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하와이 2
일본군 1파 공격기 중에서 제로센과 D3A 급강하 폭격기들은 섬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미군 공군기지를 파괴해야 했다. 미군 공군기지의 항공기들을 완전히 파쇄하지 않으면 조만간 있을 2차, 3차 공격때 보복을 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V자 대형으로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비행하던 제로센들이 두 갈래, 네 갈래로 무리가 나뉘며 섬 구석구석을 저공 비행하기 시작했다. 일부 기체들이 기체를 기울이며 강하한 다음 지도에 표시된 미군 공군 기지로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위이잉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저만치 앞에 보이는 미군 공군 기지에 항공기들이 좁은 간격으로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었다. 미군 조종사들이 자신의 전투기를 타기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미 어떤 조종사는 정비사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전투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제로센은 거의 바닥과 붙을 듯한 낮은 고도에서 저공 비행하며 미군 항공기들에 아주 정확히 폭탄을 투하하고 다시 고도를 올렸다.
쉬이이이이 위이이이이이이
폭탄이 폭발하며 공군 기지에 있던 항공기의 중앙 부분이 위로 들썩이며 절단되면서 거대한 화염에 휩쌓였다.
쿠구궁!! 쿠과과과광!!!
전투기에 탑승하려던 한 조종사는 항공기에서 뛰쳐내렸다. 기지 전체가 회색 연기와 먼지 속에 휩쌓였고, 미군 조종사들은 기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소방차!!! 소방차!!!"
급히 소방차가 오며 불을 진화하기 시작했지만 다른 방향에서 제로센 편대가 차례대로 날아오고 있었다. 아까 제로센이 왔던 것과 다른 각도의 경로였다. 일본 해군 항공대는 작정을 하고 미군의 모든 전함, 항모와 항공 기지들을 파쇄하기 위하여 경로까지 모조리 계산해둔 것 이었다.
쉬이이 쉬이이이이
제로센은 불타는 항공기지에 7.7mm 97식 기총을 퍼부었다.
드드드드드드드 드드드드드드드드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고작 공군기지 따위가 아니었다. 진주만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 포드 아일랜드. 이 곳에는 전함, 항공 모함 등 온갖 먹잇감들이 줄지어 있었기 때문에 사냥감을 찾는 B5N 뇌격기들이 상공을 빙빙 돌며 비행하고 있었다.
B5N 뇌격기 조종석 뒷자리에 타고 있던 항법사가 외쳤다.
"목표!! 전방 전함!!!"
딱 공격하기 좋도록 옆구리를 노출한 채로 정박되어 있었던 전함 오클라호마, 웨스트 버지니아는 이미 집중 공격을 받은 상황이었다. 오클라호마는 이미 완전히 격침되었고, 수많은 승조원들이 시커먼 기름띠가 둥둥 떠다니는 물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리고 오클라호마 옆에 웨스트 버지니아 또한 이미 어뢰 두 발을 맞고는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함체가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함포들이 다같이 돌아가며, 갑판에 승조원들은 미끄러운 갑판에서 뭐라도 붙들려고 애벌레처럼 엉금엉금 기어다녔다.
"으아악!!!"
한 승조원은 한손에는 탄약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 필사적으로 매달려있었다.
"으아아악!!!"
"역침수 실시!!!"
웨스트 버지니아는 급격히 역침수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체가 다시 균형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자 승조원들은 잽싸게 일어나서 다시 갑판을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그 때, 탄약을 운반하던 승조원이 바닷물 속에서 어뢰가 두 줄의 흰 경로를 그리며 오는 것을 발견했다.
"좌현 어뢰 접근!! 좌현 어뢰 접근!!!"
스크류가 드릴처럼 회전하며 기포를 내뿜으며 나아가던 91식 어뢰는 웨스트 버지니아의 좌현 함수에 명중했다. 웨스트 버지니아에 있던 모든 승조원들은 밑에서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쿠궁!!!
"으아아아악!!!"
육중한 소리와 함께 선체가 찢겨지며 직경 10m 정도 되는 엄청난 구멍이 뚫렸다.
카가가가강!!!
선체에 폭포처럼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일부 격실이 침수가 시작되었으며 전원이 완전히 꺼졌다.
"으아아아악!!!"
"탈출해!!!"
승조원들은 잽싸게 사다리를 타고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대한 웨스트 버지니아호의 선체가 다시 기울기 시작했다.
