에게 물었다.


“혹시 숲 쪽에 야포나 전차가 매복되어 있지는 않습니까? 특히 이 쪽 구석 말입니다.”


정찰병이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쪽을 지나가기는 했는데 딱히 소리나 인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찰병들은 형식적으로 대충 정찰을 마치고 일찍 돌아왔던 것 이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식들 제대로 정찰도 안 했군..’


하지만 한스는 고작 중사였고, 옆에 장교들이 있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찜찜한 기분을 뒤로 한 채, 한스는 동료들을 보러 갔다. 때마침 보병들이 전차를 구경하러 왔다. 그레고르가 말했다.


“이게 바로 미군을 상대로 활약한 티거입니까? 대단합니다!”


보병들은 신뢰의 눈빛으로 한스와 동료들의 전차를 바라보고 만져보았다. 한 보병이 물었다.


“우리가 전차 위에 올라타도 되는 거야?”


“A7V 위에는 우리 스무 명은 올라탈 수 있겠다.”


몇 보병들은 마크 전차 상부 장갑 위에 올라가서 걸터앉아 보았다.


“와 이렇게 하면 행군할 때 엄청 편하겠는데?”


“전차 뒤에만 있으면 놈들이 우리를 향해 기관총을 쏘지도 못할 거야!”


한스의 동료들은 지금 상황에 의기양양했지만, 한스는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전투 때 전차 옆에 보병들이 찰싹 달라붙으면, 포탄 때문에 위험할텐데..’


결국 한스가 나서서 보병들에게 말했다.


“전투 때는 전차와 가까이 있으면 포탄의 목표가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따라와야 하네. 전차를 엄호하면서, 전차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엄폐를 하면서 전진하는 것이 좋을 걸세.”


한스는 못 미더운 시선으로 보병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전차를 구경하러 온 보병들은 거의 다 이등병이었고, 딱 봐도 나이가 어리고 전투 경험이 없어 보였다.


‘알아서 잘들 훈련시키겠지..’


그 날 밤, 그레고르 이등병은 괴르델러 상병과 함께 보초를 서고 있었다. 보초를 서는 것은 엄청나게 지루했다. 이 지역은 그 동안은 전투가 거의 없던 지역이라 적군이 정찰병을 보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래도 그레고르는 괴르델러 상병한테 얻어 맞을까봐 졸지 않고 바짝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런데, 배가 부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아까 먹은 치즈 때문인가..’


그레고르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방귀를 뀌었다.


쿠르르릉 쿠릉


괴르델러 상병에 그레고르의 철모를 팍 치고 속삭였다.


“들키고 싶어 환장했냐?”


그레고르는 속으로 괴르델러 상병의 욕을 했다.


‘어짜피 여긴 정찰 오는 일도 거의 없는데..’


그 때, 갑자기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난 3소대인데 너네 몇 소대냐? 중대장님 명령으로 정찰 갔다가 길을 잃었다!”


그레고르가 대답하려고 할 때, 괴르델러 상병이 외쳤다.


“암호는?”


“뭐라고? 잘 안 들려!”


괴르델러 상병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으며 다시 소리쳤다.


“암호!”


그레고르의 소총을 쥔 손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뭐···뭐지? 발음은 우리 쪽 맞는 것 같은데?’


그러자 어둠 속에서 다시 그 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쪽으로 와서 말해! 여기선 잘 안 들려!”


괴르델러 상병이 소총을 쏘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괴르델러와 그레고르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으읍! 우욱!”


괴르델러 상병이 몸부림치며 뒤에 자신을 잡은 적군의 발을 짓밟았지만, 누군가가 괴르델러 상병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세게 쳤다. 그레고르가 재갈이 물린 채로 발버둥을 쳤지만, 적군이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자 하얗게 질려서 그대로 끌려갔다.


결국 괴르델러 상병과 그레고르는 잠시 뒤 포박당한 상태로 심문을 받게 되었다. 독일어가 능숙한 영국 장교, 스미스 대위가 괴르델러와 그레고르의 수첩을 빼앗아서 소속을 확인했다. 괴르델러 상병이 말했다.


“이 놈은 이등병일 뿐이라 아무 것도 모른다! 나만 심문해라!”


그레고르는 부들부들 떨며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그러자 스미스 대위가 한 영국 병사에게 말했다.


