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 회의
나타샤 일행을 포함해서 남자 소련군 포로 한 명도 같이 트럭 앞에 두 줄로 섰다. 트럭 앞에는 독일군 운전병이 서 있었다. 슐츠는 자신의 MP40을 그 운전병한테 건네 주고는 트럭 위로 올라간 다음 운전병한테 MP40를 다시 받았다.
슐츠는 얼마전 다른 장교한테 쿠사리를 먹은 이후로 포로들을 다룰때 행동 수칙을 철저히 공부했던 것 이다.
'1초라도 포로들이 총기를 빼앗을 수 있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유의한다!'
그렇게 트럭 위에서 슐츠가 이번 임무에 대해 외쳤다.
"진입로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매우 쉬운 임무이다! 이 임무를 완수하면 초코바를 하나씩 더 받을 수 있을 것 이다!"
그렇게 나타샤 일행은 철조망 설치 작업을 마쳤다. 슐츠는 예전과는 달리 총기를 계속 들고 주의를 기울이고 때문에 나타샤 일행은 총을 탈취할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설치 완료했습니다!"
나타샤 일행은 트럭에 올라탔다. 다들 속으로 생각했다.
'트럭 탈취고 뭐고 가서 쉬고 싶다!!'
'손이 얼어붙겠어!!!'
'으갸갸갸...'
트럭이 잠시 이동했다가 독일군이 새로 구축하는 방어선 쪽에 정지했다. 슐츠는 포로들을 모두 트럭에서 내리게 한 후, 운전병한테 MP40를 건네주고는 트럭에서 내리고 다시 MP40를 받아들었다. 방어선 쪽에서는 독일 병사들이 곡괭이와 삽을 이용해서 참호를 파고 있었다.
'뭐...뭐야 또 일인가?'
슐츠가 트럭 위에서 외쳤다.
"이번에는 참호를 파는 임무이다! 이 임무를 완수하면 통조림을 하나씩 더 받을 수 있을 것 이다!"
나타샤 일행은 곡괭이, 야전삽 등을 하나씩 받고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으아아...으아아아아...'
마가리타가 눈치를 보다가 나타샤에게 말했다.
"이 곡괭이 하나만 챙겨도 트럭 탈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타샤 일행은 자신과 같이 일을 하는 남자 포로를 흘끗거렸다.
"저 녀석도 우리 쪽 맞나?"
예전에 독일군은 포로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하여 자기 쪽 포로를 투입해서 동태를 살피게 한다고 교육을 받았었다. 그렇기에 같은 포로라고 해도 믿을 수는 없었던 것 이다. 다른 포로가 탈출하는 것을 고자질해서 이득을 챙기는 녀석들도 있다고 했다.
나타샤는 계속 참호를 파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기다려."
"거기!! 포로 사담 금지!!"
참호파는 일이 끝나고 나타샤와 동료들은 곡괭이, 야전삽을 들고는 트럭 앞에 두 줄로 섰다. 나타샤, 옥사나, 뽈리나, 마가리타, 키라 모두 어떻게 하면 곡괭이를 들고 트럭에 탈 수 있을지 눈치를 보았다. MP40를 든 슐츠가 외쳤다.
"모두 탑승!!"
'좋았어!!'
나타샤 일행이 트럭에 오르려는데 운전병이 황급히 외쳤다.
"곡괭이랑 야전삽은 두고 내려야 하지 않습니까?"
"아!! 사용하던 도구는 모두 바닥에 내려놓도록!"
그렇게 나타샤와 동료들은 곡괭이, 야전삽을 바닥에 내려놓고 트럭에 탑승한 다음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으아아아!!!"
"추워 죽는줄 알았네!"
나타샤와 동료들은 통조림 두 개랑 초코바 두 개를 받았다. 나타샤와 동료들은 전부 슐츠에게 이를 갈았다.
"저 망할 파시스트 새끼..."
'탈출이고 나발이고 저 새끼는 꼭 엿 먹인다!!'
다음 날 나타샤와 동료들은 트럭을 타고 더 멀리 떨어진 진입로에 철조망을 설치하기로 되어 있었다. 슐츠는 총을 들고는 나타샤와 동료들을 감시하다가 담배를 꺼내서 피웠다. 그 때, 나타샤가 곡괭이를 내려놓고는 슐츠에게 걸어가서 벙거지 장갑을 낀 손을 들며 말했다.
"손가락에 동상이 걸릴 것 같습니다."
슐츠는 러시아어를 대충 알았기에 나타샤의 말을 모조리 알아들었다.
"어차피 다해가니 조금만 힘내도록!"
