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최근연재일 :
2008.06.14 03:08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57,743
추천수 :
229
글자수 :
692,919

작성
08.05.26 00:05
조회
443
추천
3
글자
18쪽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0화

DUMMY

20화 활극이 시작되어버렸다.





카서스는 룬의 외견을 지웠다. 룬 자체의 능력 중 일부는 일부러 남겨뒀다. 쓸 만한 것은 버리지 않는 게 당연한 거니까. 천천히 당혹해하는 인물들을 바라본다. 자. 이제 슬슬 태만의 늪에서 일어날 때가 된 것 같다.


피상적으로 흘려가는 사고를 바꿀 때도 된 것 같다. 벌써 5일이다. 360년 정도의 경험과 그 동안에 만들어진 지성은 거의 반사적인 행동으로도 보통의 사람이나 그 이상 정도의 모습을 보이게 할 수 있다. 실제로는 완벽하게 얼이 빠진 상황이라고 해도 말이지.


자신이 이곳의 사람들과 비슷할 정도의 존재였다면 어지간히 관찰력이 떨어지는 자나 자폐증을 앓기 시작하거나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부류가 아니라면 실의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겠지.


잠시 동안 세계와의 단절을 꿈꾸며 굳어져 타성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지식에 대한 본능화한 추구만으로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스스로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기서 지금까지 쌓여진 다른 이들의 시선을 사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스스로의 증명을 하기 위해.


뭐 그렇다고 해도 여기에 있는 타인들의 시각이 달라질 것은 없다. 자신이 하기로 한 것도 겉으로 보기는 딱히 달라져 있지도 않겠지. 완벽하게 정체를 숨길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귀찮으니 대충 대답하고 이해가 가면 그냥 넘어가는 게으름에 물씬 젖은 대응으로는 어느 정도 추론할 정보를 퍼뜨리게 되는 건 당연하다.


실제로 딱히 할 것도 지금 당장은 없다는 게 문제니. 결국 심심풀이나 하자는 방향으로 가는 건 변함이 없겠지만. 현재의 타인의 인식의 상징을 없앴다한들. 행동 자체에 변화할 여지가 거의 없으니. 그래도 조금은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하자. 게으름을 피운 것은 얼마 안 되는 기간이었고 지금 당장 할 것도 없지만 슬슬 정신의 칼날을 다시 세우는데 변명으로 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뭐 아무리 마음먹어도 당장 뭘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무기력으로 일관한 삶을 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이상 열의를 갖고 대처해나가야겠지. 자.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무엇을 하냐면. 즐겁게, 재미있게, 유쾌하게 놀아야겠지?





조용하다. 정적이 감돌고 있다. 가슴이 무겁다. 수많은 말들이 입과 성대를 짓누른다. 할 말이 없다기보다는 너무 많은 감정을 언어로서 털어놓고 싶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생각과는 반대로 침묵이 감돈다.


비현실적인 일이 방금 전에 일어났다. 시골의 평민에게는 마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선지 루이즈의 다른 사역마는 아무런 반응이 없지만. 그렇기에 부럽다. 저렇게 태평하게 있을 수 있다니. 저런 존재가 지금 자신을 적대하고 있는데. 아니 어쩌면 적대조차 아닌 건지도 모른다.


미시스 슈브르즈 몰래 연금으로 땜질하는 흙에다 최후의 무기를 숨겨두기는 했지만. 불안하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 무력을 동원하는 것은 역시 마지막 수단. 어떻게든 대화로 승부해야 한다.


“저, 저.”


말이 안 나온다. 역시 아직은 멀었는가. 조금 진정하자. 심호흡을 하자. 격해지려하는 감정을 수습하고 크게 소리 지르려는 충동을 참자.


“이, 일단 당신은 학원장님이 후케가 아니라고 하는 거지요?”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내자.


“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미스 롱빌.”


