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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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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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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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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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에 가려진 진실 (15)

DUMMY

어색한 분위기 속에 도착한 호텔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모자를 꾹 눌러쓰는 하얀은 딱 사진 찍히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레스토랑도 VIP만 쓰는 곳인지 화려한 룸에 보이는 한숨을 쉬고 있는 유경과 모르는 남자가 보인다.


“이게 무슨···.”


지남이 다 알아본 건지 눈을 크게 뜨고 지윤을 노려본다.


지윤이 고개를 돌려 새하얀에게 찡긋거리는데, 하얀은 어이가 없는 상황에 반응하지 않았다.


괜히 목을 가다듬으며 말한다.


“큼, 우리의 큰 거사를 치를 건데, 힘을 합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저는 그럼 왜.”

“새하얀 씨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거든요.”


유경이 한숨을 푹 쉬며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른 목을 물로 홀짝이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것보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쵸?”


신경 따위는 쓰지 않는 지윤은 홀로 불안하게 앉아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남자는 당황한 듯 허둥지둥거린다.


“견지수 씨.”


견 씨라는 말에 돌아본 얼굴에 묘하게 견승주의 느낌이 묻어난다.


많이 어리숙해 보이고 눈치를 많이 보는 걸 보면 청산 기업과 관계가 없는 것 같다.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세요. 아무도 절 가족으로 안 보는데.”


손을 꼼지락거리는 남자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더니 입안이 쓴 건지 입맛을 다신다.


“사생아를 누가 받아준다고···.”

“그렇게 따지면 이부 누나인 제가 회사 맡는 것도 되게 이상한 상황 아닌가?”

“당신과 저와 다르잖습니까?”


발끈한 듯 소리를 지르는 지수의 눈동자가 잘게 떨리며 목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당신은··· 진짜 딸로 들어갔으니까요.”


중얼거리면서도 눈물이 고이는 지수였다.


혹여나 손이라도 들까 발로 찰까 상대의 몸짓에 집중된 모습은 맞고 사는 것만 같다.


“뭐가 달라? 난 죽은 전남편 자식인데. 이보세요, 요즘 누가 그런 걸로 기가 죽는 답니까?”

“헙.”


말없이 고개를 돌린 남자는 새하얀을 보고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저 새하얀은 서 있었을 뿐인데, 도둑이 제 발 저린 모습과 같아서 눈을 가늘게 뜬다.


“혹시 저한테 뭐라도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 예.”

“네?”


아니라고 답할 줄 알았더니 갑자기 인정하는 분위기에 하얀이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그리고 이어진 견지수의 숙여진 고개와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승, 승주가 꺼내 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꺼내주려고요?”


하얀의 날카로운 말 때문일까 몸을 바르르 떠는 남자가 당혹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눈을 질끈 감고 말을 하는 걸 보면 강단은 있는 것 같은데.


“아직은 방법이 없어서 찾고만 있··· 네요.”

“답 없는 놈일세. 이보세요, 견지수 씨.”

“예?”

“이걸 기회 잡을 생각을 해야지. 그걸 고대로 말아 드시게?”


어이가 없다며 언제 주문을 끝낸 건지 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의 박지윤의 모습이 보인다.


유학 생활을 가장 오래 했다더니 마인드가 아주 글로벌하다고 해야 할지.


“무슨···.”

“능력 없는 놈에게 넘어가면 어차피 일 혼자서 다 할 거잖아요? 그럼 그냥 먹으면 안 되나?”

“당연히 직계가!”


고지식하고 세뇌라도 당한 것처럼 답답하게 구는 지수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비록 어깨가 움츠러들고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그걸 다 무시하며 심드렁하게 보는 지윤이었다.


“넌 그럼 방계고? 난 한국 잘 몰라. 그냥 더 나은 사람을 밀어주고 싶다고.”

“애초에 가족의 일인데, 어떻게 가능합니··· 까?”

“어머, 순진한 것 좀 봐. 기업이면 가족에서 끝날 일이 아니에요. 순진하니 귀엽긴 한데.”


내 스타일이라며 오른쪽 눈을 찡긋거리자 견지수의 표정이 짜게 식는다.


지윤은 그 표정에 상처를 입은 것처럼 가슴팍을 부여잡았지만, 지수는 진지했다.


“지금 이사회나 유언도 그렇고 정말··· 많은 것들이 견승민을 지지하는 걸 아시잖아요.”

“그래서? 그 견승민이 감방 갈 일들을 엄청 해놨는데, 딱 너만 지지하면 된다니까?”

“전 그럴 수가 없다는 겁니다!”

“야! 기업이 청산이 끝인 줄 알아? 우리나라에만 대기업 3개야. 3개!! 그중에 두 기업이 여기에 있는데, 뭘 안 된다고 난리냐고.”


견지수의 고개가 푹 숙여진다.


