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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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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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0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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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7)

DUMMY

긴장을 놓을 수 없으면서도 지루하게 이어졌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돌풍이 되어 몰아치기 시작한다. 정확한 지침이나 명령은 내려오지 않았지만, 브린타이나 병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전선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놈들이 먼저 치고 들어왔다던데?”


“우익이 무너졌다고 하더군. 오자마자 이 모양이라니, 역시 카나반놈들은.......”


“역시 블라르님이 옳으셨던 거야. 그렇게 강직하시던 분이 제국과의 밀약이라니.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셨던 거라고. 남의 나라 간섭이나 할 줄 알았지 막상 필요할 땐 도움도 안 되는 놈들이잖아.”


평소엔 따끔한 호통으로 부하들의 잡담을 통제했던 장교와 부사관들도 지금만큼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뱉는 병사들을 방치하는 중이었다. 제대로 된 전투도 없이 길게 상황을 유지하고만 있는 왕국의 지휘부에서 카나반으로 그 불만의 대상이 옮겨가는 것을, 그들로선 막아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놈들과 동맹이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동맹이고 뭐고, 그 많은 피를 흘려가면서 지켜왔던 팔루뎀도 그냥 넘겨줘 버렸잖아? 대신 우리가 얻은 게 뭔데? 반도의 모든 기사들에게 존경받던 검성 대신, 남자 똥구멍이나 탐하는 게이새끼가-”


하지만 그 대상이 다시 되돌아오려는 조짐이 보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투준비태세란 말 못 들었나?! 입 닫고 군장이나 다시 확인해라!”


“예, 옛!”


그제야 자신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깨달은 병사들이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침묵이 되돌아왔지만, 멀리서 이 모든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디미르에게 이는 결코 평화가 아니었다.


“댄 스파인이 가져온 정보는 확실해. 작계 대로만 움직이면 된다고.”


그리고 그런 그의 곁으로 다가오는 크리스의 딱딱한 목소리. 디미르는 자신의 검성명에 걸맞은 미소를 지으며 국왕을 향해 몸을 돌린다.


“우리가 계획했던 건 지지 않는 전쟁이지, 이기는 전쟁은 아니었어. 하지만 ‘변수’가 멋지게 파고들어준 덕분에 우린 이제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전쟁을 해야 해.”


“전쟁이란 건 원래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잖아.”


“이번만큼은 아니었어.”


“겁먹은 거야?”


자연스러우면서도 갑작스러운 크리스의 질문에, 서서히 전장을 향해 흐르던 디미르의 시선이 다시금 허망한 미소와 함께 왕에게로 돌아온다.


“뭐어? 거업? 내가?”


“3군단을 격파할 수 있을지, 아니면 카이우스와 붙어서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물어본 게 아니야.”

불꽃을 품은 얼음. 그 시린 시선이, 모든 의지를 꿰뚫을 기세로 검성의 미간을 향한다.

“너는 처음부터, 네 아비가 남긴 유산이 모조리 무너져버릴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던 거잖아? 그가 자신의 생명, 자신의 명예, 그리고 자신의 이름 그 모든 걸 버리면서까지 세우길 바랐던 ‘나와 너’라는 정의가, 단 한 번의 실패만으로 무너질까, 그걸 걱정하고 있었던 거잖아.”


“.......”


“먼저 움직이는 쪽이 지는 싸움이라니. 내가 그딴 개소리를 믿어줄 줄 알았어?”


크리스의 추궁이 아닌 추궁에, 색 바랜 미소가 한숨과 함께 디미르의 입가로 흘러내린다.


“하아, 왕이시여. 당신은 검성이란 존재를 과대평가할 필요가 있네요.”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검성. 너는 좀 더 너의 왕과 부하들을 믿어줄 필요가 있다. 설사 우리가 이번에 패한다 하더라도, 네 아비가 남긴 눈송이는 계속해서 내 가슴 속에 남아있을 테니까.”


“하하하, 그 말씀, 저야말로 가슴에 담겠습니다, 폐하.”


