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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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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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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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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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6막) 태동이 시작되고 욕이 솟아오른다 (7)

DUMMY

“마음 같아서는 크게 대접해드리고 싶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렇게 약식으로 우리 동맹을 축하하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라오.”

짧고 허무한 축사를 마친 뒤에 블린저는 잔을 들어 올린다. 그의 말대로, 그를 포함한 와르헨스톡의 지휘관들과 카나반 원정군의 지휘관들이 모여 있는 장소는 화려한 연회장이나 드넓은 대합실이 아닌, 칙칙하기 그지없는 지휘소 천막이었다. 물론, 엘라는 아까 그 맛있는 와인을 다시 마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한 모양이었지만.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아니 되오. 아침이면 블라고슬로바 중앙정부도 카나반의 요구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이고, 친제국파와 반제국파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겠지. 이것뿐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상대는 아실레마제국 우검성의 피를 잇고 있는 자요. ‘붉은 장미의 검성’ 델핀 드리브달의 죽음 이후,”

블린저의 깊은 옥색 시선이 자연스럽게 엘라를 향한다. 그리고 그것은 몇몇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엘라는 마치 처음 듣는 이름이라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혀로 와인을 굴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좌검성직에 가장 근접했던 인물은 바로 3군단장 ‘은빛의 사선’ 카이우스 드레브냑이었지. 하지만 황제가 침묵 중인 지금, 우검성은 이런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소. 결국 ‘은빛의 사선’은 실각했고, 우검성은 자신의 자식들을 경쟁시켜 그중 가장 뛰어난 자를 좌검성직에 앉힐 생각이오. 그로써 그의 혈족이 제국의 군권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게 될 터. 그리고 우검성의 자식들은 이런 영광의 기회를 잡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내놓을 것이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이 바로 이들 중의 하나.”

크게 청중을 가로지르던 노인의 시선이 벽면에 걸려있는 전술지도에서 멈춰 선다.

“하지만 블라고슬로바 내에 친제국세력을 심어둔 건 그의 계획이 아닌, 다른 형제의 것이었던 모양이오. 때문에 그는 경쟁자의 계획을 무너트림과 동시에 나름대로의 실적을 남기기 위하여 나를 포섭하려 했던 것이지.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는 거꾸로 형제가 남겨둔 자산을 이용하여 일을 바로잡으려 달려들 것이오.”


“친제국세력의 병사들을 모아 우릴 공격이라도 한다는 뜻입니까?”


엘라의 부관으로써 이번 원정에 동행중인 엔켈라였다.


“제국과의 결탁 혐의로 기존의 공화당수뇌부가 몰락하고 자유당이 득세를 하고 있는 지금, 중앙정부는 제국군을 향한 카나반의 적의를 막아설 이유가 없소. 아직까지도 제국에 혼을 바치고 있는 도시들과 지휘관들만이 저지하고자 일어나겠지. 베이어가 제국 우검성의 이름을 꺼낸다면, 어렵지 않게 그런 자들을 규합할 수 있을 것이오.”


“실패한다고 해도 무너지는 것은 경쟁자의 계획. 성공한다면 공은 자신의 것. 그로서는 잃을 게 없겠군요.”


“이건 더 이상 단순한 군대와 군대의 싸움이 아닐세. 직접 드러난 시선들 외에도, 이 싸움의 결과를 지켜보는 자들은 많아. 우리가 베이어의 친제국세력을 격파한다면 그들은 결국 수면 위로 떠오르길 포기하고 과거를 묻으려 할 것이고, 만약 저들이 승리한다면 도시연합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분열되어 버리겠지.”

블린저가 입도 대지 않은 잔을 내려놓는다. 그 부딪침엔, 와인이나 유리 이상의 무게가 담겨있었다.

“난 그렇게 놔둘 생각이 없소.”


“그리고 그걸 우리에게 위임하겠다- 이 말씀이시네에.”


조용히 와인을 음미하고 있던 엘라가 마침내 부드러운 미소를 내비친다. 몇몇 지휘관과 장교들은 곧바로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블린저만큼은 그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중앙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번 일을 진행해왔소. 다르게 말하자면, 본래 나는 여기에서 당신을 만나고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지. 내가 실질적으로 작은 내전이나 다름없는 이번 전투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중앙정부와 도시들에게 어떻게 비춰 질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오.”


“지원은?”


