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짓거리
패튼의 르노 전차는 좁은 골목길을 통해서 빠른 속도로 마을을 빠져 나왔다.
따악! 딱! 따악!
기관총 총알이 르노 전차의 상부 장갑을 때렸다. 패튼이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주먹을 세게 쥐었다. 한 모퉁이에 들어서자, 패튼의 전차는 독일군 기관총의 사격 범위에서 벗어났고, 더 이상 총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패튼은 전차장 해치를 열고 다시 머리를 전차 밖으로 내밀었다. 그 때, 패튼은 바로 근처에 전차 형태의 무언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저건?”
그것은 독일군의 짝퉁 목재 전차였다. 멀리서는 잘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가까이에서는 누가 봐도 장난감처럼 보이는 나무로 만든 전차에 대충 페인트칠을 해 놓은 짝퉁일 뿐이었다. 그제서야 패튼은 독일군이 정찰기를 속이고 전차의 위치를 속이기 위해 기만 작전을 펼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
패튼은 그 순간, 옆에 티거라고 적혀 있고 철십자기가 그려진 영국군의 마크 전차를 발견했다. 그 마크 전차는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해치에서 한스가 머리를 내밀었다. 패튼은 재빨리 르노 전차 안으로 들어가 조종수에게 외쳤다.
“우측 마크 전차! 앞으로 전진! 내가 죽으면 그대로 퇴각한다!”
조종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최대 속도로 르노 전차를 앞으로 움직였다. 한스는 상체를 전부 마크 전차 위로 내민 상태였다. 그 때, 패튼이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드득 드드득
탕! 타앙!
많은 총알이 마크 전차의 장갑에 튕겨져 나갔지만, 한 발은 한스의 오른쪽 팔뚝에 박혔다. 한스는 비명을 지르며 마크 전차 내부로 떨어졌다.
“으아악!!”
패튼은 다시 전차장 해치를 닫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우측 골목길로 독일군 보병 세 명이 달려오고 있었다. 패튼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포탑을 회전시키고, 재빨리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득 드드득
그 독일군 보병들은 소총 한 번 쏴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패튼이 조종수의 왼쪽 어깨에 발을 올려 놓으며 외쳤다.
“좌측 골목으로!”
‘이 쪽 길은 좁아서 마크 전차가 올 수 없겠군..’
그 때 패튼이 타고 있는 르노 전차의 전차장 큐폴라에 총알이 날라왔다.
탕! 타앙!
“빌어먹을!”
패튼은 187센치의 거구의 몸을 어떻게든 숙여보았다. 그 때, 근처 건물에서 독일 보병이 튀어나오더니, 르노 전차 뒤에서 올라와서는 개머리판으로 르노 전차 상부를 두들겼다.
캉! 카앙!
“항복해! 항복하라!”
패튼이 독일 보병의 말을 듣고는 입을 열었다.
“항복? 나보고 항복하라고?”
패튼은 권총을 꺼내 들고, 조심스럽게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해치를 열고, 독일 보병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탕! 타앙! 탕!
그 독일 병사는 총을 맞고 르노 전차 뒤로 굴러 떨어졌다. 하지만 저 쪽에서 독일 병사들이 기관단총을 갖고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채캉! 채캉! 채캉!
패튼은 다시 해치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그래···기관단총이라..”
패튼은 허리 춤에서 밀즈 수류탄을 하나 꺼냈다. 독일 병사들은 여전히 르노 전차 뚜껑에 기관 단총을 쏘고 있었다.
채캉! 채캉! 채캉!
따악! 딱! 따악!
총알이 위에 부딪치면서 콩알 튀겨내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손이라도 내밀었다간 아작이 나겠군..”
순간, 기관단총 소리가 멈추었다. 탄환이 떨어진 것 이었다. 패튼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밀즈 수류탄을 던졌다.
쿠광! 쿠과광!!
패튼은 다시 해치를 닫고 조종사의 등을 발로 차며 외쳤다.
“빨리 후퇴해! 포로로 잡힌다면 네 놈 대가리부터 쏴주겠다!”