어쩌면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바로 크리스의 이 한마디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앞엔, 당장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악을 품고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 마법사들이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혀는 안쪽을 향할지라도, 그 분노가 담긴 손만큼은 당장 앞으로 튀어나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자, 그럼.”

그들을 향해, ‘미소의 검성’ 디미르 트리스탄테가 해줄 말은 정해져 있었다.

“우리 귀여운 ‘변수’의 장단에 맞춰볼까.”










“브린타이나의 중앙군이 움직였습니다!”


“음! 속도를 높여라! 그 전에 놈들을 완전히 와해시켜야 한다!”


역시 예상대로, 브린타이나의 중앙군은 너무 늦게 반응했다. 그들이 지금 우익의 구원을 위해 움직인다고 해봤자 이런 기세라면 카나반군의 궤멸은 피할 수 없다. 무너진 전열을 수습하기 위해 병력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3군단의 중앙군에게 기회를 내어주는 상황이 될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틈을 자신의 증조부가 놓칠 리 없다. 안톤이 더욱 거세게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이유였다.


“대위님! 언덕에서 매복입니다!”


“흥.”

이 역시도 이미 예상했던 바.

마침내 중앙군이 움직였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카나반 역시 구원을 기다리기 위해 시간을 끄는 방향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모든 전선이 밀려버린 형국에 시간을 끌 수 있는 방책은 제한적일 테고, 이를 역이용한다면 자연스럽게 마지막 숨통을 끊는 일격이 될 수 있을 터. 안톤은 양 언덕 위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카나반군을 확인하자마자 영력을 실은 목소리로 고함을 내지른다.

“선두의 기병대는 나를 따르라! 적의 숫자는 많지 않다! 신경 쓰지 말고 이대로 돌파하여 적의 퇴로를 끊는다!”


곧바로 매복군으로부터 화살과 총탄, 마력이 날아들었지만, 안톤의 명령대로 선두의 기병대는 그들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서 그대로 낮은 협곡을 빠져나간다. 안톤은 굳이 그들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카나반군이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사이를 빠져나가 언덕과 산맥을 둘러싸면 매복군은 도리어 포위당하는 꼴이 된다. 그들의 섬멸은 뒤따르는 보병대에게 맡기고, 자신은 다시 일부 기병대를 이끌고 돌파를 계속하면 그만이다.

기이할 정도로 예상에 딱딱 들어맞으며 진행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안톤은 냉정을 잃지 않는다. ‘변수의 검성이 이곳에 있다’던 증조부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카나반의 전대 검성인 ‘흐름’의 경우에는, ‘오열’과 마찬가지로 제국의 기사인 자신조차 어렸을 적부터 귀가 아프게 들어온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변수’의 경우에는, 알려진 바가 그 검성명뿐, 나이도 성별도, 무슨 무기를 쓰는지, 통솔력은 어떠한지 등의 정보는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를 직접 만나보았다는 카이우스의 평에 따르면, ‘검성 같지 않은 검성’이라는 사실뿐. 상황이 이렇게 됐음에도 아직까지 모습을 내비치지 않고 있는 ‘변수’ 때문에, 안톤은 일방적인 흐름 속에서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안톤은 좁은 숲길 위에서 수백 기병대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한 존재의 정체가 무엇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무릎도 아파 죽겠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또한 이 작은 그림자의 불평이 누굴 향해있는지도.


“?!”

안톤은 순간 자신의 말이 뛰어오른 것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딛고 있는 높이가 단순히 말의 도약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그는 마침내 숲의 바닥은 물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의 줄기와 작은 가지에서조차 뻗어 나온 수많은 나무의 연장선들이 자신의 말을 공중에서 휘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무의 벽이 만들어졌고, 안톤의 뒤를 따르던 기병대는 놀란 말을 진정시키며 멈춰서야 했다.

“누구냐?!”


마법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마법은 그로서도 처음 접하는, 이색적인 마력. 간신히 당황을 삼키며, 안톤은 좁혀오는 줄기를 피해 땅으로 내려선다.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마법사의 무뚝뚝한 대답이었지만.


“그건 아실 거 없고.”


