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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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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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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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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4화

DUMMY

스르르륵.


가린을 통해 얻은 위장술을 사용하자 몸과 옷의 색이 변하며 주변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다.


“레벨이 아직 1이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데?”


물론 김철원이 사용하던 은신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F등급 영웅의 능력치고 나쁜 편은 아니다.

특히 그림자로 어둑한 늪지대에서는 효과가 더 배가 되었다.


“그럼 들어가 볼까. 후우....”

-주인님, 조심하십시오.


영백이의 경고가 아니라 해도 이미 전신의 긴장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안에서 사람이 나와 주지 않는 이상은, 밖에서는 이 건물이 세이프존인지 아니면 괴물 소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저벅저벅.


늪에서 빠져나와 건물 입구에 들어서니 위장술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확실히 레벨이 낮기 때문인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 상태로라면 격한 움직임을 하는 순간 능력이 완전히 해제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발자국.... 사람의 발자국인 거 같은데.... 더 깊게 들어가 볼까?”


진흙으로 더러워진 로비 바닥에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확신하지는 않았다. 괴물의 종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고, 그중에는 인간과 흡사한 녀석도 여럿 있었으니.


-주인님, 저쪽 바닥에 지구의 식량을 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껍질이 버려져 있습니다.

“뭐?”


정말이었다. 영백의 말대로 구석진 자리에 내가 자주 먹던 초코바의 껍질이 떨어져 있었다.

저걸 괴물들이 먹었을 리는 없으니 분명 사람이 다녀간 것이다.


문제는 그게 함정인지 모르고 들어왔다가 당한 사람인지, 아니면 세이프존의 사람인지 모른다는 거지만.


“주변에 싸운 흔적이 없어. 아무래도 이곳이 맞는 거 같다. 절미 소환!”

“캉캉!”

“절미야, 주변에 사람의 냄새가 느껴지는 확인해 봐.”


허공에 코를 올리고 킁킁거리던 절미가 이내 눈을 반짝였다.


“캉!!”


절미가 가리킨 방향은 로비 중앙에 놓인 엘리베이터였다.

엘리베이터는 총 4개가 있었는데, 눈을 가늘 게 뜨고 자세히 보니 그중 3개는 반투명한 막으로 봉쇄된 상태였다.

그리고 제일 오른쪽 끝에 있는 나머지 하나는.


“절미야, 수고했다. 일단 들어가 있어.”


당연히 전기가 끊겼을 텐데, 문 틈새에서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빛.


나는 조심스럽게 경계하며 다가가 틈새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역시나 이 엘리베이터 안에는 세이프존이 존재했다. 내 세이프존보다 두 배는 커다란 방이었다.

방 안에서는 30명도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한참 식량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현 씨, 그래서 그 친구는 어디로 갔다는 겁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징그럽게 생긴 괴물들이 나타나서 서로 반대쪽으로 도망쳤거든요.”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굉장히 잘생긴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오주현.

예상했던 대로 그녀의 일행이 자리 잡은 곳은 이곳이 맞았다.


“그렇습니까? 흐음.... 그럼 그 친구한테 무슨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네.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었어요.”

“애매하네요. 좋은 능력을 지닌 친구라면 구할 가치가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솔직히 구해주는 건 조금 힘들 거 같습니다.”

“네? 그럼 버리자는 소리세요?”


떠드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 이야기였다.

그들을 나를 언급하며 구하러 갈지, 아니면 그냥 모른 척할지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아주 웃기는 새끼들이다.

구해달라고도 안 했는데, 지들이 뭐라고 날 버리네 살리네 하는 건지.


-주인님, 영웅 직업을 부여받은 사람은 총 5명으로, 그중 1명은 이미 등록된 직업입니다.


유령처럼 기척 없이 끼어든 영백이 때문에 나도 모르게 놀라 소리칠 뻔했다.

황급히 손으로 입을 가리고 뒤로 물러나서 영백을 노려보았다.


“...날 놀래켜서 심장마비로 죽일 생각이야?”

-아닙니다. 저는 주인님의 건강을 생각합니다.

“앞으로 뒤통수에다가 이야기하지 마. 앞이나 옆이든, 내가 볼 수 있는 쪽에서만 말을 걸라고.”

-예, 주의하겠습니다.


