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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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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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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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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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10)

DUMMY

안경을 쓴 노인은 총사들을 존중하는 뜻에서 강의를 끝내려는 듯했다. 그가 고개를 숙여 해부용 도구들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하얀 천을 들어올려 시체 위에 덮었다. 노트를 들고 있던 학생들은 노트를 덮고 교수가 강의를 마무리 짓는 것을 지켜보았다. 치 의사가 사망판정을 내리듯, 엄숙한 분위기가 강의실 안에 감돌았다.

노인이 라투니스어로 된 기도문을 외웠다. 모든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따라하는대로 기도문을 외웠다. 스피놀라가 모자를 벗어 기도에 동참했다. 벨린 또한 모자는 벗었지만 기도에 동참한 것은 아니였다. 단지 분위기를 깨트리지 않게 하기 위해 그랬을 뿐이었다.

노인이 성호를 금과 동시에 강의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려퍼졌다.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잡역부들이 와서 해부용 시체를 들것에 실어가고 시체를 올려놨던 받침대 위에 물을 뿌렸다.

노인이 뒤를 돌아 대야에 손을 씻었다. 두 총사가 그에게 다가섰다.

"자코모 다 빈치 박사님."

주안 스피놀라가 박사님이란 호칭에 힘을 주어 말했다. 오래 전 스콜라들이 최초의 대학을 세운 이례로 마법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호칭이 바로 박사였다.

"주안 스피놀라 중령."

자코모 다빈치가 걸걸한 어조로 말했다. 중령이 모자를 벗어 예를 표했다. 두 사람 또한 초면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마도 궁정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인 듯했다.

"그리고, 벨린 데 란테 대위."

다빈치가 젊은 총사에게 눈을 돌렸다. 벨린 데 란테가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자코모 다 빈치가 안경을 고쳐 쓰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무장상태를 확인이라도 하듯 톺아보는 듯한 눈맵시였다. 그는 총사가 찬 사브레와 권총을 한번씩 쳐다보았다. 그럼에도 벨린이 시종일관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자 마법사가 잠시 몸을 돌려 손을 씻으며 말했다.

"바깥 소식이 궁금하군 나는 일주일 동안 대학을 벗어난 적이 없거든. 마마께서는 어떠신가?"

"건강하십니다."

스피놀라가 얼른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중령. 나는 대위에게 물어봤는데."

자코모 다 빈치가 고개를 돌려 벨린 데 란테와 눈을 마주쳤다.

벨린이 대답했다.

"여전히 아름답고, 정열적이십니다."

"정열적이라."

자코모 다빈치가 선반에 놓인 지팡이를 들었다. 검은 색에 아무런 장식도 달리지 않은 짧은 지팡이었다. 노인은 그 지팡으로 옷걸이에 걸린 삼각모를 낚아채 머리에 썼다.

자코모 다빈치가 지팡이를 들고 강의실을 가로질러 문으로 나아갔다. 그는 백발의 노인 답지 않게 허리가 굽지도 않았고 보무도 당당했다. 분명 들고 다니는 지팡이를 부축용으로 쓸 위인은 아니었다.


주안 스피놀라가 눈치를 보다 그를 따라나섰다. 뒤에서 따라나서는 벨린 데 란테에게 그가 몰래 말했다.

"생각보다 저 거물과 친해진 모양이군."

"전 별로 친해지려 한 적이 없습니다, 중령. 그가 저한테 흥미를 보이는 거죠. 실험대상으로요."

벨린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들은 햇살이 가득한 밖으로 나왔고, 가장 먼저 우울한 얼굴로 벽에 기대 있는 알레한드로를 보았다.

"속이 좋지 않아. 죽을 것 같아."

그가 쥐어 짜듯 내뱉었다. 주안 스피놀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섰다. 알레한드로는 그대로 주저 앉았고 괴로운 모양인지 주안 스피놀라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메달렸다. 그러는 사이 자코모 다 빈치는 저 만치 가버린 뒤였다.

벨린 데 란테가 그를 서둘러 따라갔다. 무언가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시치미를 뚝 때고 있었지만, 저 마법사가 짖궂은 장난을 치고있는 느낌이었다.

"당신 우리를 가지고 노는군요."

벨린이 투덜거렸다. 그제야 마법사가 웃어보였다. 벨린이 혹시나 해서 뒤를 돌아보니, 주안 스피놀라는 다시금 벽을 보고 구토를 시작한 알레한드로를 돌보느라 따라올 틈이 없어 보였다.

마법사가 말했다.

"자네가 찾아오리라 짐작을 했지. 난 이상하게도 사이프러스의 마녀와 기묘한 인연으로 얽혀 있거든."

"그건 당신이 처한 처지를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박사."

벨린 데 란테가 품안에서 가죽으로 장정된 책을 꺼냈다.

마법사가 발걸음을 멈췄다. 벨린이 책을 들어올렸다.

"오렌지공 마우리체호에서 빌랜드 마법사를 죽였는데 흥미로운 소리를 들었죠. 당신이 이 책의 저자라면서요?"

"무슨 책이지?"

다빈치가 물었다. 벨린이 대답했다.

"성전기사단에 대한 저주가 담긴 책입니다. 이사벨1세와 성전 기사단장 미카엘 발부아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죠."

"흥미롭군."

마법사가 말했다. 벨린이 밀어붙였다.

"이 책을 퍼트린 자들은 혁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 혁명이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에 의해 준비되고 있고, 아직까지는 놈들이 무슨 계획을 꾸미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책을 보여주겠나, 대위?"

자코모 다빈치가 진지하게 말했다. 벨린이 그에게 책을 주었다. 자코모 다빈치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법사가 첫장을 펼쳐 서문부터 꼼꼼히 읽는 동안 벨린 데 란테는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이윽고 다빈치가 책을 바라보며 한마디했다.

"그렇군."

마법사가 놀랍다는 투로 내뱉었다. 그가 한마디 더 했다.

"맞아, 대위. 분명해. 이 책은 내가 쓴 걸세. 다만 의외스러운 일이 있다면..."

마법사가 책을 이곳 저곳으로 살피며 말했다.

"이 책이 언제 퍼졌다고 했지?"

"당신도 잘 알 것입니다. 이 책이 마마께서 염려하시던 바로 그 책입니다."

벨린이 사무적으로 말했다. 마법사는 화가난 얼굴이었다. 그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큰 소리로 내뱉었다.

"많은 자들이 내가 역사에 문외한인 줄 아는 모양이야. 만약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이 책에 대하여 진작 물어보러 왔을 텐데."

"당신을 감히 찾아올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것도 해부학 강의를 하는 와중에요."

벨린이 한마디했다. 마법사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의 진실을 파악했는지 실소를 터트렸다.

"하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나는 이 책을 35년 전에 교황청에서 썼으니까."


-----------------------


여태껏 숨겨왔던 진실이 좀 나타나겠는걸요. 좀 있으면 앞으로 벨린과 철천지 원수가 될 그런 아저씨가 나올 거구요.(자코모 다빈치와 관련된 인물인데, 주인공에 의해 산화된 빌랜드 마법사의 상관 격)

그와 동시에 옛 연인도 등장하겠죠. 지금 그 부분을 쓰길 학수고대중인데 얼마 안남았답니다. 2부도 어느덧 중반 이상 왔거든요.


이번화 유난히 쓰기 힘들었어요. 장면도 장면이었거니와 휴가 때문에 놀다보니 슬럼프가 찾아온 듯해요. 낄낄.

(리플, 추천, 비평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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