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중부집단군
그 날, 슐레프 중대는 남쪽으로 부대 이동을 할 것 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게오르크가 경악했다.
"뭐..뭐야!! 모스크바 이대로 가는거 아니었어?"
오토가 말했다.
"아무래도 중부집단군 돌출부가 너무 커서 측면 전선 확보할 건가봐."
"그럼 우리 남부집단군 지원 병력으로 가는건가?"
"뭐? 그 쪽까지 내려간다고?"
헬무트가 욕설을 퍼부었다.
"이제 모스크바 따고 집에 돌아갈 일만 남은줄 알았는데 이게 뭐냐!!"
다들 길어야 2개월 내로 전쟁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 이다.
"그..그러면 남부집단군 도운 다음에 돌아와서 모스크바 따는거야?"
"그..그냥 주공 기만하려고 남쪽으로 가는거 아닐까?"
"아닐세!! 이건 분명 남부집단군 지원 병력으로 가는걸세!"
"이런 젠장!!!"
"몰라! 될대로 가야지!"
고작 하급 장교들이 떠들어봤자 어차피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장기말일 뿐이었다. 오토 소대의 알프레트가 쑥덕거렸다.
"우리 부대만 남부로 가는건가?"
요하네스가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뭐가 다행인가?"
"소련 놈들이 모스크바를 그냥 뺏기겠나? 어떻게던 사수하려하겠지! 모스크바에서 시가전을 한다고 생각해보게나!"
그 말에 전차병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에밀이 속으로 생각했다.
'수명 한 달은 연장된건가?'
보병들은 말에게 먹일 건초들을 농민들에게 잔뜩 구입하였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주변에 있는 과일 나무에서 열매를 딴 다음 잡낭 속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부대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트으으으 트드등 트드드등 트트등
전차 부대의 각 전차마다 15명 정도 되는 보병들이 올라탄 상태로 전진하였다. 오토와 전차장들은 심기가 불편했다. 이렇게 많은 보병들이 타면 전차 궤도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이러다가 전차 퍼지겠다!!'
그 때, 티거에 탑승하고 있던 지크프리트 4인조의 크리스티안이 오토에게 말을 걸었다.
"중위님!!"
"무슨 일입니까?"
"엔진 열기 때문에 엉덩이가 타버릴 것 같습니다!"
오토는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그러면 내리던지!!!"
하지만 나이도 많고 1차대전에서 1급 철십자 훈장을 받으며 한스 파이퍼와 싸운 베테랑 지크프리트 4인조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오토는 궁둥이 밑에 깔기 좋은 담요를 내주었다.
트으응 트드등 트드드드등
호르스트가 외쳤다.
"먼지가 너무 많아!!"
올라프가 티거 위에 우뚝 서고 외쳤다.
"이대로 스탈린 목까지 따자!!"
"근데 우린 왜 이 쪽으로 가는 거야?"
올라프가 티거 위에 올라선 상태로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우리 부대만 남쪽으로 가는게 아닌가봐!!"
광대한 러시아 벌판에서 차량이 지나갈 수 있는 롤반에 수 많은 차량과 마차, 보병들이 행렬을 이루며 남쪽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남쪽으로 가는 이 행렬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45분에 한 번씩 정차하고 연료 체크하고 정비하는 것을 반복했다. 오토와 전차병들의 얼굴과 손, 군복은 먼지로 뒤범벅이 된 상태였다. 어느덧 식사 시간이 되었고, 병사들은 롤반에 늘어선 전차 옆에 주저앉아서 다 식은 통조림과 딱딱한 빵을 먹어야 했다. 각 전차마다 막내가 후방 데크 위에서 빵을 자르고 돼지 기름을 바르며 간단한 식사를 분비했다.
베이컨이 있기는 했지만 구워서 먹을 시간이 없었다. 덱스트로 에너지 정(포도당 캔디)는 너무 맛있어서 대다수의 병사들은 이미 다 먹어버린 상태였다. 오토는 포도당 캔디를 나눠먹기 싫었기 때문에 포탑에 숨어서 한 알씩 꺼내어 먹었다. 물론 오토의 소대원들은 오토가 이렇게 혼자서만 아껴둔 음식을 먹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티아스가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마을에라도 들어가면 좋을텐데...'
