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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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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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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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96)

DUMMY

이제는 총사가 웃을 차례였다.

벨린 데 란테는 빌랜드 마법사가 뒤로 빠지기도 전에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 플린트락 장치에 불꽃을 튀겼다. 그것이 공중을 거쳐 빌랜드 마법사의 얼굴에 묻은 화약먼지들의 봉인된 힘을 터트렸다.

빌랜드 선원이 벨린 데 란테의 목을 치는 것보다, 마법의 화약이 연소되어 윌리엄의 몸에 옮겨 붙는 것이 훨씬 빨랐다. 화약이 연소시킨 그 마법의 불꽃이 벨린 데 란테의 몸을 빙 둘러싸고 주변의 공기를 순식간에 태워버렸기 때문에, 그의 목을 치려고 한 선원의 팔 조차 열폭풍에 날라가 저만치 튕겨버렸다.

삽시간에 윌리엄은 머리를 시작으로 마법의 불꽃이 몸통과 허리까지 옮겨붙었다. 그가 미처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상체까지 완전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불타는 윌리엄이 빌랜드어로 입에 담지 못할 저주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뒤로 내빼어 어떻게든 불을 꺼보려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벨린 데 란테가 용감무쌍하게도 한손으로 그의 목을 콱 잡아 비틀었다.

그리고는 마법의 불꽃에 타들어가면서 죽어가는 마법사에게 이성을 초월한 듯한, 사악하지만 멋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유감이지만 사이프러스의 키리네의 '그리스의 불'은 나를 헤치지 않아, 세뇨르 윌리엄."

"넌 그래봤자... 흥미로운 잡종이다!"

윌리엄이 악을 썼다. 벨린이 코웃음치며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여튼 너는 오늘 내 머리 속에 잠재된 악마를 봤어. 그러니 그 악마와 함께 지옥으로 가야겠지. 아디오스, 세뇨르 윌리엄."

벨린이 윌리엄의 목을 힘껏 비틀었다. 그러자 윌리엄이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타들어갔다. 머리부터 잿더미가 되기 시작하더니, 가슴과 허리를 거쳐 다리까지 완전히 타버렸다. 윌리엄 헨콕의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안젤라 노스윈드가 널 가만두나 보자!"

빌랜드 마법사의 재가 거친 바람에 흩날려 완전히 날아가버렸다. 벨린 데 란테는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불구덩이 안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스의 불'이 삽시간에 갑판으로 옮겨붙어서는 갑판에 쓰러진 마스트의 돛을 활활 태워버렸다. 화염과 연기가 치솟더니 순식간에 오렌지공 마우리체호가 불타기 시작했다.

벨린은 허리를 굽혀 윌리엄의 소장품을 주워 들었다. 검은색의 작은 지팡이었다. 그가 수정이 박힌 지팡이의 머리부분을 살폈다. 은을 녹여 만든 테두리 부분에 빌랜드어로 '브리타나여 영원하라'라고 쓰여 있었다.

갑판에 모여있던 선원들은 그리스의 불이 진가를 발휘하면서 제압당했는지, 어느 누구도 그 불을 끌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벨린!"

걸걸한 목소리가 배의 선두쪽에서 울려퍼졌다. 벨린은 고개를 돌려 알레한드로 바레스를 발견했다. 그의 곁에 까트린 데 세비아노와 조안 데 아스티아노가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멀쩡했지만, 조안 데 아스티아노가 그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생포당하는 과정에서 심한 부상을 당한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까트린이 소리쳤다.

"미안해, 벨린! 대포를 쏘지 못했어! 선원들이 대포의 심지구멍에 못질을 해버려서..."

벨린은 대답이 없었다. 그가 마치 마법을 부리듯 불꽃 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로질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장면에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열기로 배가 타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속을 유유히 걸어다닐 수 있는 걸까.

그러나 지금은 그 답을 물어볼 때가 아니었다.