“최소한의 보급을 내드릴 수 있으나, 표면적으로 이곳 와르헨스톡은 제국세력에 대한 보복으로 카나반이 점령 중인 상태요. 큰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소.”


“거참 까다로우시네.”


그러나 불만을 뱉는 엘라의 표정에 아쉬움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맛좋은 와인 때문인지, 아니면 다가오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블린저는,

그런 엘라를 향해 자세를 바로잡는다.


“.......어떻게 보면 내 이쪽만의 공익을 위한, 독단적인 선택일 수도 있소. 지금 당장 그대들이 돌아간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권리는 없겠지. 하지만 블라고슬로바 대표기사의 이름으로 부탁하겠소. 부디, 이 땅에서 제국의 그림자를 지워주시오.”


그리고 정중하게 아래를 향하는 블린저의 머리. 곁에서 지켜보던 던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옛 스승이 머리를 숙이는 광경은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으니까.


“타지에서, 1개 사단도 안 되는 병력으로, 증원도 없이, 제국의 좌검성이 될지도 모르는 새끼가 이끄는, 몇 명이나 될지도 모르는 적을 상대로 싸우라는 말이네.”

장난스러운 몸짓으로, 빈 잔을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려놓는 엘라.

그 위태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그녀는 입맛을 다신다.





=======================





“뭐야, 아직 복귀 안 했어?”


우연히 식당에서 마주친 친구를 향한 로빈의 첫마디. 그에 벤은 한숨을 쉬며 맞은편 의자에 목발을 기대놓는다.


“그러는 너는?”


“나야, 뭐. 총리님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와도 된다고 하셔서 죽치고 있었지.”


“너네 형이랑 형수도 나한테 똑같은 말을 하던데.”


한숨이 교차하고, 로빈의 검붉은 눈동자가 목발에 꽂힌다.


“.......무릎은 어때?”


“맨날 볼 때마다 똑같은 거 물어보는 거 지겹지도 않냐.”


“아니, 걱정되니까 그렇지.”


“어차피 내가 발로 뛰어다니는 직업도 아닌데 뭐.”


“.......너 검성이잖아.”


“그거 기사와 마법사에 대한 차별 발언이라고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폐하?”


“.......말을 말자.”


엘라를 비롯하여 본래 이곳을 담당하던 레티까지 빠져나갔음에도 주둔지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베르달의 용사들, 본국에서 파견된 공병들과 마법사들이 저마다 맡은 직무에서 일을 진행하는 중이었지만 사실상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고 볼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져가는 주둔지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식당이라고 해봤자 중앙광장으로 이어지는 공터에 천막을 쳐놓은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벤과 로빈은 빵을 입에 쑤셔 넣으며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일이 잘 풀리면 이곳은 베르달, 마즈다힐, 블라고슬로바를 잇는 교차로 역할을 할 것이고, 일이 잘 안 풀린다면 블라고슬로바로부터 마즈다힐을 보호할 수 있는 전초기지가 되겠지.”


벤의 말에, 로빈은 빵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인다.


“전자가 됐으면 좋겠는데.”


“그거야 엘라에게 달렸지.”

대답에 이어 숟가락을 쥐려던 벤의 손이 멈춘다. 그는 잠시 멍하니 묽은 수프가 담긴 접시를 바라보다가, 먹색 눈을 빛내며 고개를 들었다.

“엘라말인데,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 진행될 걸 알고 있었던 걸까?”


“뭐?”


무슨 소리냐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웃어버리는 로빈. 그러나 벤은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훈련대장까지는 그렇다고 쳐. 그런데 갑작스러운 연합훈련계획에 생도들의 실전투입, 거기에 원정군 총사령관까지. 뭔가 너무 물 흐르듯 이어지지 않았어?”


“심심해 죽으려고 하던 사람 잘 굴리고 좋지 뭐.”


“아니, 내가 말하려는 건, 엘라가 처음 흥미를 보였던 건 다름 아닌 ‘훈련대장’이었다는 사실이라는 거야.”


“.......그런데?”


마침내 로빈의 눈동자에서 흥미의 빛이 보이자, 벤은 아예 작정한 듯 몸을 앞으로 숙인다.


“네가 생도였을 때 기억하지? 제대로 훈련도 못 마친 생도들 데려다가 어거지로 실전에 투입했었잖아.”


“그랬지.”