자신이 이토록 고생했던 것들은 한 번에 부정해버리는 박지윤이 얄미웠다.


환경이 얼마나 나를 이렇게까지 소심하게 만들고 야망을 드러내지 못하게 했는데.


“억울하면 손잡고 뒤집으라니까? 너도 좋고 우리도 좋고.”

“거기서 전 빼주시죠. 새하얀 일에만 관여하고 빠지고 싶은데.”

“그럼 그쪽은 언니를 데려오세요. 보호자 좋네!”

“··· 말이 안 통해. 진짜.”


유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


상대는 또라이다.


말이 안 통하는 또라이.


“··· 제가 뭘 하면 되는지만 듣겠습니다.”


아무도 말이 없을 때 코스요리가 앞에 놓이고 견지수의 고개가 들린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덜한 걸 보아 결심을 내린 듯하다.


“오케이, 일단 견승주는 그대로 놔두고! 견승민에 대한 것 좀 넘겨봐요. 계약서 써드릴게.”

“계약서 쓸 땐 변호사도 같이 대동해도 되겠습니까?”

“사업가답게 갑시다. 계약은 철저하게 협력은 임시로. 오케이?”

“지금은 계약서가 없으니··· 일단 새하얀 씨가 찾으시는 것부터 말씀드릴게요.”


새하얀의 먹기 위해 움직이던 손이 멈추고 견지수를 쳐다본다.


견지수는 주저하면서도 눈을 질끈 감고 말한다.


“XX 호텔 야산에 폐창고 옆쪽에 표지판이 있을 텐데, 거기를 파야 할 겁니다···.”

“근데··· 이거 진짜 들키면 저 죽도록 맞거나 암매장당하는 것만 잊지 말아 주세요.”


불안에 떠는 지수와 너무 자세한 설명에 눈을 크게 뜨는 하얀이었다.


지윤을 쳐다보는 지수의 행동은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은 얼굴로 앉아서 말했다.


“아버지 찾고 싶다고 했으니까··· 지금은 파는 거 불가능하지만, 아는 것이 낫겠죠.”

“··· 네.”


입안으로 들어가는 샐러드가 마치 모래알처럼 씹힌다.


입맛이 없었다.


옆에서 지윤이 표정을 보며 입을 비죽 내밀며 지수에게 묻는다.


“그런 것도 보고 들어가나 봐요?”

“견승민 역할은 제가 다하고 있으니까요···.”

“신기하네, 거기 전문가 쓰나? 어떻게 굴러간대?”

“하하···.”


어색한 웃음 속에 서로의 협상이 오가는 동안 하얀은 조용히 앉아있었다.


맛있어야 할 음식이 더는 먹고 싶지 않게 보였다.


아버지가 묻힌 곳을 알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그걸 어떻게 가져올지가 문제겠지.


“커피나 차 좀 드실래요?”


박지남은 조용히 물었고 하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같은데, 순간적으로 눈치를 채지 못했다.


“진정되는 차로 주문할게요.”


먹는 걸 포기하고 차를 마시는 동안만큼은 아무런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아버지에 대한 것이 끝이었으니까.



* * *



다들 떠나고 박지남이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떠난 사이, 내게 관심을 주지 않던 지윤이 고개를 돌려 말한다.


“그나저나 안 궁금해하시네.”

“네?”

“이부남매라고 하면 성이 다르지 않냐고 묻길래, 다 그런 줄 알았는데.”


그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아··· 이름도 안 알려주셨지 않나요.”


이름도 안 알려줬으니까.


그냥 누나라고 말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 이 여자였다.


물을 필요가 없었기에 묻지 않았던 것이고.


“아! 내 정신 좀 봐. 여기 명함이고 제 이름은 박지윤입니다.”

“새하얀입니다.”


받은 명함에 보이는 박지윤이라는 이름에 보이는 성을 보며 고개를 갸웃대다 차마 묻지 못한다.


그러자 그걸 알아보기라도 한 것처럼 피식 웃으며 지윤이 가늘게 눈을 뜨고 말했다.


“성 바꿨어요. 친아버지가 사망해서.”

“아···.”


차마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고민하며 표정을 구기자 괜찮다며 손을 휘휘 젓는다.


“몇 년 뒤에 어머니는 재혼하시고 전 이름 안 바꾸겠다고 지레짐작해서 소리 좀 질렀죠. 그러고 보면 내가 너무 나빴네. 재혼하고 지남이 태어났을 때도 안 갔으니.”

“그런 것치곤 사이가 좋아 보여서··· 몰랐어요.”

“아, 그거? 언제였지. 14살이었나? 아저씨가 오더니 그러더라고. 아저씨는 아빠라고 생각 안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일이었다.


