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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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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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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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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화

DUMMY

“저기요!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냐니까요?”


갑작스러운 상세 열람 알림에 당황한 것도 잠시.

나는 급한 대로 알림창이 잠시 치우고 따지듯 묻는 오주현을 바라보았다.


“....나 강유성이야.”

“강유성...? 분명 어디서 들어봤던 이름인데.... 아! 혹시 사진 초등학교 나오지 않으셨어요?”

“어, 오랜만이다. 주현아.”


오주현과는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과거에는 생존 게임이 시작된 후 3년이 지났을 때 우연히 만난 친구이기도 했고.

나는 반가워하며 호들갑을 떠는 주현이를 잠시 쳐다보다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일단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움직이자. 이왕이면 입은 잠시 닫아두고.”


어느 순간부터 주변이 너무 고요하다.

늪지대라면 작은 벌레 소리라도 들려와야 하거늘 지금은 우리 두 사람의 목소리를 제외하고 그 어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어? 왜? 오랜만에 봤는데 이야기라도 해야지! 그동안 잘 지냈어?”

“주현아, 알았으니까 잠시만이라도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입을 황급히 막으려는 그 순간.


“카르르륵!!”

“괴, 괴물?”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젠장! 그러니까 조용히 좀 하라니까. 3구역까지 왔으면서도 넌 경계심이 없는 거냐!”

“미, 미안.... 아는 사람을 만난 게 너무 반가워서....”


그 녀석은 늪과 비슷한 연한 녹색으로 번들거리는 피부에 2m 정도 되는 덩치, 그리고 뱀의 머리를 닮은 괴물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흉측한 머리 한가운데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작은 뿔이 달려 있었다.


“키르르르...!!”


3구역 무대인 늪을 관리하는 종족은 리자드맨이라는 파충류 괴물.

전투력만 본다면 그리 강한 녀석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고블린처럼 부족 생활을 하는 놈들이라는 것.

더군다나 이마에 뿔이 달린 저 녀석 같은 경우에는.


“하필이면 처음 걸린 게 리자드맨 정찰대라니. 재수가 없어도 진짜... 더럽게 없구나. 뭐해! 달려!!”

“어, 어?”

“아이씨! 달리라고!!”


나는 싸울 생각인지 몽둥이를 꺼내는 오주현의 손을 잡고 무작정 앞으로 달려 나갔다.


“유성아! 도망치지 말고 차라리 싸우는 게....”


F등급이라 해도 영웅이라 이건지, 오주현의 얼굴에는 불만이 차올랐다.

그녀는 내가 도망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괴물과 싸울 때가 아니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달리기나 해! 그리고 너 일행 있어?”

“나? 일행 있기는 한데..... 정찰을 나왔던 거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그건 왜?”

“그럼 지금 당장 일행들한테 돌아가. 내가 녀석의 시선을 끌 테니까!”

“어? 아니,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녀의 답답함에 짜증이 치솟았다.

오주현과 그녀의 일행들은 분명 3구역에 나처럼 이제 막 들어왔을 게 뻔했다. 아니면 나보다 몇 시간 더 빨랐거나.

그게 아닌 이상 리저드맨 정찰대를 보고 싸우자는 미친 소리를 할 리가 없지.


“이야기도 살아야 할 수 있는 거야! 그럼 계속 달려!!”


억지로 그녀를 떠밀자,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결국 늪을 헤치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바로 뒤까지 따라온 괴물을 쳐다봤다.


“하... 이런 씨.... 남을 위해 희생하는 건 내 역할이 아닌데.”


오주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그자를 버리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하필 만난 게 그녀라는 사실 자체가 짜증이 났다.

덕분에 예상에 없던 개고생을 하게 생겼으니까.


“키히히히!! 케르르륵!!”

“하.... 끝까지 따라올 생각처럼 보이는데. 완전히 포위되기 전에 내가 지하 세이프 존까지 도착할 수 있으려나.”


리자드맨은 미묘하게 다른 생김새에 따라 역할이 모두 달랐다.

그중 정찰대라 불리는 저 녀석은 이마에 달린 작은 뿔을 이용해 동족을 부르는 게 가능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녀석이 부른 수십 마리의 리자드맨이 이곳을 중심으로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휴우.... 일단 해보는 수밖에 없겠지.”


아무리 지금의 나라 해도 석상 괴물보다 조금 약한 수십 마리의 리자드맨을 상대하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키아아아악!!!”


