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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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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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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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DUMMY

하지만 베른트는 영국 포로들이 말똥말똥 자신을 감시하는데 그 화장실에서 똥을 쌀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해!’


베른트는 계속 눈치를 보며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영국 포로들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뭘 쳐다 봐!!”


베른트가 기관단총을 든 채로 화를 내자, 영국 포로들은 공포에 질려 눈을 피했다. 베른트는 고작 신병인 자신이 이렇게 포로들을 상대로 위압감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내가 소리 한 번만 질러도 이렇게 쫄잖아?’


졸고 있던 요하임이 눈을 뜨고는 말했다.


“겁나게 시끄럽네..그냥 수류탄 하나만 굴려 넣으면 끝인데..”


하인리히도 졸다 일어나서 말했다.


“탈출 시도만 안 한다면 죽이지 말고 감시하라고 명령이 내려왔으니 어쩔 수 없지 뭐.”


요하임이 중얼거렸다.


“난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아! 그러면 되겠다!”


요히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포로들에게 영어로 말했다.


“니들 입고 있는 겉옷이랑 신발 다 벗어!”


이제 슬슬 봄이 오고는 있었지만, 새벽이라 날씨가 좀 차가웠다. 그런데 지금 신발과 겉옷을 벗으라는 것은 얼어 죽으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포로들이 망설이자 요하임이 기관단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당장 벗어!”


결국 포로들은 영국 군복의 겉옷과 신발을 벗어서 구덩이 밖에 올려놓았고, 요하임은 그것들을 구덩이에서 멀리 치워놓았다. 베른트가 속으로 생각했다.


‘엄청 춥겠다···근데 이렇게 하면 한 눈 팔아도 도망은 못 가겠지?’


포로들은 겉옷과 신발을 벗어서 추워서 벌벌 떨고 있었다. 베른트는 포로들이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가 점점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자..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베른트는 이제야 안심하고 조금 떨어져있는 목재 화장실로 달려가서 자리에 앉고는 소총을 바닥에 내려놓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이 때, 영국 포로 중에 고참 병사 다니엘은 탈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요하임, 하인리히 모두 주저 앉아서 기관단총을 든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베른트는 20m 정도 떨어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신병 해리는 슬쩍 고참 다니엘을 보았다.


‘지..지금 탈출하는 건가?’


해리는 자신을 감시하는 두 독일 병사를 슬쩍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잠에 깊게 든 것은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기관단총에 수류탄까지 갖고 있었다. 더군다나 도망 가다 보면 화장실에 간 독일 병사도 바로 달려와서 기관단총을 갈겨댈 것 이다.


‘그..그냥 여기서 버티면 목숨은 지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해리는 자신은 못 나가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다니엘은 해리를 데려가겠다는 생각은 단념하고, 다른 고참의 도움을 받아서 슬쩍 구덩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손을 뻗은 다른 동료도 끌어올렸다. 해리는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렀고, 어깨랑 뒷목까지 근육이 경련하는 것을 느꼈다.


‘나도 나가? 이러다 나만 탈출 못하는 것 아냐?’


저 쪽에서는 화장실에 간 독일 병사가 변을 보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변비 같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변이 나온 것 같았다. 이제 좀 있으면 놈은 뒤처리만 하고 이 쪽으로 올 것 이다. 이젠 구덩이 안에 해리만 남았다. 다니엘을 제외한 나머지 고참들은 이미 맨발로 조심조심 저 멀리 앞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다니엘은 그냥 가려다가 약간의 책임감 때문에 해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만 탈출하면 놈들은 보복으로 이 신병을 죽일지도 모른다..데리고 가는 것이..’


해리는 뒤를 돌아보고는 재빨리 다니엘의 손을 잡았다. 다니엘은 해리를 끌어올리고는 독일 병사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몇 걸음 걷다가,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 때, 볼일을 보던 베른트는 나무 막대로 만든 위생용품으로 닦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병사들은 이 도구를 엉덩이 긁개라고 불렀다. 베른트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들 조는데 나도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가도 되지 않을까?’


베른트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 때, 포로들이 구덩이 밖으로 탈출하는 것을 목격했다.


“시발!!! 포로 탈출한다!!!”


베른트는 엉덩이를 닦을 틈도 없이 포로들을 쫓아갔다.


