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988,809
추천수 :
2,493
글자수 :
702,223

작성
08.07.22 14:35
조회
3,818
추천
12
글자
7쪽

베나레스의 총사(111)

DUMMY

자코모 다빈치의 사무실은 아스티아노 대학 의학부의 2층에 있었는데, 그것은 이 세계적인 석학이 히스파니아에서 고작 의사로 유명하다는 소리밖에 안 되었다. 물론 그는 뛰어난 의사 겸 해부학자였는데 다만 문제가 되었던 점은 히스파니아 학자들이 그의 가장 뛰어난 업적을 해부학적인 혈액순환계통 연구로 들었다는 데 있었다.

정작 이 마법사는 그것에 대해 불쾌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빈치는 그 연구를 이미 홀란드에서 15년 전에 끝마친 상태였고, 그 후 15년 동안 너무도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쌓았기에, 아무도 의사 자코모 다빈치가 무엇을 해왔는지 갈파잡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히스파니아인이 나를 의사에 불과한 늙은이라 여긴다면."

자코모 다빈치가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며 장난스레 말을 이었다.

"그거야 말로 비극이지, 그렇지 않은가?"

벨린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둥근 방이 펼쳐졌다. 높은 천장에 유리창이 천장에 비스듬이 설치되어 있어 햇살이 쏟아지는 구조였다. 그 쏟아지는 햇살이 방안에 꽉 차 있는 여러 물품들을 반짝반짝 빛내놨다.

이 방은 원체 서재로 쓰였던 모양인지 벽면에 책장이 꽉 들어차 있었지만, 정작 책보다 중요한 것은 곳곳에 놓인 조각상들, 실험도구들, 박재들과 기상천외하게 생긴 여러 도구들이었다. 그것은 사실 도구라기보다는 어느 실험기계에 가까웠는데 일반인들은 도통 이해할 수 없게 생겼고, 자코모 다빈치 외에는 누구도 사용법을 알 수 없을 물건들이었다.

데스크와 의자는 맨 끝에 있었다. 자코모 다빈치와 벨린 데 란테는 그 도구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차에 벨린은 오른쪽에서 낯이 익은 초상화 그림을 보게 되었다.

이사벨 황녀의 초상화 그림이었다. 캔버스에 그려진 그 그림은 저 마법사가 예술가로서도 얼마나 큰 재능이 있는지 단번에 알려주는 척도였다. 그 그림은 마치 살아 숨쉬는 듯했고, 이사벨 데 아라고른의 아름다움을 마치 영혼을 훔쳐간 것처럼 생생히 화폭에 담고 있었다.

자코모 다빈치가 설명하며 지나쳤다.

"미완성일세. 일주일 동안 황궁을 가지 않아 그림이 지체됐지."

"왜 황궁으로 나오지 않았죠?"

"마마께서 나를 의심하시던가?"

"마마는 모르십니다. 나는 당신을 역모자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의심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찾아온 거죠."

"그 자들 뭐하는 놈들이라고?"

다빈치가 의심 따위는 전혀 관심없다는 투로 짜증을 냈다. 이 바쁜 사색의 나날에 엉뚱한 시비에 걸려 그런 듯했다. 벨린이 정중히 대답했다.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입니다."

벨린이 덧붙였다.

"분명한 건 놈들이 성전기사단인지 뭔가 하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구요."

다빈치가 말없이 데스크로 걸어가 앉았다.

"40년 전." 다빈치가 말했다.

"나는 루미네스의 교황청에서 내 고조부 레오나르드의 자료를 모으고 있었지."

벨린이 미완성의 이사벨 황녀 초상화를 바라보며 말을 들었다.

다빈치가 말했다.

"란툰 반도인으로써 자랑스러운 게 있다면 바로 레오나르도 같은 선조를 뒀다는 거지. 그는 훌륭한 마법사이자 만물박사였고, 고대 란툰 제국의 문화를 부흥하는데 공을 세웠네. 또한 그는 성전기사단원이었지."

벨린이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기분 탓일까. 다빈치가 상관없이 말을 이었다.

"나는 교황청에서 조부의 자료를 모으면서 그가 성전기사단원이었다는 증거들을 입수했네. 일기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 고조부의 일기장에는 그가 기사단장 미카엘 발부아와 절친한 사이였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네. 또한 이사벨 1세와 성전기사단장의 관계도 명시되 있지. "

벨린이 무표정하게 마법사를 응시했다. 다빈치가 강조했다.

"나는 레오나르도의 일기장을 토대로 그 책을 썼네. 란툰반도에 출간할 생각이었다만, 30년 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책을 출간할 기회를 놓쳤지. 히스파니아군이 다니치의 인쇄소를 폭파시켜버렸거든. 신교도들이 사악한 성경을 뽑아낸다고 그랬지."

"궁금한 게 있군요. 선생."

