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제거
하이에는 지크프리트 4인조에게 수신호를 미리 정하자고 말했다.
"다리 쪽에는 로스케들이 매복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다리에 도달하면 말을 하지 말고 가능하면 수신호로 연락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이에는 지크프리트 4인조와 함께 수신호를 정했다. 올라프가 투덜거렸다.
'머리 아프게 무슨 이런걸 정하나...'
하이에와 지크프리트 4인조는 허리를 숙인 자세로 엄폐물에서 엄폐물로 신속하고 은밀하게 이동하며 다리 쪽으로 향했다. 하이에는 구석구석을 살폈다.
'최근에 풀이 눌린 자국이 있다...'
지크프리트 4인조도 잔뜩 긴장한 상태로 허리를 숙인 자세로 하이에를 따라왔다. 그렇게 다섯은 커다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자신들이 건너야 할 다리를 보았다. 하이에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아마 놈들이 폭약을 설치했다면 다리 밑에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그걸 어떻게 확인하지?"
하이에는 40대 초반인 지크프리트 4인조를 보았다. 이들은 비록 모두 철십자 훈장까지 받은 베테랑(?)이었지만, 아무래도 20대인 자신이 가장 위험한 임무를 해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하이에는 지크프리트 4인조와 함께 같이 다리를 재빨리 건너갔다. 올라프가 속으로 절규했다.
'으아아악!!!'
그렇게 하이에와 지크프리트 4인조와 함께 다리 중앙에 난간에 몸을 엄폐한 다음 숨을 골랐다. 하이에는 밧줄을 꺼내서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지크프리트 4인조는 밧줄의 끝을 다리 난간에 단단히 묶었다. 하이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새소리를 내면 이걸 당겨주십시오!! 밑에 폭약이 설치되어있으면 입으로 벌레소리를 내겠습니다."
로베르트가 말했다.
"벌레소리는 헷갈리네! 그냥 방구 소리를 내게!"
이 상황에 하이에는 로베르트의 말에 잠시 얼이 빠졌다.
'내..내가 잘못 들은건가?'
호르스트가 말했다.
"그래! 폭약이 설치되어있으면 입으로 방구 소리를 내게!"
하이에는 얼떨떨했지만 조심스럽게 난간을 넘어서 다리 밑으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다리 중앙 난간에 몸을 엄폐한 상태로 손으로 밧줄을 꽉 쥐었다. 올라프가 쑤근거렸다.
"저 녀석 괜찮을까?"
"쉬잇! 새소리 들리면 바로 올려줘야하네!!"
지크프리트 4인조는 모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하이에는 줄에 매달린 상태로 다리 밑에 있는 구조물을 양 손으로 쥐었다. 하이에는 철봉 매달리기를 유난히 잘하긴 했지만 하이에의 발 밑에는 거센 강이 흐르고 있었다. 손에서 식은 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장갑을 끼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리고, 하이에는 다리 밑에 깔린 수 많은 폭약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소련군은 다리를 완벽히 폭파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엄청난 폭약을 설치해둔 것 이었다. 그리고 폭약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도화선이 파스타면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뿌우웅~!!뿌릉뿌릉!!!"
이 소리를 들은 지크프리트 4인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으악!!'
'어..어떡하냐?'
'공병 불러와야 하는거 아니냐?'
"오...올려줄까?"
"새 소리가 안 들렸는데?"
올라프가 무전으로 본부에 말했다.
"다..다리 밑에 폭약이 있습니다!"
하이에는 난간에 매달린 상태로 측면에 기울어진 빔에 발을 겨우 디딜 수 있었다. 하이에는 일부러 강을 안 쳐다보고 있었지만 강의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이에는 가위를 꺼내어 폭약에 연결된 굵은 도화선들을 모두 잘랐다. 도화선이 워낙 두껍게 많이 연결되어 있어서 가위도 잘 들지 않았다.
하이에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젠장!!!'
그렇게 선을 잘라낸 다음 하이에는 폭약을 강에 풍덩 떨구었다. 하이에는 공병이 아니었기에 정확히 무슨 선을 잘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하이에는 국수처럼 사방팔방에 연결된 도화선을 모두 자르고 폭약을 양손으로 억지로 때내어 강 속으로 빠트리기 시작했다.
풍덩!!
지크프리트 4인조는 초조하게 다리 위에서 이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폭약이 더 있는건가?'
로베르트가 입으로 방구 소리를 냈다.