“저 새끼들 탈출합니다!”


요하임과 하인리히도 일어나서 포로들을 따라 달려갔다.


“시발놈들아!”


요하임과 하인리히는 어둠 속을 향해 기관단총을 긁었다.


채캉! 채캉! 채캉!


요하임과 하인리히가 기관단총을 긁어대자, 한 번도 사람한테 총을 쏴본 적이 없던 베른트도 어둠 속을 향해 기관단총을 좌우로 긁어댔다.


채캉! 채캉! 채캉!


“안 돌아오면 죽인다!”


여기저기서 총알이 바위, 나무에 맞으면서 불꽃이 번쩍였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다른 독일병들도 달려오기 시작했다.


독일군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해리, 다니엘, 그 외 영국 포로들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허억!!허억!!시발!!!”


신발을 신지 않아서 발에 여기저기 상처가 났지만, 심장에서 치솟는 아드레날린 덕분에 통증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뒤에서는 총알 소리가 계속해서 빗발쳤다.


쿠과광! 콰광!


독일군들은 달아나는 영국 포로들을 향해 수류탄도 던졌다. 하지만 다니엘은 다행히도 이미 한참 앞서서 달리고 있었기에 수류탄 파편 한 조각도 다니엘에게 꽂히지 않았다. 그 때, 무언가가 다니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신병?’


다니엘이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서는 해리가 엎어진 채로 신음하고 있었다. 수류탄 파편이 맞은 것 이었다. 해리가 비명을 질렀다.


“도와주세요! 아아악!!”


해리는 어둠 속에서 앞서 가던 검은 형체로 보이는 다니엘이 잠시 멈추고 망설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형체는 다시 앞으로 질주했다. 맨발로 풀 숲을 밟고 달려 가는 사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영국 포로들 중에 맨 뒤에서 달려가고 있었고, 해리만이 수류탄 파편에 맞아서 낙오되었다. 독일군의 손전등 불빛이 해리 앞 쪽에 있는 나무를 비추고 있었다.


“살려줘!!”


다니엘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하고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달렸다. 앞서 가던 영국 병사들은 이제 조금 있으면 영국군 진지에 도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참 병사들이 양팔을 벌리고 흔들며 목청껏 외쳤다.


“우리 영국군이야! 쏘지마!! 영국군이다!! 우릴 쏘지마!!!”


“쏘지마! 아군이다!!”


영국군 참호의 저격수 윌리엄은 차가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쳐놓은 채로 언제라도 방아쇠를 누를 수 있도록 긴장한 채로 다가오는 검은 형체들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조명탄을 쏘아 올렸다. 껌껌하던 하늘이 대낮처럼 밝아졌고, 그 때서야 윌리엄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그들의 형체를 볼 수 있었다.


‘저..저 새끼들 뭐야?’


달려오는 병사들은 어느 쪽 군복도 입지 않고 속옷만 입고 양팔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윌리엄은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냥 쏴버려?’


그 병사들은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지만, 혹시 수류탄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윌리엄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그들이 신발도 신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저 새끼들 신발도 안 신고 있어?’


속옷 바람의 그들은 맨발로 이리저리 뛰어오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놈들은 철조망이 없는 곳을 알고 그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 독일군 쪽에서 기관총 사격이 시작되었다.


드득 드드드득


윌리엄이 옆에 있는 소위에게 외쳤다.


“신발도 신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쪽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니엘과 고참 영국 병사들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독일군의 총소리에 머리 끝이 모두 곤두서고 심장이 폭풍처럼 펌프질하며 터질 것 같고, 머리 속은 새하얗게 되었다. 아직까지 영국군 진지 쪽에서는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가 아군이라는 것을 다행히 눈치챈 것 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있는 힘껏 영국군 참호로 뛰어들었다.


퍼억!


우당탕!


속옷 바람에, 발과 다리에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지저분한 병사들 여섯 명이 참호 안으로 처박혔다. 안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아직도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허억..허억···허억···”


영국 의무병들과 보병들이 그들을 환영하며 달려왔다. 저 쪽에서는 독일군의 열 받은 기관총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고 있었다.


드드득 드드드득


모리스 소위가 그들에게 말했다.


“정말 잘했어! 대단한 용기일세!”