"빨리 나가!! 빨리!!!"
그리고 웨스트 버지니아, 오클라호마 외에 다른 전함들의 승조원들은 탄약을 나르는 등 서둘러 대공포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포의 사이렌 소리와 함께 흰 옷을 입은 승조원들이 눈썹을 휘날리며 각자 위치로 달려갔다.
붕 붕 붕 붕 붕 붕 붕 붕
"비상!! 비상!!!"
"총원 전투 배치!! 전투 배치!!!"
다들 줄을 서서 탄약을 나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Hurry!! Hurry!!"
"탄약 더 가져와!!!"
이미 오클라호마와 웨스트 버지니아가 격침되었기에 이제 B5N 뇌격기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며, 가장자리에 있는 다른 전함을 노리기 시작했다.
쉬이이이 쉬이이이이이
"우 20도!!! 뇌격기 3대!!!"
"고각 50도!!!"
대공포 사수들은 능숙하게 손잡이를 돌리며 대공포를 조준했다.
"각자 자유 사격!! 자유 사격해!!!"
대공포들이 계속해서 불을 뿜었다.
펑! 펑! 펑! 펑! 펑! 펑!
하늘에서는 팝콘이라도 튀기는 것 마냥 시커먼 폭발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빛나는 예광탄이 하늘을 뒤덮듯이 사방에서 발사되었다. 대공포를 다루지 않는 해군들도 모두 자신의 소총을 장전하고 하늘을 향해 겨누고 쏘는 것을 반복했다.
탕! 탕! 탕! 탕!
펑! 펑! 펑!
그 때, 대공포가 조준하지 않고 있던 방향에서 일본군의 뇌격기가 등장했다.
"좌 15도!!! 뇌격기 2대!!!"
예광탄이 번쩍거리고 사방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와중에도 하늘에서는 계속해서 일본군의 뇌격기가 새로운 방향에서 비행해오고 있었다. 대공포 사수들은 대공포를 최대한 빨리 선회시켰다.
"빨리!!! 빨리!!!"
뇌격기는 어뢰를 투하한 다음, 시커먼 포연을 뚫고 고도를 높이며 전함을 향해 92식 기관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쿠구궁!!!
폭발과 함께 파편이 사방팔방 날아가며 승조원들의 복부가 찢어지고 내장이 쏟아지고 갑판은 피로 뒤범벅이 되었다. 일부 승무원들은 기관총을 피해 시커먼 기름띠가 둥둥 떠있는 바다로 뛰어내렸다.
첨벙!!
또 한 전함은 이미 완전히 기울어져서 수면과 거의 80도의 각을 이루고 있었다. 이미 거대한 함포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으아악!!!"
미끄러운 갑판에 매달려있던 승조원들이 하나 둘씩 바다에 미끄러지고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나서 터렛이 날아가고, 파편이 튀고 난리도 아니었다.
쿠광!! 쿠궁!!
"으아악!!!"
"으허억!!!"
시커먼 기름띠가 둥둥 떠다니는 바닷물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수병들이 개미 떼처럼 헤엄치고 있었다. 그 때 제로센이 기총 소사를 하며 비행해오기 시작했다.
트트트 트트트트트
총알이 바다에 뿌려지자, 바닷물이 사방팔방 튀기기 시작했다. 마치 분수쇼라도 하는 것 같았다.
"으아악!!!"
물 속에 둥둥 떠다니던 수병들이 총알을 맞고 몸을 뒤틀고 바다에 붉은 잉크가 퍼지듯 상처에서는 시뻘건 피가 퍼지고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다.
한편, 일본 제1항공 함대 나구모 주이치 제독은 작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었다. 칠판에는 이번 작전의 주요 목표인 미군 전함들과 항모들의 이름과 함께 사진이 붙여져있었다.
"오클라호마 격침! 웨스트 버지니아 격침! 캘리포니아 격침!! 네바다, 화재 발생하고 이동!"
평화롭던 오하우섬 여기저기서 시커먼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을 무렵, 2파 공격이 시작되었다. 동체 하단에 800kg 항공폭탄(16인치 폭탄을 개조한 특수철갑탄)한 발을 무장한 97식 함상공격기, D3A 급강하 폭격기가 네바다를 향해 비행하기 시작했다. 네바다에 여기저기서 화재가 발생하여 시커면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기 때문에 공중에서도 네바다를 식별하기 매우 쉬웠다.