갑자기 유학 핑계로 방황하고 있는 애를 직접 찾아와서 한 소리는 정말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아저씨는 아빠가 아니지. 근데 지남이는 네 동생이니까 한 번은 봐줬으면 좋겠다. 싫다면 더 찾아오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냥 보여주고 싶었다.


난 내 아버지가 있었고 아저씨는 끼어든 이물질과 같은 존재라고 믿고 싶었으니까.


지남의 얼굴을 본 날이 선명하게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보는 순간 내 동생이라는 걸 알았고 셋이 함께 있는 모습은 과거의 나의 가족과 닮아있었다.


“찾아가서 본 지남은 엄마를 너무 닮았더라고요.”


엄마의 소나무 같은 취향 역시도 알 수가 있었다.


얼굴은 달랐지만, 아버지와 성격이 비슷했고 진짜 아버지와 비교가 되게 따듯한 것이 싫었다.


-성을 바꾸라고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저 아저씨는 인정받는 어른으로 보이고 싶어.


싱그럽게 웃는데, 그 웃음이 어린 지남이 웃는 얼굴이랑 닮았더라.


그래서 무언가 홀린 것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런 말을 하지 않을 나였다.


-내 성이 바뀌면 우리 아버지는 누가 기억해요? 난 아빠 딸인데···. 가족에 친아빠가 안 나오면 어떡해요? 다··· 다 잊는 거잖아요.


그런 날 조심스럽게 안아주며 토닥이는 아저씨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김지윤 아버지는 사라지지 않을 거야. 아저씨도 기억할 거고 가족 전부 잊지 않을 거야. 지윤이 네 마음이 편하면 아저씨는 다 괜찮아. 내가 딸처럼 아낄 테니까.


그렇게 이어진 사랑과 관심에 지남이 누나라는 말을 뱉기 전까지만 해도 몰랐다.


어차피 유학이니까 자주 보지도 못할 거니까.


근데 정말 휴가다 하면 찾아와서 곁을 지키는 아저씨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지융 누나!


그렇게 도착한 곳에 날 향해 웃는 지남을 보고 어떻게 이 가족에 안 들어갈 수가 있었겠나.


“누나라고 부르는 지남이 보는데, 이때까지 잘해준 아저씨 생각도 나고.···”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어쩌면 평생을 후회할.


“박 씨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나 지남이 누나라고 말할 정도는 되고 싶다고.”

“아···.”

“아저씨 딸이 될 테니까 박 씨가 되게 해달라고. 대신에 아버지 기일 날엔 같이 가줄 수 있겠냐고 요청했죠.”


그러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착한 아저씨는 활짝 웃었다.


너무너무 고맙다고 잘하겠다고.


이미 결혼해서 애도 낳았으면서 뭐가 그렇게 고마운지.


“요즘도 자주 가요, 지남이 보려고 계속 오다가 지남이 가출해서 졸업하고 한국 들어왔고.”


인생에 없던 후계자 자리에도 앉아본다.


전부 지남이 거부해서 생긴 일이었다.


애초에 잘 어울리는 것도 지남이었지만, 정말 관심이 없었으니 강요도 못 했다.


“새삼 상사이긴 한데, 직장인이 되어보니 알겠더라고요.”


정말 엄마가 아저씨만 한 남자를 구한 건 대단한 거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이렇게 힘든 곳에서 그런 남자를 구했으면 나였어도 결혼했을 거라고.


“전 그래서 딱 우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날 생각이에요.”

“아, 그렇군요.”

“어떤 사람이 전 남편의 아이를 사랑해줄 수가 있겠어요? 친양자로 넣으면서까지.”


명함에 보이는 박으로 써진 이름을 톡톡 손톱으로 치는 지윤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모든 걸 알고도 괜찮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다 큰 박지남은 또 어떻고.


“그러니까 잘 부탁해요. 내 동생.”

“저야말로 잘 부탁하죠.”

“에이, 내 동생 하고 싶다고 정착한 거 처음 봐서 그래요.”


손을 뻗는 지윤의 손을 마주 잡았을 때 들어와서 뭐냐고 쳐다보는 지남의 시선에 지윤이 웃으며 마무리했다.


말은 안 하지만 동생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 누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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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거짓에 가려진 진실 (16) +5 21.08.12 273 12 16쪽
» 거짓에 가려진 진실 (15) +2 21.08.11 248 11 12쪽
102 거짓에 가려진 진실 (14) +4 21.08.10 255 12 13쪽
101 거짓에 가려진 진실 (13) +3 21.08.09 245 14 14쪽
100 거짓에 가려진 진실 (12) +4 21.08.08 259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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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거짓에 가려진 진실 (9) +2 21.08.05 268 15 13쪽
96 거짓에 가려진 진실 (8) +1 21.08.04 261 14 13쪽
95 거짓에 가려진 진실 (7) +3 21.08.03 270 13 14쪽
94 거짓에 가려진 진실 (6) +4 21.08.02 274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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