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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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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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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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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0화

DUMMY

“비전투 인원은 식량을 최대한 챙긴 후에 당장 동쪽으로 움직이세요! 치료사들은 급한 대로 부상자들이 움직일 수 있게 끔만 만들어 주시고요!”

“하지만 치료사들도 이미 마나가 바닥 난 상태입니다....”

“하아.... 그래도 노력해 보세요.”


내 계획을 이해한 서진영이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자, 그 소란스러운 틈을 노려 서 대표가 내게 은밀히 다가왔다.


“서 대표님.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크흠! 이거 내가 끼어들어도 되나 모르겠는데.... 동쪽으로 도망치는 이유가 뭔지 설명해 줄 수 있겠나?”

“가시면 알게 될 겁니다. 지금은 따로 설명해 드릴 시간이 없네요.”

“그래? 뭐, 어쨌든 방법이 있다는 거지?”

“지금으로서는 최선책입니다.”


불안한 표정을 짓던 서 대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하! 자네가 그렇다면야 일단 믿어보도록 하지. 그럼 한번 힘내보자고!”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사람들을 도와주러 자리를 떴다.

나는 잠시 가만히 서서 그런 그를 노려보다 혀를 찬 뒤 고개를 저었다.


“김철원 같은 새끼.”


저자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의도가 눈에 훤히 보인다.

만약 내가 불안해했거나,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은근슬쩍 일행들을 데리고 도망쳤겠지. 우리를 괴물들의 시선을 끌어줄 희생양으로 삼은 채.


-주인님, 진동이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괴성을 파악하니 숫자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말 안 해도 나도 알아. 그보다 아까 내가 말한 건 어떻게 됐어?”


세이프존으로 도망치던 당시 영백이에게 부탁을 해두었다. 지금 생존에 도움이 될 법한 영웅들을 찾아달라고.


영백의 레벨이 10을 달성한 지금, 내가 추가로 선택할 수 있는 영웅은 총 3명.

그중 하나는 길 찾기 영웅을 선택할 예정이라 제외한다 쳐도 2번의 기회가 남았다.


-찾기는 하였으나, 사실 상세 열람이 없다면 고작 E등급 영웅의 능력 몇 개로 지금 상황을 타개하실 수는 없습니다.

“그걸 내가 모르겠냐? 어떤 영웅인지나 빨리 말해 시간 없으니까!”

-첫 번째 영웅은 [노예 상인, 사우스]입니다.


‘사우스’라면 이번에 새로 등록한 영웅 중 하나.

그래서 아직 무슨 능력을 지녔는지는 몰랐다. 능력을 상세히 아는 건 영백이 혼자였다


“노예 상인 주제에 영웅이라니.... 도대체 뭘 기준으로 한 건지, 참나. 그리고 또 한명은?”

-두 번째 영웅은 [하급 연금술사, 바바루스]입니다.


어라? 그저 우연일까.

둘 다 수많은 E등급 영웅 중 하필 3구역에서 새로 등록한 기록들이라니.

한마디로 언제든 영백이가 좋아하는 상세 열람이 가능한 영웅들이었다.


“너 설마.....”

-아닙니다.

“뭐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니래? 그러니까 더 수상하다.”

-주인님께서 충실한 종인 저를 믿지 못한다니 정말 슬픈 일입니다.

“만약 내 예상이 진짜라면 나중에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다. 그래서 내가 가져와야 하는 능력은?”


딱히 믿음은 가지 않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지금 이제 와서 목록을 펼치고 새로 찾는다는 건 불가능.

솔직히 지금까지 영백이가 골라준 영웅 중 실망스러웠던 적이 없기도 했고.


-10레벨 특권을 이용해야 하는 건 ‘바바루스’입니다. 회복 포션 제조 능력을 가져오시면 됩니다.


연금술사 직업의 특권이라 불리는 포션 제조 능력.

아주 유용한 능력이었지만, 초반 구역에서는 사용자 레벨이 낮아 대부분 아직 배우지 못한 능력이었다.

내게 기록을 알려주었던 사람도 아직 못 배웠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그 능력을 굳이 지금 가져올 필요가 있을까? 아까운 특권까지 쓰면서.’


나는 선택에 앞서 하나둘씩 동쪽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진영 씨! 치료사들 마나가 다 떨어져서 부상자 회복이 너무 느려! 어떻게 하지?”

“일단 몸이 멀쩡한 사람들은 최대한 부상자들을 도와주세요! 식량보다 중요한 건 생존입니다!”

“하아.... 다친 사람이 많아서 이거 제대로 도망이라도 칠 수 있으려나....”


