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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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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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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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4막) 다시 품은 목소리 (7)

DUMMY

“일.......기?”

상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고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가 풀리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녀의 원초적인 호기심은 주인이 깨닫기도 전에 악마를 향해 더욱 가까이 의자를 끌어당기는 중이었다.

“아니, 이건 왜, 어떻게?”


“도서관의 책을 다 읽고 다른 문서들을 찾아보는 중이었다. 그중에 니새끼가 쓴 탐색임무보고서가 있더군.”


“임무보고서? 그건 대외비문서인데?”


“그런 거 내가 신경이나 쓸 거 같냐?”


무심한 데로의 대답에 고도는 짤막한 납득의 고갯짓을 끄덕인다. 창백한 아이의 모습을 빌리고 있긴 하지만, 눈앞에 앉아있는 존재는 악마, 그것도 세계의 본질이라 불리는 태초의 존재 ‘바하이트’다. 이들에게 시간과 공간은 낮은 차원의 제약일 뿐. 자료실에 굳게 봉인되어있는 공문서를 가지고 나온다거나 나라 반대편에 있는 숲속의 오두막으로 날아가 책 한 권을 빼내오는 건 일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그 의도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건 왜?”


“궁금해서.”


“뭐가?”


“그 새끼가 뭘로 만들어졌는지.”


“.......”


뭘로 만들어졌냐니. 마치 벤이 기계라도 되는 듯한 말투. 데로는 자신이 읽던 것에서 시커먼 시선을 떼어 책 위로 고도와 시선을 마주한다.


“그 새끼가 한 일은 들었다. 아니, 보았다고 해야 하려나.”

베르달에서 마즈다힐. 그리고 팔루뎀에서 브린타이나까지. 단순하게 ‘한 일’이라고 정리하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 고도였지만, 잠자코 악마의 다음 혀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 새끼는 그 새끼가 제일 신뢰하는 새끼에 의해 처분당할 위험에 처했지. 세뮈엘년의 몸종새끼가 머리를 잘 굴렸어. 아마 이번엔 평소처럼 빠져나오긴 어려울 거다.”


이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책을 읽다시피 했으니, 자연스럽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과 앞으로 그 일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까지도 인간답게 꿰뚫고 있다는 걸까.


“맞아. 근데 그거랑 그 일기랑 뭔 상관인데?”


증폭되어가는 고도의 호기심이 재미있다는 듯 데로는 새카만 혀로 낼름 입술을 핥는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텁텁해진 입가를 쓰다듬었는데, 역시 그도 유라의 차가 그리운 모양이었다.


“그 새끼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해본 적 없냐?”


“.......‘어떻게?’”


악마는 왜-가 아닌, 어떻게-라고 물었다. 때문에 고도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쭈욱 벤의 곁에서 그를 지켜봐 왔지만, 언제나 그의 ‘의도’만을 생각해왔지 그 능력과 판단의 원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마즈다성 공략 마지막에, 도시에 요동치던 ‘피의 권능’과 그 광기를 잠재웠던 풍경을 기억하냐?”


마즈다성의 광기.

2군단장 스이바노 브란트가 마지막 수단으로써 내놓았던 피의 권능.

그리고 갑자기 그 모든 광기를 집어삼켰던, 숭고한 형상.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 붉은 나무의 발현이었지. 그게 왜?”


“그게 뭐였다고 생각해?”


“응? 그야, 세뮈엘님의 축복-”


“아냐. 그 새끼였다.”


멎어버리는 고도의 호흡.


“.......뭐?”


“그 도시에 있었던 모든 인간새끼들의 피와 원망이 흘러넘치던 하수로에, 그 새끼가 자신의 피를 흘려 넣었어. 마치 정확히 그게 어떤 작용을 할지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말이야.”


“자, 잠깐, 잠깐만. 벤이었다고? 하지만 걔는-”


“그래. 세뮈엘에게서 제대로 된 축복을 받은 적도 없고, 계약마저 거부당한 새끼지. 그런데 그런 새끼가 아펜타우스의 권능을 향해 자신의 피를 뿌리자마자 모든 상황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어. 그것도 붉은 나무라는, 아주 노골적인 형상으로 말이야.”