“카나반의 마법사들은 참으로 오만하구나!”


그전에 보았던 망자도 그렇고, 이 이름 모를 마법사도 그렇고, 안톤은 기사와의 일대일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행동에 대해 오만하다는 평가 외에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는 스멀스멀 가시처럼 바닥에서 솟아나는 줄기들을 베어내더니, 그대로 마법사의 정면을 향해 도약한다. 이 정도 거리라면 두 번의 발디딤으로 충분할 것이다. 저 마법사가 이렇게 줄기를 부리는 재주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 작은 승부의 결말을 불 보듯 뻔할 테니까.

그러나 그가 가속을 위해 발을 디디는 순간,

안톤은 오감을 휘어잡는 이질감으로 인해 아래를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바람과 함께 높은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발현계 마법으로 줄기에 묻어두었던 함정이 안톤의 영력에 반응하여 지뢰처럼 폭발한 것이다. 단순한 마력지뢰였다면 상대가 눈치를 챘을 테지만, 사방을 휘감고 있는 줄기와 가시들 속에 응집시켜놓은 마력을, 마법사도 아닌 기사가 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벤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줄기에 숨겨놓은 마력들은 곧바로 연쇄반응을 일으켰고, 벽처럼 기병대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줄기들은 하나하나가 마력폭탄이 되어 주변을 집어삼킨다. 숲과 나무를 신성시하는 교회의 사제들이 보았다면 경악을 했을 참경, 그러나 벤은 이 광경을 앞에 두고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신경을 사로잡은 존재는 오직 하나, 하늘까지 닿는 열기의 일렁임 와중에서도, 꿋꿋이 일어나고 있는 그림자였다.


“.......와, 나름 조절을 해놓긴 했지만, 바로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


안톤이 타고 왔던 군마의 조각들이 뒤늦게 비처럼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그러나 ‘나름 조절’했다는 벤의 말에도 불구하고 일어선 안톤의 상태는 그의 군마 못지않게 처참한 상태였다. 제복과 전투복엔 아직도 불씨가 남아 파지직거리며 섬유를 태우고 있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녹아버린 피부와 함께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엉켜있다. 왼쪽 눈동자는 아직도 빛을 잃지 않은 채 벤을 노려보고 있지만, 그의 얼굴 오른편은 짓뭉개진 상태였다. 이미 체액의 절반은 증발한 듯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어 보였지만, 놀랍게도 그는 검을 놓지 않고 조금씩 벤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아, 방금했던 말 취소. 조금 심했나?”


목발 없이 딛고 있는 무릎의 통증 때문인지, 아니면 안톤의 몰골 때문인지, 벤은 다가오는 안톤을 향해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린다. 물론, 안톤은 그런 반응에 대해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여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검을 들어, 그대로 벤을 향해 도약했으니까.

이 도약은 벤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격이었다. 본인까지 폭발의 범위에 휩쓸리는 것은 원치 않았기에 그의 주변은 줄기도, 숨겨놓은 마력도 없이 깨끗하다. 다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지금, 벤에게 그 일격을 피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톤이 검끝에서 느낀 것은, 그의 영력이 마법사의 연한 목을 꿰뚫는 감각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이러니까 제국의 기사들을 얕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털털하면서도 묵직한 목소리. 안톤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을 간신히 들어, 자신의 검을 빗겨내고 있는 글레이브의 날을 바라본다. 그러나 새로운 적의 개입이라는 상황을 맞이한 안톤보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에 대한 벤의 감사가 한발 빨랐다.


“사령관. 때맞춰 와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아르바티앙 이후로 오랜만이군요. 그나저나, 용케 또 이렇게 끔찍한 생각을 내셨습니다?”


안톤의 검을 밀어내며 비죽 웃어 보이는 자히르.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안톤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영력의 크기가 지금의 자신으로는, 아니, 멀쩡할 때의 자신으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네,......네가....카, 카나반의.......”


녹아 들러붙은 입술이 찢어지며 미처 증발하지 못한 피가 흘러내린다. 그제야 자히르는 흥미롭다는 듯, 죽어가는 기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음? 뭐라고?”


