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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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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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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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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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93)

DUMMY

"자코모 다 빈치."

윌리엄이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란툰반도 출신 대학자의 이름을 말하는 그의 발음은 세련되고 분명했다. 선장실을 훔쳐보고 있는 벨린 데 란테는 물론 그 뒤에 붙어 있는 까트린마저도 빌랜드어로 진행되는 대화에서 유일하게 그 이름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벨린을 보고 눈짓하면서 어째서 저 자가 히스피나아 황실 학자의 이름을 말하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벨린은 숨을 죽인 채 빌랜드인들의 대화에 몰두하기만 했다. 반면 커틀라스를 바짝 들고 옆에 붙은 까트린은 당장에라도 선장실로 쳐들어가고 싶은데, 이렇게 숨어만 있어야 해서 무척 답답한 심정이었다.

분명 자코모 다 빈치라는 이름은 까트린조차도 무언가 심상찮은 것이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데 충분했다.

갈색 옷을 입은 조수가 윌리엄에게 말했다.

"자코모 다 빈치는 우리의 대마법사 이사크 뉴튼 경과 필적한다고 들었습니다."

"단지 순수한 마력을 놓고 볼때 하는 이야기겠지요? 그도 공격적 마력과 주문 앞에서는 뉴튼 경에게 적이 될 수 없을 겁니다."

보라색 옷을 입은 조수가 진지하게 의견을 말했다. 윌리엄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제군들. 많은 이들이 이제는 마법사가 전쟁터에서 싸우는 시대가 아니라고 하지만 자코모 다 빈치가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한다면 그 어떤 빌랜드의 대마법사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뉴턴 경? 그의 공격적 마력은 사실 형편없다. 에드몬트 헬리 박사라면 모를까. 이것은 우리의 스승 비어든 박사님께서 생각하시는 견해지. 그나저나 재밌는 일 아닌가?"

윌리엄이 고개를 들고 조수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돈 주스피안은 이 책을 자코모 다 빈치가 썼다는군. 히스파니아 황실학자라는 자가, 혁명세력을 지원하는 서적을 쓰다니. 이 사실을 히스파니아의 젊고 아름다운 섭정이 안다면 진정 통곡하지 않을까. 리노바티오를 하려는 그 스페냐드들이 대체 어디서 이런 지혜를 얻었나 모르겠지만 남의 집안 싸움에 끼어든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야."

윌리엄이 삼각모를 똑바로 쓰고,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세련된 모양의 목단 지팡이를 들었다. 머리 부분에 크리스탈이 박혀 있고, 겉에 옻칠을 한 물건이었다.

그가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오늘의 별자리를 알아볼 시간이다. 딕, 헨리. 자네들은 내가 별자리를 관측하는 동안 테이블 밑의 탄약가방을 분석하도록."

"그 자의 물건입니까?"

조수가 물었다. 윌리엄이 대답했다.

"조심스레 개봉해야 한다. 그 가방 안에서 사이프러스 마녀의 기운이 느껴지니까."

윌리엄의 두 제자들이 정중히 절을 했다. 윌리엄이 터벅터벅 지팡이를 쥔 채 선장실을 나섰다. 벨린과 까트린은 벽 뒤로 바짝 붙었다. 윌리엄이 조타수가 있는 곳을 거쳐 갑판을 향해 찬찬히 나아가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 포착되었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마법사의 등 뒤를 노려보았다. 벨린이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선장실을 장악하고 그들의 무기를 되찾을 좋은 기회였다.

두 남녀가 윌리엄이 선두 부분으로 나아가자 조심스레 선장실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한편 선장실에서 빌랜드 마법사의 조수들은 히스피나이 총사의 탄약가방을 올려놓고 열어보려고 하고 있었다. 그들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안경을 쓰고 손에는 장갑을 끼었다.

보라색 코트를 입은 조수가 갈색 코트를 입은 조수에게 말을 걸었다.

"박사님의 말이 맞군. 이 탄약가방 안에서 상당히 강력한 기운이 느껴져."

"설마 화약 속에 마력을 주입한 건 아니겠지? 그것은 로저 베이컨 시대 이후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로저 베이컨도 완벽하게 하진 못했어. 정말 이 탄약가방 속에 누군가의 마력이 들어있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일일세."

워낙 흥분하고 집중한 나머지, 두 조수들은 밖에서 선장실을 지키고 있던 보초들이 목이 졸리고 커틀라스에 목이 따여 살해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보라색 옷을 입은 조수가 탄약가방을 개방했다. 그는 가방에서 신묘하게 반짝거리고 있는 페이퍼 카트리지 형태의 탄약포 다섯 개를 발견했다.

"만약 그 자가 정말 사이프러스 마녀의 아들이라면..."

이제는 에우로파의 마법 및 과학계에서 전설이 된 이야기를 조수가 하기 시작했다.

"이 탄약 안에 서려있는 마력은 엄청나겠지?"

"비단 마력 뿐일까? 사이프러스 마녀의 피를 물려받은 그 자는 어떻고?"

"어마어마한 발견이 될 거야. 틀림없어."