“.......”


“피의 권능을 빌려준 장본인도 당연하게 내가 저지른 일인 줄 알고 있더군. 덕분에 여간 난처한 게 아니야. 본질에서 물러나 시간을 느끼면서 살고 싶었던 나를 귀찮은 소용돌이로 끌어당겨 버렸거든.”

데로가 시커먼 책을 덮고, 그대로 고도의 얼굴을 향해 비어있는 표지를 내민다. 미처 대비하고 있지 못했던 그녀는 깜짝 놀라며 엉겁결에 그 두꺼운 책을 넘겨받아야 했다.

“나는 니 새끼들처럼 단순한 우연으로 그 새끼의 존재를 넘겨짚을 생각이 없다. 처음 그 새끼가 코딱-, 아니, 그 새끼의 피로 날 소환했을 땐 흥미로운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아냐. 그 새끼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답을 내가 찾을 거다. 이건 그 시작이고.”


말을 마치며, 데로는 이리스의 머리 뒤로 하얗고 마른 손을 뻗는다. 그리고 고도는 그제야 소파 위에 쌓여있는 책들의 정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것들 모두가 제목은커녕 표지조차 없는, 하나의 공백이었다.


“.......이걸 왜 나한테?”


“말했듯이, 나도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아직 내가 원하는 답은 찾지 못했어. 하지만, 그 안에 니 새끼들이 원하는 답이 들어있는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답이라니......., 그거 혹시-”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가져가서 다 읽어라. 거기서 어떤 답을 찾아내는지는, 전적으로 니 새끼의 역량에 달려있으니까.”




================




“말도 안 됩니다! 전쟁범죄라뇨!”


카논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격렬한 반응에 지나는 당황한다. 하지만 곧 저 아이가 벤에 관련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부적절한 미소를 감추기 위해 이마를 쓸어 넘겨야 했다.


“진정해, 카논. 기소에 대해서는 이미 어쩔 수가 없어. 이미 벌어진 일이야.”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모인 건 재판과정에서 그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 의논하기 위해서야. 부당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어. 하지만 그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왕비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여기서 더 열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 카논은 미간을 구긴 채 자신의 자리에 앉아야 했다. 그에 지나는 짧은 한숨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샛노란 시선으로 귀빈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인물들을 둘러본다.


“다들 원정 관련 서류작업이나 밀린 업무로 바쁘실 텐데, 이렇게 이른 시간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고 있는데 언니가 끌고 왔잖아.......”


“시끄러 리즈. 일단 로빈이 이 자리에 없는 점에 대해선 양해를 부탁드려요. 재판 자체가 그 인간의 이름을 빌려 열리는 거라 이런 모임에 참석했다는 걸 들켰다가는 골치 아파지거든요.”


“이런 모임이라니, 누가 들으면 불손한 작당 모의라도 하는 줄 알겠네.”


카니아 시즈키치의 한탄에 맞은편에 않은 엘라가 얇게 웃으며 동조한다. 당연하게도, 지난밤 열광적인 시민들의 환영에 지친 로즈를 안고 있는 채였다.


“이번 재판에서 다룰 내용은 검성이 브린타이나에서 내렸던 결정과 행동들에 관한 것들입니다. 즉, 통합군이 그 대상이니, 증인석에 서는 것도 통합군 쪽 인원이 우선시되겠지요.”


지나를 도와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망자, 제르나비 오캄푸스. 엘라의 앞에 차를 내놓던 순간, 로즈가 신기하다며 그의 팔목을 잡아 뽑아버리는 바람에 그는 겨우 이어붙인 오른쪽 손목 부분을 슬슬 어루만지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도가 안 보이네요?”


자신의 역할을 마치고 구석진 곳으로 돌아가는 망자를 향한 지나의 물음. 오캄푸스는 딱딱한 의자 탓에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리자 미안하다며 손가락뼈를 들어 보인다.


“예, 선임전투마법사는 개인적으로 알아볼 일이 있다며 아스트로바톰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웬만하면 자신의 증언순서를 가장 나중으로 잡아달라고 하더군요.”