나는 녀석이 지저분한 대가리를 내미는 순간을 이용해 자세를 바짝 낮추고 반대쪽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

덕분에 늪의 물이 튀며 얼굴을 적시고 코로 들어왔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첨벙! 첨벙!


살려면 달려야 한다.

오직 그 생각 하나로 도망치던 도중.


“젠장!!”


머리에 울리는 위험 감각에 급히 몸을 멈춰 세웠다.

그러자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화살 한 대가 물보라를 일으켜 길을 막아섰다.


퍼엉!!


“....벌써 따라붙었다고?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


화살을 날린 건 새로 나타난 리저드맨들이었다.

그 녀석들은 뒤에서 쫓아오는 놈들과 달리 검부터 활까지 다양한 무기들을 들고, 나를 보며 징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키르르륵!!”

“케헤헤!!”


그 숫자만 해도 무려 20마리 이상.


결국 걱정하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하 세이프 존의 입구를 힐끔 쳐다보고는 깊은 한숨과 함께 검을 뽑아 들었다.


이제 와서 다른 쪽으로 돌아가기에는 다음 세이프 존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설사 어떻게 잘 해서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간다 해도 금방 따라 잡힐 게 분명했고.


“이렇게 된 이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길을 뚫는 방법밖에 없다는 건데....”


이런 와중에도 괴물들이 원을 그리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녀석들은 괴물 주제에 포위망을 단단히 구축한 것을 보니 분명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래서 이번만큼은 조용히 세이프 존에 먼저 들리려고 했던 것인데 하필이면.


“카하아아악!!”

“에너지 드레인!! 보호막 전개!”


능력을 사용하기 무섭게 괴물들이 휘두른 무기가 내 몸을 타격했다.


카-앙!! 카-앙!!


“크흑!!”


아무리 보호막이라 해도 모든 충격을 흡수할 수는 없었는지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벌써부터 성호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녀석이 있었다면 든든히 후방을 막아주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 와서 하기에는 너무 늦은 후회.

나는 녀석들이 공격으로 자세가 흐트러진 틈을 노려 정면에 있는 괴물에게 검을 뻗었다.


푸욱!!


“키, 키하학-!!”

“좋아! 이렇게 된 거 누가 먼저 지치나 해보자!!”


마나가 바닥나 보호막이 먼저 풀리냐, 아니면 그 전에 리저드맨을 전부 처리하냐의 싸움.

그나마 다행히 에너지 드레인이 꾸역꾸역 마나를 채워주는 중이라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느껴졌다.


“쓰읍!! 죽어 괴물 새끼야!!”

“케에에엑!!!”


그렇게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싸우기를 한참이던 도중.


[레벨업 하셨습니다]


“허억.... 크으... 어쩌냐. 아무래도 내가 이긴 거 같은데?”

“키르르르.....”


싸움이 길어지자 반가운 레벨업 알림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바닥났던 마나와 체력이 천천히 차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그 힘을 바탕으로 남은 녀석들을 전부 죽였다.


“키히.....”


아니, 단 한 놈만 빼고.

머리에 뿔이 달린 정찰대 녀석.

그 괴물은 동족들이 죽어 나가던 와중에도 후방에서 구경만 하더니 갑자기 괴성을 질러댔다.


“끼에에에엑-!!!”


다시 한번 동족들을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 녀석들의 부족원들이 근처에 있었는지,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새로운 녀석들이 나타났다.


“하아.... 이 정도면 못 먹는 사냥감이라는 걸 깨달아야 하는 거 아니냐? 학습 능력이 없는 녀석이네.”

“키히히히!!”


상황이 좋지 않았다.

레벨업을 했다 해도 회복된 체력과 마나는 기껏해야 절반 수준.

다시 싸우기에는 목숨이 위태롭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너 똑똑히 기억했다. 그럼 다음에 보자. 그때는 반드시 너부터 죽여줄 테니까.”

“끼에엑? 키하아악!!!”


내가 몸을 돌려 세이프 존으로 움직이자, 당황한 녀석이 괴성을 질렀다. 그러자 주변을 포위했던 괴물들이 달려들려 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끄어어어.....”

“키히.... 키, 히히....”


저주받은 늪에 잠겨 있던 리자드맨의 시체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임무에 적혀 있던 대로 늪의 능력 때문에 죽은 괴물들이 언데드로 변한 것이다.


“끄어어억!!!”

“케헥!!! 카하아악!!”


달려들던 리자드맨과 되살아난 언데드는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조종받지 않는 언데드의 생자를 공격하는 본능 때문이었다.