“말이 많았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꽤나 신선한 과정이었지. 물론 피해는 있었어. 그런데 지금 너희 동기들을 봐. 너는 그렇다 치고, 지나, 오즈카는 물론이고 일선 지휘관들 중에서도 너네 동기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그렇다 치고라니.......”


왕의 소심한 저항을, 벤은 다시금 말로써 밀어버린다.


“어쩌면, 엘라도 이거에 영감을 받은 거 아닐까?”


“뭐어?”


“이번 원정, 물론 중요하지만, 공화국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 있는 전투는 아니지. 게다가 굳이 크게 군을 일으킬 수 없는 시기에 출병을 고집한 게, 자연스럽게 생도들을 전력으로 써먹기 위한 의중이었다면?”


“.......엘라가 그렇게까지 생각을-”


“잊고 있나 본데, 엘라론 드리브달은 검성의 딸이자 제국의 2군단장을 했던 사람이야. 물론 ‘광기의 꽃잎’이라는 별명만큼 즉흥적이긴 하지만, 최근에 그녀가 신중함을 잃었던 모습은 따지고 보면 로즈에 관련된 일이었을 뿐이지.”


“아니, 그래서, 만약 그렇다고 치자.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벤이 잠시 숨을 멈춘다. 덕분에, 로빈은 그 틈을 타서 새로운 빵을 집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벤의 침묵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철저하게 계산된 최선의 의도가 있다고는 해도, 언제나 변수가 우리를 괴롭힌다는 점이야.”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뭔가-”




“뭐해애~?”


두 친구의 대화는 이어지지 못한다. 어느새 리즈의 해맑은 미소가 의자와 함께 원형식탁으로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첫 대답은 로빈의 몫이었다.


“응, 재미없는 얘기.”


“무슨 재미없는 얘기인데, 오빠앙?”


“너 어차피 내가 설명해줘도 중간에 끊-”


“그건 그렇고, 벤. 나랑 언제 결혼해줄 건데?”


갑작스러운 공격. 예전의 벤이었다면 머금고 있던 빵과 수프를 뱉어내며 당황했겠지만, 이제는 코로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제3왕위계승자께서 절름발이한테 함부로 그런 말씀을 하고 다니면 안 됩니다, 왕녀님.”


“그게 무슨 상관인데?”


“애초에 이 나라는 왕과 검성이 엮이는 걸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거든요. 사실 제가 댁 오빠랑 이렇게 마주앉아 밥을 먹는 것도 원래는 욕먹을 짓이란 말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벤은 결국 로빈을 향해 구원의 눈길을 보내보지만, 돌아오는 건 으쓱하는 어깻짓뿐이었다. 결국, 벤은 마음을 굳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왕녀님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뭐엇?!”

거대한 충격을 받은 것처럼, 그대로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가는 리즈. 의자는 정말로 넘어졌지만, 리즈는 마지막 순간에 뛰어올라 의자의 끝에 발을 세워 올라선다. 묘기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아니, 왜?!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왕녀가 취향이 아닐 수가 있어? 그럼 벤 취향이 누군데?”


그들은 길 가던 카논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몰래 이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니, 딱히 그런 사람이 있다는 소리가 아니라-”


“그럼 뭔데? 내 동생이 어디가 어때서?”


“.......왜 너까지 나서서 난린데.......”


라고, 물을 마시는 척 시선을 피해 보려 했지만, 두 쌍의 꼭 닮은 검붉은색의 눈동자는 끈질기게 이쪽을 물어뜯을 기세였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너 아직 그런 생각 없어?”


뾰로통한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로빈이 물었다.


“그런 생각이라니?”


“뭐 연애라던가, 결혼이라던가.”


말끝을 흐리는 로빈. 벤의 인상이 구겨진다.


“결혼이라니, 너 뭐 설마 진지하게 얘랑 나를 엮으려는 건-”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야.”


“흥미로운 주제로군요, 오라버니.”


“물러가라, 미트라블루스의 졸개들아.”


결국 벤은 남매에게서 등을 돌려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로빈의 목소리엔 진중함이 묻어 있다.


“정말로 생각 없어? 아예?”


“응. 왜?”


“아니, 나는 당연히 네가....... 아니, 아니다.”


말을 이어가는 대신 동생의 입으로 샐러드를 넣어주는 로빈. 벤이 이 싱거움에 대해 한마디 남기려는 순간,


“폐하, 엘라론 경으로부터 전문입니다.”