'뭔 놈의 땅이 이렇게 넓어?'
이제 해는 저물고 있었다. 그 때, 슐레프 중대장이 통신 차량으로부터 통신을 받고 장교들을 집합시키고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 72 확인점 마을에 파르티잔이 아군을 포로를 붙잡아두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이..이 곳에 파르티잔이 있었다고?'
'망할 놈의 파르티잔 새끼들!!'
파르티잔은 독일군에게 있어서 가장 증오스러운 상대였다. 토착 공산주의자들은 파르티잔에게 적극 협조하며 부상자 치료, 정보 제공, 길 안내 등을 하고 있었다. 독일군 일부가 마을 주민들을 지극히 경계하고 민간인에게 공격적인 것도 파르티잔에게 정보가 흘러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오토가 생각했다.
'근데 우리 중대가 지원하러 가면 파르티잔들은 포로를 다 죽이지 않을까? 티거 배기음은 멀리서도 들릴텐데?'
슐레프 중대장이 외쳤다.
"이번 작전에서는 보병이 우선한다!"
그리고 이번 작전의 정찰 임무는 1차대전 출신 베테랑이자 1급 철십자 훈장 수훈자인 지크프리트 4인조의 로베르트가 맡게 되었다. 블라덱이 쑥덕거렸다.
"왜 저 녀석이 하는거지? 얼마 전에 분뇨 더미에 수류탄 떨궈서 똥폭탄 터트린 놈이잖아!!"
"뭔가 불안한데!!"
"10대 20대 병사들을 민간인으로 위장시킬 수는 없잖아!"
그리고 러시아어에 능통하다는 이유로 형벌부대원 하이에가 스피커 역할(특수 작전 시행할때 적군과 대화를 하는 역할)을 맡았다. 마티아스가 쑥덕거렸다.
"러시아어를 잘한다니, 역시 저 녀석은 공산주의자 스파이가 틀림없습니다!"
오토가 말했다.
"아닐세. 저 녀석은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 러시아어를 부전공했다더군."
"그..그렇게 똑똑한 놈입니까? 아무튼 저 녀석은 스파이가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하이에는 지크프리트 4인조의 로베르트와 함께 건초로 가득한 짐수레를 끌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놀랍게도 로베르트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있었다. 이따가 맛있는거 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이다. 하이에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는 두려움이 전혀 없다!! 1차 대전 출신 베테랑 답다!!'
총기를 들고 있는 파르티잔들이 이를 막아섰다.
"정지해!! 그건 뭔가?"
하이에가 능숙한 러시아어에 사투리까지 섞어서 말했다.
"말을 먹일 건초를 팔러 왔소!"
파르티잔들은 소총으로 건초를 푹푹 찔러보았다. 건초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통과해!!"
하이에는 건초를 내리는 척 하면서 곁눈질을 하며 건물 위치 등을 살펴보았다. 파르티잔들은 놀랍게도 무릎 높이에 인계철선을 설치해두었다. 이런 높이에 설치한 인계철선은 대인용이 아니라 독일군의 오토바이 부대가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함일 것 이다.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달려서 진입하다가 줄에 걸리면 걸려 있는 지뢰가 폭발할 것 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에 탑승한 사람의 목에 걸릴 정도의 위치에도 인계철선이 설치되어 있었다. 오토바이 부대가 기관총을 난사하며 마을 내부로 진입했다가는 이 인계철선에 모가지가 날아갈 것이 분명했다.
하이에가 파르티잔에게 말했다.
"목이 마른데 물 한 잔만 주시오."
하이에는 물을 받아마시며 곁눈질로 인근을 더 살펴보았다. 하얀 밀가루가 뿌려져 있는 곳이 있었고, 그 곳에는 땅이 파헤쳐진 흔적이 있었다. 아마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대전차 지뢰를 설치해둔 것 같았다.
