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공작팀
오토는 허리를 숙이고 자신의 소대의 티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우벤 전차장의 판터에 무선을 보냈다.
"여기는 1소대! 32확인점 33확인점 사이 큰 길 T-34 3대! 선두 전차는 격파! 후미 전차 두 대 후퇴 중! 2호 차량 가서 격파하라!"
"2호! 수신 완료!"
우벤 전차장의 판터는 신속히 큰 길로 이동하였다. T-34 두 대는 오토의 말대로 후퇴 중이었고, 우벤의 판터는 T-34의 후면 장갑에 철갑탄을 날렸다.
퍼엉! 쿠과광!
거대한 T-34의 포탑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T-34 뒤를 따라 후퇴하던 다른 T-34 전차에서는 흰 깃발이 올라왔다. 그렇게 우벤은 한 대의 T-34를 격파하고 네 명을 포로로 잡고, 한 대의 T-34를 노획했다.
정비 소대가 왔고, 오토의 티거는 신속히 정비를 마쳤다.
트드등 트드드등
마침 하이에의 보병 소대가 도착해서 같이 이동하기로 했다. 오토가 무선으로 외쳤다.
"전 소대 34확인점으로 전진!"
그렇게 오토의 소대는 신속하게 전진했다. 오토는 관측창으로 하이에 보병 소대의 움직임을 보았다. 녀석들은 호흡이 그야말로 완벽했고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길을 건너야할 때는 부대가 한번에 물결치듯 이동했다. 간혹 연막이 필요할 때는 티거에 수신호를 보냈고, 티거는 연막을 뿌려주었다.
오토는 이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저...대단한 녀석들!'
현재 소련군은 5층짜리 커다란 건물을 점거하고 있었다. 놈들은 건물의 모든 창문, 커튼을 때어두고 불필요한 입구는 모두 가구로 막아두었다. 자기들만 아는 개구멍으로 탄약 등을 공급받고 있었다.
가구를 이용해서 기관총을 적당한 높이에 거치해두고, 곳곳에 저격수를 배치했다. 물론 총구는 절대 창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소련군 소총수들은 벽에 등을 기댄 상태로 불규칙적으로 몸을 내밀어 소총을 쏘는 것을 반복했다.
탕! 타앙!
하이에는 그 건물을 관측 가능한 골목에 엎드린 상태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반대편에서 다른 보병 녀석이 소총에 철모를 얹고 흔들고, 티거가 연막을 뿌렸다.
드륵 드르르륵
5층 창문에서 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저기 기관총이!'
잠시 뒤, 오토의 소대는 소련군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건물에 고폭탄을 쏟아부었다. 하이에가 알려준 기관총이 거치된 창문에는 고폭탄과 유산탄을 쏟아부었다.
그 틈을 타서 하이에 소대원들은 유령처럼 신속하게 건물로 접근해서 창문에 수류탄을 한번에 던졌다.
쿠광!쿠과광!
그리고 지체하지않고 하이에 소대는 건물로 진입했다. 여기저기서 총 소리가 들렸다.
탕! 타앙!
건물 내부는 연기와 먼지로 가득찼고 총이 발사될 때마다 불꽃이 번쩍거렸다. 병사들은 가능하면 몸을 벽에 밀착시키고 신속히 이동했다. 각 분대마다 분대원들은 후위 지원, 엄호조, 실내 수색, 수류탄 돌입조 등으로 나뉘어 완벽하게 자기 임무를 수행했다.
하이에는 발사광이 보인 곳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쿠구궁!
그렇게 독일군은 시가지 점령에 성공했다. 오토의 소대 또한 차량을 정비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모든 차량은 기동 가능했다.
구데리안이 Sd.Kfz 251/6 지휘장갑차타고 와서 급하게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다. 오토와 동기들은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 보았다.
'클라이스트 기갑 집단은 어디까지 온거지?'
'구데리안이랑 클라이스트 누가 더 위일까?'