셰르가 로빈의 곁으로 다가서며 봉인된 봉투를 건넸다.





===================





아침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바스라지는 숲속. 엔켈라가 심호흡을 하고, 안경을 고쳐 쓴다.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한 번만 더 물어보면 때린다고 했어, 안 했어?”


엘라의 주먹질을 피해 고삐를 당기는 엔켈라. 그러나 그의 걱정은 멈추지 않는다.


“저흰 완벽한 전력이 아닙니다. 애초에 거대한 세력과의 전면전은 계획에 없는 일이지 않았습니까? 와르헨스톡의 병사까지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희끼리 멋대로 전투를 벌이는 건-”


“왜, 내가 그깟 우검성의 그림자도 못 이길 거 같애?”


“그게 아니라, 상대는 전력을 가늠할 수 없는-”


“나는 상대에게 가늠할 수 있는 전력이야?”


“.......”


연속으로 말을 끊기자, 결국 엔켈라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걱정은 그의 몫만이 아니었다.


“전황이 불확실한 것은 사실입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좀 더 신중하게 본국의 의견을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굵은 눈썹 사이로 흉터와 함께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레티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화를 내고 있는 것이라 오해를 받아도 어쩔 수 없을 정도의 거친 인상. 그러나 엘라는 이런 레티의 반응에 미소로 화답한다.


“글쎄? 아마 우리 검성은 나하고 똑같은 답을 냈을걸?”

어디서 오는 확신일까.

레티와 엔켈라는 더 이상 어떠한 말도 없이, 서로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슬슬 올 때가 되지 않았나?”


엘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어지는 숲길의 반대편에서 유진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매복의 위험이 많은 지형이긴 합니다만, 어쩌시겠습니까?”


“도시의 위치는?”


“북쪽으로는 아이반스톡, 동쪽으로 포레스트스톡이 있습니다. 두 도시 모두 북쪽국경을 담당하는 국경도시로, 이번 공화국의 와르헨스톡 점령 당시 일부 병력을 움직인 도시들입니다.”


“즉, 둘 모두 우검성의 자식에게 빌붙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네?”


“그렇습니다.”


“규모는?”


“각각 적어도 사단급 이상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흐음.”

엘라가 고갯짓을 하자, 엔켈라가 황급히 전술지도를 펼쳐 곁으로 다가선다.

“.......이대로 가면 길이 갈라지는 거네. 북쪽은 아이반스톡, 동쪽은 포레스트스톡,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


“그렇습니다. 저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나선 만큼, 제대로 전력을 갖추기 전에 둘 중 한 곳을 먼저 제압하는 것이-”


“아니, 가운뎃길로 통과한다.”


엔켈라의 얼굴 위로 경악이 번진다.


“예?”


“가운데로 통과한다고.”


“하, 하지만 엘라 경, 그랬다가는 양쪽에서 협공을 받게 됩니다!”


이번만큼은 방치할 수 없었는지, 엔켈라가 적극적으로 엘라의 앞을 막아선다. 그러나 그의 빈약한 몸짓으로는 엘라의 미소를 지우기에 역부족이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당연합니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두 도시 모두 사전에 카나반의 침공 사실을 알고 움직였던 세력입니다. 이미 제국군에게 포섭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그러니까 가로지르는 거야.”

낮게 내리깔리는 엘라의 웃음소리.

“놈들을 포섭한 건 베이어라는 녀석이 아니라, 그의 다른 형제들이었을 테니까.”


“.......예?”


“엔켈라 너도, 레티도, 내 뒤에 있는 모든 병사들도, 싸움엔 익숙할지 몰라도 전장의 냄새를 맡는 방법을 좀 더 배워야겠구나.”

엘라는 미소를 유지한 채 말을 몰아 엔켈라를 스쳐 지나간다.

와르헨스톡에서부터 이어진 그녀의 즐거운 듯한 고양감은,

마침내 그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런 눈치싸움은, 먼저 개판을 치는 게 의외로 먹히는 법이거든.”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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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5) +10 16.09.23 432 13 17쪽
247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4) +8 16.09.18 508 15 19쪽
246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3) +10 16.09.13 511 13 18쪽
245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2) +10 16.09.08 458 14 13쪽
244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1) +7 16.09.03 511 1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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