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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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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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0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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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05)

DUMMY

"삶이 권태로운 모양이군, 세뇨리타."

까트린이 흠칫 놀랐다. 등골까지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자식..."

까트린이 벌떡 일어나 몸을 돌려 검자루에 손을 댔다. 벨린 데 란테가 무표정하게 가만히 서 있었다.

벨린이 여 기병대원의 푸른 눈동자에서 절박함을 읽었다.

그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무엇이 널 잡아먹고 있는 거지?"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이 나쁜 자식아!"

까트린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기병도를 뽑을 태세였지만 갈색머리 총사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까트린이 내뱉었다.

"네 주인한테 나에 대해 뭐라 말한 거야?"

"아, 그것 때문인가?"

푸른 총사대 제복을 입은 벨린이 옷매무새를 다듬는 척 대꾸했다.

"오렌지공 마우리체 호에서 너와 내가 근사한 하루를 보냈다고 했지."

"이 바보!" 까트린이 총사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지옥에나 떨어져버려! 황녀가 나를 총살시킬뻔 했단 말야!"

"그거 재밌는 소리인걸."

벨린이 이렇게 말하며 손을 뻗었다. 검자루를 쥐고 있던 까트린의 손목을 단번에 잡아 챘다.

까트린은 당황했다. 한번도 이런 꼴을 보인 적이 없어서 그랬다.

"이거 놔!"

손을 잡힌 까트린이 내뱉어봤지만 총사는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검을 들고 설치는 꼴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우리 이제 정원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떨까?"

"뭐?"

더 이상 벨린 데 란테가 말을 걸지 않고 행동을 보인 것이, 까트린으로서는 오히려 다행이일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날 내내 움츠려들고 있었을 테니까.


벨린은 여 기병대원의 손목을 붙잡고 미로정원의 입구로 들어갔다.

황궁 무도회장 앞마당의 이 정원은 무도회가 열릴 때마다 평소에 귀족들의 밀담 장소로 악명이 높았으며, 벨린이 지난 가을 성 베나레스의 축일 때 황녀와 밀회를 나눴던 그 장소이기도 했다.

까트린이 그것을 알 리는 없다. 그러나 벨린 데 란테에게 손목을 잡힌 이후 그녀는 그 짜릿한 감각에 몸을 떨며 직감적으로 무언가 느꼈다.

미로 정원 속으로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별안간 벨린은 멈췄고, 까트린 데 세비아노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렌지공 마우리체호에서 벨린 데 란테가 철창 속을 탈출할 때 보인 그 기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격적이었고 연극이 아니었다. 까트린이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서 있는 찰나 벨린 데 란테가 그녀를 껴안았다. 그의 매혹적인 갈색머리칼이 까트린 데 세비아노의 뺨에 스쳤다.

그녀가 나직이 말했다.

"네가 자꾸 이러면 이사벨 황녀가 날 죽일 거야."

총사가 아주 진지한 얼굴로, 갈색눈동자를 반짝거렸다.

"황녀는 널 건드리지 못해, 까트린 데 세비아노. 내가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니까."

"어쩜 그럼 무책임한 말을... 으읍!"

입맞춤. 까트린이 말을 멈추고 눈을 꼬옥 감았다. 벨린이 그녀의 금발머릿결을 쓰다듬으면서 몸을 서서히 기울였다. 계속 서 있는 것은 무리였다.

까트린이 양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은 채 쓰러져내렸다. 상큼한 풀받내음과 함께 포개어진 두 남녀에게 석양이 젖어들어갔다. 이윽고 갈색머리 총사가 그녀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넣었을 때, 이런 분야로는 일절 경험이 없던 까트린은 깜짝 놀라 숨을 헐떡였다. 오렌지공 마우리체호에서 적들을 기만하고자 가짜 키스를 했을 때보다 열배는 더 충격적이었다.

그들이 천천히 입을 때며 혀끝으로 여운을 느꼈다.

까트린이 풀밭에 누운 채 그를 올려보며 작게 물었다.