이 곳은 일부 토착 공산주의자들이 농민들과 함께 사는 마을이 아니라 파르티잔의 진지나 다름 없었던 것 이다.
'이 놈들 참호까지 파뒀군...'
마을에는 독일군의 포격이 있을 경우 몸을 엄폐하기 위한 참호까지 곳곳에 파여 있었다. 포격은 주로 가옥을 노리기 때문에, 마을을 점령한 보병들은 가능하면 집 내부에 있지 말고 참호 안에 들어가야 했다. 이 파르티잔들은 상당한 수준의 보병 교리까지 숙달된 놈들이었던 것 이다.
하이에는 손 안에 식은 땀이 차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태연하게 건초를 운반해준 다음 로베르트와 함께 빈수레를 들고 마을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때, 한 파르티잔이 뒤에서 이들을 불렀다.
"이봐!! 기다려!!"
하이에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뭐요?"
"혹시 메밀 있나?"
"한 수레 있소!!"
"그것도 가져오시오!!"
그렇게 하이에와 로베르트는 태연하게 빈수레를 끌고는 마을을 빠져나왔다. 하이에는 자신이 얻은 정보를 보고했다.
"마을 곳곳에 인계 철선이 걸려 있어서 오토바이 부대가 내부에 진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이에가 얻은 정보에 의해 보병들은 형벌 부대와 함께 은밀하게 마을 근처로 잠입했다.
마을에서는 요리를 하고 있었는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보병들은 수신호를 주고 받으며 두 경로를 통해 은밀하게 접근했다. 그 때, 하이에는 낮은 위치에 달린 줄을 발견하고, 손을 들고 정지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멈춰!!'
그 줄에는 빈 깡통이 담겨 있었다. 아마 깡통 속에는 자갈이나 동전이 들어 있어서, 줄에 걸리면 소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하이에와 보병들은 줄을 피하며 은밀하게 풀숲을 헤치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풀에는 병사들이 지나가면서 생긴 자국이 남았다. 오토는 티거 해치 위에 상체를 내밀고 쌍안경을 든 채로 상황을 초조하게 보고 있었다.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멀리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탕! 타앙! 탕!
드륵 드르르륵
무선으로 슐레프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전 부대!! 돌격!!!"
풀 숲에 엄폐하고 있는 전차들이 모두 마을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트으응 트드등 트드드등
"아군 오사 주의한다!!"
드륵 드르륵 드륵
쾅!! 쿠과광!!
이미 마을 내부에서는 치열한 근접전이 벌어진 상황이었다. 한 독일군 신병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로 아무 곳으로나 소총을 갈겨댔다.
탕! 타앙! 탕!!
마을의 가장 큰 집의 지하실에서 한 부인은 대여섯살밖에 되지 않은 자신의 아이들을 꼭 끌어안았다. 아이가 말했다.
"엄마, 우리 이제 죽는거야?"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엄마 옆에 꼭 붙어 있으렴.."
밖에서는 계속 총 소리가 들렸고, 그 때마다 부인의 어깨는 움찔거렸다.
'이 지옥에 너만 내버려둘 수는 없어! 죽어도 같이 죽자꾸나!'
부인은 자신의 아이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귀뚤귀뚤 귀뚜라미~ 귀뚤귀뚤 노래하네~ 별님들은 눈빛으로"
밖에서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쿠구궁!! 콰광!!
잠시 뒤, 슐레프 중대와 보병들은 마을을 점령했고 포로들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다. 형벌 부대원 하이에는 그야말로 무쌍을 찍으며 수많은 파르티잔들을 사살한 상황이었다. 형벌 소대장 할더는 하이에를 계속 자기 밑에 두기로 결심했다.
'이 녀석만 있으면 앞으로 내 진급은 탄탄대로다!!아무리 많은 공을 세워봤자 내가 보고서에 안 올리면 그만이지!!'
하지만 할더는 하이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네의 용기 덕분에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우들을 구할 수 있었네! 이는 보고서에 올리도록 하겠네!!"
한편 하이에와 함께 이번 정찰 임무를 수행해서 전투를 승리로 이끈 로베르트는 소대장에게 칭찬을 받고 있었다.