옆에서 변태 영감이 떠든다. 그 의견 이해는 되지만 자신에게는 앞으로의 처우가 더 중요하다. 아아. 다른 방법이 떠올랐다. 꼭 한 가지 방법으로 이룰 필요는 없지? 롱빌은 가슴에서 크게 울리는 고동과 긴장을 억누르며 다시 말을 시작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최소한 지금은 모두가 그것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마법사와 사역마의 계약은 한쪽이 죽었을 때나 풀리는 거니까. 물론 전설의 비술 같은 걸로 많은 의식을 치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설령 그 경우라도 지금처럼 간단하게 소거될 리는 없다.


“여러 번 물어봤자 아까 전의 대답 이상을 듣지는 못할 걸세.”


이름뿐이라는군. 뭐 좋다. 그렇다면 유리해지니까.


“아니요. 이건 중요합니다.”


한 가지 착상이 머릿속에서 전개되어 간다. 방법을 찾았다.


“당신은 지금 비상식적인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여기의 있는 분들 전원이 동의하실 것입니다.”


이론은 제기되지 않는다. 설사 제기한다고 해도 다른 인물들이 알아서 그에 답해주겠지만. 그런 상식이 결여된 인물은 이 자리에 없다.


“그리고 제가 본 환영은 분명히 비상식적인, 있을 리 없는 마법의 발현이었습니다.”


애초에 그 환영의 목격으로 시작된 진술은 생각해보니 깨지기 매우 쉬운 내용이었다. 실제로 학원장의 동기를 걸고넘어진다면 방법이 없었다만. 일단 모트는 방금 왔기에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미시스 슈브르즈와 루이즈의 다른 사역마는 아예 현장에 없었고 다른 인물들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에 생각할 여유가 사라졌던 것 같다.


“이제 저는 제 의견을 정정하겠습니다.”


위험을 넘어섰기에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이다. 그래. 부서지기 쉬웠던 발판이 강고한 것으로 거듭났다. 이제 이 발판을 힘차게 밟고 달려나가면 되는 거다.


“저는 고발하겠습니다.”


롱빌은 카서스를 손으로 가리켰다.


“당신을 후케라고 말입니다!”





역시 이런 전개가 되는 건가? 창의성이 없군. 하긴 혁신적인 전개라는 게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예상하던 바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에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려면 자신의 뇌와 영혼이 손상되는 정도의 거대한 핸디캡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은 보기 지극히 어렵다는 것쯤은 안다. 수백 년의 세월이라는 것은 결코 짧은 게 아니니까. 거기에다 연구에만 몰두해서 성격이 변질되었다거나 한 부류도 아니니.


그렇다 해도, 예상을 벗어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짜증날 정도로 평범한 전개다. 하지만 보도록 하자. 지겨울 정도로 보고 경험한 진행이라 해도 그걸 어떤 형태로 하는지에 따라 재미가 있을 때도 존재하니까.


“단지 그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하지만 그 외에는 없지 않습니까?”


또 빈틈이군. 처음부터 간단히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만. 그래도 간단하게 넘어가주도록 하지. 어차피 놀랄 만한 것이 나올 거라고는 이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부차적인 정신적인 유희를 하자. 카서스는 다시 롱빌을 바라보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학원장이 가능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그것은 그 외에는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역시 피상적인 반응이로군. 슬슬 지루해진다.


“일단 자네는 아까 전의 행동으로 봐서 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군.”


“그렇습니다!”


의심어린 눈초리가 보인다. 학원장과 대머리와 반자폐증인 파란 머리 여자애야 이해가지만 거기 너희들은 너무 자주 마음속의 의견을 바꾼다고 지적하고 싶어진다만?


“그런데 자네는 전에 학원장을 고발할 때 이렇게 말했지. 그 환영은 분명히 특수한 비법이며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그, 그건……”


“난 말일세. 보물고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이번에도.


“방금 전에 한 것은 일반적인 상식을 완벽하게 벗어나는 방법이었습니다!”


아까의 힌트에 의존하는가. 뭐 나쁘지는 않지만. 카서스는 계속 쌓이기 시작한 지루함을 무시하며 대답한다.


“그렇다 해도 무리가 있는 발언이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난 5일 전에 이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에 소환되었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하, 하지만!”


“지금 자네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사건은 어젯밤에 발생했네. 즉 소환된 지 4일 만에 보물고를 찾아내고 그 안에 있는 파괴의 지팡이의 환영을 만들었다고 말이지. 이 내가.”