현재 클라이스트 또한 기갑의 클라이스트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구데리안은 한참을 발터 모델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하이에가 불려왔다.
오토와 동기들이 이걸보고 생각했다.
'저...저 녀석이 왜!'
하이에가 구데리안에게 경례를 하고, 건물 점령 전투를 보고했다. 구데리안은 껄껄 웃으며 하이에를 격려하고는 급하게 자신의 지휘장갑차를 타고 또 어디론가 향했다.
전차병들이 수근거렸다.
"하이에 소대장 대단하긴 했어!"
"실력 좋은 보병 소대랑 싸워서 다행이었네!"
전차병들 입장에서 훌륭한 보병들의 엄호를 받는 것이 무척 중요했던 것이다. 실력 없는 보병들은 전차부대에게 이거 격파해달라 저거 격파해달라 부탁만하고 엄호는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마티아스가 수근거렸다.
"보병 녀석들한테 들었는데, 하이에 저 자는 밧줄 타고 내려오면서 MP40을 창문에 긁었대!"
"멋있다!"
에밀이 말했다.
"나도 한번쯤 저런 소대장 밑에서 악!"
알프레트가 에밀의 허리를 쿡 찔렀다. 오토가 굳은 표정으로 뒤에서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히익!'
"우하하하! 하이에가 보병 전술에 뛰어나긴하지! 나도 인정하네!"
잠시 뒤, 오토는 티거에서 혼자 가족이 보내준 싸제 초콜릿을 먹으며 에밀에게 이를 갈았다.
'네 놈은 앞으로 찍혔다!'
하지만 오토는 하이에가 모두에게 인정받는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지? 공은 내가 더 많이 세웠는데? 착한척 의리있는척해서 그런가? 나한테는 없는 뭔가가 있다...'
한편, 표도르의 전차병들을 포함한 일부 소련군은 후퇴한 상황이었다. 정치 장교는 식은 땀을 흘리며 무전을 틀었다.
"에이 오! 에이 오! 에이 오!"
무전에서는 독일 노래가 흘러나왔다. 정치 장교는 초조하게 주파수를 바꿔보았다. 그러자 히틀러의 연설이 흘러나왔다.
"저도 여러분들과 같습니다! 참호에서 싸우며 독가스를 마시고!"
정치 장교는 헐레벌떡 무전을 끄고 통신병에게 외쳤다.
"빨리 고치게!"
소련군 통신병이 외쳤다.
"파시스트 놈들이 수를 쓴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쓰던 주파수를 기로챘습니다!"
"뭐라고!"
독일의 방해 공작팀이 소련군의 주파수에 맞춰서 음악과 히틀러의 연설을 틀어놓은 것 이었다. 정치 장교는 무전기를 집어던졌다.
"이런 젠장!"
정치 장교는 식은 땀을 흘리며 지도를 보았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포위당하고 말 것이었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퇴각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제 아무리 멍청한 정치장교도 이대로 가다간 좆된다는 것을 알았다.
'괘...괜찮다! 우리는 예비대가 충분하다! 다행히 파시스트 놈들의 1기갑집단은 늪지대에서 기동해야하기에 지체되고 있다! 북쪽에서 포위망을 형성하는 2기갑집단을 상대로만 방어에 성공하면 포위당하는 일은 없을거다!'
후퇴한 소련군을 격려하고 사기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스피커에서는 스탈린의 연설이 흘러나왔다.
"동무들! 사악한 독일 파시스트가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파시스트들은 우리가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인 실패에도 불과하고 훌륭한 육군은 파시스트를 상대로 대반격을 하고 있습니다! 농민과 노동자들이 진정한 소련의 수호자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파시스트들을 우리의 땅에서 몰아낼 것 입니다!"
표도르의 T-34 전차는 기동불가된 상황이었다. 조종수 드미트리가 물었다.
"이...이걸 어떻게 합니까?"
표도르가 말했다.
"차체 아랫부분은 묻어서 토치카로 써야지."