진짜 일부러 그러는 건지. 말을 잘 듣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보다 방금 한 소리가 뭔 뜻이야? 설마.... 저 안에 영웅이 5명이라는 소리는 아니지?”

-맞습니다. 그중 하나는 지하 묘지기, 라스테인입니다. 나머지 4명에 대한 정보는 아직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너.... 보는 것만으로도 직업을 알아볼 수 있는 거냐?”


그건 내게 조금 중요한 문제다.

아니, 생존 게임에서 너무 사기적인 능력에 가깝다.

후반 구역으로 가면서 배신이 난무했던 만큼, 직업을 숨기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직업을 알아본다면?


-아직 책의 레벨이 부족해서 불가능합니다. 지금은 그자가 영웅 직업을 가졌는지, 일반 직업을 가졌는지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벨.... 레벨이 오르면 결국 가능하다는 소리네.”

-맞습니다.


영백의 기괴한 표정을 마주한 나는 그제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대체 영백의 능력을 만든 영웅은 누구이며, 왜 나를 과거로 돌리면서까지 기회를 준 것일까.


‘수많은 능력을 보았지만, 이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능력이야.’


사전의 능력도 말이 안 되었지만, 책의 자아 영백의 능력은 더 말이 안 된다.

내가 보기에 영백은 단순히 책의 보조가 아니었다.

이건 완전히 다른 능력 하나가 추가로 붙어 있는 꼴. 그것도 사기적인 능력에 사기적인 능력이 붙은 꼴이다.


-주인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려고 합니다. 불안정한 위장술이라 금방 들킬 것입니다. 자리를 피하십시오.

“....일단 알았다.”


영백의 말대로 나는 더 구석진 자리로 가서 몸을 웅크렸다.

그러자 때를 맞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중에는 내 초등학교 동창인 오주현도 함께였다.


“대장, 그럼 일단 주변을 더 수색해 볼게.”

“그러세요. 대신 조심하시고요. 우리는 아직 괴물들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니까.”

“에이, 2구역도 대장 덕분에 쉽게 넘어갔잖아. 설마 별일이야 있겠어? 그럼 갔다 올게!”


대장이라 불린 남자는 아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미남자.

그는 밖으로 나가는 일행을 배웅하고는 엘리베이터로 다시 들어가려다 멈칫했다.


“....이 발자국은? 우리 일행 중 이런 발자국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저 발자국을 남긴 건 다름 아닌 나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수십 개의 발자국이 찍혀 있어 알아보기 힘들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흐음.... 내가 착각한 건가? 나중에 한번 확인해 봐야겠군.”


그가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참았던 숨을 터트렸다.


“푸하.... 뭐야 저 새끼?”

-주인님, 저자는 탐지꾼 혹은 감각 계열의 직업을 가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조심성이 많은 자였다. 무슨 능력을 지녔는지는 몰라도 저 정도 조심성이라면 생존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괜히 그가 오주현 일행의 대장이 아닌 것이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러게. 원래는 접촉할 생각이었는데.... 저 녀석이 마음에 걸려. 일단 밖으로 나가자.”


어차피 3구역을 돌파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있다.

나는 그때를 노리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지금 무작정 다가가기에는 괜스레 꺼려지는 기분이 들었기에.


이걸 뭐라 해야 할까.

저자에게 위험한 향기가 난다고 할까나.


기척을 숨긴 채 밖으로 나오자, 오주현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어두컴컴한 건물을 힐끔 바라보고 미련 없이 걸음을 옮겼다.



* * *



내가 3구역에 들어온 지 어느덧 10일 차가 되던 날.


“형씨, 내 친구가 이 앞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정찰 좀 해줘. 괴물이 나타나면.... 알아서 도망치고. 알지?”


내게 말을 건 사람은 어제 우연히 늪지대에서 만난 젊은 남자였다.

그는 짧게 친 검은 머리에 겉멋이 가득 든 말투를 사용하는 자였는데, 탐지 능력이 있는 친구와 단둘이 2구역을 넘어온 사람이었다.


“알겠습니다. 절미야, 가자.”

“캉캉!!”


그의 부탁대로 정찰을 하기 위해 늪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진짜 정찰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나는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졌을 때, 방향을 틀어 지하 세이프존으로 움직였다.


“둘이 넘어왔다길래 대단한 등급이나 했더니, 고작 E등급? 하....”