"대단한 용기였네! 이를 보고서에 올리겠네!"
이제 40대에 접어들어 나이 만큼 철이 든 로베르트가 외쳤다.
"소대장님! 질문을 해도 되는 것을 허락받아도 되는지에 대해 묻는 것을 허가해주십시오!"
"뭔가?"
"정찰 임무도 수행했는데 포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소대장은 콧수염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소대원들이 모두 이 광경을 보고 있었고, 정찰 임무를 수행한 녀석에게 포상을 내리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소대원도 위험한 임무에 자진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잠시 뒤, 로베르트는 마을에서 베이컨 두 줄, 소시지를 구우며 덱스트로 에너지 정을 입 안에 넣고 있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병사들의 코를 찔렀다.
올라프가 말했다.
"나 하나만 주면 안 되냐?"
언제나 전우를 생각하고 용맹한 로베르트가 일언지하에 말했다.
"안돼!"
하이에 또한 베이컨을 먹었다. 그런데 아까 전에 아무 곳에나 총을 난사하던 신병이 눈에 띄었다.
'저 녀석은?'
그 신병은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주저 앉아서 멍하니 까샤를 먹고 있었다. 이는 일종의 전투 피로증이었다. 이런 전투 피로증을 겪는 병사가 하나 생기면 순식간에 부대 전체에 전염되기도 하였다. 이런 병사가 있으면 다른 병사들과 어울리도록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소대장의 임무였지만 소대장은 보고서를 쓰느라 바빴다.
하이에는 소시지를 포크로 찍어서 그 신병에게 하나 가져다 주었다.
"이거 먹게."
그 신병은 하이에가 준 소시지를 먹었다. 몇 안 되는 마을 주민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독일군을 쳐다보았다. 지하실에 숨어있던 부인은 총격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아이와 함께 생존할 수 있었다. 슐레프 중대는 이제 다시 남쪽으로 기나긴 행군을 해야 했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저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스테판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몰라. 내가 알 바냐."
그렇게 다시 전차 부대는 연기를 뿜어내며 남쪽으로 전진했다. 한 신병은 독일 민요를 흥얼거렸다.
"어린 한스가 홀로 길을 떠나네! 드넓은 저 세상으로! 멋진 지팡이와 모자를 쓰고! 한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네! 하지만 엄마는 눈물을 흘리고! 가엾은 우리의 한스!"
한 신병은 가사를 끝까지 몰랐는지 계속 1절만 반복했다.
지크프리트 4인조의 호르스트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 신병에게 물었다.
"그 다음 가사는 어떻게 되냐?"
"저도 모릅니다!"
그렇게 신병은 계속 같은 노래 가사를 반복했다.
"어린 한스가 홀로 길을 떠나네! 드넓은 저 세상으로! 멋진 지팡이와 모자를 쓰고! 한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네! 하지만 엄마는 눈물을 흘리고! 가엾은 우리의 한스!"
작가 주석 : 526~528회차 시점 현재 오토소속된 부대의 이동 방향
구데리안의 제2기갑집단은 제24기갑군단, 제46기갑군단, 제47기갑군단, 기갑 집단 직할 부대로 이루어져있다! 이들은 모스크바로 향하고 있었는데 히틀러의 명령에 의해 남부집단군을 지원하해서 키예프를 탈환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그림의 빨간색 색연필로 표시된 것이 현재 전선이다! 보라색으로 표시한 24에 동그라미 표시된 것이 현재 오토의 부대가 소속한 24기갑군단이다! 이들은 남쪽으로 내려간 다음, 키예프에 있는 소련군을 포위할 예정이다!!
24기갑군단은 현재 코노토프로 향하고 있다!
저 파란색 색연필로 표시된 것은 바로 드네프르강이다! 드네프르강 쪽, 그니까 남부에서도 클라이스트 장군의 1기갑집단이 키예프를 포위하러 북쪽으로 올라갈 것 이다! 그런데 남쪽은 늪지대라서 전차 기동이 힘들다!보시다시피 어마어마한 포위망을 형성해야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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