패튼의 르노 전차는 무사히 후퇴하는 것에 성공했다. 패튼이 르노 전차에서 나오자 윌리엄 중위가 물었다.
“연대장님! 괜찮으십니까?”
패튼이 시뻘건 얼굴로 말했다.
“놈들은 건물 2층, 3층 창문, 옥상 곳곳에 저격수를 배치했다. 우리도 저격수로 대응해야 한다. 고지대에 저격수를 배치해.”
“하..하지만 딱히 저격수를 배치할 고지대가 없습니다!”
“그럼 나무 꼭데기에라도 배치해!!”
패튼은 애써 분노를 삭히고 말을 이었다.
“한스 파이퍼 그 자식에 대한 보고서를 가져와. 그리고 독일 전차장을 죽이는 병사에게는 포상을 내린다고 전달해. 오늘 밤 정찰조를 보내야 해... 아마 놈들도 정찰조를 보낼 테니 경계를 철저히 해!”
패튼은 숨을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
“놈들은 아마 보급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 조만간 후퇴를 할 수도 있어.”
“그..그렇다면?”
“놈들이 후퇴할 때 우리 기갑여단이 놈들을 포위한다. 언제 후퇴할지 모르니 정찰조는 계속 보내야 한다고 위에 전달하게.”
그 때, 전령이 와서 패튼에게 말했다.
“항공대가 다시 정찰기를 띄워준다고 합니다!”
윌리엄 중위가 말했다.
“정찰기가 사진을 찍어 오면 다시 정확한 곳에 포격을 할 수 있겠네요.”
패튼은 그 말을 듣고 다시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하늘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탕!
“그 새끼들은 정찰기를 기만하기 위해서 짝퉁 전차를 썼어!! 우린 엉뚱한 곳에 포를 낭비한 거야! 파괴된 것은 오로지 짝퉁 목재 전차들뿐이었어!”
이 때, 한스는 의무병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의무병이 말했다.
“미안하지만 모르핀이 거의 다 떨어져서 마취를 하지 않고 총알을 빼야겠어. 이 정도야 참을 수 있지?”
옆에 있던 에밋이 말했다.
“우리 한스 전차장을 뭘로 보는 거야! 모르핀 따위는 필요 없다고!”
그 말을 듣고 의무병이 말했다.
“그런가? 하나 정도는 맞춰주려고 했는데 그렇다면 필요없겠군.”
한스가 속으로 생각하였다.
‘뭐..뭐라고? 모르핀 없이 총알을 빼낸다고?’
에밋이 말했다.
“우리 한스 전차장은 대단한 영웅이야! 영웅한테는 모르핀 따위는 필요 없어!”
한스는 에밋의 대가리를 치고 싶었지만 너무 겁에 질려서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거너가 말했다.
“정말 대단해! 나라면 지금쯤 기절했을 거야!”
의무병이 바그너 상병에게 말했다.
“그 쪽 머리를 잡아 주십시오!”
바그너 상병이 한스의 머리를 잡고, 다른 의무병이 한스의 다리를 잡은 상태로, 의무병은 한스의 팔에서 총알을 끄집어냈다.
“아악!! 으아악!”
한스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바그너 상병이 한스의 머리를 꾹 눌러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의무병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총알을 보며 감탄했다.
“오! 이거 보게! 자! 여기 총알 빼낸 것 보게나!”
의무병은 그 총알을 자신의 컬렉션을 넣어두는 유리병 안에 넣어 두었다. 그 유리병 안에는 병사들의 몸 속에서 빼낸 총알, 포탄 파편 등이 들어 있었다. 그 때, 니클라스가 달려왔다.
“한스 좋은 소식이야! 예비 궤도가 도착했어! 내 4호 전차랑 6호 전차를 운용할 수 있게 되었어!”
그 동안 니클라스가 전차장으로 있던 4호 전차와, 마르코가 전차장으로 있는 6호 전차는 궤도가 망가져서 운용이 불가능했다. 조종사가 실력이 없어서 마구잡이로 운전을 하다가 두 전차 모두 궤도가 나가버렸던 것 이다. 그런데 재생 공장에서 궤도를 보내주었으니, 이제 총 5대의 전차를 운용할 수 있게 된 것 이었다. 한스가 말했다.