나타샤가 슐츠의 미제 지포라이터를 가리키며 되는대로 씨부렸다.
"손가락 조금만 녹이게 해주세요! 제네바 협약에 의하면 포로의 건강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슐츠는 지포라이터 가스가 아까웠기에 주저했고 나타샤가 따졌다.
"손가락에 동상이 걸리면 제네바 협약에도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슐츠가 머리를 굴렸다.
'가능하면 포로 한 명이라도 전향시켜야 진급에 유리하겠지?'
그렇게 슐츠가 지포라이터를 꺼내기 위하여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은 순간, 나타샤는 슐츠의 왼손에 들려있던 MP40를 빼앗고는 슐츠를 겨눴다. 슐츠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트럭 운전병이 트럭에서 나오는 순간, 마가리타, 옥사나, 키라, 뽈리나가 달려가서 트럭 운전병을 제압했다.
"이얏!!"
"대위님!!!"
슐츠는 양손을 들고는 나타샤를 바라보았다. 나타샤가 의기양양한 눈으로 슐츠를 바라보았다.
'내가 해냈어!!! 근데 어떻게 해야하지?'
나타샤가 슐츠를 겨눈 총을 흔들자 슐츠가 움찔했다.
"으허억!! 쏘지 마!! 쏘지 마!!"
나타샤는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좋구나!!'
나타샤는 계속 총을 쏠락말락했고 슐츠는 그 때마다 벌벌 떨며 몸을 움찔했다.
"으익!! 으헉!!"
마가리타가 외쳤다.
"이 트럭 갖고 튑시다!!"
나타샤 일행에게 포로로 잡혀있는 운전병이 외쳤다.
"안돼!!! 악!!!"
뽈리나가 운전병의 머리를 때렸다. 나타샤는 슐츠와 운전병을 총으로 겨눈 채로 트럭에 탑승했다. 마가리타가 외쳤다.
"이 녀석들도 포로로 잡읍시다!"
그 말에 슐츠와 운전병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운전병이 외쳤다.
"이봐! 연료가 얼마 남지 않았어! 되도록 사람이 적게 타는게 연료를 아낄 수 있을거야!"
나타샤 일행이 수군거렸다.
"그럼 어떡하죠?"
키라가 남은 연료를 확인하고 외쳤다.
"확실히 연료가 조금밖에 없기는 합니다."
"그냥 버리고 가자."
그 때 소련군 남자 포로가 이 광경을 멀뚱멀뚱 지켜보았다. 옥사나가 외쳤다.
"넌 안 탈거냐!!"
소련군 남자 포로가 외쳤다.
"너네들은 어떻게 할거야?"
키라가 외쳤다.
"돌아가서 싸워야지!!"
소련군 남자 포로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독일군 트럭을 타고 있으니 아군 진영으로 돌아가다가 오인사격을 받을 수도 있어! 길은 찾을 수 있겠냐? 중간에 연료가 떨어지면? 우리쪽 항공기나 파시스트놈 항공기 양쪽 다 우리를 공격할 수 있어!"
그 말에 나타샤는 충격을 받았다.
'뭐...뭐라고?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거지?'
나타샤는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이렇게 되면 계속 포로로 있어봤자 처형당할텐데?'
나타샤는 자신이 잘한건지 못한건지 머리 속으로 계산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트럭에 탑승했다. 나타샤는 슐츠의 지포라이터를 빼앗고는 슐츠와 운전병을 총으로 겨누었다. 하지만 소련군 남자 포로는 여전히 트럭에 타지 않은 상태였다. 마가리타가 외쳤다.
"마지막 기회다! 안 탈거냐?"
소련군 남자 포로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트럭이 출발했고, 슐츠가 펄펄 뛰면서 트럭이 가는 방향으로 고함을 쳤다.
"이런 망할 볼쉐비키 녀석들!! 어차피 얼어죽을거다!!"
운전대를 잡은 키라에게 나타샤가 외쳤다.
"운전을 할 수 있을줄은 몰랐어!! 대단해!"
키라가 웃으며 외쳤다.
"저도 처음인데 제가 운전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
"운전 처음이라고?"
"운전병 녀석들한테 대충 설명을 들었습니다!"
덜컹 덜컹 덜컹
"우리 동쪽으로 가는건 맞지?"
"그렇습니다!!"
한편, 정치장교 블라슈크는 정찰대가 보고한 내용을 안토노프에게 보고했다.
"현재 파시스트들은 철조망이 부족한 것인지 주로 진입로에만 철조망을 깔고 있습니다."
