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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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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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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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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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01)

DUMMY

흉갑기병대 지휘관 돈 벨라트리스가 말 안장 위에 올랐다. 까트린은 그를 따라 위틀루스 종의 날쌘 암말을 탔다. 이 말은 기병대에 입대한 이후 그녀의 세번째 말이었다. 두번째 말이 동방회사군의 총격에 죽어버렸기에 그녀는 마구간에서 새 말을 타는 내내 어색한 기분을 느꼈다.

돈 벨라트리스는 그녀에게 아스티아노 궁전에서 추기경이 기다리고 있으며 궁전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마중해주겠다고 했다.

두 기병대원은 흉갑기병대의 막사를 벗어나 아스티아노 시내로 말을 몰았다. 아스티아노 근교에 자리잡은 흉갑기병대 주둔지에서 궁전으로 떠나려면 아스티아노 시내를 가로질러야 했다. 시내에 도착할 때까지 펼쳐지는 오솔길은 전속력으로 달리기 좋은 코스였다. 두 기병대원은 기분을 낼 겸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리도록 전속력으로 달렸다.

추기경의 헌병군(cadinal's carabinari)이 지키고 있는 시내의 관문에 다다르자, 두 기병대원은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시내에서는 전령을 제외하고 마차보다 빨리 달리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시내에 들어서자 그들은 말발굽소리를 내며 천천히 말을 몰았다. 자연히 잡담을 하는데 좋은 환경이었지만,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굳은 표정이었다.

추긍을 우려해서였다.

사거리를 지날 즈음이었다. 돈 벨라트리스가 말했다.

"벨린 데 란테와의 결투는 어떻게 됐지? 그의 콧대를 꺾어줬나?"

"그, 그게..."

까트린이 우물쭈물했다. 돈 벨라트리스가 웃어보였다.

"결투중 그 자와 사랑이라도 빠졌나보군."

까트린이 화들짝 놀라 움찔했다. 얼마나 깜짝놀랐는지 말고삐줄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멈춰버릴 지경이었다.

의도한 것이었나. 돈 벨라트리스가 순간 뒤쳐진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럴 줄 알았지. 그 자를 상대로 여인을 보내는 것만큼 바보같은 짓도 없으니까. 왜냐하면 그는 동에우로파에서 전해진 아주 흥미로운 혈통을 타고났거든. 이제 한번 고백해보시지, 까트린. 그와 함께 히스파니아 동방회사군과 일전을 벌이면서 무슨 일이 있었지?"

까트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돈 벨라트리스는 그녀가 무엇과 싸웠는지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대체 어떻게 동방회사가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일까?

까트린이 멍하니 오랫 동안 가만히 있자 돈 벨라트리스가 손짓을 했다. 그녀가 서둘러 상관을 따라갔다. 말을 다시 몰기 시작해서 그런지 용기가 났다. 이제는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까트린이 난처한 얼굴로 해명했다.

"전 사랑이 뭔지 모릅니다, 돈 벨라트리스. 하지만 숨기지 못하겠어요. 이런 말씀을 드려 송구스럽습니다만, 그 자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기는 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중령. 어떻게 하면 이 죄를 뉘우치죠?"

돈 벨라트리스는 대답없이 웃기만 했다. 까트린은 눈물이 핑 돌았다. 그가 어떻게 진실을 알아차렸는지는 몰라도 믿고 신뢰하던 상관이 그녀를 놀렸다는 게 까트린으로서는 심한 배신감이 느껴졌다.

기병대 지휘관이 여 기병대원을 달랬다.

"귀관의 잘못이 아냐."

"잘못한 게 아니라구요?"

까트린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돈 벨라트리스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지금 그딴 건 상관없어. 사실 귀관에게 더러운 음모를 하나 알려주려고 이렇게 따라온 거니까."

돈 벨라트리스가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벨린 데 란테에게서 리노바티오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대체 그 리노바티오라는 게 뭐죠?"

"혁명이라 쓰고 역모라 읽는 단어지."

