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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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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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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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87)

DUMMY

제 16장 - 오렌지공 마우리체호


마차가 출발할 때까지 사소한 소란거리가 있었다. 갈등의 요점은 간단했다. 총사들은 흉갑기병 까트린 데 세비아노가 마차에 같이 타야한다는 입장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동방회사의 기지 영내인 이스타니오의 등대 아래, 일명 '시크리타 데 오리엔타 깜파니'로 잠입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까트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신의 말 위에 올라 어서 빨리 출발하자며 총사들을 보챘다. 그러나 총사들에게 그녀의 행동은 완전히 안하무인이었으니, 그들이 타고 있는 동방회사의 수송마차를 추기경의 헌병군인 흉갑기병이 호위한다는 건 아무리 봐도 자살행위였다.


아주 잠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처음에 까트린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는 기병으로써, 용감한 군마를 고자 짐마차나 몰게 할 수 없으며, 마차에 타는 것은 더더욱 기병으로서 수치라고 따지고 들었다.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처음 마차에 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사람은 조안이었다. 헌데 안장 위에 올라 당당히 등자를 딛고 서 있는 까트린이 "군마를 고작 마차나 끌게 하겠다는 거야? 제 정신이 아니군!" 하고 쏘아붙이자 그 앳된 총사는 어이가 없어, 할말을 잃어버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힘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지가 않자 결국 조안이 마차 뒤를 보며 도움을 청하였다.

"난 저 여자가 무서워. 뭐라고 말 좀 해봐."

벨린 데 란테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봐, 큐레시어(흉갑기병).기병이 한번 한 약속은 지킨다고 들었는데."

까트린이 못마땅한 표정을 했다. 벨린이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까트린을 바라보았다. 그가 한마디 더 했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게 어떤 건지 아직도 몰라?"

까트린이 수그러든 기세로 변명했다.

"나는 기병이라구. 말을 타고 있지 않으면 너희를 도울 수 없어."

"기병으로서 활약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그가 태연히 말했다. "놈들한테 바짝 다가서기만 한다면 말이지."

그 말이 끝난 후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는데, 벨린이 그녀에게 어떠한 눈빛을 실어보냈는지 조안과 알레한드로는 보지 못했기에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여성 기병대원이 체념한 듯 말에서 내려 안장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놀라운 눈으로 목도했다. 그녀는 기병도를 한 손으로 잡은 채 조안에게 다가가서 분한 듯이 내뱉었다.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보시지. 대신 내 말을 다치게라도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얼마 동안 말 문제로 옥신각신한 끝에야,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의 수송마차는 동방회사의 본거지로 출발하게 되었다.


어두운 해변가를 마차 한대가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건너편 해안에 걸쳐 건설된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의 기지로 가기 위함이었다. 등대 밑에 건설된 그들의 본거지는 밤이 깊으며 빛을 발했다.

달그락거리는 수송마차 안에는 벨린과 까트린이 상자를 기대어 앉아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수석에 앉아야겠며 짐칸을 빠져나갔고, 짐칸에는 단 둘 뿐이었다.

벨린은 얼마 동안 까트린에게 두 동료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름과 계급, 어느 전투를 참전했고 지금은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지 대해서였다.

"로보 까사도르?"

까트린이 흥미있어 하며 물었다. 벨린이 설명했다.

"황실의 적을 처단하기 위해 이사벨 황녀가 결성한 조직이지. 그녀는 지금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해. 여제가 될 수순을 밟고 있거든. 그래서 디이네 데 아라고른 황녀도 곁에 두고싶어 했지."

까트린이 불쾌한 얼굴로 옛날 일을 들추어냈다.

"그래서 디에네 황녀를 납치했어? 황녀의 명으로?"

"내 주인의 결단을 도왔을 뿐이야."

"나는 디에네 황녀를 3년간 모셨어, 데 란테. 내가 검은 옷 사내를 쫓던 사이 그런 일을 벌이다니, 비겁하고 옳지 않은 일이라구."

그녀가 민감한 이야기를 가지고 투덜거리기 시작하자, 벨린은 화제를 돌릴 겸 짐칸 밖의 마부석에 앉아 있는 두 총사에게 소리쳤다.

"알레한드로, 조안, 자네들이 입수한 정보를 알려주겠나?"

알레한드로가 큰 목소리로 설명했다.

"우리는 지금 동방회사 상관이 정기적으로 보내는 수송마차를 몰고 있어. 이 마차에 실린 짐들이 전부 오렌지공 마우리체호에 실릴 것들이라던데."

벨린이 아무 상자나 열어보았다. 포도주 병들이 한 가득 들어있었다.

"출항을 준비하는군. 그 홀란드 평저선. "

"놈들을 반드시 잡아야 해."

까트린이 기병도를 꽉 쥐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지난 3주 동안 그 자를 잡으려고 제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온갖 고생을 다 했어. 너희 총사들에게 그 자의 신변마저 빼앗기고 싶진 않아."

벨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까트린은 분풀이를 그칠 태세가 아니였다.

"100년전 히스파니아 총사대가 프로시안 기병들을 학살한 이후로, 우리 기병들은 항상 너희들에게 공을 빼앗겼어. 전장터에서 란스로 돌격하여 척후를 보고 빌랜드의 마법사를 척살하던 우리들이 왜 너희들의 총검방진을 두려워해야 하는 꼴이 된 거지?"

벨린은 팔짱을 끼고 듣기만 했다. 보다 못한 알레한드로가 짐칸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한 소리 했다.

"그야 당신들이 멋에나 신경쓰는 골빈 멍청이들이라 그런 것 아니겠소. 기병 아가씨."

"무례하군, 당신!"

까트린이 쏘아붙였다. 알레한드로가 파안대소하며 받아쳤다.

"아가씨가 지금까지 한 짓이 몇 갑절은 더 무례하단 거 아쇼?"

"둘 다 시끄럽군."

벨린이

"우리는 치안조직이 아냐, 까트린. 우리는 문제점을 없애고 보고하기만 하면 그만이야. 그 자를 체포해서 구워먹든 삶아먹든 마음대로 해."

까트린이 야성적인 푸른눈으로 벨린을 응시하자 그가 의미심장한 말투로 덧붙였다.

"대신 이번 일이 고작 그 빌랜드인 사내를 체포하는 것으로 끝날 거라 알고 있다면 마음 단단히 먹어두는 게 좋을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벨린 데 란테가 뭐라고 설명하려던 찰나, 때마침 마차를 모는데 열중하던 조안이 재빨리 경고했다.

"동방회사의 전용 부두에 다 왔어."

모두들 숨을 죽였다. 짐칸에 있던 벨린과 까트린이 상자 더미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몸을 숨겼다. 이윽고 마차가 멈췄다. 등잔의 불빛이 이곳저곳에서 마차의 방수포에 스며들었다.

이윽고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짐칸에 무엇을 실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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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트린 데 세비아노의 성격이 사실은 기병들의 성격을 빗댄 거긴 합니다... 그리고 이번 장의 제목 오렌지공 마우리체는... 실제 역사에서 에스파냐를 엄청 골먹였던 네덜란드의 지도자죠. 상징적이긴 합니다. 소설상에서는 무슨 음모가 벌어질지.

마음같아서는 조회수가 더 나왔으면 좋을텐데... 두번 리메한 글로는 힘들겠죠.. -_-; 신뢰를 찾아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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