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텐크라트
에밀라는 자신이 후원하는 고아원에서 업무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길거리에 크게 붙어 있는 광고 전단지를 보았다. 그 전단지에는 초콜릿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독일 병사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봐 전우들! 엄마가 내게 뭘 보내줬는지 보라고!]
에밀라는 상점에 들어가서 초콜릿을 구입하고는 오토에게 보내기로 결심했다.
'오토...건강하게 지내고 있는거니...'
부상자들이 열차를 통해 후송되는 사진을 기사에서 볼 때마다 에밀라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에밀라는 배우로서의 일과 정치쪽에서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했고 권력욕이 많았다. 하지만 아들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밀라는 집에 포장된 초콜릿을 들고 와서 직접 포장을 하고 예쁜 편지지에 오토에게 편지를 썼다.
'후방에 있다고 하니 괜찮겠지?'
오토는 물론이고 한스도 에밀라에게 오토는 후방에 있어서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한 것 이었다. 이제 여섯 살이 된 딸 마야가 에밀라에게 걸어와서 초콜릿을 보며 물었다.
"오토에게 보내는 거야?"
"그렇단다."
마야 또한 크레용을 이용해서 도화지에 오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그 편지에는 전차를 탄 오토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한편, 오토의 여자친구인 밀리나는 무기 성능 시험장을 방문하고 철통 같은 경호 속에서 방탄 차량을 타고 돌아오는 길 이었다. 무기 성능 시험장에서는 새롭게 개발된 기관총, 특수 목적 차량 등이 시연되고 있었고, 이런 무기 성능 시험장에서는 근로자 여성들이 직접 기관총을 쏘거나 기관포를 발사해보기도 하였다.
기관총 소리가 엄청나게 시끄러웠지만 밀리나에게도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밀리나 또한 이렇게 공장을 방문하면서 나름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 이다. 밀리나는 창문을 통해 길거리를 바라보다가 커다란 전단지를 발견했다. 그 전단지에는 여자친구의 편지와 담배를 받고 좋아하는 병사의 그림과 함께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전쟁터에 있는 연인을 위해 담배를 선물하세요!]
밀리나는 경호원한테 부탁해서 담배를 사오라고 한 다음에, 집으로 돌아와서 담배를 포장하고 편지를 썼다.
'이걸 보면 오토가 날 떠올리겠지?'
몇 년 전, 밀리나는 오토가 좋아하는 바움쿠헨을 직접 요리했던 적이 있다. 물론 쑥쓰러웠기 때문에 여학교에서 실습 시간에 만들어본거라고 핑계를 대기는 했다. 오토는 기대하는 표정으로 바움쿠헨을 한 입 먹어본 다음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지만 억지로 맛있다고 해주었다.
요새 담배 회사, 초콜릿 회사 등은 그야말로 떼돈을 벌고 있었다. 제 아무리 히틀러라도 금연 캠페인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제대로 실패를 했던 것 이다.
그리고 남쪽으로 행군을 하던 슐레프 중대 또한 가족과 연인으로부터 온 소포를 받게 되었다.
오토는 어머니로부터 온 초콜릿과 밀리나에게 온 담배를 받았다. 할머니 엠마 또한 오토와 스테판에게 똑같이 간식거리와 양말을 보내 주셨다.
병사들 또한 많은 담배를 받았는데, 이 당시 어떤 담배갑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담배의 수입은 독일 국방군에게 쓰입니다]
그리고 담배갑에는 전차 카드가 넣어져 있었다.
"오 전차 카드다!"
에밀이 입에 담배를 물고는 자신의 카드를 바라보았다. 이 당시 담배갑에는 전차 카드, 항공기 카드 등이 들어 있었다. 요하네스가 에스토니아산 성냥으로 불을 붙이자, 전차병들은 모두 성냥 한 개를 이용해서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 당시에는 성냥이 부족했기 때문에 병사들은 모두 동시에 담배불을 붙여야 했다.
"담배 공장은 지금 얼마나 돈을 벌고 있을까?"
"공장 갖고 있는 녀석들은 좋겠다!!"
알프레트는 담배를 피우며 자신의 담배갑에서 나온 한 페이지짜리 작은 만화를 보고 있었다. 이런 것을 돌려보는 것 또한 작은 여흥이었다.
마티아스가 말했다.
"그거 다 보고 나 줘라. 잎 담배 말아피울게 없어."
마티아스는 얼마 전 소련군에게서 노획한 담배를 말아 피울 종이가 필요했던 것 이다. 여태까지 소련군의 시체를 종종 노획했는데 놈들의 담배 중에는 궐련이 없고 항상 잎 담배로 되어 있어서 말아서 피울 종이가 필요했다.
"소련군은 휴지도 보급 안해주고 궐련도 보급 안해주면 어떻게 담배를 말아피우라는거냐?"
