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연재수 :
147 회
조회수 :
86,069
추천수 :
2,917
글자수 :
936,046

작성
21.08.14 19:25
조회
264
추천
10
글자
12쪽

잊었던 과거 (2)

DUMMY

“돈은 잘 챙겨주시죠?”


취조실에 앉아서 건들거리는 남자의 시선에 견승민, 구석영이 있었다.


견승민은 남자의 말에 표정이 와락 구겨지며 불쾌감을 드러낸다.


“헛소리 말고 입만 맞춰. 네가 사람 죽였고 갑자기 분노가 쌓여서 쳤다고.”


견승민의 날이 선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는 구석영은 조용히 서서 그들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경찰도 있는 이곳에서 뻔뻔하게 오가는 이야기라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부잣집 도련님 진짜야? 이번에 친 아줌마의 아버지 친 거 그쪽인 거.”

“웬 거지 같은 새끼 죽인 것이 뭐 어때서?”

“이야, 대단해? 역시 돈 많으면 그것도 다 묻을 수도 있고.”

“너 같은 새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삶이지.”


비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견승민을 보며 입꼬리가 찢어지도록 웃는 남자였다.


손에 수갑이 채워지고 경찰들도 묵인하는 상황에 돈만 받으면 되긴 하지만, 이건 좀 너무 웃겼다.


“이야··· 대단해? 그 집 인간들은 야산에 묻는 거 참 좋아한단 말이야.”

“그만, 거기까진 말 안 했던 것 같은데.”


구석영이 입을 막기 위해 나섰지만, 조롱하는 얼굴로 견승민을 보는 남자였다.


오히려 그런 모습에 담배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날이 선 눈으로 남자를 마주 보는 승민이었다.


“뭔 자신감이지?”


그런 승민의 반응에도 낄낄 웃으며 여유롭게 손톱을 보는 등 딴짓을 했다.


“우리 같은 놈들이 하는 짓이 뻔하잖아. 약점 잡고 흔드는 거.”

“네 아들, 딸한테 돈을 안 주고 널 매장하는 수가 있어.”


괜한 생각을 하는 남자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그걸 위해 이런 일 했던 놈이니 흔들릴 거라고 생각하며 한 말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반응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그딴 걸 원했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안 줄 생각이었을 테니까 하는 말이지. 누가 알겠어, 청산 기업이 아들도 아버지도 전부 사람들 죽이고 매장하는 살인자 가문인 줄.”

“닥쳐.”

“나만 알 것 같아? 우리 쪽엔 유명해, 입 여는 순간 우르르 퍼지고 그들이 압박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냐고.”


부들부들 떠는 견승민을 향해 목을 여유롭게 돌리며 말한다.


“딱! 70억으로 입막음할 테니까. 곱게 내 통장에 잘 넣어두세요. 아시겠습니까?”


가자며 고개를 까딱이는 남자를 보며 견승민이 핸드폰을 들었다.


평소라면 구석영에게 말해야 할 것이었지만, 이렇게 기분이 엿 같은 순간에 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여보세요···.


나의 호구, 가문의 수치, 아버지도 버린 자식.


“야, 견지수!!!!”


견지수였다.


그를 갈구며 바닥까지 내리깔고 내가 우수하다는 걸 증명한다.


그건 이곳의 규칙이고 그는 마땅히 받아야 하는 취급이었다.


‘어딜 나보다 뛰어나려고 해? 난 엘리트라고. 네가 가질 수 없는.’


그는 날 따라잡을 수 없다.


출신으로 보나 외모로 보아도 난 우월한 존재니까.


허접하게 덮은 탓에 문제가 생겼으니 뒤처리 담당인 견지수가 실수한 것이 분명했다.


내가 지시한 거지만, 확인하지 않은 견지수의 잘못이다.


“일 처리 똑바로 안 해? 아주 살 맛이 나지? 왜 나 감옥 보내고 네가 먹으려고?”

-그런 거 아닌 거 알잖···.

“X발, 아주 가식이 몸에 배였나봐? 이사회에서 너 존나 싫어해. 새X야. 꿈 깨라고.”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내가 욕을 하고 나면 견지수는 말이 없어지고 이때부턴 내가 시원해질 때까지 쏟아내는 것.


“사생아 새X가 뭐가 그리 잘나서 나대. 나대기를. 일이라도 똑바로 못 하는 새X.”

-미안··· 하다. 내가 뭘 할까?

“뭐든 해야지. 돈을 먹이든 네가 죽어서라도 막든 뭐든 해보라고! 시X!!”


끊어버리는 전화에 씩씩거렸다.


사람 죽인 것만 해도 몇 명이나 되는데, 이딴 걸로 잡힐 수가 없었다.


감옥에 가면 술도 약도 없는데, 그렇게 위생적으로도 자유도 없는 곳에서 살 생각은 죽어도 없었다.


“후···.”

“경찰, 검찰 쪽에도 귀가 있어서 찾는다고 하면 옮기면 됩니다.”

“그래, 돈이면 안 되는 세상이 있을 리가 없지.”


살려달라고 외치는 자들보다 내 목숨 하나가 더 중요했다.


고작 돈 없는 거지들과 비교될 내가 아니었다.


“애초에 일을 파헤치려고 든 그년이 잘못했지.”


죽음의 순간에서도 왜 죽는지 몰랐을 새하얀의 어머니를 향한 비난의 웃음을 흘렸다.


그러게, 왜 죽은 남편을 찾겠다고 나섰을까.


“돈 없는 것이 유죄라는 걸 모르는 새X들.”