-그래도 E등급 영웅 2개의 기록을 추가하시지 않았습니까. 다음 레벨업까지 경험치가 반이 남은 상태입니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영백의 레벨을 올리는 것.

저들뿐만 아니라 이미 10일 동안 3구역을 돌아다니며 그렇게 추가한 기록이 벌써 6개째다.

덕분에 영백의 레벨이 올라 6이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양가 있는 직업은 없었다.

대부분이 E등급이거나 한 명은 D등급이었지만,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인님, 세이프존으로 가실 생각이라면 돌아가셔야 합니다. 이 앞에 리자드맨 주거지가 존재합니다.

“나도 알아.”


3구역에서 10일이란 시간은 내게 영백의 능력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해주었다.

녀석은 이제 진짜 내비게이션 역할도 맡을 모양인지, 왔던 길을 기억하고 이렇게 내게 알려주곤 했다.


“음?”

-왜 그러십니까?

“잠깐. 잠깐만 조용히 해봐. 절미야, 너는 들어가 있어.”

“캉!!”


나는 절미를 들여보내고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잔잔한 늪의 수면에 손을 가져다 대자.


“....흔들렸다. 지금 미세하지만 분명 수면이 흔들리고 있어. 단순히 바람이 불어서 물결이 치는 게 아니야.”


레벨이 높아지며 감각 또한 높아졌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 무언가에 의해 전달된 충격이 늪의 물을 미세하게 흔드는 중이었다.


나는 곧장 허리를 펴고 일어나 물결이 밀려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집중했다.


“저 방향은 오주현 일행이 있는 곳인데..... 설마.....”

-짐작 가시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멀리서 이 정도 충격을 전달할 놈은 3구역에 하나밖에 없어. 드디어... 기다리던 늪의 주인이 등장한 거야.”


시간, 그리고 장소.

그 무엇도 정해지지 않은 채 지 마음대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늪의 주인.

녀석은 임무에도 적혀 있는 대로 3구역 생존자의 힘으로는 ‘절대’ 죽일 수 없는 괴물 중의 괴물.


“영백아! 아무래도 저쪽으로 가 봐야겠다! 너는 그동안 E등급 영웅 중 나랑 맞는 전투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찾아줘!”

-주인님, 그건 길 찾기 능력을 위해 아껴두시던 거 아니었습니까?

“그럴 여유가 없으니까 하는 말이지!!”


늪을 달리는 와중에도 과거의 기억이 또렷이 떠오른다.

처음 늪의 주인을 마주했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그만큼 녀석의 힘은 가공스러웠으며 존재 자체로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괴물이었다.


솔직히 지금 다시 마주친다 해도 떨지 않을 거라는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괴물이 있는 방향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러면서 절로 지어지려는 미소를 억지로 참아냈다.

녀석에게는 공포를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만나야 할 이유가 있었다.


“3구역의 보물은 얻기가 힘든 대신 웬만한 이벤트 구역의 보물보다 더 등급이 높다고!”


바로 구역에 숨겨진 보물.

그 보물이 그 괴물의 신체 한쪽에 숨겨져 있었다.

그랬기에 3구역에서 보물을 찾았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던 거다.


그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잡을 수 없는 괴물의 신체 일부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나 또한 내게 그 이야기를 해준 게 준호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님, 위험 난이도가 급증했습니다. 더 앞으로 가신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위험한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목숨을 감수할 정도로 보상이 달콤하다면 충분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전투가 아닌 생존에 관련된 능력을 찾아보겠습니다.


한참을 달려온 끝에 이제야 녀석이 보인다.


[크르르르르....!!]


5층짜리 건물보다 더 높게 쏟아 있는 거대한 육체.

땅을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는 커다란 네 개의 다리.

기다린 목과 그 끝에는 도마뱀과 흡사한 얼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신을 감싼 회색빛깔의 강철 같은 비늘까지.


“영백아.”

-예, 주인님.

“....지금 나 떨고 있냐?”


녀석 또한 머리 위에 선명하게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은 ‘저주받은 늪의 주인, 바실리스크’.


그런데 붉은색이 아니다.

녀석은 그보다 더 위험 단계를 표시하는 보라색.

보라색은 생존 게임의 무대가 된 구역에서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을 뜻할 때 나타내는 색깔.


녀석은 최소 3구역보다 5단계는 더 높은 구역의 보스급 힘을 가진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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