"부르릉 부르릉"
하이에가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입으로 방구 소리를 냈다.
"부릉 부릉 부르릉 부릉 부르르릉 부르릉!!!!!"
호르스트가 사색이 된 얼굴로 말했다.
"폭약이 엄청나게 많은 걸세!!"
실제로 하이에와 연결되어 있는 밧줄은 점점 팽팽해지고 있었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조금씩 하이에의 밧줄을 놓아주었다. 그렇게 하이에는 다리 중앙으로부터 더 멀어지면서 모든 폭약을 제거하면서 강으로 떨어트리고 있었다.
풍덩!!
밧줄을 쥔 크리스티안이 말했다.
"나 엉덩이 가려운데 잠시 놔도 되나?"
"빨리 긁어!!"
크리스티안은 한 손으로 밧줄을 놓은 다음 재빨리 엉덩이를 긁었다. 하이에는 이렇게 모든 폭약을 제거하고 새 소리를 냈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줄을 당겨서 하이에를 구출했다.
"이보게. 괜찮나?"
하이에는 팔근육이 후들거리고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크리스티안이 하이에에 입에 수통을 갖다대어 물을 건네주었고 올라프는 하이에의 잡낭을 대신 들어주었다.
일단 하이에부터 다리를 잽싸게 건넌 다음 주변을 살폈다. 적군은 보이지 않았다. 하이에는 새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듣고는 이번엔 올라프와 크리스티안이 다리를 건넜다. 로베르트와 호르스트는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며 새소리를 기다렸다.
'으아아...아아아...'
'차라리 먼저 갈걸!!!'
로베르트와 호르스트는 다리 한가운데에 앉은 자세로 혹시나 적군이 나타나면 엄호해주기 위해서 소총을 조준하고 있었다. 올라프와 크리스티안이 잽싸게 다리를 건너는 것이 보였다.
한편, 슐레프 중대는 초조하게 지크프리트 4인조와 하이에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근 지역을 정찰하고 온 오토바이병이 보고했다.
"이 근방에는 전차가 도하할 수 있을만큼 물이 얕은 구간은 없습니다!"
만약 저 다리가 폭파된다면 티거의 하중을 버틸 수 있을만큼 강력한 교량을 공병들이 건설해야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체될 것 이고, 분명 소련군의 집중 공격을 받을 것 이었다. 공병 부대도 일단 해가 완전히 지면 다리를 건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급적 저 다리를 이용해야 했다.
그 때, 무전으로 지크프리트 4인조의 연락이 왔다.
"슈바인학센 요리 완료. 양념하겠음."
이는 지크프리트 4인조와 하이에가 모든 폭약을 제거했고, 다리를 건너는 임무를 완수했고, 다리 건너편을 정찰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올라프, 로베르트는 다리를 건넌 다음 좌측으로 반원을 그리며 정찰했고, 크리스티안, 호르스트, 하이에는 우측으로 반원을 그리며 정찰하고 있었다.
모두 긴장한 상태로 지크프리트 4인조와 하이에의 연락을 기다렸다. 15분 가량이 지났고 다시 무선으로 연락이 왔다.
"양념 완료"
정찰 결과 이상이 없으니 건너와도 된다는 신호였다. 그렇게 지크프리트 4인조와 하이에는 좀 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며 풀숲에 자리를 잡았다. 크리스티안이 쑥덕거렸다.
"오줌 마렵네."
하이에가 크리스티안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
"쉿!"
결국 크리스티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풀숲에 오줌을 쐈다.
쏴아아~~ 쏴아아~~
엄청나게 큰 오줌소리였다. 아마 소련군이 근처에 있다면 분명 이 소리를 들었을 것 이다. 하이에는 공포감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호르스트가 하이에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 녀석이랑 같이 있으니 안심이군...'
이제 해가 저물었고, 보병들은 그렇게 적은 인원씩 재빨리 다리를 건넌 다음 양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주위를 정찰하는 식으로 강을 건넜다. 보병 한 개 소대가 모두 강을 건넜고, 각 분대별로 자리를 확보했다.
이렇게 보병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슐레프 중대의 티거 전차들은 나무 뒤에 은폐한 상태로 다리 건너편을 감제하고 있었다. 오토는 티거 위에 상체를 내민 상태로 쌍안경으로 다리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문제는 없었다.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보병 한 소대가 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이미 다리를 건넌 보병 소대는 더욱 깊숙히 전방으로 전진하고 있을 것 이다. 아직까지 교전은 없었다.