다니엘의 친구인 쿠퍼 상병도 그들을 반겼다.


“난 자네들이 죽은 줄 알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엘과 고참 병사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이 때, 해리는 부상을 당한 상태로 울부짖고 있었다.


“아아악!! 살려줘!!”


독일 보병들은 부상당한 해리를 보고 욕을 퍼부어댔다.


“빌어먹을 새끼들! 도대체 보초를 어떻게 섰길래 다 도망 간거냐!”


해리는 안경을 끼고 이마에 흉터가 있는 아직 어린 병사였다. 해리가 독일 보병들에게 울부짖으며 구걸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하지만 독일 병사들은 안 그래도 포로들을 다 놓쳤다는 것에 잔뜩 열 받은 상황이었다. 한 병사가 말했다.


“이 새끼는 어떻게 할까?”


“걍 여기서 썩게 내버려 둬!”


“멍청한 새끼! 하루만 버티면 후방으로 보낼 계획이었는데 말이야.”


해리는 독일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지금 분위기를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설마 난 여기서 죽는 거야? 이게 끝이라고? 아니야! 설마! 나도 데려가서 치료해줄거야!’


하지만 독일 병사들은 해리를 내버려두고 저벅저벅 떠났다. 해리가 어설프게 아는 독일어로 울부짖었다.


“이봐!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제발!”


그러자 한 독일 병사가 와서 담배 한 개피를 해리에게 툭 던졌다.


“네 인생 마지막 담배다.”


그러고 독일 병사들은 저벅저벅 해리를 떠나갔다.


다음 날, 동부 전선으로부터 새로운 고참 병사들이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병사들은 이 소문에 코웃음 쳤다.


“또 제대로 된 새끼들은 다 탈영하고, 포로 관리도 못하는 애송이 새끼들만 오겠지.”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실력 좋은 보병들이 와야 보전 협동 전술을 쓸 수 있을 텐데..전차는 만능이 아니다..야간 전투나 시가전뿐만 아니라 다리를 건널 때도 특히 보병의 엄호가 필요해..’


니클라스가 말했다.


“야, 재네들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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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야간에 백병전 +14 21.01.19 1,567 53 11쪽
133 한계 +8 21.01.19 1,496 56 11쪽
132 지옥 전투 +7 21.01.19 1,498 53 11쪽
131 전격전 +5 21.01.19 1,556 46 11쪽
130 다짐 +12 21.01.19 1,596 52 11쪽
129 한스, 위기의 순간 +11 21.01.18 1,651 52 11쪽
128 전차 대 격돌 +3 21.01.17 1,670 51 11쪽
127 생포 +3 21.01.17 1,599 46 11쪽
126 요제프 디트리히 +5 21.01.17 1,720 47 11쪽
125 한스, 중사로 진급하다 +15 21.01.17 1,865 54 11쪽
124 이동탄막사격 +9 21.01.16 1,756 50 11쪽
123 미치광이 +14 21.01.15 1,728 54 11쪽
122 +3 21.01.15 1,598 53 11쪽
121 참나무 +4 21.01.15 1,600 50 11쪽
120 버티기 작전 +6 21.01.15 1,602 44 11쪽
119 늦어지는 후퇴 +7 21.01.15 1,622 52 11쪽
118 연극 +6 21.01.14 1,713 53 11쪽
117 직감 +9 21.01.14 1,697 48 11쪽
116 어둠 속에 추격 +7 21.01.14 1,625 46 11쪽
115 어둠 속에 고요 +12 21.01.14 1,665 45 11쪽
114 야간 근무 +10 21.01.14 1,779 55 11쪽
113 추위 +14 21.01.13 1,778 59 11쪽
112 트랩 +12 21.01.12 1,802 59 11쪽
111 굴러다니는 통조림 +5 21.01.12 1,752 53 11쪽
110 정찰 +6 21.01.12 1,837 57 11쪽
109 헛짓거리 +6 21.01.12 1,755 55 11쪽
108 포위와 역포위 +6 21.01.12 1,773 60 11쪽
107 잡념 +15 21.01.11 1,855 59 11쪽
106 기만 작전 +8 21.01.11 1,781 56 11쪽
105 얼어붙은 마을 +8 21.01.11 1,792 5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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