벨린이 물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한 것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여제 이사벨 1세는 미카엘 발부아가 처음부터 반란을 일으키려 했기 때문에 성전기사단을 박해한 게 아닙니다. 그녀는 단지 질투심 때문에 성전기사단을 박해했다고 적혀 있는데요."

"쓴 대로일세."

벨린이 뭐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자코모 다빈치가 설명했다.

"모든 기록을 유추해보면, 이사벨 1세와 미카엘 발부아는 사랑을 나눈 관계였어. 그런데 그 성전기사단장이라는 양반은 당시 성전기사단을 후원하던 또 다른 나라 빌랜드의 왕녀 기스코뉴의 메리와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여제의 질투심은 그렇게 시작됐지. 그것이 여러 인사들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져 반란으로 조장이 되었고,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그렇게 된 거지."

벨린이 초상화 속의 이사벨 황녀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자성한다는 투로 혼잣말을 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말이 사실이었군."

"지금 뭐라고 했지?"

"아닙니다. 선생."

벨린이 초상화에서 손을 거뒀다. 그리고는 데스크로 걸어가 문제의 책의 마지막 구절을 손으로 짚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성전기사단장의 망령이 황실에 저주를 내린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부분때문에 제1황녀가 물러나고 제2황녀가 황위를 계승한다는 소문이 퍼졌죠."

"나는 학자이자 마법사지 허풍쟁이가 아냐."

마법사가 벌떡 일어났다. 그가 벨린이 가지고 온 책을 벽난로에 집어던지고는 단호한 어조로 소리쳤다.

"어떤 얼간이들이 내 책을 협작질의 도구로 만들어버렸군!"

"이런 짓을 했으리라 짐작가는 사람이라도 있으십니까?"

벨린이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자코모 다빈치가 사색에 잠기려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서성였다.

"그건 좀 생각해봐야겠군, 대위."

그러나 자코모 다빈치의 사색은 얼마 못 가 방해를 받고 말았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가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들어오게."

자코모 다빈치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이윽고 예복을 차려입은 신사가 뛰어들어왔다. 복식을 보아하니 황궁 사람 같았다.

자코모가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가?"

가발을 쓴 황궁에서 온 신사가 가만히 서서 숨을 헐떡였다. 그리고는 자코모 다빈치가 다가오자 서둘러 내뱉었다.

"황, 황제 폐하께서... 서거하셨습니다."


--------


내일이면 부대복귀인데, 마지막 선물이네요. 다시금 주말 연속극이 되겠죠.-_-;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베나레스의총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7 베나레스의 총사(115) +25 08.08.11 3,493 13 7쪽
116 베나레스의 총사(114) +23 08.08.10 3,387 14 10쪽
115 베나레스의 총사(113) +36 08.08.03 3,678 15 11쪽
114 베나레스의 총사(112) +19 08.07.27 3,728 11 8쪽
» 베나레스의 총사(111) +26 08.07.22 3,819 12 7쪽
112 베나레스의 총사(110) +25 08.07.20 3,862 13 7쪽
111 베나레스의 총사(109) +29 08.07.17 3,898 10 7쪽
110 베나레스의 총사(108) +17 08.07.15 3,867 12 7쪽
109 베나레스의 총사(107) +17 08.07.14 4,007 10 10쪽
108 베나레스의 총사(106) +21 08.07.12 4,261 12 8쪽
107 베나레스의 총사(105) +26 08.07.05 4,360 12 7쪽
106 베나레스의 총사(104) +28 08.06.29 4,116 12 9쪽
105 베나레스의 총사(103) +29 08.06.22 4,195 13 10쪽
104 베나레스의 총사(102) +30 08.06.15 4,193 13 10쪽
103 베나레스의 총사(101) +19 08.06.14 4,110 14 8쪽
102 베나레스의 총사(100) +44 08.06.08 4,573 12 9쪽
101 베나레스의 총사(99) +34 08.06.01 4,787 11 10쪽
100 베나레스의 총사(98) +32 08.05.24 4,579 14 10쪽
99 베나레스의 총사(97) +30 08.05.18 4,398 13 8쪽
98 베나레스의 총사(96) +22 08.05.17 4,222 14 7쪽
97 베나레스의 총사(95) +29 08.05.12 4,219 14 8쪽
96 베나레스의 총사(94) +16 08.05.11 4,188 16 7쪽
95 베나레스의 총사(93) +34 08.05.04 4,423 14 9쪽
94 베나레스의 총사(92) +22 08.05.03 4,269 12 9쪽
93 베나레스의 총사(91) +23 08.05.02 4,157 15 7쪽
92 베나레스의 총사(90) +20 08.04.23 4,361 16 7쪽
91 베나레스의 총사(89) +19 08.04.20 4,330 16 8쪽
90 베나레스의 총사(88) +19 08.04.12 4,476 16 9쪽
89 베나레스의 총사(87) +16 08.04.09 4,341 14 7쪽
88 베나레스의 총사(86) +25 08.04.06 4,505 13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