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블랙호크다운4
지미, 로먼, 홀란드, 그 외 레인저들은 소말리아인에게 보급품을 배급하면서 이들의 질서를 유지해야 했다. 소말리아인들은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가 여자와 아이들까지 곡물이 있는 트럭에 다 같이 달려들고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 일이 얼마전에 벌어졌던 것 이다. 노리스 중사가 외쳤다.
"군중들 한꺼번에 접근 못하게 분산시켜!!"
지미는 총을 자신의 가슴에 붙인 상태로 군중들에게 가서 영어로 외쳤다.
"간격 유지하십시오!! 뒤로!! 뒤로!!"
소말리아인들이 손을 내밀여 외쳤다.
"Water!! Water!!! Food!!! Food!!!"
한 소말리아 노인이 사람들을 밀치며 새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빛이 완전히 정신나간 사람 같았고 입은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지미가 그 노인을 제지하려는 순간, 노리스 중사가 외쳤다.
"저 사람은 냅둬!! 카트 씹어서 정상이 아니야!!"
미군은 겨우겨우 소말리아인에게 물과 식량이 담긴 포대를 배급하는 일을 마무리하고 험비를 타고 격납고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미가 탄 험비의 총좌에는 캘리버 50이 장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투 트럭 두 대가 험비를 뒤따라오고 있었고, 가장 후미에는 M-19 유탄 발사기를 장착한 험비가 따라오고 있었다.
현재 시각 오후 2시, 황토색 황무지에서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고 머리에도 천을 두른 여인들이 노란색 플라스틱 통을 가지고 물을 운반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 남자들은 초록색 이파리를 손에 쥐고는 다 같이 모여서 이파리를 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험비에서 로먼이 말했다.
"저런 이파리에서 물이 나오나?"
노리스 중사가 외쳤다.
"저건 카트라고 하는거네! 일종의 마약 성분이지!"
로먼이 얼굴을 찡그리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도 씹는데요?"
어린 아이들도 사탕이라도 되는 양 이파리를 손에 쥐고 씹고 있었다. 오후 2시 기준으로 그 어떤 남자도 일을 하지 않고 죄다 카트만 씹고 있었던 것 이다. 노리스 중사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저들 기준으로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는 카트를 씹으며 토론을 하는 시간이지."
"일은 안하나요?"
"일? 무슨 일? 변호사 자격증 따도 변호할 일이 없는데?"
험비를 탄 미군들은 소말리아인들이 길거리에서 카트를 진열해놓고 판매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지미는 TOYOTA라고 쓰여진 작은 픽업 트럭 위에 소말리아인들이 AK-47을 다들 하나씩 들고 탑승한 광경을 보았다.
'헉!!!'
그 소말리아인들은 미군 험비를 유심히 노려보고 있었다. 홀란드는 그 도요타 트럭 위에 설치된 두쉬카 기관총을 보았다.
"저 녀석들 기관총까지 있는데요?"
노리스 중사가 외쳤다.
"뭘 놀라나! 저 새끼들 도요타 트럭에 대공포까지 설치해두네! 반군 세력이 여럿인데 대공포 차량이 많은 군벌이 가장 힘이 센 걸로 인정받지!"
지미는 트럭에 탑승한 소말리아 인들을 바라보았다. 그 중에서 자랑스럽게 RPG를 들고 있는 한 녀석은 중학생 정도로 보였다.
'저 나이때부터 반군에 들어가나?'
도요타 차량을 타고 있는 어떤 소말리아인은 탄띠 두 줄을 X자 형태로 가슴에 걸고는 자랑스럽게 양각대가 달린 PKM 총을 들고 있었다. 10살 이상의 소말리아 남자라면 총은 들고 있어야 가오가 사는 것 같았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독일군이 독소전 때 쓰던 STG-40 돌격 소총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녀석들은 눈에 띄는 금반지나 시계를 차고 있었다. 어디서 강도질해서 뺏은 것이 분명했다.
