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체고비냐의 꽃
1941년 1월 모스크바, 1941년 하반기의 전차, 야포, 항공기 생산 계획에 대한 보고서가 스탈린에게 올라갔다. 스탈린은 생산 목표 칸에 쓰여있는 숫자들을 확인하고는 펜으로 전부 X자 표시를 긋고는 말했다.
"전차, 야포 모두 생산 목표 두 배로 올리게. 항공기는 세 배로 올려. 체임벌린과 루즈벨트쪽에 각각 회담 추진하게."
현재 영국이 미국보다는 소련에 대한 원조에 적극적이었다. 스탈린은 독일의 청색 작전에 대한 계획을 읽으며 파이프로 유고슬라비아산 담배, '헤르체고비냐의 꽃'을 피웠다.
"비겁한 토미 놈들이 돈만 보내고 피는 소련 인민들만 흘리게 해서 자신들의 지중해 지배권을 공고히 할 생각인가본데 그럴 수는 없지. 파시스트들은 지중해 동부 패권을 노리고 이번 작전을 세운걸세. 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 분명하니 연료를 확보하려고 하는걸세. 장기전으로 갈수록 유리해지는 것은 우리쪽인데 멍청하기 짝이 없군!"
스탈린은 파이프를 한 모금 더 들이마신 다음 말했다.
"회담에서 영국 놈들이 추가 전선을 형성하도록 설득해야 하네. 그리고 돈강, 볼가강과 캅카스 서안에 대한 모형 지도 제작해. 작은 하천과 지형의 고저까지 정확하게 나와야 하네!"
순식간에 모형 지도가 제작되었고, 스탈린은 장군들과 함께 모형지도에서 독일군의 기갑 부대가 바쿠로 향하는 것을 시범 기동해보았다.
'이거 포위하기 딱 좋은 지형이군...'
장성들은 현재 전황에 대한 보고를 올렸다. 스탈린은 아직까지도 오렐, 브리얀스크, 쿠르스크를 점령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모형 지도를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
주코프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전열을 가다듬고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했지 않은가! 어차피 다음 라스푸티차까지는 시간이 남았는데 모스크바 공방전에 투입되었던 병력을 그대로 투입해서 공세를 하니 공세가 지지부진해질 수 밖에 없다...'
한편, 독일 제국에서는 아프베어에 대한 수색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빌헬름 황제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지극히 분노를 담은 성명을 냈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엄중히 수사하고 처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빌헬름 3세는 SS와 SD, 아프베어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매우 심사가 불편했을 것 이다.
빌헬름 3세는 친위대, 친위대 보안국의 실권이 커져가는 것에 대해서 제국의 군대가 이렇게 분열되고 제국에 두 개의 군대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 반역 행동이라고 분노를 표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리고 고위 융커들 또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가톨릭 중앙당, 사회민주당은 카나리스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했지만 나치당에 대해서는 견제와 침묵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독일 제국의 국민들은 카나리스의 첩보 때문에 3달 안에 끝났어야 할 전쟁이 질질 끌게 되었다며 카나리스에게 분노를 표했다.
"카나리스가 영국에 첩보를 주었고, 영국은 그 첩보를 소련에게 전달해서 모스크바 공세가 실패한걸세!"
"다 그 놈 때문이야!!"
"영국으로서는 전쟁이 길어져야 수출 시장에서 자신들의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으니까 일부러 소련 측에 정보를 흘린걸세!"
"카나리스 이 비열한 자식!!!"
"파리까지 점령했던 강철 사냥꾼이 고작 모스크바도 점령 못한게 이상하긴 했네!"
"투르게네프 묘지랑 톨스토이 묘지 사건도 카나리스가 영국쪽의 사주를 받아서 조작했다는 말이 있네!"
"카나리스 그 시발놈이!"
맥주집에서 사람들은 채소로 만든 안주를 씹으며 카나리스에게 분노를 성토했다.
"카나리스 그 놈 때문에 소시지를 못 먹고 있어!!"