실제로는 소환된 날 당일이었지만.


“무리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카서스는 롱빌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을 무감동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롱빌이 순간 경직된다.


“그, 그렇지만 당신은……”


롱빌이 잠시 바닥을 바라보다 얼굴을 든다.


“그래. 그런 겁니다! 애초에 미스 발리에르는 이상하게도 사역마가 둘입니다. 비록 시조 브리밀의 전례, 즉 네 개체가 소환된 사건이 일어난 적은 있지만 미스 발리에르의 지금까지의 실기평가를 생각해보면!”


아아. 이건 괜찮군. 바로 무너뜨릴 수야 있지만.


“계획된 음모입니다! 당신 같은 존재가 사역마일 수는 없습니다. 한 명의 메이지에게 사역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단 말입니다!”


이건 노골적인 시선들인 것 같군. 카서스는 주변에서 감지되는 것에 속으로 불평했다.


“만약 내가 주도해서 계획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카서스는 손가락으로 콜베르, 타바사, 사이토, 그리고 파도의 모트를 가리켰다.


“난 사건 당시에 있지 않았거든?”


시선들에서 힘이 사라진다.


“현장에 말이지.”


앞에 선 롱빌의 숨이 거칠어진다. 자. 와 보게나. 뭘 할 수 있는지 구경해 줄 테니.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분신의, 편재의 기술이겠지요!”


“내가 있던 곳은 모트 백작의 집이지. 너무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다시 말을 멈추는 건가. 그렇다면 여기서 끝낼까?


“대, 대체 어디서 파괴의 지팡이를 갖고 온 겁니까?”


“주웠다고 했지 않은가.”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만약 내가 후케였다면 이걸 되돌려 줄 이유가 없지. 처음부터 가져다주는 게 의혹을 산다는 것은 알고 있다네. 후케라면 갖고 올 메리트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아.”


자 이 어설픈 연극의 배우를 퇴장시키도록 하자.


“일단 자네는 왜 타인을 그렇게 후케로 모는가?”


“그, 그건.”


“일단 이미 상황에 휩쓸리지 않는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자라면 다 알겠지만 애초에 학원장이 파괴의 지팡이를 원한다면 왜 그런 소란을 일으켰겠는가? 그리고 듣기로는 저 파괴의 지팡이는 분명히 학원장이 헌납한 것으로 아네.”


학원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간단한 겁니다. 저 파괴의 지팡이는 보물고로 들어온 지 수십 년! 그 사이 사용할 이유가 생긴 거지요.”


“그렇다면 환영을 만들고 그냥 가면 되지. 후케의 소동은 왜 일으켰는가?”


“후케라는 자를 강력한 존재로 여기게 하여 그것에 집중한 왕실의 시야의 빈틈을 노려 다른 일을 획책한다거나 아니면 후케를 이겼다는 소문을 퍼뜨려 서서히 줄어가는 존재감을 회복, 권력유지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일 겁니다. 아마 둘 중 하나겠지만 학생들의 도움으로 인해 잠깐의 틈이 생긴 사이 빈틈을 노린다거나 사실은 그 두 개 다 하고 파괴의 지팡이가 보물고에 여전히 존재하는 걸로 생각되게 해 어떤 파괴활동을 하는 겁니다!”


“이 분야에서는 유창하군. 그런데 말이지. 미스 롱빌. 자네는 방금 전까지 나를 후케로 몰았네.”


롱빌의 얼굴이 굳어졌다.


“애초에 나나 학원장이나 후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아니. 자신만 후케가 아니라면 아무나 상관이 없어 보이기까지 하군. 유도심문에 너무 잘 걸리지 않았나?”


학원장의 표정은 기묘하다. 유쾌함과 불쾌함과 서운함이 섞인 느낌이다. 그렇겠지. 앞의 저 여자가 한 것은 일종의 배신이다. 그 행위에 한 가지 감정만이 나타나기에는 자신이나 학원장이나 너무 늙었다.


“그, 그러니까. 전 처음부터 학원장님이 후케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또 밤새 생각하고 있었기에 나, 나온 겁니다. 말이……”


“평소라면 그렇게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사람들의 의심을 벗어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 그래도. 저, 저 구멍은 스퀘어 이상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전 할 수 없습니다!”