“동족상잔이라는 게 이런 거려나? 이왕이면 저 뿔 달린 녀석은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내 손으로 죽여주지.”


나는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여유를 즐기다 세이프존 입구 앞에 멈추었다.

입구는 탁한 늪에 잠겨 있어 쉽사리 발견하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발끝에 입구 손잡이를 살짝 걸친 채 옆으로 밀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과거 사람들에게 3구역에서 가장 신기한 장소를 꼽으라 한다면 하나같이 보스가 있던 장소를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3구역에서 그 어떤 장소보다 신기한 곳은 지하 세이프존이다.


“여기도 진짜 오랜만이네. 발자국이 없는 걸 보면 역시 첫 방문은 나인가.”


늪을 통과하느라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하에 있는 이 장소에는 물이 차 있지 않았다.

힐끔 왔던 길의 끝을 보니 살짝 열려 있는 입구 사이로 찰랑거리는 물결은 그대로 있었다.

단지 물이 열린 입구를 통과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절미 소환.”

“캉캉!!”

“절미야, 수색 좀 부탁하자. 혹시 숨어 있는 사람이 있는 먼저 가서 확인해줘.”

“캉!!”


세이프 존에 들어왔음에도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찾기가 더럽게 힘든 만큼 먼저 온 손님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탐색이나 길 찾기 능력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저벅저벅.


잠시 후 계단 끝에 내려오니 15평정도 되는 방 하나가 존재했다.

방 천장에는 밝은 빛을 내는 이상하게 생긴 돌이 달려 있었고, 모서리 부분에는 식량이 담긴 가방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캉캉!!”

“수고했어. 그럼 이제 계단으로 가서 경계 좀 해줘. 누가 들어오려고 하면 바로 알려주고.”


이래서 똑똑한 소환수가 있으면 편리하다고 하나 보다.

나는 절미에게 경계를 맡긴 뒤 바닥에 굴러다니는 가방 하나를 들어 식량을 꺼내서 입에 물었다.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지는 초코바였다.


“좋아, 이걸로 식량 문제는 해결했고. 그다음은..... 아! 그러고 보니 오주현을 잊었었네.”


여유가 생기니 그제야 오주현이 떠올랐다.

그녀는 내가 괴물의 시선을 끌어준 만큼 별다른 일이 없었다면 무사히 도망쳤을 것이다.


“흐음.... 원래라면 훨씬 나중에 만났어야 했는데, 준호 아저씨도 그렇고 미래가 점점 변하고 있어.”


특이한 직업에 속하는 지하 묘지기의 선택을 받은 그녀.

만약 내가 계속해서 일행을 유지했다면 흔쾌히 일행에 받아줄 정도로 나름 괜찮은 직업이었다.

그렇기에 나 또한 그 직업을 선택했던 거니까.


“주현이를 만난 뒤에 이상한 알림이 떴던 거 같은데.... 이거였나?”


한쪽으로 치워뒀던 알림이 다시 불러왔다.


띠링! [지하 묘지기, 라스테인의 상세 열람 조건이 해제되었습니다. 상세 열람이 가능합니다.]


분명 상세 열람이 가능하다 적혀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왜?

그것도 지하 묘지기 직업에 한정이라면 분명 그녀를 만난 게 이유라는 건데.


나는 잠시 차분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복잡했던 머리가 조금은 가벼워지며 고민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영웅 백과사전에서 지하 묘지기를 선택한 내가.... 오주현을 만났기 때문이라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건 그것 말고는 없었다.

그리고 만약 틀렸다 하더라도 나중에 확인해 보면 되는 문제이니 크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 지금은 더 중요한 상세 열람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분명 처음에 직업을 선택할 당시에는....”


기억을 되새기니 그때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영웅의 모든 능력을 가져올 수 없다고 했었다.

그 말은 상세 열람만 가능하다면 지금처럼 부분적인 능력이 아니라 모든 능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나는 괜스레 긴장되는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아, 까짓것 해보자. 지하 묘지기, 라스테인.”


[상세 열람 가능 대상입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열람하겠다. 어디 한번 영웅의 기억을.....”


영웅의 선택을 받았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영웅의 기록을 머릿속에 전달받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 어어....?”


들었던 것과는 무언가 다르다.

제일 먼저 정신이 혼미해졌고, 두 눈이 납덩이를 단 것처럼 무거워지더니 이내 나를 어둠 속으로 인도했다.


나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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