다들 식은 땀을 흘렸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교전할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지미가 험비의 캘리버 50이 장착된 총좌에 자리를 잡았다. 참고로 험비에서 총좌 자리는 가장 위험한 자리였다. 그리고 소말리아인들은 험비 총좌에 자리를 잡은 지미를 바라보았다.
'!!!'
미 육군 원칙상으로는 상대방이 무기를 갖고 있고 무기로 미군을 위협해야 교전을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지휘관이 설정한 교전 수칙에 의하면, 반군들이 무기를 갖고 민간인들을 사살하더라도 UN군 관할 지역에서는 허가없이 교전을 하면 안 된다.
'...'
지미는 도요타 트럭에 타고 있는 소말리아인이 들고 있는 AK총을 흘끔 관찰했다. AK총은 붉게 녹슬었고, 어깨끈은 뜯어져서 너덜너덜했고, 탄창에는 검은색 덕테이프가 칭칭 감겨 있었다. 지미가 물었다.
"저 총들 발사는 됩니까?"
노리스 중사가 외쳤다.
"발사 잘 되네! AK는 최고의 돌격소총이야! 방탄판 없이 녀석들 7.62mm에 맞으면 뒈진다고!"
반군들의 TOYOTA 트럭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총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총기 안전 수칙 따위는 안 지키겠군...'
그나마 총구가 하늘을 향하게 들고 다니는 것이 다행이었다.
'뭐 이런 좆같은 나라가 있냐?'
우둘투둘한 양철로 만들어진 집들에는 스프레이로 낙서가 그려져 있었다. 사방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었고, 녹슨 폐차들 또한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로먼이 농담삼아 이야기했다.
"시가전이라도 벌어지면 엄폐물로 쓰기 딱이네요!"
도심지 쪽으로 들어오니까 흉물스러운 전선줄이 달린 낡은 전봇대와 신호등이 보였다. 지미가 이 광경을 보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헬기 기동이 어려울 것 같네.'
험비 앞에는 소말리아인들이 탄 버스가 있었다. 소말리아인들은 심지어 그 버스 위에도 수십명이 올라가서 타고 있었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창살 너머로 손을 뻗기도 했다. 저렇게 탔다간 압사당할 것 같았는데 저게 일상인 것 같았다.
버스가 아닌 다른 차량에도 소말리아인들은 차량 뒷부분에 여러 명이 걸터앉아서 가고 있었다. 심지어 차 측면에 매달려서 가기도 했다. 참으로 재밌는 광경이었다.
도로에서 잠깐 험비가 멈추었는데, 소말리아 꼬맹이들이 뛰어와서 험비를 두들기며 외쳤다.
"초콜렛!! 초콜렛!! 푸드!! 푸드!!!"
노리스 중사가 외쳤다.
"초콜렛 몇 개 던져줘!!"
지미와 동료들은 주머니 속에 있던 초콜릿들을 아이들에게 던져주었다. 아이들은 초콜릿을 받고는 마치 힙합 댄스라도 추는 것 같이 한발자국씩 뛰고 스텝을 밟으며 초콜렛을 먹었다. 다시 차량이 출발하다가 멈추었는데, 10대 청소년들이 잔뜩 모여 있었고, 그 중 일부는 단상 위에 올라가 있었다. 홀란드가 외쳤다.
"저기 뭐 하나봅니다!"
코란 암송 대회의 시상식이 열리고 있었던 것 이다. 코란 암송 대회에서 1,2,3등을 한 학생이 단상에 올라갔고, 주최측에서는 이 훌륭한 학생들에게 AK 소총과 수류탄을 나눠 주었다. 지미와 동료들은 이 광경을 바라보고 경악했다.
'저거 진짜 AK야?'
1등을 한 녀석은 자신의 AK소총을 자랑스럽게 하늘로 들여보였고, 소말리아의 어른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3등을 한 10살 짜리 소말리아 꼬맹이 또한 자신이 받은 수류탄을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노리스 중사가 외쳤다.
"놀랐냐! 자네들도 레고 같은거 받았을거 아냐!"
홀란드가 말했다.
"자랑스러운 새싹들이네요."