“네......가, 벼....변수의 검성....이냐...?”


“허.”

탄식과 함께, 벤을 향해 돌아보는 자히르. 그는 미중년답게 치명적인 웃음을 지으며 안톤을 향해 고개를 까딱한다.

“라고 묻는데요? 뭐라고 답합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아니, 그야-”


“됐고, 죽이지 않게 조심해요. 중요한 자산이니까.”


자히르는 다시 웃는다.

북부군사령관인 자신을,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가장 꺼려하는 지휘관 중에 하나인 자신을,

마치 오래 부려먹은 부하처럼 다루는 저 뻔뻔함.

그의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건방지다고 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히르에게 있어 벤이라는 존재는 흥미로운 관찰대상이었다.


“중요한 자산이요?”


“카이우스 드레브냑의 증손자에요, 그 인간.”


“카이우스라면....... 3군단장말입니까?”

눈을 크게 뜨며 안톤을 돌아보는 자히르. 그러나 이미 안톤은 검을 놓친 채,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근데 상태가 이래서야 포로로 쓸 수 있을라나?”


“포로로 쓰지 않을 거예요. 사실, 이번이 두 번째로 잡는 거거든요.”


“흐음?”


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자히르로서는 고개를 갸웃할 뿐.


“쥬넨 니바르토가 그랬어요. 카이우스 드레브냑이라는 ‘개인’을 무너트리기 위해선 그의 혈육을 이용해야 한다고. 처음엔 다른 아들바보들처럼 자신의 혈육에 집착하는 점이 그의 약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흐으음?”


혼잣말에 가까운 벤의 주절거림에 자히르의 의문은 더더욱 커져만 간다.


“아, 됐고, 데려온 병사들이랑 통합군 재편해서 반격할 준비나 합시다.”


“반격? 반격이라니? 전문에는 구원요청이라고 했잖습니까?”


“그렇게 써놔야지 나중에 로빈이나 의회에 변명할 거리가 생기잖아요. 거, 아실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아.”


벤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자히르가 껄껄 웃는다. 그 웃음의 농도는 점점 짙어져, 마치 영력이 담긴 목소리처럼 무너진 숲 사이를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물론,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안톤은 그 웃음을 끝까지 못했지만.


“하지만 검성, 제가 데려온 건 고작 2개 연대 정도입니다. 그냥 예정대로 ‘미소’의 중앙군이 지원을 올 때까지 자리를 잡고 버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지원?”

결국 나무줄기 하나를 소환하여 목발 대신 짚고 서는 벤. 그러나 그의 표정엔 흐릿한 비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자히르 경, 정말로 브린타이나군이 이쪽으로 지원을 올 거라고 생각해요?”


“흠?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대로 우익이 무너져버리면, 중앙군의 측면이 그대로 노출되는-”


“네, 그리고 3군단의 중앙군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겠죠.”


“.......으흐음?”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자히르의 반응이었지만, 벤은 그의 반응과는 별개로 동쪽 하늘을 향해 먹색 시선을 돌린다.


“ ‘미소’가 괜히 저에게 우익을 맡긴 게 아니에요. 저는 그 믿음을 살짝 이용했을 뿐이지, 지기 위해 여기 온 게 아닙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전열을 가다듬고 적의 좌익을 돌파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어질 ‘정면대결’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죠.”


“흐음, 뭐 그러시다면, 이 자히르 드라흐마를 마음껏 부려보시지요. 내 딸내미가 평소에 어떤 기분인지 느껴볼 수 있겠구만.”


“고마워요.”

폭염이 걷히고, 드러난 참상 위로 살아남은 제국기병대의 굳은 얼굴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동시에 자히르가 선발대로 데려온 북부군의 기병대 또한 숲의 그림자를 벗어나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자아, 그전에 다들 살아있는지 확인 좀 해봐야겠네.”

그리고 이어지는 벤의 마지막 혼잣말은, 자히르의 돌격명령에 묻혀 숲의 재와 함께 흐트러져버린다.




“.......렌 그 새끼는 좀 안 뒤지나........”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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