"삐라라도 주워서 말아 피우면 되지 않을까?"
"지난 번에 우리한테 포로로 잡힌 녀석이 담배 말아 피우려고 삐라 주웠다가 처형당하기 직전에 탈출했다더군."
마티아스가 잎 담배를 말아 피우며 말했다.
"알아서 몰래 몰래 피우란거지 뭐."
"장교들은 궐련 보급해주겠지?"
"그 평등하다던 공산주의에도 계급이 존재하군."
오토는 동기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블라덱은 금으로 만든 미제 지포라이터를 쓰고 있었고 동기들은 이를 탐이 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스테판이 말했다.
"나도 그거 한 번만 켜보자."
하지만 블라덱은 이를 거절했다.
"안돼!"
오토는 할아버지 뮐러씨가 준 오스티라아산 휘발유 라이터를 썼지만 그래도 미제 지포라이터가 더 멋있어 보였다.
구두쇠 블라덱은 미제 지포라이트로 불을 켜줄 때도 선심을 써주듯이 불을 켜주었다. 그 때 누가 외쳤다.
"배급이다!!!"
병사들은 모두 차량이 오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번엔 뭐냐!!"
"우와! 콜라다!!"
차량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코카 콜라와 미국에서 구입해 온 스팸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병사들은 스팸을 굽지도 않고 그대로 숟가락으로 퍼 먹었다. 오토와 동기들 또한 스팸을 구워먹으며 콜라를 마셨다.
"캬!! 이게 제맛이지!!"
헬무트 또한 코카콜라 병을 한 손에 들고는 말했다.
"이거 한 병이면 우크라이나 아가씨한테도 작업 끝이지!! 만나서 반갑습니다. 코카 콜라 한 잔 하시겠습니까?"
실제로 헬무트 녀석은 사관 생도 시절에도 코카 콜라를 권하며 아가씨들에게 작업을 걸곤 했다. 아버지가 커다란 팬티 공장을 운영하는 블라덱이 투덜거렸다.
"전쟁은 우리랑 소련이 하고 돈은 미국이 벌고...아무리봐도 이건 불합리하네!"
실제로 미국은 소련을 상대로는 투숑카 통조림을 팔아서 떼돈을 벌고 있었다. 이 미제 투숑카 통조림은 독일군에게도 민간인에게도 대단히 인기가 좋았다. 볼프강이 말했다.
"이 망할 미국놈들 우리 독일식 민주주의가 짝퉁 민주주의라느니 떠들고 있다지?"
현재 독일 제국은 공식적으로 입헌군주제를 시행하며 독일식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었다. 황제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행사하고, 총리는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 이러한 독일식의 민주주의 제도는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이탈리아에서도 독일식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는 크게 미국식 민주주의와 독일식 민주주의 두 가지로 나뉘고 있었다.
게오르크가 미제 스팸과 콜라를 먹으며 말했다.
"소련놈들은 우릴 파시스트라 하고 미국 놈들은 우릴 짝퉁 민주주의라 하고...양쪽에 식량이나 팔아먹는 재수없는 양키 새끼들..."
현재 파시즘은 강경 파시즘, 그리고 히틀러와 무솔리니로 대표되는 온건 파시즘 둘로 크게 나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파시스트는 강경 파시즘을 지칭하는 단어였기에, 독일군들 입장에서는 파시스트라고 불리는게 억울했다.
오토가 말했다.
"난 우리 민주주의가 상당히 합리적인 것 같은데..."
현제 빌헬름 2세가 황제로서 대통령의 역할과 함께 최종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공식적인 독일 제국의 국가 원수를 겸직하고 있었다. 또한 히틀러 총리는 실질적 국가 원수로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행정부를 지휘하고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오토는 이러한 독일식 민주주의가 상당히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헬무트가 스팸을 먹으며 말했다.
"양키 새끼들 얼마나 떼돈을 벌었을까?"
"우린 전쟁에서 갈려나가는데 그 새끼들은 경제 대국이 될걸세!"
블라덱이 말했다.
"원래 전쟁나면 공장이 떼돈을 버는 걸세!"
지금 블라덱의 팬티 공장도 떼돈을 벌고 있었다. 오토와 동기들은 갑자기 전쟁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사업해서 돈이나 버는게 장땡 아닐까?'
형벌 부대 하이에 녀석 또한 보급 받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주워듣는게 많은 게오르크가 수근거렸다.
"저 녀석 대전차 수류탄으로 소련군의 T-34 두 대를 격파했다는군!!"
형벌부대에 오기 전까지, 하이에는 1급 철십자 훈장에, 전차를 격파한 군인에게 수여되는 전차 격파장까지 오른쪽 소매에 자랑스럽게 부착하고 있었을 것 이다. 지난 번 전투에서 하이에가 무쌍을 찍으며 수 많은 파시스트를 사살하는 것을 목격한 병사들 사이에서는 하이에의 무용담이 떠돌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만 안 벌였으면 좋았을텐데 말일세."