"카나리스 그 시발놈이 몇 년만 더 버텼다면 또 다시 순무의 겨울을 보내야 했을걸세!"
현재 독일 제국에서 최악의 욕은 '카나리스 같은 놈' 이었다.
이번주 도이체 보헨샤우(독일 주간 뉴스)에서는 빌헬름 황제가 우크라이나 국민 정부 인사와 만나서 악수를 하고 회담을 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아프베어에서 카나리스 쪽 측근들은 모조리 체포되었다. 하지만 현재 하이드리히는 남은 아프베어 조직을 흡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 사태에 가장 기뻐하는 것은 바로 하이드리히였다. 이제 하이드리히는 독일 제국에서 10 손가락에 드는 실권을 차지하게 될 것 이었다.
하이드리히는 그동안 아프베어가 수집한 정보들을 모조리 정리하기 시작했다. 고위 융커가 홍등가를 이용했거나 뇌물을 받은 기록들도 모조리 하이드리히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하이드리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류에 나온 매춘부들에게 돈을 주고는 융커들과의 자리에서 모든 것을 녹음할 것을 명령했다.
여전히 감옥에 있는 한스 파이퍼는 신문 1면에 나온 빌헬름 황제와 우크라이나 국민 정부 인사의 회담을 보고는 안심했다.
'다행이군.'
그리고 한편, 우크라이나의 에이스 파일럿 올렉시는 에두아르드, 루슬란과 함께 야간 작전 훈련을 받기 위하여 독일로 가게 되었다. 독일 본토에서 받는 이번 훈련은 야간 작전 뿐마닝 아니라 새롭게 설계된 항공기에 대한 훈련이 포함된다고 들었다. 올렉시와 동료들은 도대체 어떤 전투기가 새로 나올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신형 전투기는 어떤걸 개선했을까?"
에두아르드가 외쳤다.
"순간적 급선회가 더 잘되는거 아닐까?"
"착륙이 좀 더 수월해질 것 같은데?"
한편, 같은 칸에 있는 독일군 에이스 파일럿 발츠(재수없어서 올렉시 일행과 사이가 안좋고 주먹질까지 한 적 있음.)은 동료들과 함께 수군거렸다.
"저 멍청한 우크라이나 녀석들 뭐라고 하는거냐?"
우크라이나 언어를 할 줄 아는 통역병이 올렉시 일행이 했던 말을 그대로 통역해주었다. 발츠가 폭소했다.
"하하!! 저 등신 같은 놈들!! 저래서 우크라이나 놈들이 조종술은 할줄 알아도 거국적인 전략은 못 꿰뚫어보는걸세!"
올렉시와 동료들은 재수없는 발츠 녀석을 바라보았다.
"저 새끼 뭐라는거냐?"
발츠가 외쳤다.
"지금 Bf 109는 약간의 단점을 제외하고는 특정 상황에서는 거의 완벽한 전투기야! 조종사의 스타일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앞으로 몇년간 Bf 109를 능가하는 전투기는 나오지 않을거라고! 고작 그깟 사소한 결함들 몇 개 발전한 새로운 기체가 나온다고 해서 에이스 파일럿들을 독일 본토로 데려가서 새로 훈련시킬 필요는 없단 말일세!"
통역병이 발츠의 말을 그대로 통역해주었다. 루슬란이 외쳤다.
"아! 그 제트기를 타러 가는거야!"
발츠가 빈정거렸다.
"저런 등신들! 멍청한 대가리로 계속 생각해봐라! 지금 우리가 로스케 상대로 공중에서는 거의 학살하고 있는..."
발츠는 갑자기 해서는 안 될 말이라도 한 것 마냥 입을 다물었다. 에두아르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저 망할 놈들..."
루슬란이 말했다.
"근데 저 새끼들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거지?"
올렉시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뭔 소린지 알 것 같아. Bf 109는 장거리를 비행할 폭격기 호위에는 부적합하잖아."