그들이 도취에 빠진 사이 두 남녀가 선장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빌랜드 마법사의 두 제자들이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잘생긴 얼굴에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갈색 머리 히스파니아 총사가 그들에게 한마디 했다.

"내 어머니의 물건에서 손 때시지."

안경을 쓴 두 빌랜드인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벨린 데 란테가 권총을 겨눠 보라색 옷을 입은 조수를 쏘려고 했다. 그러나 윌리엄의 제자가 재빨리 허리에 찬 레이피어를 뽑아 달려들었다. 그가 검으로 벨린 데 란테의 손목을 재빨리 찌르는 바람에 벨린은 권총을 놓치고 뒤로 물러서야 했다.

보라색 옷 차림의 빌랜드인이 소리쳤다.

"헨리! '메리의 복수'를 시전해! 어서!"

그 말을 들은 또 다른 조수가 서둘러 품안에서 종이를 꺼내서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빌랜드인 마법사답게 그 주문은 라투니스어가 아닌 빌랜드어였다. 빌랜드인들은 이미 몇 백년 전 자국의 언어로 마법을 개발한 덕택에 수많은 마법사들을 배출하는데 성공했었다.

벨린 데 란테는 빌랜드 마법사의 레이피어를 가까스로 피하고서는 빈 공간을 치고 나가 그를 밀쳐 쓰러트렸다. 난전이 벌어졌다. 빌랜드 마법사가 들고 있는 레이피어를 놓고 벨린 데 란테와 윌리엄의 제자가 엎치락 뒤치락 했다. 그 사이 윌리엄의 또 다른 제자가 온 몸에서 아지랭이처럼 이글거리는 붉은 아우라를 발산하더니 무시무시한 어조로 마지막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 붉은 아우라의 발산은 빌랜드 마법사가 손바닥에 든 종이에서 시작되는 듯했다.

바로 그때, 까트린이 전광석화처럼 뛰어들어와서는 기합을 지르며 마법을 시전하려는 그 빌랜드인의 손목을 가격했다. 마법을 시전하려다 공격당한 빌랜드인이 비명을 질렀다. 묵직한 커틀라스에 빌랜드인의 두 손목이 날아갔다. 하지만 그 날카로운 비명조차 거친 파도소리 때문에 선두에 있는 그들의 스승에까지 미치지 못하는 판국이었다.

까트린이 다시 한번 마법사에게 커틀라스를 휘둘러, 이번에는 그의 목을 베어 완전히 쓰러트려버렸다. 까트린이 거친 숨을 내쉬며 이번에는 쓰려저 엎치락 덮치락 하는 벨린 데 란테에게 뛰어가려던 찰나였다.

벨린이 윌리엄의 조수를 주먹으로 때려눞히고서는 그의 레이피어를 빼았았다. 그리고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그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아서는 레이피어로 가슴을 힘껏 찔렀다.

급소를 공격당한 빌랜드인이 껄럭거리는 소리만 남겨놓고 죽었다.

까트린은 피 뭍은 제복 위로 또 한 번 피가 튀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피뭍은 얼굴을 손등으로 닦으며 테이블 밑을 살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기쁜 어조로 내뱉었다.

"성공했어, 벨린! 여기에 무기들이 다 있어!"

"어서 내 머스킷총을 줘."

까트린이 자신의 기병도를 챙기면서 벨린에게 머스킷총을 건냈다. 벨린 데 란테는 자신의 탄약가방에서 보라색 빛이 감도는 화약포를 꺼내어 입으로 물어 뜯었다. 서둘러야 했다. 그가 화약을 총구속에 쏟아붓고 밀대로 다지며 기병도를 벨트에 찬 까트린에게 말했다.

"선두로 가서 알레한드로와 조안을 구해. 저 빌랜드인 마법사는 내가 처치하지."

"나도 도울 수 있어!"

까트린이 억울한 목소리로 외쳤다. 벨린이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숙련된 빌랜드인 마법사는 이런 식으로 없앨 수 없어. 마법사를 죽이는데 너는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 어서 선두로 가서 알레한드로와 조안을 구해. 그런 다음에 함포실로 내려가서 해안가를 향해 대포를 쏴. 반응이 올 때까지 계속."

까트린은 이제 벨린 데 란테 말을 듣는 게 신상에 좋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선장실을 박차고 나갔다. 장전을 끝마친 벨린 데 란테는 탄약가방을 어깨에 매고서는 머스컷총을 들었다.

아직 그 빌랜드 마법사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군. 조만간 큰 싸움이 벌어질 태세였다.

히스파니아 총사가 머스킷총을 겨눈 채 갑판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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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공 마우리체 파트가 끝나가네요.


으으... 군대만 아니었어도 이런식으로 쓰진 않았는데.. 보강하고 다듬어야할 부분이 보입니다. 수정을 해야겠죠.

리플도 많이 달아주시고, 추천 비평도 마구마구 올라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만(ㅎㅎ;;) 암튼 글쓰는 저도 오랜만에 재밌어서 열심히 쓰는 글이 바로 이 베나레스의 총사랍니다.


p.s : 혹시 여성독자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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