안토노프가 독일군 방어선 사이에 간격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놈들 방어 부대 사이의 간격이 있군. 지뢰와 철조망을 설치해두었겠지만 야음을 틈아 지뢰제거조를 보내면 진입할 수 있을 수도 있겠군."
"여태까지 놈들이 썼던 방어 전술을 고려해보면 이 사이에 눈에 띄지 않도록 기관총 진지를 설치해두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방어 진지 사이로 정찰대를 보내면 놈들이 기관총으로 방어할 것 입니다."
"정찰조가 기관총 진지를 발견했는가?"
"보고에 따르면 기관총 진지를 목격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경험상 파시스트 놈들은 기관총 매복 진지를 만들때 눈으로 잘 위장을 해놓기에 식별이 어렵습니다. 특히 야간에는 조명탄이 없으면 이러한 기관총 진지 식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때, 한 부사관이 들어와서 보고했다.
"포로로 잡혔던 병사들이 파시스트의 트럭을 노획해서 탈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안토노프와 블라슈크가 지휘소에서 나와서 달려갔다. 흰 깃발을 매달고 있는 독일군의 트럭에서 나타샤 일행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내렸다. 안토노프가 걸어가서 외쳤다.
"정말 자랑스럽군!"
나타샤 일행이 멀쩡히 돌아온 것을 보고 소련군 모두가 환호했다. 뽈리나, 키라, 옥사나, 마가리타가 증언했다.
"나타샤 상병님이 파시스트 장교의 총을 빼앗았습니다!"
안토노프가 나타샤에게 외쳤다.
"귀관의 용맹한 행동으로 4명의 동료들이 파시스트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이 일은 상부에 그대로 보고되고 훈장을 받게 될 것 이다!"
한편, 하이에 돌격대 지도자는 제3 정예 SS 토텐코프 사단에 배치되어 자신의 케르베로스 대대를 편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케르베로스 대대에서 기관총 소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라우리 퇴르니 소위가 대대 편성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었다. 핀란드 출신의 라우리 퇴르니는 다른 부대에 있을때 독일군 소대장이랑 주먹다툼을 하는 바람에 징계를 받았다가 하이에가 직접 발탁하여 케르베로스 대대로 온 것 이었다.
하이에가 서류를 읽은 다음 라우리 퇴르니에게 말했다.
"조만간 열차를 타고 본토로 가야하니 자네도 따라오게."
다음 날, 하이에는 라우리 퇴르니와 함께 베를린으로 가는 열차에 탑승하고 베를린 근교 반제의 별장을 방문했다. 이 별장에서는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의 주최 하에 나치 고위층과 친 나치 장성들이 모여서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고, 하이에의 임무는 이 회의를 경호하는 것 이었다.
하이에는 지뢰 탐지기를 이용하여 별장 내부와 인근을 수색했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완벽하게 수색했다. 그리고 혹여나 테러나 암살 위협이 있을 경우 가능한 탈출로까지 모조리 숙지했다. 하이에가 머무르는 방은 힘러가 머무르는 방의 바로 옆방이었고, 안쪽에 도어가 있었기에 혹시나 힘러가 위협을 받을 경우 바로 하이에가 진입해서 경호가 가능한 구조였다.
하이에는 자택 밖에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을 설치하고는 담벼락 위에는 유리 파편을 깔아두라고 했다. 라우리 퇴르니가 말했다.
"이 정도면 완벽하게 철통 경호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하이에가 마당의 구조를 검토하며 말했다.
"이런 유리 파편이야 깔아둬봤자 담요를 위에 덮고 넘어가면 그만일세. 보다 확실한 장치가 필요하네."
그 때, 청진기와 금속탐지기를 갖고 있는 한 SS 병사가 와서 보고했다.
"도청기 수색 완료했습니다!"
하이에가 물었다.
"유선식 도청기는 잘 식별되지 않으니 더 확실히 수색하도록."
하이에는 별장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액자 뒷면을 확인하는 등 폭발물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천천히 서랍을 열고 서랍 안쪽을 건드려보며 혹시나 설치된 것이 없나 확인을 마친 다음, 라우리 퇴르니와 함께 힘러를 경호하러 갔다. 하이에는 차량에 폭발물이 설치된 것은 없는지 밖에서부터 확인하고 트렁크, 본넷 손잡이 부분을 확인했다.
하이에는 얇은 도구를 이용하여 천천히 차량 문을 열었다. 그 다음 손전등과 긴 막대가 달린 거울을 이용하여 연료 탱크 아래, 트렁크 내부, 엔진을 확인한 다음, 차량을 운전해서 힘러의 자택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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