"그거야 그렇지. 차라리 Bf 110이 낫긴 하지."
"어쩌면 독일은 장거리 폭격기와 장거리 폭격기를 호위할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 아닐까?"
"굳이?"
"그리고 폭격을 하려면 야간 작전이 유리할거 아냐. 어쩌면 우리는 야간 작전 훈련을 하기 위해서 독일 본토로 가는 것 일 수도 있네!"
제아무리 에이스 조종사들이었지만 야간 작전 훈련은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 이다.
'야간 작전 훈련! 그래 그거다!'
"근데 굳이 뭣하러 장거리 폭격 훈련을 하는거지? 모스크바도 비행장으로부터 그렇게 멀지는 않은데?"
솔직히 지금 항공전에서 소련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항공기의 성능이나 조종사의 기량보다는 보급 문제가 훨씬 컸다. 그런데 에이스 파일럿들의 시간을 빼앗으면서 훈련을 한답시고 독일 본토로 소환하는 것은 정말로 비합리적이었다. 올렉시는 발츠 녀석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기량이나 전투기 성능으로는 소련군보다 뛰어난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설마?'
올렉시가 졸고 있는 루슬란과 에두아르드를 깨우고 말했다.
"혹시 영국이 발칸 반도로 오는 것에 대비하는거 아닐까? 영국이라면 항공기가 소련보다 발달했겠지."
"영국놈들이 뭣하러 발칸 반도로 와?"
"놈들이 식민지 영국으로부터 계속 물자를 받으려면 지중해 패권이 있어야 할거 아냐! 근데 발칸 반도 쪽에서 친독 세력이 커지고 있으니!"
"영국이 발칸 반도로 공격해올거라는거야?"
"잠이나 자자..."
며칠 뒤, 올렉시는 동료들과 함께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독일 본토에서 첫 훈련을 받게 되었다. 강의실에 앉아있는 조종사들은 도대체 뭘 배워야할지 궁금해하는 심정이었다. 이미 최전선에서 매일 같이 전투를 나가던 조종사들은 이번 훈련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에 로스케 놈들 항공기를 하나라도 더 격추시키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종사들은 그래도 얼어죽을 것 같은 비행장보다 훨씬 따뜻한 숙소에서 머물 수 있어서 편안히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올렉시도 얼마전에 에두아르드, 루슬란과 함께 독일을 실컷 관광했다.
올렉시는 강의실 두번째 줄에 앉아있는 독일군 조종사를 바라보았다.
'한스 요하임 마르세이유? 저 자도?'
한스 요하임 마르세이유, 현역 중에 최강의 에이스 파일럿 그 또한 이번 훈련에 참가하기 위하여 독일 본토로 온 것 이었다. 루슬란이 수근거렸다.
"저 친구가 더 훈련받을게 있을까?"
뭔가 거대한 역사적 흐름이 바뀌어간다는 직감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강의실의 문이 열렸다.
'!!!'
모든 조종사들이 꿈이자 동경의 대상, 여전히 깨어지지 않은 불멸의 기록을 세운 전설적인 파일럿, 붉은 남작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 독일 제국 루프트바페 총사령관이 강의실에 들어왔다.
'공군 총사령관이 왜 여기에!!!'
강의실에 있던 모든 조종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경례했다. 리히트호펜이 당황한 파일럿들에게 말했다.
"아, 내가 계속 강의할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중요한 사항만 전달할걸세. &%$@#"
그 날 저녁, 조종사들은 야간 작전 훈련을 위하여 비행장에 모였다. 어두운 비행장에서 훈련용 항공기들이 하나씩 이륙하면서 훈련이 진행되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건가!!!'
리히트호펜은 건물에서 자신의 참모들과 함께 이번 훈련을 참관했다. 한 참모가 말했다.
"3~4주만 훈련 받으면 야간 폭격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리히트호펜은 훈련을 참관하면서 지구본을 돌려보다가 중동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장거리 폭격기 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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