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으로 능력 무제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3.18 21:52
최근연재일 :
2021.05.06 20:30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59,340
추천수 :
2,007
글자수 :
466,196

작성
21.04.08 20:30
조회
1,599
추천
23
글자
13쪽

37화

DUMMY

다시 돌아왔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지옥 같은 현실로.


“후우....”


나는 조용히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지하 세이프존은 떠나기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나마 달라진 거라면 30분가량 흘러 있는 손목시계뿐이랄까.

그때 알림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등급 상향]

-기록 변경으로 인하여 말톤의 등급이 D로 상승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영웅 백과사전의 추가적인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띠링! [영웅 백과사전 Lv.8 -> 영웅 백과사전 Lv.9]


“이럴 줄 알았으면 고유 능력을 가져올 걸 그랬나. 조금 아쉬운데.”


특수 능력과 달리 고유 능력은 영웅의 등급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니 내가 [타고난 악력]을 선택했더라면 D등급 고유 능력을 얻을 기회였던 것이다.


-그랬다면 분명 도움이 되었겠지만, 주인님에게 더 필요한 능력은 감각 강화입니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십시오.

“휴우.... 그건 그렇지. 그래도 덕분에 영백의 레벨도 올랐으니까.”

-맞습니다. 등급 상승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 경험치를 부여받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 일단 그 문제는 접어두고 이제 그만....”


서진영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 순간.


“잠깐.”

-왜 그러십니까?

“영백아, 만약 내가 임무에 실패... 아니, 임무를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망쳐버렸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임무를 고의적으로 망친다면 말입니까?

“그래. 그렇게 되면 그냥 기록만 삭제되는 거냐? 그럼 상관이야 없지만....”


등급 상향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상향이 가능하다는 건 반대로 하락도 가능하다는 소리가 아닐까?


-등급이 하향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등급 하향시에는 다른 패널티를 받을 수도 있다는 소리야? 기록 삭제 말고도?”

-겪어 보기 전까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영백의 불안전한 대답에 다시 한번 느꼈다.

상세 열람이 무조건 사용자에게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과 마찬가지였다. 잘 쓰면 좋고, 아니면 피를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위험한 무기.


“결국 꼭 필요한 능력을 얻는 게 아니라면 최대한 조심히 써야 한다는 소리구나.”

-주인님께서는 잘 해내실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퍽이나 걱정이 안 되겠다. 넌 책 자체라는 녀석이 뭐 아는 게 없냐.”

-그보다 주인님, 이제 선택하셔야 합니다. 임무를 완수하셨으니 말톤의 완전한 기억을 전송받으실 수 있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본인한테 불리한 상황이 오니 바로 말을 돌리는 것 좀 봐라.

나는 영백이의 야비함에 혀를 끌끌 차고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상세 열람도 완료한 마당에 굳이? 괜히 아까처럼 말톤의 감정에 휩쓸릴 필요는 없잖아.”

-그건 아닙니다. 그때는 말톤의 육신이었기 때문에 영향이 컸던 겁니다. 상세 열람이 끝난 이상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겁니다.

“그래?”

-예. 정예 군인이었던 말톤의 기억을 받으신다면 분명 생존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또 이렇게 말하니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확실히 라스테인의 기억도 크지는 않지만 생존에 도움이 되기도 했었고.


결국 고민하던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 기회만을 기다리던 영백이가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기억을 전송하겠습니다.


기억 전송은 그때와 똑같았다.

아주 짧은 순간에 수십 년을 살았던 말톤의 생생한 기억이 머릿속을 파고들며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기억을 음미하며 제일 궁금했던 그의 마지막을 찾아보았다.


“역시.... 말톤은 이때 죽었구나. 본인이 하지 못했던 일을 나한테 맡겼던 거였어. 그게 마지막 염원이었던 거지.”


나와 마찬가지로 적군의 기습을 받았던 말톤.

기억을 살펴보니 그는 병사들을 수습해 안토니아를 보호하며 도망치는 데까지는 성공했었다.

그러다 적을 유인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었는데, 문제는 안토니아 녀석이 아래로 도망치면서 벌어졌다.

당연히 말톤은 반대 방향인 위로 적들을 유인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 행동으로 인해 아군을 만나 목숨을 건진 것이다.


“운 좋게 목숨은 건졌지만, 결국 지휘관을 버렸다는 오명을 씻지 못한 채 아군 귀족들 손에 의해 전부 죽었다라....”

-그래서 2번째 임무로 안토니아를 살리라 했던 거 같습니다.

“그곳은 참 엿 같은 세상이네.”


충직한 군인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 최후치고는 너무 허무할 정도로 씁쓸하다. 고개를 저어 축 처지려는 감정을 떨쳐냈다.

확실히 지금 육신이 내 몸이기 때문인지 감정에 휩쓸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이제 돌아왔으니 내 할 일을 해야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밖으로 나가셔서 동쪽으로 300m 전진입니다.