돈 벨라트리스가 간단히 대꾸했다. 까트린이 흥분한 어조로 내뱉었다.

"동방회사군과 그 빌랜드인들은 완전 한패입니다. 그 자들이 빌랜드인들과 그 리노바티오인가 뭔지 더러운 짓을 꾸미는 게 틀림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것을 알고 계시죠? 아직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요."

돈 벨라트리스가 작게 말했다.

"왜냐하면 추기경 또한 그 리노바티오에 가담한 상태니까."

까트린이 놀란 듯 입을 벌렸다. 돈 벨라트리스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귀관은 역적이 되고 싶나?"

"아닙니다, 하지만 어떻게?"

"예, 아니오로 대답하게, 대위. 우린 성 세바스챤 기사단의 후예이자 헌병군의 일원이니 추기경의 명령이 법이다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우리가 반란을 일으키려는 추기경의 편을 들어야 할까? 성전기사단을 믿는 혁명세력에 가담할 거야?"

"아니오."

까트린이 주저없이 대답했다. 그러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이 제국의 제상이자 헌병군의 수장이며, 치안장관인 추기경이 그런 음모와 연루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 벨라트리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돈 벨라트리스가 작게 말했다.

"추기경이 무엇을 지시하던간에 일단 그 지시에 충성을 맹세해. 그런 다음 귀관이 결심을 굳힌다면 자세한 진실을 알려주지."

"예."

그녀가 짧게 대답했다. 정원과 울타리가 쳐진 아스틴 황궁의 정면이 눈에 들어왔다.

"행운을 빌겠네."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돈 벨라트리스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버렸다.

까트린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아스틴 황궁으로 말을 몰았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무언가 중대한 음모의 한복판에 들어선 것은 분명했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용감한 여인임에 틀림없었지만, 처음 들어서는 황궁에서는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압박감을 잔뜩 짊어진 채 황궁의 정장을 입은 시종들을 따라서 궁전 내부로 향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알현실이었다. 시종은 그녀에게 추기경을 포함한 정부의 주요 대신들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황녀 마마께서 그녀를 만나길 몹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단지 추기경만 만나는 게 아니란 말인가?

까트린은 바짝 긴장했다. 대체 이사벨 데 아라고른 황녀가 왜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한단 말인가? 그녀의 비밀 단체인 로보 카사도르의 정체를 알아서 그런 것일까? 전혀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심히 부담이 되기도 했다. 디에네 데 아라고른 황녀를 모시긴 했지만, 이런 거물 인사들과 접하기 전까지 그녀는 기병대의 일개 대위에 불과했던 것이다.

유리창이 나 있는 황궁의 다채로운 복도를 지나자, 큰 여닫이 문이 하나 나타났다. 가발을 쓴 시종이 알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알현실 양 옆에 경비를 서는 근위총사가 그녀에게 신사답게 무기를 맡긴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까트린을 여자가 아닌 앳된 청년으로 본 모양이었다.

총사들의 제복에 벨린 생각이 나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까트린은 자신의 오래된 기병도를 맡겼다. 여기까지 온 이상 쓸대 없이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되었다.

시중이 문을 열고 그녀를 알현실 안으로 안내했다. 긴 테이블과, 정 가운데 옥좌와 양 옆의 의자들이 보였다. 정장과 레이스달린 코트 차림의 신사들이 앉아 무언가를 토론하고 있었다. 이사벨 데 아라고른 황녀는 아직 입장하지 않은 듯, 옥좌는 비어 있었다.

맨 앞자리에 진홍색 옷을 입은 추기경이 눈에 띄었다. 그는 양 옆에 앉은 신사들과 농담을 하고 있는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추기경에게 다가갔다. 그가 내리는 임무가 무엇이든 간에 이 사태의 진상을 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작정이었다.

까트린이 추기경 앞에 다가와서 모자를 벗고 절을 했다. 프란체스코 데 리베라 추기경이 찬찬히 금발머리 기병대원을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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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베나레스의 총사(96) +22 08.05.17 4,223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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