“다행이군..”
‘젠장..낡아빠진 전차 다섯 대로 뭘 할 수 있는 거지..’
정비사가 와서 4호 전차와 6호 전차의 궤도를 교체해주었다. 전차병들이 들어가서 전차를 운전해 보았다.
끼기긱 끼기기긱
4호 전차 6호 전차 모두 잘 움직였다. 요나스가 외쳤다.
“그 동안 관리 해두길 잘했군!”
한스는 전차가 잘 작동하는 것은 기뻤지만, 조만간 전투에서 이 전차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윗선에서는 모든 병사들에게 마을 주변에 참호를 파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팔에 부상을 입은 한스를 제외하고 장교들도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요나스가 외쳤다.
“얼어붙어서 파기 어렵잖아!”
니클라스가 말했다.
“포격 때 죽기 싫으면 지금 파 두는게 좋을걸?”
잠시 뒤,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었다. 병사들은 근처 건물 안에 들어가서 순무 빵을 먹기 시작했다. 건물의 깨진 유리창으로 찬바람이 쌩쌩 들어왔다. 그래도 장갑 안쪽에 성에가 잔뜩 낀 차가운 전차 내부보다는 건물 안이 덜 추웠다. 바그너 상병이 말했다.
“지난 번 휴가 때 집에 갔는데, 침대에서 자는 것이 영 익숙하지 않더라고. 언제부턴가 참호가 집 같이 느껴지는 거야.”
“그래도 다음 겨울이 오기 전 까지는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설마 그 때까지는 끝나겠죠. 다음 겨울까지는 물자가 없어서 못 버틸 겁니다.”
아직까지도 과도한 애국심을 못 버린 헤이든이 추위에 벌벌 떨며 말했다.
“전 독일을 위해서라면 다음 겨울까지도 버틸 수 있습니다.”
늘 눈치 없어서 헛소리를 하는 에밋이 말했다.
“근데 다음 겨울까지 일단 살아남아야..아악!”
바그너 상병에 에밋의 머리를 퍽 때렸다. 곰곰이 생각하던 루이스가 말했다.
“미군은 물자가 풍부하고, 이 쪽은 사방으로부터 둘러 쌓인 돌출부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방어가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린 여태 잘해왔잖아?”
가만히 듣고 있던 한스가 말했다.
“루이스 말이 옳아.”
“뭐..뭐라고? 한스 자네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나?”
“놈들은 전차전 경험이 없었는데 이번 전투를 통해서 전술을 배웠겠지. 놈들은 수 천대의 전차 중에 고작 몇 십 대를 잃은 것 뿐이네. 다음에는 이렇게 멍청하게 당하지는 않을 거야.”
한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헤이든이 말했다.
“곧 보급 지원이 올 것 입니다! 더 강력한 신무기로 놈들을 쳐부술 수 있겠죠.”
바그너 상병이 말했다.
“지금은 보급을 기다릴 때가 아니네. 후퇴가 답이야.”
바그너 상병의 말에 헤이든에 항의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가 버틸수록 놈들의 전력을 소모시키는 것이 아닙니까?”
“놈들은 물자가 우리보다 훨씬 풍부하네. 버틸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우리 쪽일세! 우리는 지금 최선의 전술로 싸워서 버텼지만, 놈들도 멍청이가 아니면 새로운 전술을 갖고 올 거야! 우리는 자원이 넘치는 미군에게 전차전을 가르쳐주는 꼴일세!”
거너가 말했다.
“그렇다면···우리는 목숨 걸고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 입니까?”
한스가 말했다.
“나중에 전술 책에 우리가 한 페이지를 장식할지도 모르지. 전차 발달로 인해 과학 기술도 발달할 거야. 어쩌면 미래에 인류는 달에 도달할지도 모르고.”
- 작가의말
97회부터 107회까지 삽화 추가로 첨부하였습니다! 또 시간 날 때 되면 지금 올리는 연재분에도 삽화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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