* * *



위이이잉-!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로 떼를 지어 다니는 붉은 파리 무리.

녀석들은 배가 고픈 건지 맹렬히 사냥감을 탐색하며 주변 늪을 휩쓸고 있었다.


“이래서는 웬만한 사람들은 혼자서 이동하지 못하겠는데? 도대체 이 늪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건지.”

-주인님께서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위장술은 은신 계열 중에 하위에 속할 정도로 불안정한 능력입니다.

“그래도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디냐.”


저 정도 숫자라면 잠시라도 방심하는 순간 온몸의 피가 전부 빨려 나갈지도 모르는 일.

나는 위장술로 녀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마나 소모를 감수하더라도 보호막을 전개한 상태로 다녔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주인님. 주인님께서 말씀하셨던 D-2 건물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저곳이 목적지가 맞습니까?

“어, 분명 저기야.”


D-2는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 세이프존 중 하나.

나는 그곳에 머무는 생존자들에게 동맹을 제의할 생각이었다.

마침 그들 또한 이시원 일행의 근처에 자리를 잡은 상태라, 그나마 서진영의 동맹 제안을 받아들일 확률이 높았다.


첨벙, 첨벙.


그렇게 200m 정도 떨어진 거리의 늪을 헤치며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자.


“하하! 내가 그러니까.... 음? 누구냐! 생존자라면 정체를 밝혀라!”

“이런! 내가 안에서 사람들을 불러올게! 잠시만 기다려.”


건물 입구에서 경비를 서던 사람이 급히 무기를 뽑아 겨누며 소리쳤다.

그는 안으로 들어간 일행이 돌아올 때까지 버틸 생각인지, 성급히 공격을 퍼붓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를 보며 입에는 웃음을 짓고 양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싸우려고 온 게 아닙니다. 저는 근처에 자리 잡은 생존자 무리인데, 저희 리더의 말을 전하러 왔습니다.”

“뭐? 그 말을 내가 어떻게 믿지?”

“그거야 일단 말을 들어보고 판단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좋다. 대신 우리 대표님이 나오실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라.”


대장, 리더에 이어 이제는 대표님까지.

무슨 회사 직원들도 아니고 정말 가지가지 한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아내며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영백아, 어때?”

-13명을 제외하고 전부 일반 능력자입니다.


아마 하나의 세이프 존을 먹었다면 일행이 100명쯤 될 테니, 그중 영웅이 13명이라면 딱 적당한 숫자이려나.

영웅의 힘을 받는다는 게 사실 그리 흔한 건 아니니까.


“이봐, 당신 혼자 온 건가?”


그때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 중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눈썹이 위로 올라가 있고, 눈이 뱀의 눈을 닮은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믿음이 안 가는 자였다.


“예. 저희 리더의 말을 전하러 왔습니다. 그쪽이 대표님이라는 사람입니까?”

“흐음.... 내가 이 구역을 담당하는 서 대표다. 근데 설마 혼자 온 거냐? 저 붉은 파리가 들끓는 늪을 어떻게 뚫고 온 거지?”

“그거야 뭐.... 능력을 이용해서 잘 왔죠.”

“능력이라....”


능력을 이용했다는 말에 순간이지만 남자의 눈이 반짝였다.

딱 봐도 내가 영웅이라는 걸 알아챈 모양새다.

그는 잠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혼잣말을 뱉더니 이내 나를 쳐다봤다.


“혹시 그쪽 리더의 이름이 서진영이라는 여자인가? 세이프존 두 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어? 진영 씨를 아십니까? 아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크크, 서진영이 맞다는 소리군.”


서 대표라는 사람은 그 대답에 만족스러워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지며 머리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나는 슬쩍 눈치를 살피다 조용히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저희 리더께서는 그쪽에 동맹을 제안하셨습니다. 이 근처에 이시원이라는 아주 나쁜 새끼가 있으니까 힘을 합치자고요.”

“으하하하!! 이시원 그자가 나쁘다고? 내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던데?”

“....이시원도 아십니까?”

“당연한 소리를!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그와 동맹을 맺었거든! 한마디로 너희가 한발 늦었다는 거지.”


아 왠지 불길하다 싶더니.

이시원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영악한 녀석이라면 충분히 서진영의 생각쯤이야 진작 파악했을 텐데.


“....서 대표님을 위해 충고하는데 이시원은 진짜 위험한 놈입니다. 지금이라도 저희랑 손을 잡으시죠.”


나는 마지막 희망을 잃지 않고 서 대표를 회유했다.

동맹이 무산된 게 문제가 아니라, 만약 이들까지 적으로 돌아선다면 서진영 일행이 너무 불리한 상황에 취하게 된다.

최소한 그런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그건 안 돼. 이미 동맹의 대가로 식량을 왕창 받았거든. 거기다 너희를 처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세이프존도 하나 받기로 했고.”