레버를 밀자, 장착되어있던 항공폭탄이 투하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낙하하던 항공폭탄은 네바다 갑판을 뚫고 들어갔다.
쿠구궁!!!
갑판을 뚫고 들어간 항공폭탄이 탄약고 내부에 떨어졌다. 그리고
쿠과과과과과광!!!!!!!!!!
유폭이 일어나며 탄약고 쪽 갑판이 융기하기 시작했다. 네바다의 선체 내부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선체가 찢겨져나가고 가운데 부분이 순간 융기했다가 두 동강나며 화산이라도 폭발한 것 처럼 엄청난 화염과 연기가 150m 상공까지 솟구쳤다.
쿠과과광!!!
그렇게 네바다는 순식간에 바다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이 시이이이이
다른 D3A 급강하 폭격기들은 도킹되어있는 펜실베니아를 발견하고는,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다시피 다이빙하며 항공 폭탄을 투하하고는 잽싸게 고도을 올리며 다른 방향으로 빠졌다.
쉬이이이
쿠과과광!!!
펜실베니아 중앙 갑판에 거대한 화염이 일어나며 상부에 모든 구조물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고 갑판이 푹 꺼지기 시작했다.
쿠궁!! 쿠광!! 쿠구궁!!
대공포 탄약고가 유폭되었고 수십 명의 승조원들이 엄청난 파편에 내장과 내수가 쏟아지고 육편 조각이 되었다.
그리고 네바다가 격침되었다는 추가 피해 상황이 나구모 주이치 제독에게 보고되었다.
"네바다 격침!!"
하지만 나구모 주이치 제독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항공 모함은 어디있는가?"
나구모 주이치 제독은 가급적 3차 공격을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즈음에는 저녁 5시가 조금만 넘어도 일몰이 시작되고, 3차 공격대는 야간 착함을 해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체되면 3차 공격은 야간 착함을 해야할 것 이다...뿐만 아니라 미군은 확실한 방어 태세를 취했을터...3차 공격을 하게 되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2차 공격으로 항공모함을 모조리 격침시켰어야 하는데...'
그리고 이 순간, 2차 공격대의 뇌격기 항법사는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햇살이 워낙 밝았기에 남동쪽으로 비행할때는 특히 표적을 찾기 어려웠다. 그 때, 항법사는 항공모함이 정박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11시 방향 적 항공모함!!"
"적 항공모함 발견!!!"
2차 공격대의 D3A 급강하 폭격기들은 항모 요크타운을 향해 비행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급강하 폭격기가 강하하며 항공폭탄을 투하하고 고도를 높였다.
쉬이이이이이
하지만 항공폭탄은 갑판에서 빗나가서 물에 풍덩 떨어졌다. 엄청난 물이 갑판에 흩뿌려졌을 뿐, 요크타운은 멀쩡했다. 계속해서 대공포가 발사되는 와중에, 두 번째 급강하 폭격기가 강하하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이이이
두번째 폭격기는 보다 낮은 고도까지 내려간 다음에 항공 폭탄을 투하했다. 항공 폭탄을 투하한 직후, 폭격기는 미해군 요크타운에 착함이라도 하려는 듯 낮은 고도에서 갑판과 수평으로 순간적으로 비행했다. 조종사는 잽싸게 고도를 올렸다.
"으아아아아!!!!"
그리고 방금 전 투하한 항공 폭탄은 정확히 요크타운의 갑판을 뚫고 들어갔다.
쿠과과과광!!!
엄청난 폭발을 뒤로 한 채로, D3A 급강하 폭격기는 고도를 높였다.
쉬이이이이 쉬이이이이이
급격히 고도를 높이는 것에 성공한 다음에야 D3A 급강하 폭격기 조종사는 요크타운의 갑판이 무너져내리며 빠른 속도로 침몰하는 것을 발견했다.
"요크타운 격침!!!!"
쉬이이이이이이
나구모 주이치 제독은 미항모 요크타운이 격침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요크타운이 격침되었습니다!!"
칠판에는 요크타운 옆에 X 자 표시가 그어졌다. 하지만 렉싱턴, 엔터프라이즈는 여전히 건재한 상태였다. 나구모 주이치 제독이 말했다.
"3차 공격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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