로먼이 물었다.
"RPG는 상품으로 안 주나요?"
"지난번 대회때는 줬다더군!"
다시 험비가 출발했고, 노리스 중사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놀라운가? 저 얼라들 모두 미래의 총잡이를 꿈꾸고 있다고!"
"경찰로 근무하면 되지 않습니까?"
"경찰되어봤자 임금을 못 받네! 뇌물은 짭짤하지만 해적이나 총잡이보다 돈을 못 번다고! 총잡이되면 UN직원들을 경호하면서 임금을 받을 수도 있고 시장에서 상점을 지키는 일에도 고용될 수 있다고!"
"여기선 총잡이가 변호사 자격증 같은거네요."
"굳이 총잡이가 안되더라도 총을 다룰줄 모르면 집 재산이고 뭐고 다 털리네! 이 새끼들은 존나 빨라서 10분 만에 다 털어간다고!"
"참 멋진 나라군요!"
길거리에 대다수의 소말리아 남자들은 나무 그늘에 앉아서 카트나 씹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니 그래도 총잡이 정도면 생산적일 것 같았다.
소말리아 남자들은 노란색 붉은색 하늘색 등등의 셔츠나 티셔츠를 입었는데, 여자들은 색감이 화려한 너풀거리는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나름 알록달록한 무늬가 화려한 천을 머리에 둘러쓰기도 했다. 아프리카 특유의 무늬가 돋보이는 의상이었는데 낡은 옷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학적으로는 괜찮았다.
계속해서 험비를 타고 가는데 전방에서 차량이 뒤집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쿠광!!!!
"뭐야!!!"
지미는 잽싸게 험비 총좌에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도 전투 태세를 취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앞에 가던 소말리아 트럭이 전복된 것 이었다. 차량이 엄청나게 낡은데 과적해서 물건을 많이 싣고 가다가 차량에 있던 야채, 카트 등이 모조리 땅에 엎어진 것 이었다.
소말리아인들은 눈에 불을 켜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으나, 미군이 있는 것을 보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잠시 뒤, 소말리아 경찰이 와서는 질서를 유지했다. 경찰이나 미군이 없었으면 소말리아인들은 마치 과자에 달려드는 개미떼 마냥 물건을 훔쳐갔을 것 이었다. 소말리아인들은 여전히 멀리서 군침을 삼키며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잠시 뒤 도로가 정리되고 다시 험비가 출발했다. 그런데 5분쯤 가다가 앞서가던 소말리아 트럭 행렬이 멈추었기에 험비는 다시 멈춰야 했다. 알고보니 도로에 대전차 지뢰가 발견된 것 이었다. 소말리아 반군들은 수시로 도로에 대전차 지뢰를 설치하고 있었고, 이를 제거해야 했다.
지미가 외쳤다.
"우리 공병 불러야 하는거 아닙니까?"
노리스 중사가 험비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말했다.
"저 자들이 공병보다 빨리 제거하니 기다리게!"
소말리아인들은 막대기로 길바닥을 꾹꾹 눌러보며 지뢰를 찾아내고는 그 주위에 있는 모래, 흙을 손으로 쓱쓱 털어냈다. 동그란 대전차 지뢰가 드러났다. 소말리아인들은 천천히 돌려서 해체한 다음 뇌관을 제거하고는 다시 대전차 지뢰를 묻었다. 대전차 지뢰를 빼내면 어차피 반군들이 다시 묻기 때문에 뇌관만 제거하고 다시 묻어야 한다. 군벌들은 나름 자신의 구역이 있었고, 차량이 지나가기 위해선 자신들의 허락을 받으라고 이렇게 대전차 지뢰를 설치한 것 이었다.
순식간에 지뢰 뇌관 제거 작업이 끝났고, 험비는 다시 출발했다. 노리스 중사가 말했다.
"희망 회복 작전은 무슨...이 새끼들은 평생 이렇게 썩어빠진채로 살걸세! 구더기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것 처럼 말이야!"