카서스는 올드 오스만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유감스럽다고 해야 할 지 잘 됐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미스 롱빌의 능력은 이력상 라인이며 내가 지켜본 결과로는 최소 수년간은 트라이앵글까지라고 해야 겠더군.”


“그, 그래요!”


카서스는 루이즈에게 시선을 주었다.


“뭐, 뭐하자는 거야? 당신.”


“간단한 걸세. 루이즈. 자네의 죄를 고백하게나.”


루이즈의 표정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무, 무슨 소리야! 죄, 죄라니.”


“그게 귀족이라는 자가 할 말인가? 땅에 떨어졌군. 요새 귀족이라는 것은.”


카서스는 손을 휘저었다.


“간단하게 지금 상황을 설명해주겠네. 현재 미스 롱빌의 주장은 효력이 없어. 하지만 자네는 미스 롱빌의 입장에 따라가고 있지. 그런데 그 입장이라는 게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의 학원장을 모욕하는 게 되고 말았네. 안 그래도 실기에서 떨어지는 사실이 버거워 가문의 명예를 위해 조용히 있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이미 그녀의 주장에 찬동했네. 이대로 가만히 있다면 이제 미스 롱빌은 몰락할 테고 자네와 자네의 가문에는 그 죄, 아니 실수겠군. 그것 이상의 타격이 올 걸세.”


루이즈가 주먹을 움켜쥐는 게 보인다. 퀴르케도 공포가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 말하게. 보물고 앞의 벽에 구멍을 낸 것을.”


루이즈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든다.


“당신.”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뻔히 드러난 눈이다.


“대체 뭐야!”


경계하고 있다. 확실히. 아무렇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닐 걸세. 어차피 난 말할 생각이 없으니까. 시간을 끌지 말게나.”


다시 침묵. 잠시 후 고개를 숙인 채 루이즈가 말한다.


“그래.”


밝히고 싶지 않았겠지. 아예 처음부터였다면 당당하게 말했을 걸로 추측된다. 불안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흔들림이 눌러지지 않는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내가 했어.”


그 말이 나오자마자 다시 롱빌을 바라본다. 어린 아이에게 매우 큰일이겠지만 그걸 달래는 건 자신이 할 역할이 아니다. 지금 맡기로 하고, 하기로 한 것은 이 지겨워져가는 것을 흥미가 없어져 수습할 생각이 없어지기 전에 끝내는 것이다.


“자. 미스 롱빌.”


시선은 사납다. 확실히 루이즈에게 약간의 시간을 할애해 위로를 하는 게 보기에는 좋겠지.


“잠시만요. 아이를 울리기 직전으로 만들어놓고는!”


“시간을 벌려는 수작은 관두게나. 위로를 해 줄 사람은 따로 있는 게 좋아. 교제의 폭이 넓다는 것은 개인을 성숙하게 하는데 유용한 방법이지. 자. 다시 말하도록 하지.”


손가락이 떨리고 있군. 당황과 분노를 숨기는 데는 익숙하지 못하군.


“자네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든 후케로 몰려고 했지. 척 듣기에는 그럴듯한 논리일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논파되었어. 즉 지금 자네는 나와 학원장을 근거 없이 모욕한 셈이 되지. 악의적으로 말이네.”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두 가지의 길이 자네에게 주어졌네. 자네는 후케일 가능성이 매우 높네.”


“절대로 아닙니다! 전 후케가 아니라고요!”


“가능성만 이야기했다네.”


그리고 카서스는 다가왔다.


“자네는 아까 내가 누구인지를 물었다네. 그래서 묻기로 하겠네.”


천천히, 정확한 타이밍을, 상대의 긴장감이 높아졌을 때를 노린다. 얼굴을 보고 몸의 움직임을 보고 눈빛을 보고. 그 다음 느리게, 또렷하게 말한다.


“자네는 누구인가?”


“로, 롱빌입니다.”


“자네는 내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서 그 정체를 추론해서 말했지. 물론 그건 틀렸지만 말이지. 그래서 나도 자네의 정체를 말해볼까 하네. 맞는지 틀리는지 답해주게나.”