역시나 상황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괴물들의 괴성이 들릴 정도로 근처까지 다가왔음에도 부상자들 때문에 도망치는 속도가 너무나도 느렸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두 직업 다 선택할게. 10레벨 특권을 이용해 가져올 능력은 ‘회복 포션 제조’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포션으로 사람들의 부상이 치료되면 도망이 더 편해질 겁니다.


[선택 완료]

-상세 열람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사우스의 일부 능력을 가져 옵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스킬은 [윽박지르기 Lv.1]입니다.

-노예 상인 직업의 영향으로 [노예] 계급은 사용자에게 극도의 두려움을 느낍니다.


[선택 완료]

-상세 열람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바바루스의 일부 능력을 가져 옵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스킬은 [회복 포션 제조 Lv.1]입니다.

-하급 연금술사 직업의 영향으로 관찰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원하던 바바루스의 능력과 아무래도 뽑기 실패인 것처럼 보이는 사우스의 능력.

하지만 설명을 모두 읽은 후에는 내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극도의 두려움....? 이래서 네가 나한테 사우스를 추천한 거였구나. 이 기특한 녀석!”


영백이가 사우스를 추천했던 건 그가 가진 능력 때문이 아니라 바로 직업 특성 때문이었다.


-이제라도 제가 언제나 주인님의 밝은 앞길을 위해 고민한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이번만큼은 영백이의 능력을 인정했다.

그 짧은 시간에 수백 개도 넘는 E등급 직업 중에 이런 묘수를 찾아낼 줄이야.

덕분에 어둡기만 했던 생존 루트에 서서히 빛이 들어서며 그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유성 씨, 여긴....”


후방에서 나와 함께 동쪽으로 도망치던 서진영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지금 보고 있는 건 지하 세이프존으로 들어가는 숨겨진 문이었다.


“뭘 놀라고 그래요. 제가 찾은 세이프존입니다. 아! 다른 세이프존이랑은 달리 크기가 크지는 않습니다.”

“네? 진짜 이런 세이프존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고요?”

“그렇다니까요. 일단 시간이 없으니까 심각한 부상자랑 전투가 불가능한 인원들부터 들여보내세요. 많이는 안 들어갈 겁니다.”


부상자들이 누울 공간을 생각한다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약 20명 정도가 적당.

내려가는 통로에까지 구겨 넣는다 해도 최대 40명 정도가 한계일 거다.

지하 세이프존은 애당초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가 아니었으니까.


“....진짜 고마워요. 유성 씨 입장에서는 알려주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셨을 텐데. 이래서 동쪽으로 오자고 했던 거군요.”


서진영은 진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내게 고마움을 전했다.

하긴, 큰마음 먹고 알려준 건데 고마워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람도 아니지.


“됐습니다. 그럼 저는 그동안 잠시 후방을 둘러보고 올게요. 혹시 녀석들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지도 모르니까.”


괜히 어색한 기분이 들어 그녀의 어깨를 툭 쳐주고 후방으로 걸어갔다.

옆에서 졸졸 따라오던 영백은 그런 내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님, 굳이 세이프존을 알려주실 필요가 있었습니까? 이러다 식량 수급에 문제가 생길까 두렵습니다.

“식량이라면 매일 들려서 전부 수거한 덕분에 충분해.”

-그래도 아까운....

“그만. 어차피 조만간 구역을 넘어갈 생각이었잖아. 나한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공간이라고.”


나라고 왜 안 아쉬울까.

다만 지금 상황에서 그게 최선이라 판단했을 뿐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마나를 소모해 회복 포션을 몇 개 만들기는 했지만, 고작 그걸로 부상자 전부를 완치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주인님, 괴성이 줄어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 녀석들이 추적을 포기한 게 아닐까요?


후방으로 어느 정도 걸어갔음에도 확실히 영백이의 말처럼 들리는 괴성이 적어졌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표정을 굳히고 땅의 진동을 느끼기 위해 자세를 낮춰 손을 가져다 댔다.


“그건 리자드맨 부족의 습성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소리야. 그 녀석들은 주거지를 옮길 때 제일 먼저 주변 일대를 깔끔하게 정리해.”


미약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진동.

늪의 물과 숲이 어느 정도 소리와 진동을 차단해 준다는 걸 생각하면 상황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아까처럼 수천 마리는 아닐지라도, 최소 수백 마리는 계속 추적하고 있다는 소리니까.


“진동이 흐르는 속도가 너무 빨라. 그걸 봐서는 아무래도 추적대가 붙은 거 같은데....”


리자드맨 추적대라면 사냥감의 흔적을 쫓는 전문가들.

수백 명이 이동한 만큼 우리의 흔적을 금방 쫓아 이곳에 당도할 게 분명했다.