그리고, 티거와 판터 전차들의 엄호를 받으며 독일군의 장갑차, 오토바이, 차량 등이 건너기 시작했다.
티거를 포함한 독일군 전차들은 다리를 건너지 않고 뒤에서 이들이 모두 건널 때까지 엄호해주고 있었다. 현재 오토의 티거는 다리 건너편을 사격할 수 있는 위치에서 은폐하고 있었다. 오토는 긴장되는 상황에서 헤드셋을 귀에서 때고 소리를 듣는 버릇이 있었다.
지금은 아군의 차량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독일군의 차량들은 전조등도 키지 않은 상태로 앞서가는 차량의 엷은 후미등만 바라보며 신속하게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무선으로 각 전차들도 다리를 건너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1소대 출발"
오토의 티거가 맨 앞에서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아까 폭약을 모두 제거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미덥지가 않았다. 조종수 마티아스는 팬티에 오줌을 지렸다.
'으아아...아아아아..'
오토를 뒤따라가는 판터 전차의 전차장 우벤은 전면 관측창을 통해서, 티거의 차간표시 등을 바라보았다.
트트트트 트으응 트드드등
마침네 오토의 1소대 전차들이 모두 다리를 건너는 것에 성공했다. 이미 보병 소대는 더욱 전방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오토의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도하는 모든 인원이 무사히 도하할 때까지는 안심하면 안된다. 더군다나 소련군은 폭약까지 설치해두었다. 분명히 이 광경을 보고 있을 것 이다. 그 때!
쉬이잇!!
묵직한 중포탄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중포탄은 다리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폭발했다.
쿠과광!! 콰광!!!
강에서 엄청나게 거대한 물줄기가 분수처럼 솟구쳤다가 다시 떨어졌다.
"빨리 건너!!!"
"놈들 포병대다!!!"
"다리를 노리고 있다!!!"
소련군은 전차 부대가 오는 순간을 기다려 다리를 폭파하려고 했을 것 이다. 하지만 폭발하지 않자, 포병대에 연락을 취해서 포격을 요청한 것 이었다. 다행히 정확히 조준을 하지 못해서 엉뚱한 곳에 중포탄을 때리고 있었지만, 조만간 좌표를 수정할 것 이었다. 다행히 어둡기 때문에 좌표 수정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 중포탄을 제대로 맞으면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이었다.
오토가 무선으로 자신의 전차장들에게 외쳤다.
"신속히 23구역으로 전진한다!!"
이미 강 도하에 성공한 병력들은 신속히 전방으로 이동하면서 지역을 확보해야 했다. 그렇게 전차 부대들이 한 소대씩 빠른 속도로 강을 건넜다. 소련군의 중포탄은 점점 다리와 가까운 곳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거대한 중포탄이 강 수면 위에서 폭발했다.
쿠과광!!!
엄청난 물줄기가 뿜어져나왔고, 블라덱의 티거에도 엄청난 물이 뿌려졌다. 블라덱이 고함을 쳤다.
"우아악!!!"
이 고함 소리는 오토의 헤드셋에도 들렸다.
'4소대까지 제대로 도하해야하는데!!!'
오토는 티거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 뒤따라오는 전차들을 바라보았다. 그 때, 어떤 소리가 들렸다.
'???'
오토는 헤드셋을 귀에서 땠다.
위이잉 위이이이잉
"사이렌이다!!!"
융커스 Ju87 급강하폭격기들이 소련군의 포병 진지를 공격하기 위해 온 것 이었다. 슈투카들은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거의 90도 각도로 급강하를 하며 소련군 포병 진지에 폭탄을 투하했다.
씨이이이이 씨이이이이
쿠궁!! 쿠과광!! 쿠구궁!!!
Ju87들은 소련군의 방어라인을 쭈욱 따라 이동하면서 포병 진지에 엄청난 폭탄을 투하하고 있었다. 3개 집단로 나누어진 Ju87들의 첫 집단이 폭탄 투하를 마쳤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두 번째 Ju87 집단은 다시 차례대로 급강하를 하며 소련군의 방어선에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Ju87 집단은 아직 고고도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 번째 Ju87 집단의 폭격마저 끝나면 소련군 방어 진지는 그야말로 작살이 날 것 이다.
씨이이!!! 씨이이이이!!
쿠궁!! 쿠과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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