왼팔을 펴서 좌중을 향해 한 번 흔든다.


“난 자네를 후케라고 말하기로 하지.”


“틀리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래?”


카서스는 가만히 있다가 말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지.”


긴장하는 게 너무 잘 보이는군. 하지만 봐주지는 않겠네. 매듭을 지을 시간이니까.


“알비온의 전(前)귀족 마틸다.”


롱빌이, 후케가, 마틸다가 지팡이를 들었다.





마틸다는 만약을 대비해 최대한 빨리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을 사용했다. 카서스라는 남자는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을 보면서도 웃고 있었다. 주문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바로 달렸다. 그리고 학원장실의 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벽에다 손을 얹었다.


미시스 슈브르즈를 도와줄 때 스퀘어의 메이지가 한 것을 손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구멍만을 메울 수는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땜질을 할 때 스퀘어 메이지의 마법도 약해질 거라고 했다. 그래서 도와주는 척하면서 다른 마법으로 비상시를 대비했다.


벽이 흔들린다. 그리고 떨어져 나간다. 푸른 하늘과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의 녹지와 벽들이 보인다. 그리고 흙과 돌이 섞인 골렘이 보인다. 자신이 만든,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골렘이. 게다가 이 골렘 안에는 최후의 카드도 있다. 어차피 이제 여기를 떠야하는 것은 확실. 후환이 없게 여기서 끝내도록 하자.


마틸다는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반쯤 벽이 떨어져 나갔기에 학원장실의 열려진 문이 보인다. 골렘의 주먹을 신속히 휘두른다. 누군가 두 명이서 막아낸다. 머리에서 빛이 나는 걸로 봐서 콜베르. 그리고 다른 한 명. 학원장은 아니다. 그의 지팡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으니까.


누군가 휘파람을 부른다. 파란 색의 드래곤이 나타난다. 학원장실에서 여럿이 달려나온다. 모두 해치워주자. 그 변태 영감과 빌어먹을 마법사도.


마틸다는 천천히 살의를 나타냈다. 이미 유리한 상황을 차지한 것은 자신이다. 골렘은 이미 완성. 이것을 무력화 할 정도의 주문은 제법 시간이 걸린다. 그래. 이길 수 있다.


“아!”


승리를 단정 지으려던 순간 마틸다는 눈치 챘다. 깨달아버렸다. 미시스 슈브르즈를 도우라고 한 자가 누구인지를. 그가 얼마나 비상식적인 존재를.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4)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삽질대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화 08.06.05 347 2 19쪽
48 1부 요약과 해설(단편집 추가) +5 08.06.04 570 2 46쪽
47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1부 최종화 +2 08.06.04 394 3 19쪽
46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6화 08.06.04 263 2 18쪽
45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5화 +3 08.06.03 304 2 19쪽
44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4화 +3 08.06.03 268 2 19쪽
43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3화 08.06.03 320 2 18쪽
42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2화 +3 08.06.02 382 2 19쪽
41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1화 +1 08.06.02 269 2 18쪽
40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0화 08.06.02 268 2 18쪽
39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9화 +5 08.06.01 414 2 19쪽
38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8화 08.06.01 299 2 19쪽
37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7화 08.06.01 268 2 19쪽
36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6화 +5 08.05.31 396 2 20쪽
35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5화 08.05.31 358 2 19쪽
34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4화 08.05.31 316 2 19쪽
33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3화 +4 08.05.30 402 2 18쪽
32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2화 08.05.30 335 2 18쪽
31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1화 08.05.30 317 2 18쪽
30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0화 +5 08.05.29 428 2 18쪽
29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9화 08.05.29 326 2 18쪽
28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8화 08.05.29 373 2 18쪽
27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7화 +7 08.05.28 493 3 18쪽
26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6화 08.05.28 381 2 18쪽
25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5화 08.05.28 425 2 18쪽
24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4화 +7 08.05.27 497 2 18쪽
23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3화 08.05.27 439 2 18쪽
22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2화 08.05.27 412 2 18쪽
21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1화 +6 08.05.26 481 2 18쪽
»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0화 08.05.26 444 3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