“저 자식들 데려가서 땅 파라고 해.”


괴르델러와 그레고르는 머리에 양 손을 올려놓은 채로, 뒤에서 자신들을 쿡쿡 찌르는 소총에 떠밀려서 땅을 파러 갔다. 그레고르는 생각했다..


‘여기를 왜 파라고 하는 거지? 서..설마?’


괴르델러 상병과 그레고르는 그렇게 1m 정도 깊이로 땅을 팠다. 잠시 뒤, 아까 전에 그 영국 장교, 스미스 대위가 다시 와서 영국 병사들에게 무어라 영어로 명령했다. 그러자, 그 영국 병사들은, 괴르델러 상병과 그레고르가 구덩이에 허리까지 들어가 있는 그 상태로 삽으로 흙을 덮기 시작했다. 괴르델러 상병이 외쳤다.


“비열한 자식들! 이건 조약에 어긋난다!”


스미스 대위가 능숙한 독일어로 말했다.


“어짜피 네 놈들 다 죽여버리면 아무도 모르지.”


그레고르가 바지에 똥을 지리며 울부짖었다.


“으허억···으헉···”


괴르델러 상병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서 식은 땀을 흘렸다. 여태까지의 삶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레고르가 괴르델러 상병을 쳐다 보았다.


“상병님..제발..”


괴르델러 상병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독일 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독일,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독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어느덧 괴르델러 상병과 그레고르의 무릎까지 흙이 차올랐다. 그레고르는 괴르델러 상병에게 그냥 다실토하자고 눈빛을 보냈지만, 괴르델러 상병은 국가를 부르며 눈을 감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허벅지까지 흙이 차오르자,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탱크! 탱크가 있어!”


그레고르가 비명을 지르자, 스미스 대위가 손짓해서 영국 병사들의 삽질을 중지시켰다. 괴르델러 상병이 그레고르에게 외쳤다.


“말하지 마!”


하지만 그레고르는 속사포처럼 모든 것을 쏟아냈다.


“A7V랑 마크 전차 두 종류가 있어!!”


괴르델러 상병이 절망감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멍청한 자식!”


스미스 대위가 병사들에게 말했다.


“꺼내주게.”


결국 괴르델러 상병과 그레고르는 영국 병사들에 의해 다시 구덩이에서 끄집어내졌다. 그 날, 독일 병사들은 보초를 서던 두 병사가 생포 당했다는 사실에 뒤집어졌다. 가장 분노한 것은 전차병들이었다. 요나스가 외쳤다.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전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거야!”


니클라스가 말했다.


“놈들이 대전차전을 준비할 거야. 기습은 글렀어!”


한스가 말했다.


“어쩌면 놈들이 전차로 먼저 공격을 할지도 모르지.”


거너가 겁에 질려 울부짖었다.


“젠장! 이제 어떻게 합니까!”


그 때, 요제프 디트리히가 말했다.


“그렇게 절망할 필요는 없네. 아직 전투는 시작도 하지 않았네.”


몇 전차병들이 속으로 생각했다.


‘저 자식은 멍청해서 그런지 속은 편하군..’


한스는 지도를 보면서 새로운 전술을 고민했다.


‘놈들은 우리 전차의 존재를 알 테니, 예측하지 못한 방법으로 허를 찔러야 한다! 빌어먹을..어떻게든 생각해야 해..’


영국 스미스 대위는 독일군의 전차가 공격해 올 것에 대비해서 숲 속에 마크 전차를 두 대 숨겨두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독일군이 공격해 올 수 있는 모든 경로 곳곳에 보병을 배치해 두었다. 영국 병사가 말했다.


“첩보에 의하면, 지금 독일군 진영에는 노획 마크 전차를 쓰는 한스 파이퍼라는 전차장이 있다고 합니다. 이 놈이 여태까지 격파한 전차가 최소 50대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영국 병사가 내민 보고서를, 스미스 대위는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전투 도중에도 해치를 열고 머리를 내밀고 전투를 한다라.. ”


스미스 대위가 지도를 가리키며 병사에게 명령했다.


“이 위치들에 저격수 매복시키게.”


그리고 스미스 대위는 한스 파이퍼에 대한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었다.


“제법 영리한 전술을 쓰지만 그래봤자 저격수 총알 한 방이면 끝이라는 것을 모르는군. 멍청한 부사관 자식..”