“뭔가 있나 보네요. 근데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될지....... 뭐, 아무튼 상황을 정리해보죠. 아주버님?”


“아, 예, 예!”


지나의 부름에 토우칸이 황망히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선다. 카니아와의 결혼 이후 부대의 지휘관을 맡으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 어색한 모양이었다.


“다들 보고서로 이미 보셨겠지만, 다시 한 번 그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말을 마치며 지나는 토우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그 허락을 받고서 토우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우, 우리가 전...장에 도,도차..착하고 나서 미, 미소의 검성은 우리..에게 우익을....맡겼습니다. 하, 하지만 전황은 조,좀처럼 진전되질 못...했고, 베,벤은 우리 통합...군, 우익의 의도적인 패배를 계획..하여 3군단과 브,브린타이나군 모두..를 움직이게 만들겠다고 해,했습니다.”

토우칸이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자신의 두툼한 제복 바지에서 지휘봉을 꺼내 든다. 그 지휘봉이 가리킨 곳은 물론, 당시의 작계를 재현해놓은 임시작전지도였다.

“거, 거짓후퇴...가 아닌, 진정한 패배...로써 저,적을 끌어들여..야 했기에, 커다란 손시,실이 발생할 수밖에 어, 없었습니다. 그 정확...한 수, 숫자는-”


“전사자 6820에 부상자 5511명.”


남편을 대신하여 담담하게 숫자를 읊어주는 카니아. 그에 토우칸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어나간다.


“그, 그뿐만이 아니라, 베,벤은 저,적의 발...을 묶어두기 위,위하여 과,광범위한 화공을 감행했...습니다. 그, 그 과정에서 부, 부관인 라즈텔라무스 보르케와 남아있는 사,삼천의 병사를-”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모두의 시선이 새로운 목소리를 향해 집중된다. 평범한 인상에 두터운 안경. 하지만 그가 걸치고 있는 로브는 분명 전투마법사의 그것. 직전에 언급된 라즈텔라무스 보르케, 바로 그 본인이었다.

“군마 백 필을 이용한 화공을 먼저 제안한 것은 저였습니다. 검성께서는 그저 적을 붙들고 있으라 명령을 하신 것뿐이셨습니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위. 결국 벤이 최종결정권자로서 그 제안을 승인했다는 게 문제지.”


지나의 단호함에 보르케는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가 미간을 구기고 있는 것이 죄책감인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분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보...본인의 직권...으로 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 낸 것과, 고,공화국의 뿌리이자 새,생명의 어머..니 세뮈엘님의 가르치,침에 정,정면...으로 도전했다는 것이, 재판의 주 내용...이 될 것입니다.”


토우칸의 상황설명을 지나가 그대로 이어받아 앞으로 나선다.


“문제는 벤의 이 모든 선택에 대한 성과가 가시적이지 못하다는 겁니다. 만 명이 훌쩍 넘는, 의도적인 사상자를 내고 숲까지 불태웠지만 3군단은 전력을 보존한 채 물러났을 뿐이니까요. 동맹의 기틀을 다졌다-는 판단도, 거꾸로 생각해보면 남의 나라 전쟁을 도와주는데 공화국의 병사들과 숲을 별다른 의미 없이 희생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검성의 말에 따르면 이번 전투로 인해 3군단장 카이우스 드레브냑이 알아서 무너질 거라고 하던데.”


모두가 알고 있는, 그리고 바라고 있는 내용을 대신 읊어주는 카니아의 목소리였지만, 지나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젓는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죠. 제국 내부에서 어떻게 일이 돌아갈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벤이 희생시킨 그 모든 것이 단순히 그의 추측에서 비롯된, 한낱 예견일 뿐이라는 게 재판의 요지가 될 거에요.”


“하지만 여태까지 틀린 적이 없었잖아요! 검성님은 언제나 공화국을, 폐하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을 뿐인데.......”


끝이 떨리는 카논의 목소리. 지나는 이런 분위기에 한층 더 무거운 말을 꺼내야 한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오늘 로빈으로부터 확인한 바로는, 벤에게 하나의 혐의가 추가적으로 붙었어요.”