-어쩌실 겁니까?

“일단 동쪽으로 계속 움직이라 말해뒀으니, 나 혼자라도 녀석들의 추적을 늦춰 봐야지”

-혼자 괜찮으시겠습니까? 차라리.... 지금 기회를 노려서 중앙으로 진입하시는 게 어떠실지....

“지금 나보고 서진영 일행을 버리라고?”


영백이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주인님께서 일행의 도움을 받으시려고 했던 건, 결국 중앙 진입을 위해서 아니었습니까?

“....맞아. 사실 네 말도 틀린 건 아니야.”


급격한 성장을 이룬 내게 3구역 보스 따위야 일대일이라면 귀여운 상대나 마찬가지.

그럼에도 굳이 일행을 고집했던 건, 어디까지나 단단하게 중앙을 틀어막은 리자드맨 부족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잠시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위험한 자식을 내버려 두고 구역을 넘을 수야 없지.”

-이시원 말입니까?

“그래, 그 뱀 같은 놈. 혹시 알아? 그 녀석이 언젠가 내 뒤통수를 칠지. 그 자식은 갈 때 가더라도 반드시 처리하고 간다.”

-흐음.... 하긴 그렇군요. 마침 그들 또한 곤란한 상황에 놓였을 테니 좋은 기회입니다.


보물을 찾을 당시 당한 게 있어서라도 반드시 복수는 해주고 갈 생각이었다.

이왕이면 내 손으로 후환이 될 그 자식을 직접 죽이는 게 제일 깔끔한 복수일 테고.


“알았으면 지금부터 뱀 사냥 시작이다.”



* * *



서진영 일행이 동쪽으로 도망치고 있던 그 시각.


“서두르세요. 흔적을 지울 수 없는 만큼 더 빨리 이동해야 합니다.”


이시원은 식량을 가득 짊어진 일행들을 다독이며 북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헌데 300명까지 불어났던 그의 일행들은 현재 고작 100명이 겨우 넘을 정도였다.


“대장! 동쪽으로 갔던 일행에서 신호가 끊겼어! 혹시... 녀석들한테 공격받은 게 아닐까?”


그때 힐끔힐끔 계속 뒤를 바라보던 오주현이 물었다.

그녀의 불안한 눈빛을 바라본 이시원은 주변 일행을 둘러보고는 미세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주현 씨는 그냥 저를 믿고 사람들과 북쪽으로 움직이세요.”

“하지만.... 그쪽은 부상자들이 대부분이라서 위험할 텐데.... 괴물들을 유인하는 건 원래 우리가 맡기로 했던 역할....”

“주현 씨.”


평소 그의 목소리와 달리 차가운 음성.

주변 공간에 차가운 냉기가 흐르자, 오주현을 비롯해 옆에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와 함께한 일행들은 이시원이 무서운 자라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탓이다.


“주현 씨는 제가 왜 일행들을 세 갈래로 나누었을지 생각해보셨습니까?”


그는 괴물의 공격으로 세이프존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일행을 100명씩 나누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게 했다.

북쪽은 이시원을 비롯한 그의 종과 핵심 영웅들이 대다수 포함된 그룹.

동쪽은 오늘 낮의 전투로 부상을 입은 도망에 불리한 부상자 그룹.

마지막으로 서쪽은 전투나 생존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던 일반 직업군이 대다수인 그룹.


“그, 그건....”

“당신.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두가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그저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는 거죠. 틀렸습니까?”

“......”


뭐라 말을 뱉으려던 그녀는 결국 입을 닫았다.

따지고 보면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일행을 이렇게 구성했을 때부터 다들 조심스레 예상했던 일이었으니까.


이시원은 조용해진 그녀를 보고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 입꼬리를 올렸다.


“필요 없는 사람들은 다시 모으면 그만입니다. 뭐, 설사 그들이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면 다시 받아주면 그만이죠.”


냉혹하지만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반박할 수 없는 씁쓸한 현실.

오주현은 그런 현실에 아무런 말도 뱉지 못하는 자신을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했다.


‘....계속 그와 함께해도 괜찮은 걸까?’


1구역에서 우연히 만나 지금까지 함께했던 두 사람.

그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뒤에서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처리하던 그녀였다.


‘이제 더 이상 하기 싫은 일까지 하며 끌려 다니기 싫어. 그가 나를 언제 버릴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평소 쌓였던 압박감이 마침내 폭발하며 그녀의 두 눈에는 적개심이 들어찼다.

자신을 이렇게 만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시원에 대한 분노였다.


‘살려면 내가 먼저 그를 버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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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21.04.03 1,892 23 15쪽
31 30화 21.04.03 1,944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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