허나 서 대표의 두 눈은 이미 욕심으로 맛이 간 상태였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한숨을 깊게 내뱉고 검을 뽑아 들었다.

뒤로 도망치려 해도 어느새 무기를 든 사람들이 도망칠 길목을 막고 있었다.


“그래서 설마 치사하게 혼자인 저를 공격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죠?”

“흐흐! 이시원 그자가 서진영과 복면을 쓴 남자의 목을 가져오면 식량을 추가로 주기로 했거든. 그런데 마침 복면을 쓴 네가 나타나 버렸네?”

“하... 왠지 기분이 찜찜하더니만.”

“깔끔하게 죽여줄 테니 걱정은 하지 마라.”


그냥 먹은 콜라값이나 해주려 했던 건데 일이 너무 복잡하게 변해버렸다.

콜라값이 아무리 비싸다 해도 영웅 13명이 포함된 수십 명의 사람과 싸우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데.


-어쩌실 겁니까? 지금 주인님의 능력치라면 도망은 물론이거니와.....

“당연히 싸워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보조하겠습니다. 헌데 굳이 싸우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주인님께서는 서진영 님의 부탁을 완수하셨잖습니까.

“이유? 그거야....”


그러게 이유가 뭘까.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분명 서진영이나 이시원 때문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그 둘 문제야 일행이 아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니까.


“그냥 내 능력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


고민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그리고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해 볼 기회니까.”

-저들을 상대로 전투력을 측정하시겠다는 소리군요.

“뭐, 대충 그런 의미지.”

-아마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주인님밖에 없을 겁니다.


전투에 앞서 얼굴에 절로 그려지는 미소.

기대감에 쿵쿵거리며 어서 움직이라며 명령을 내리는 심장까지.

그걸 보니 확실했다. 나는 그냥 싸울 상대가 필요했던 거다. 내 능력을 확인시켜줄 먹잇감들이.


“큭큭! 겁에 질려 실성이라도 한 거냐? 재수 없게 실실 쪼개기는. 뭣들 하냐! 당장 죽여 버리지 않고!”

“예! 대표님!”

“아, 아!! 머리는 망가트리지 마라! 귀한 식량과 교환해야 하니까 말이야! 으하하하!!”


서 대표의 명령이 떨어지자,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이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그들 표정에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게 이미 이긴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 건방진 태도에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자세를 낮게 취했다.


“손목만 날렸던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 그러니 나를 너무 원망하지는 말라고.”

-그런데 주인님. 현재 두 눈이 붉게 물드셨습니다. 제가 모르는 능력을 사용하신 겁니까?

“아, 눈? 나도 이유는 몰라. 그냥 예전부터 그랬어.”


피를 원하는 것처럼 붉게 반짝이며 빛나는 두 눈.

과거에 생존이라는 목표를 위해 덤벼드는 사람들을 죽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변화였다.

그리고 내가 적색안을 뜬 날이면 꼭 많은 사람이 죽고는 했었다.


“마침 눈치 볼 사람도 없으니..... 조금 많이 죽여도 괜찮겠지?”


바로 오늘처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과사전으로 능력 무제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43화 +1 21.04.12 1,410 19 14쪽
43 42화 +3 21.04.11 1,415 18 13쪽
42 41화 21.04.11 1,437 22 14쪽
41 40화 21.04.10 1,530 19 13쪽
40 39화 21.04.10 1,581 21 14쪽
39 38화 21.04.09 1,581 20 13쪽
» 37화 +1 21.04.08 1,600 23 13쪽
37 36화 +2 21.04.07 1,634 23 16쪽
36 35화 +1 21.04.06 1,626 22 15쪽
35 34화 +1 21.04.05 1,694 21 15쪽
34 33화 21.04.04 1,821 21 15쪽
33 32화 21.04.04 1,882 27 15쪽
32 31화 21.04.03 1,892 23 15쪽
31 30화 21.04.03 1,944 24 15쪽
30 29화 21.04.02 1,952 24 16쪽
29 28화 +2 21.04.01 2,013 21 15쪽
28 27화 +1 21.03.31 2,047 21 15쪽
27 26화 +1 21.03.30 2,092 24 15쪽
26 25화 +2 21.03.29 2,098 22 13쪽
25 24화 21.03.29 2,182 24 13쪽
24 23화 21.03.28 2,246 25 13쪽
23 22화 21.03.28 2,242 24 13쪽
22 21화 +1 21.03.27 2,331 25 13쪽
21 20화 21.03.27 2,485 25 13쪽
20 19화 +1 21.03.26 2,454 29 14쪽
19 18화 21.03.26 2,452 29 14쪽
18 17화 21.03.25 2,504 33 14쪽
17 16화 21.03.25 2,654 35 13쪽
16 15화 21.03.24 2,576 34 14쪽
15 14화 21.03.24 2,732 34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