벨린이 두 총사와 여 기병대원 앞에 왔다. 까트린이 아연실색한듯 갈색머리 총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의 손에는 젊은 총사가 황녀에게 하사받은 사브레가 들려 있었다.

그녀가 어색한 듯 검을 건냈지만 벨린 데 란테는 못 본 척 그 검을 받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해군요새의 앞바다를 살펴보았다. 파도가 물결치는 소리가 들렸다. 히스파니아 황립해군의 쾌속선 두 척이 빠른 속도로 불타는 배를 향하여 접근하고 있었다.

조안은 눈을 감은 채 심하게 헐떡거렸다. 벨린이 알레한드로에게 물었다.

"많이 다쳤나?"

"동방회사놈들의 총에 맞았어. 지혈은 했지만 생명이 위험해."

"이, 이정도야 뭐."

조안이 헐떡이며 말했다. 두 총사가 그를 갑판위에 뉘였다. 세 총사 가운데 가장 젊어 앳된 소년같은 그 총사가 너스레를 떨었다. "아직 넋이 나가지도 않았는걸. 후보생 시절때는 이런 일 겪을 줄 꿈도 못꿨는데."

"조금만 버텨, 해군이 굼뜨지 않는다면 죽지 않아."

벨린이 재빨리 말했다. 해군 쾌속선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그들의 갑판과, 그 갑판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해군 사관의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다.

벨린이 다시 한번 부상당한 총사를 바라보았다. 조안이 평온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벨린이 말했다.

"자네 도움으로 이 일의 정체를 알아냈어. 푹 쉬도록 해, 아미고. 그에 따른 보답으로 자네가 가장 바라는 일을 도와주지."

"설마..."

고통에 겨워하던 조안의 얼굴이 순간 환희에 들떴다.

"자네가 전에 살롱에서 말했던 그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거지?"

조안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한 가득이었다. 벨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긴장이 풀린 조안은 다시금 눈을 감았고, 부상의 고통에 혼절했는지 더 이상 꼼짝하지 않았다.

"이거..."

까트린이 말했다. 벨린은 까트린에게 몸을 돌렸다. 그녀가 어색한 듯 벨린의 사브레를 건내주었다. 벨린은 그 사브레를 받아 허리에 찼다. 그때, 좀 더 가까이 다가온 히스파니아 해군이 갈퀴가 달린 밧줄을 갑판에 던져서는 접선을 시작했다. 불타는 배에 접선을 시도하는 일은 위험천만했지만, 배 위에 히스파니아 총사 복장을 한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모양이었다.

그들이 갑판으로 넘어오기 전에 벨린 데 란테가 윌리엄에게 챙겼던 작은 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고는 까트린의 손바닥을 피고서는 그것을 강제로 쥐어주었다.

"내 말 잘 들어. 넌 오늘 추기경의 헌병군으로써 빌랜드 범법자들이 위장한 선박에서 용의자를 처단한 거야. 총사는 이 자리에 있지 않았어. 황녀의 사냥꾼은 더더욱."

까트린은 총사의 호의에 당황한 듯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벨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삼각돛을 단 해군 쾌속선 한 척이 접안을 끝마쳤다. 삼각모를 쓴 해병대원들이 넘어와서 총을 겨눴다. 빌랜드 마법사의 지팡이를 받은 채로 어쩔 줄 몰라하는 까트린을 뒤로 하고, 벨린 데 란테가 그들 앞으로 걸어서는 두 손을 들었다. 저들에게 해줄 가짜 이야기는 이미 머릿속에 짜둔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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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공 마우리체호 장이 끝났습니다. 다음 장부터 본격적으로 서로가 덤비겠죠?

다음화는 이사벨 데 아라고른의 등장으로 시작합니다만...


이야기를 여유있게 쓰고픈데 그게 잘 안되서 아쉽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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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베나레스의 총사(97) +30 08.05.18 4,400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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