며칠 뒤, 독일 병사들은 슈납스(과일 주)를 대량으로 배급 받았다. 병사들은 술을 먹으면서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독일군은 물자가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후한 선물을 준다는 것은 조만간 중요한 전투가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A7V를 타는 전차병들은 전차 안에도 슈납스를 넣어두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전차 안에서 불타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차마 제정신으로는 전투를 하기 힘들었던 것 이다. 한스도 동료와 부하들이 전차에 슈납스를 갖고 타는 것을 허가했고, 모든 전차병들이 이에 환호했다.


‘목숨만 건지자..제발..’


한스는 틈이 날 때마다 직접 쌍안경으로 세밀하게 지형을 관찰했고, 뭔가 불길한 예감과 위화감이 드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저 쪽 나뭇가지가 원래부터 저렇게 무성했나..’


A7V 소대의 소대장인 슈테켄 중사가 한스에게 말했다.


“그 쪽에 뭐라도 발견했나?”


한스가 쌍안경을 슈테켄 중사에게 건너주고는 말했다.


“어제까지는 저 숲 쪽에 나뭇가지가 저 정도로 무성하지는 않았던 것 같네. 뭔가 조짐이 이상해.”


슈테켄 중사가 말했다.


“정찰병들은 딱히 뭐 없는 것 같다고 하던데?”


이 때, 전차병들은 전선 신문을 읽으며 롬멜이 남부 전선에서 한창 날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그너 상병이 말했다.


“이 양반은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네.”


니클라스가 말했다.


“살아남기만 한다면 언젠가 대단한 자리까지 오를 것 같습니다. 슐츠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인물이죠."


한스도 롬멜을 떠올렸다.


‘그 작자랑 같은 전선에 있다면 꽤나 믿을 만 할 것 같은데..’


이 시각, 롬멜은 마르코 하사와 함께 말을 타고 정찰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말을 타고 달리던 이탈리아 소대가 롬멜을 발견하고 멈춰 세웠다. 마르코 하사는 말 위에서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제..젠장..어떡하지?’


롬멜이 마르코 하사에게 말했다.


“침착하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게.”


벌벌 떠는 마르코 하사와는 달리, 롬멜은 전혀 두려운 기색이나 동요 없이, 이탈리아 소대가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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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1.01.17 19:06
    No. 1

    정말 보초는 중요하죠! 스미스 대위는 공포를 조성하려고 그렇게 한 거겠죠? 물론, 제네바 협정도 없는 상황에서 체면상으로나 본보기로 생매장하였겠죠? 그건 그렇고 포로가 된 그레고르는 괴르델러에게 얼마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di******..
    작성일
    21.01.17 19:11
    No. 2

    스미스 대위는 포로 심문 솜씨가 좋았습니다! 포로로 잡아두면 유용하다는 생각에 생매장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레고르는 괴르델러에게 얻어 맞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참좋은아침
    작성일
    22.09.14 14:23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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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전격전 +5 21.01.19 1,555 46 11쪽
130 다짐 +12 21.01.19 1,595 52 11쪽
129 한스, 위기의 순간 +11 21.01.18 1,651 52 11쪽
128 전차 대 격돌 +3 21.01.17 1,670 51 11쪽
» 생포 +3 21.01.17 1,599 46 11쪽
126 요제프 디트리히 +5 21.01.17 1,719 47 11쪽
125 한스, 중사로 진급하다 +15 21.01.17 1,863 54 11쪽
124 이동탄막사격 +9 21.01.16 1,755 50 11쪽
123 미치광이 +14 21.01.15 1,728 54 11쪽
122 +3 21.01.15 1,598 53 11쪽
121 참나무 +4 21.01.15 1,600 50 11쪽
120 버티기 작전 +6 21.01.15 1,602 44 11쪽
119 늦어지는 후퇴 +7 21.01.15 1,622 52 11쪽
118 연극 +6 21.01.14 1,713 53 11쪽
117 직감 +9 21.01.14 1,696 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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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트랩 +12 21.01.12 1,802 5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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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잡념 +15 21.01.11 1,855 59 11쪽
106 기만 작전 +8 21.01.11 1,780 56 11쪽
105 얼어붙은 마을 +8 21.01.11 1,792 5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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