파벨이 목소리를 낮추고 눈을 굴리며 말했다.
"지금 이럴때가 아닙니다. 빨리 퇴각하지 않으면..."
표도르가 말했다.
"조만간 예비대가 올걸세. 그때까지만 버티면 되네."
지난번 포격 이후로 약간 정신이 나간 글리에르가 말했다.
"무리입니다! 후퇴해야합니다 놈들은 분명 여길 포위할 겁니다!"
드미트리가 주변의 눈치를 보고 외쳤다.
"멍청아! 조용히 해! 굴라크 가고 싶냐!"
표도르가 말했다.
"우리는 강하다. 포위되는 일은 없다."
글리에르가 외쳤다.
"그렇게 강한데 어째서 여태까지 지기만 했습니까!"
파벨과 드미트리는 식은 땀을 흘렸다.
'저 정신나간 새끼!'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표도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많은 병력을 포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상부에서도 뭔가 생각이 있을거다."
그 말에 글리에르가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도 그 멍청한 작자들을 믿는건가!'
"당장 후퇴하지 않으면 몇십 만이 여기서 녹아없어질 것입니다. 집으로는 못 돌아가겠죠."
"군인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대로 싸우면 그만이다."
그 때, 정치 장교가 걸어왔다. 스탈린의 연설은 여전히 스피커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병사들의 표정은 완전히 굳어있었고 눈빛 또한 공허했다.
다른 때 같았다면 군기를 잡는다며 일장 연설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 장교도 차마 이런 상황에서 허세를 부릴 수는 없었다.
"지금 우리 부대는 무척 힘든 상황에 쳐해있다! 하지만! 조만간 강력한 예비대가 올 것이다! 그 때까지만 버틴다! 이상!"
정치 장교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예비대가 온다는 말에 드미트리가 말했다.
"다...다행이다! 강력한 예비대면 전선을 유지할 수 있을거야!"
글리에르가 초점없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예비대가 온다는 말은 결국 후퇴는 안한다는거지..."
"잔말말고 땅이나 파게."
그렇게 표도르와 전차병들은 기동불가된 T-34를 묻어 토치카로 쓰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저기 봐!"
"아군이다!"
하늘에서 슈트르모빅 편대가 날아가며 멋진 비행운을 남겼다. 소련군은 모두 슈트르모빅을 보며 환호성을 날렸다.
"좋았어!"
"다 박살내버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독일군의 매서슈미트 편대가 구름 속에서 등장했다. 한스의 사생아 중 하나인 권터는 팬티에 오줌을 지리며 매서슈미트를 조종하고 있었다. 롤링 기동을 하자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이 기울어졌다.
'흑사병(슈트르모빅)은 후방 기총 사수가 없다! 꼬리만 잡으면 된다!'
슈트르모빅이 PTAB 대전차폭탄을 초저고도에서 전차부대를 향해 투하하는 일은 막아야했다. PTAB 대전차 폭탄이 투하되면 1.7kg 소형 폭탄이 사방에 흩뿌려지며 폭발하며, 티거나 판터같은 중전차도 상부장갑이 박살난다.
슐레프 중대 또한 넓은 쐐기대형으로 대평원을 진격하고 있었다. 오토는 해치를 닫고는 매서슈미트 편대를 응원했다.
'제발!제발!'
그리고 하늘에는 필기체를 마구 갈겨쓴 것 같은 비행운이 남겨지기 시작했다. 중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비행하던 권터는 기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슈트르모빅의 꼬리를 잡으려 시도했다. 그렇게 기체가 기울며 방향전환을 마치자 권터의 매서슈미트는 대충 슈트르모빅의 꼬리를 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기체가 뒤집힌 상태라 지평선 위에 땅이 있고 지평선 아래에 하늘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악!'
권터는 다시 180도 롤기동을 해서 기체를 바로 잡았다. 지평선이 기울더니 다시 하늘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권터는 앞에 보이는 슈트르모빅을 향해 기관총을 짧게 긁었다.
드륵 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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