"저 녀석도 분명 후회하고 있을걸세!"
오토는 하이에라는 녀석에게 질투심을 느꼈다.
'똑같은 살인자 주제에 착한 척 하기는...저 놈도 분명 구린 구석이 있을거다!!'
잠깐의 휴식과 식사 시간이 끝나고 다시 부대는 행군하기 시작했다. 남쪽으로 갈수록 롤반(도로)의 상태가 안 좋아졌고, 결국 롤반은 중간에서 끊기고 말았다. 오토는 상체를 해치 위로 내민 상태로 조종수 마티아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반경 50m 정도로 천천히 우측으로 선회한다!!"
티거의 궤도와 병사들의 군복은 전부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그리고 0.8m 정도 깊이의 얇은 하천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병사들은 모두 발가벗고 군장이 젖지 않도록 머리에 이고 하천을 건너기 시작했다. 수 많은 병사들의 궁둥이가 보였다. 전차들 또한 얕은 하천이라 무리없이 하천을 건너기 시작했다.
엿 같은 도강이 끝나고 부대는 작은 마을에서 숙영을 시작했다. 보병들은 모두 양말이 찢겨저서 발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이런 양말을 기우는 것은 보통 분대의 막내의 몫이었다. 꼬맹이들은 병사들이 피우다가 버린 담배를 주워서 입에 물었다. 오토는 꼬맹이들의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것을 보고는 라이터를 들고 걸어갔다.
"네 놈들도 담배 피우냐? 자! 불이다! 악!!!"
슐레프 중대장이 오토의 귀를 잡아당겼다.
"어린 아이한테 담배가 안 좋은거 모르냐?"
"그..그런건 미신입니다! 담배는 건강에도 좋습니 악!!"
슐레프는 오토가 주머니 속에 꼬불쳐 둔 초콜릿을 꺼냈다.
"저 아이들에게도 나누어주게!"
민간인들에게도 친절하고 늘 정의롭고 약자를 생각하는 오토는 아까운 초콜릿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 망할 꼬맹이들!!!'
꼬맹이들은 오토가 나누어준 초콜렛을 먹으며 집으로 달려갔다. 오토는 자신의 소대 전차들을 점검하였다.
"이상 없는가?"
"아직까진 전부 잘 굴러갑니다!!"
'점점 도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다...전차 기동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티거가 늪에 빠져서 기동불가가 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일 것이 분명했다. 그 때 어디선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좋았어!!"
"근사해!"
"케텐크라트(궤도 오토바이)야!!
오토가 그 쪽으로 가보니, 정말 근사한 오토바이가 있었다. 그 오토바이의 뒷부분은 궤도로 되어 있었다. 이렇게 앞에는 바퀴, 뒤에는 궤도로 만든 장갑차는 험지에서 대단히 유용하다. 그런데 오토바이도 이렇게 반궤도 형태로 만들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이다.
이 케텐크라트에는 운전수, 뒷좌석에는 탑승자가 두 명 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놀랄만큼 속도가 빨라서 70 km/h로 달릴 수 있었다. 이 케텐크라트가 슐레프 중대에도 배치된다고 했다.
'확실히 유용하겠군...'
최근에는 보급도 잘 되고 있었고, 군부에서는 키예프 점령을 확실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분명 정예 소련군과의 전투는 이전까지의 전투보다도 훨씬 난이도가 높을 것 이었다. 오토는 보드카를 한 입 마시고는 자신의 소대 전차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작가 주석 : 526~528회차 시점 현재 오토소속된 부대의 이동 방향
구데리안의 제2기갑집단은 제24기갑군단, 제46기갑군단, 제47기갑군단, 기갑 집단 직할 부대로 이루어져있다! 이들은 모스크바로 향하고 있었는데 히틀러의 명령에 의해 남부집단군을 지원하해서 키예프를 탈환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그림의 빨간색 색연필로 표시된 것이 현재 전선이다! 보라색으로 표시한 24에 동그라미 표시된 것이 현재 오토의 부대가 소속한 24기갑군단이다! 이들은 남쪽으로 내려간 다음, 키예프에 있는 소련군을 포위할 예정이다!!
24기갑군단은 현재 코노토프로 향하고 있다!
저 파란색 색연필로 표시된 것은 바로 드네프르강이다! 드네프르강 쪽, 그니까 남부에서도 클라이스트 장군의 1기갑집단이 키예프를 포위하러 북쪽으로 올라갈 것 이다! 그런데 남쪽은 늪지대라서 전차 기동이 힘들다!보시다시피 어마어마한 포위망을 형성해야 할 것 이다!
Comment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