"나한테 이제 무슨 마법을 걸 거야?"

"권태감을 해소할 수 있는 것."

벨린이 자신있게 말했다. 그가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까트린의 제복 웃옷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내렸다. 거침이 없었고 재빨랐다. 그 바람에 그녀가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자, 잠깐만."

벨린의 손놀림을 허용하면서도 그녀가 헐떡이며 내뱉었다. 일이 어느 지경까지 왔는지 뒤늦게 깨닫기도 했지만, 너무도 보수적인 생각 때문에...

"나보고 너처럼 바람둥이 총사의 아이를 가지란 말이야?"

"몸이 이렇게 달아올랐으면서."

벨린이 그녀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감싸쥐며 놀렸다. 까트린이 울먹였다.

"난 세비아노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해. 만약 애라도 가진다면..."

"그렇게 걱정이 되면 여기서 그만둘까?"

"그건... 싫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까트린이 양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서서히 아래쪽으로 손을 내리기 시작한 벨린이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아주 재밌는걸. 우리 황녀마마께서는 그런 건 좀체 신경을 안쓰시거든. 고귀하고 근엄한 분이니 쾌락만 즐길 수 있는 수단이 있으셨겠지. 헌데 우리 불쌍한 기병 나으리에게는 그런 수단이 없으니 뒤탈이 나면 책임질 수밖에."

까트린이 벨린의 등 뒤로 팔을 잡아 깍지를 꼈다. 벨린이 능숙하게 손을 놀려, 까트린이 기뻐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취했다. 처음 느끼는 쾌락에 겁이 나면서도 한쪽으로 감흥을 받은 까트린이 드문드문 숨을 몰아쉬면서 말을 이어갔다.

"약... 약속하는 거야."

갈색머리 총사가 얼굴을 그녀의 가슴으로 파뭍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까트린이 나직이 신음을 토했다. 숨소리가 거칠어졌지만, 그들의 대화는 이어졌다.

까트린이 눈을 감은 채 작게 말했다.

"만약 애라도 생기면... 나하고 결혼해줄 수 있어?"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는 생각도 안했지만 너라면 모르지."

벨린이 땀을 흘리며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까트린이 키득거렸다.

벨린 데 란테가 얼굴을 찌푸리며 까트린의 기병대 제킷을 완전히 벗겼다. 까트린 또한 총사가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 정사를 치루기엔 약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그들은 게의치 않았다.

총사와 기병대원의 검과 벨트가 아무 곳에서나 나자빠졌다. 이윽고 완전히 알몸이 된 두 사람이 서로를 보고 얼굴을 붉히며 다시 한번 깊게 키스를 나눴다.

키스를 끝내고 까트린이 벨린의 갈색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무서워.... 머스킷총의 일제사격도 무섭지 않았는데, 네 아이를 배기라도 한다면... 그 아이를 나처럼 기병으로 키워도 될까?"

"그 문제는 좀 생각해봐야겠군."

그와 함께, 황녀의 사냥꾼이 허락받지 않은 숲을 침범해 들어갔다.


----------


까투리양의 정사씬은 독자 여러분이 많이 좋아하는 이사벨 마마와는 좀 많이 다릅니다. 그렇죠?


본문만 봐도 까투리양은 좀 절박한 게 있잖아요. 그래서 현실적인 묘사가 됐나봅니다. 마음 한구석을 채우려고 벨린 데 란테에게 몸을 허락해도 아이를 가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되는 게 말이죠.

그래서 이 장면에서는 벨린 데 란테가 "오빠 믿지?" 하는 그런 캐릭터가 되버렸네요.


그렇다고 벨린 데 란테가 까트린에게 발목 잡힐지는 더 두고봐야 할듯.


암튼 이제는 여흥이 끝났으니. 혁명의 불길 대 여제의 성은으로 2부가 절정에 다다르겠죠. 그 시작은... 기묘한 마법사 자코모 다빈치에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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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베나레스의 총사(98) +32 08.05.24 4,579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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