미군의 험비와 전투 트럭들은 도심지를 우회해서 갔고, 지미는 소말리아의 번화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번화가라고 1층이나 2층짜리 석조 건물이 많았는데, 대단히 불규칙하게 미로처럼 골목길이 복잡하게 엮여 있었다.
다행히 지금 미군들은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고 우회해서 가고 있었다. 하지만 작전상 시가지 내부로 차량 행렬이 들어가게 된다면 대단히 위험할 것이 분명했다. 지미는 시가지 전차 전술에 대해 공부했던 것을 떠올렸다.
'내가 반군이라면 시가지에서 매복했다가 차량이 다 진입한 다음에 선두 차량과 후미 차량을 RPG로 격파시키고 나머지를 포로로 잡을 수 있겠는데...물론 우리는 공중 지원이 있으니 반군 사상자가 엄청나겠지. 그런데...'
이런 복잡한 시가지에서 공중 지원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지미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바람이 불때마다 온갖 먼지들이 흩날렸기 때문에 시계도 무척이나 제한되었다.
잠시 뒤, 격납고로 돌아와서 지미는 동료들과 낱말 맞추기를 했다. 그런데 콜린이 어딘가를 보고 말했다.
"저기 봐."
고개를 돌려보니 델타 포스 녀석들이 격납고로 오고 있었다.
"디-보이즈 녀석들이군."
레인저들은 정수리쪽 약간의 머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조리 박박 깎은 머리였는데, 델타 녀석들은 일반인하고 별로 분간이 안 되는 머리였다.
"저런 빠져가지고..."
육군에서는 델타 포스를 부를때 '델타'라고 부르지 않았다. '공포의 D', 혹은 '오퍼레이트'가 그들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레인저 부대에서는 델타를 '디-보이즈' 라고 불렀지만 말이다. 레인저들은 레인저 스쿨에서 대단히 힘든 훈련을 받았지만 델타 녀석들만큼 실전 경험이 많지는 않았다.
"저 녀석들은 아이스하키 헬멧 쓰고 작전한다더군."
"왜?"
"어차피 헬멧 써도 머리에 총 맞으면 죽는건 똑같다나?"
"그럼 아이스하키 헬멧도 쓰지 말던지."
"건물 진입할때 머리가 받을 충격을 완화하는 목적이래."
지미와 동료들은 격납고를 둘러보았다. 지금 레인저, 델타, 새퍼, 데브그루, 160특수작전항공연대가 이 곳에 있었다. 미군 엘리트 중에서도 최고 중의 최고들이 이 곳에 있었던 것 이다. 지미가 속으로 생각했다.
'조만간 무슨 작전이라도 있나?'
그 날 저녁을 먹으며 동료들과 시덥잖은 이야기를 했다. 콜린이 말했다.
"아버지가 날 총으로 쏘려고 해서 아버지를 죽이던가 내가 죽던가 했어야 했어. 결국 집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당장 갈 곳이 군대 밖에 없었지."
잠시 정적이 돌았다. 지미가 말했다.
"내 할머니는 우리 아버지를 갓 낳고 집을 나갔어. 그런데 멍청한 할아버지는 할머니한테 계속해서 돈을 보내주었지."
로먼 카리우스 녀석이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오토 카리우스야. 독소전때 독일군 502 중전차대대 출신이지."
밀덕이었던 홀란드가 말했다.
"오토 카리우스? 그 진흙 속의 호랑이?"
"응. 전쟁 끝나고 미국으로 이민왔지."
홀란드가 외쳤다.
"와! 나 사인 좀!"
로먼이 말했다.
"아니 지미네 할아버지도..."
잠시 뒤 지미와 동료들은 조만간 있을 체력 테스트에 대비해서 운동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근육이 탄탄해졌고, 몸이 건강해졌다. 전투를 하기 위한 최상의 상태였다. 지미는 물자 보급 같은 시시한 임무 말고, 빨리 총을 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총 한 번은 쏴봐야지!'
그리고 다음 날, 레인저 부대에는 군벌을 체포하러 도심지로 간다는 작전 명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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