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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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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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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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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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09)

DUMMY

아스티아노에 대학이 설립된 것은 200년 전 일로, 당시 에우로파 전역은 학문과 문화를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이른바 문화부흥 운동 때문이었는데, 이것은 이교도들간의 전쟁이 끝난 후 많은 이들이 평화와 그에 따른 문화, 예술의 발전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이사벨 1세 여제가 그랬다.

이미 히스파니아는 이사벨 1세 시절 때 절대왕정을 구축했지만, 그녀는 철권통치보다는 여러 모로 계몽군주에 어울리는 성향이었다. 그녀는 히스파니아가 란툰 반도의 대도시들보다도 학문과 문화에 뒤떨어지길 원치 않았고 그래서 제국 수도에 아스티아노 대학을 설립하였다. 란툰반도에서 많은 학자들과 예술가들을 초빙했고, 그들은 궁정과 대학에서 학문을 가르치고 예술을 뽑내어 히스파니아의 무궁무진한 발전에 공헌했다.

아스티아노 대학은 아스틴 궁전과 다섯 블록 떨어진 교외에 있었는데 북동쪽 성벽과 맡닿아 있었고 숲과 인공 호수를 거느린 넓은 부지에 세워져 있었다. 건물의 양식은 높은 탑과 뾰족한 지붕이 특색인 이사벨 1세 시대 양식이었고, 각각의 학부를 상징하는 탑과 공공기관 형태의 건물들이 이곳저곳에 합쳐진 구성이었다.

총사들은 마찻길을 가로질러 대학의 정문을 향해 다가섰다. 왼쪽 부근으로 아스틴 황궁이 가까이 보였다.

주안 스피놀라 중령은 다소 흥분한 기색이었다. 벨린 데 란테는 어느 때처럼 태연했고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겉으로는 멀쩡한 척 했지만 조안 데 아스티아노 때문에 속 마음이 많이 상했을 게 틀림없었다. 그가 덩치에 맞지 않게 감정적이고 소심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니까.

"요즘 들어 자네의 생각을 종잡을 수 없어."

주안 스피놀라가 뒤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벨린은 능청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스피놀라가 말을 이었다.

"그 큐레시어를 오렌지공 마우리체호에 끌어들였더군. 나와 상의 한마디 없이 말이지."

"그렇게 하면 좀 재밌을거란 생각이 들었죠. 중령."

"인원도 부족했구요. 그 세뇨리타의 전투력이 상당했거든요."

알레한드로가 덧붙였다. 스피놀라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황녀 마마께서도 아신 사항을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건 좀 심하단 생각이 들지 않나?"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합니다. 중령."

벨린이 정중히 말했다. 물론 진심으로 사과하는 듯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지만.

"나는 자네와 달리 많은 이들을 상관으로 모시고 있네."

스피놀라가 투덜거렸다.

"황녀 마마서부터, 로렌초 총사대장까지. 자네의 로보 카사도르가 사건을 벌이면 그에 따른 해명은 내가 해주어야 하지. 왜냐고? 자네는 황녀 이외의 상관을 찾아와 해명하는 법이 없으니까."

벨린은 그 말에 경청하는 척했다. 스피놀라의 불만이 절정에 다다랐다.

"심지어, 심지어 말이야. 자네가 어제 저녁 그 큐레시어와 재미본 일까지 뒤처리를 해야 하는 건 좀 심하지 않나. 황실 사람들 중에 자네의 얼굴을 모르는 이가 없어. 소문이 퍼지게 되어 있는걸 간신히 잠재워줬다구. 그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황녀마마께서 아셨으면 그 여자를 가만두지 않으셨을 테니까."

"이런 빌어먹을, 벨린."

알레한드로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를 바라봤다. 벨린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간단히 대꾸했다.

"부러우면 자네도 사냥꾼이 되지 그랬나."

주안 스피놀라가 아스티아노 대학의 정문에 멈춰 섰다. 모자와 정복을 갖춰입은 대학생들이 주변을 배회하며 지나쳤다. 문 건너 꾸며진 정원의 한 가운데에 큰 동상이 하나 서 있었다. 이 대학을 설립한 이사벨 1세 여제의 동상이었다.

"그건 그렇고, 자네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주안 스피놀라가 남이 듣지 못하도록 작게 말했다.

"정말 황살의 주치의 자코모 다빈치가 그 책을 쓴 장본인이라면, 진작에 그를 교수형에 처했어야 해. 그래야 이 난리를 간단히 끝낼 수 있었을 텐데."

"내 말을 믿지 않는군요, 중령."

벨린이 말했다. 스피놀라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매우 애매한 시점이야, 대위. 동방회사에게 분명한 반역 혐의가 있지 않는 한 총사대는 커녕 군부도 움직이지 않을거야. 이사벨 1세 시절처럼 성전기사단을 급습하여 와해시킬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어. 놈들의 더러운 음모를 만천하에 드러나게 하지 않는 한..."

"알 만 하군요."

벨린 데 란테가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문제의 그 마법사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두 총사도 이미 알고 있는 바였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만나러 가느냐였다. 정중히 문을 두드릴 것인가, 아니면 다짜고짜 총을 겨누고 체포할 것인가.

벨린 데 란테는 정중히 나서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는 두 총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길을 물어 의학부 건물을 찾아갔다. 얼마 전 그 의사 겸 마법사가 해주었던 말을 상기하며. 그 말에 따르면 그 란툰반도 출신 마법사는 지금 의학부에 있어야 했다.

세 총사는 의학부 건물에 당도했다. 그 건물은 마치 큰 대성당처럼 보였다. 스피놀라가 중얼거렸다.

"한번 물어볼 가치는 있겠군. 도저히 못믿겠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다짜고짜 권총을 들이대진 말게. 그 사람, 거물인데다 유명인사거든."

벨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 안에서 누군가 강의를 하는 듯, 길고 낭랑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벨린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잠깐."

알레한드로 바레스가 말했다.

"난 대체 누굴 말하는지 모르겠는걸. 그 자코모 다빈치라는 사람, 의사야?"

"내 생명의 은인이지."

그 말과 동시에 벨린이 문을 열었다. 부채꼴 모양의 큰 강의실이 드러났다. 돌로 쌓아올린 계단 형식의 의자에는 가발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학생들들로 온통 만원이었다.

총사들은 잠시 어딘가 잘못 들어왔다는 불안감에 몸을 떨었지만, 정작 강의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았고 모두들 강의에 열중해 있었다.

그 강의실의 맨 끝에는 검은 프록코트에 안경을 쓴 노인이 제단 비슷한 곳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고 서 있었는데,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다름이 아니라 알레한드로 바레스였다.

"이런 제길, 저거 송장이잖아."

"그런 것 같군."

벨린 데 란테가 빈 자리에 앉았다. 주안 스피놀라도 어깨를 으쓱 하더니 동참했다. 그러나 알레한드로는 혐오스러움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검은 프록코트에 안경을 쓴 이가 시체를 옆으로 뒤짚어 집게 같은 것으로 팔뚝의 근육다발을 꺼내기 시작했다. 벨린은 흥미롭게 그것을 지켜봤지만, 가만히 서 있던 알레한드로는 입을 움켜쥐며 당장 뛰쳐나가고 말았다.

문이 쾅 닫히는 소리에, 검은 프록코트를 입은 노인이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는 문과 가까운 구석에 앉은 삼각모를 쓴 두 총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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