“인질에 대한 무단처형이로군요.”


카논이 그게 뭐냐고 묻기도 전에 오캄푸스가 먼저 답을 내어놓는다.


“맞아요. 벤 본인은 그 또한 카이우스 드레브냑을 무너트리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고 주장하지만, 객관적으로는 명백한 코르드조약 위반이니까요. 게다가 그 대상이 카이우스의 혈육이었으니.......”


“하! 코르드조약이라니. 그건 이미 200년 전 ‘학살’이 공화국 인구의 1/3을 날려버릴 때 증발한 거 아니었나.”


카니아의 날선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시대에 민간인/전쟁포로 방호조약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굳이 이런 무의미한 국제법까지 끌어와 벤에게 혐의하나를 덧씌웠다는 점에서부터 이번 재판의 의도가 뻔히 보이고 있는 것이었기에, 카논은 분노를 삼킬 수가 없었다.


“기회다 싶어 폐하의 이름을 빌려 가면서까지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만약 재판이 끝나면 중앙교회 전체를 반역죄로 잡아넣어야 합니다!”




“그래요? 그런데 만약 이 모든 게 세뮈엘님의 뜻이라면?”




지나가 뒤돌아선다. 그녀의 손은 어느새 허리춤의 검집에 닿아있었다. 창가에서 들려온 나긋한 목소리가 이곳에 초대받지 못한 이의 음색이었던 탓이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 열려있는 창가. 그리고 그 난간에 걸터앉아 쏟아지는 바람과 시선을 만끽하고 있는 앳된 여인. 마찬가지로 그 낌새를 눈치챈 셰르와 유진이 문을 박차고 들어섰지만, 지나는 손을 들어 그들의 난입을 제지한다.


“.......누구냐?”


“카나반 왕궁의 경계배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예요. 이렇게 쉽게 침입을 허락하다니, 내가 만약 암살자였으면 어쩔 뻔했어?”


“누구냐고 물었어.”


무표정한 지나. 검을 뽑지는 않았지만, 검의 날카로움보다 더욱 치명적인 영력의 파동이 그녀의 눈동자에서 뻗어 나오고 있었다. 과자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로즈조차 고개를 돌리게 만들 정도의 짙은 파동. 엘라는 즐겁다는 듯 휘파람을 불었고, 카논은 근위기사와 마찬가지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기병도를 꺼내 든다. 그러나 이 모든 적개심에도 불구하고 얇고 하얀 드레스차림의 여인은, 흘러내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느긋하게 쓸어넘길 뿐이었다.


“여러분 모두 무기를 거두십시오. 저분은 검성의 손님이십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그 여인의 정체를 알아본 것은 오캄푸스였다. 그는 물론이고, 같이 전장에 있었던 카니아와 토우칸도 뒤늦게 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벤이 말 안 했나봐? 제 이름은 진. 니에브의 드루이드입니다.”


“.......드루이드?”

익숙한 기운, 그리고 익숙한 생김새. 지나는 마침내 경계를 풀 수 있었다.

“아, 설마 벤의 또 다른.......”


“쌍둥이? 뭐 그렇게 불러도 상관은 없겠네.”


사뿐하게 바닥으로 내려와 자신이 열고 들어온 창문을 닫는 진. 지나는 그 밖으로,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거대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세뮈엘님의 뜻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갑자기 나타난 드루이드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등장하며 했던 말. 지나는 카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섰지만, 하얀 드레스의 여인은 전혀 위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당신들은 지금 재판과 교회라는 일차적 배경에만 집중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만약, 이번 일이 교회에서 주도한 게 아니라, 교회의 입을 빌린 세뮈엘님이 직접 뜻하신 거라면?”


“.......”


가볍게 치고 들어오는 진이었지만, 지나를 포함한 모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세뮈엘의 주도, 세뮈엘의 의지.

만약 이게 정말이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 근데 걱정들 하지 마요. 그래서 벤이 나를 부른 거니까.”

절망을 안겨주더니, 그새 다시 창백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드루이드.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진은 하얀 맨발로 성큼성큼 찻주전자를 향해 다가선다.

“왕비님께선, 증언순서만 정해줘요.”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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