제 명을 그렇게 단축한 거였다.


모르고 살았다면 행복하게 아들과 살았을 텐데.


“피해자의 몸에서 핸드폰 녹음본이 발견되었습니다.”

“지워, 그리고 그 아줌마랑 같이 일을 도모한 남자 기자 새끼도 조져.”

“네.”


알아선 안 되는 것을 알아낸 대가를 철저하게 치르는 것뿐이었다.



* * *



토할 것 같았다. 정말로 토할 것 같은데, 어린 새하얀이 날 조용히 응시했다.


그러면서 따라오라며 손을 까딱이는데, 안 갈 수가 없었다.


“가, 간다고···!”


눈이 충혈되었는지 붉어진 눈과 눈가의 하얀은 헛구역질을 애써 삼켜낸다.


어린 새하얀이 계속해서 따라오라고 하니까.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너무 무거워서 또는 너무 울렁거려서 정신이 어지럽다.


“여긴··· 아버지가 죽은 곳인가?”


아버지의 죽음의 장소에 있었다.


치워지는 아버지의 시체가 포대에 담기고 던지듯이 내팽개치고 이동하는 장면이었다.


조용히 포댓자루 옆에 앉아서 이동하면서도 미세한 포댓자루의 떨림이 느껴졌다.


“으으···.”


연신 앓고 있는 아버지의 소리였다.


분명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였다.


어째서 눈물이 자꾸만 흐르는 건지 모르겠다.


풀어주고 싶은데, 내 손이 통과했다.


“하, 하얀아···.”


끊어지기 직전의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내뱉은 단어는 내 이름이었다.


혹시나 내가 있다는 걸 느낀 것이 아닐까 하는 희망감이었다.


그렇지만 상황은 너무 좋지 않았고 여전히 닿지 않는다.


“안··· 되는, 데···.”


급기야 진짜로 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에 덜덜 몸을 떨며 소리친다.


내 목소리는 닿지 않음을 알면서도 나는 또 바보 같은 짓을 반복했다.


‘제발, 제발··· 제발······.’


이래서 자아가 분리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두렵다.


지금 상황이 너무 두려웠다.


미세한 진동이 숨소리가 서서히 멎어간다.


덜컹-


멈춰선 곳은 XX 호텔의 뒤 야산이었다.


자연스럽게 옮기는 그들은 능숙하게 파놓은 구덩이에 사람을 발로 밀어 넣고 흙을 빠르게 덮었다.


그 위에 올리는 못 쓰는 건축 자재들을 올려두고 천막으로 대충 덮는다.


“됐겠지?”

“누가 밑을 파겠어. 제정신이 아닌 새끼가 아니라면.”


새벽, 아무도 산에 오르지 않는 시간대를 골라 파묻은 탓일까.


소리가 들려도 사람들은 괴담처럼 생각하고 마는 일상이었다.


사람들은 아무도 나의 안전을 제외한 것들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살···려······컥.”


미약한 숨을 내뱉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러울 텐데도 사람의 목숨은 이리도 질긴지 죽지가 않는다.


차라리 깔끔하게 죽었다면 이렇게 고통스럽지도 않았을 텐데.


“아···.”


발악도 제대로 못 해보고 몸이 으스러지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포대 안으로 조금씩 새어 들어오는 흙을 통해 내 죽음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갈 수는 없는데.


왜 죽는 이 순간에 하얀의 얼굴이 보이는 건지.


허상의 우는 하얀을 향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 안 돼······ 제발, 그만, 그만······.”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왜 가는데 자신을 쳐다보는 건지 차라리 살려달라고 발악이라도 하지.


[다른 과거 열람을 합니다.]

[주의! 주의! 자아 분리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방법을 찾습니다.]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에 바닥이 젖지 않는다.


정말로 이게 과거라는 건가 싶어서 절박한 마음으로 고개를 든다.


이딴 것이 현실이라서 내가 꿈과 현실을 혼동한 거겠지.


[평온한 당신의 과거 열람을 시행합니다!]


평온한 나의 과거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나의 고개가 돌아간다.


[대상을 찾습니다.]

[······ 발견.]

[회귀 51회차 첸시의 세상 ‘권강오’의 과거를 열람합니다.]


나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흩어진다.


첸시 세상의 권강오라니···?



* * *



검은 배경에 회색빛이 물들었다.


고개를 드는 한 형체의 남자가 검은 배경뿐인 세상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세상은 온통 검은색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 새하얀.”


새하얀이 나의 세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질척이는 발걸음으로 회색 흐릿한 형체의 옆에 앉는다.


“조금 더 쉬지. 그래.”


고개를 돌려 검은 액체로 뒤덮인 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향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안 돼, 처음이잖아. 자아가 안 부서지고 나까지 도달한 거라고. 기쁘지 않아?”


하지만 검은 액체의 존재는 자신의 검은 액체로 물들어버린 손을 들어 본다.


희미하게 사람의 형체로 돌아가는 모습에 허탈하게 웃는다.


“또 돌아가지 않을까.”


검은 액체의 존재는 믿지 않았다.


새하얀이 회귀하지 않을 거라는 말 자체를.


“글쎄, 이번엔 난 느낌이 있어. 어쩌면 내 존재를 알게 될 수도 있잖아.”


검은 액체와 달리 흐릿한 회색 형체의 존재가 웃었다.


짧은 머리카락의 각진 얼굴형, 햇빛에 의해 탄 피부, 큰 키, 운동을 많이 한 것인지 근육이 붙은 몸이 보이기 시작했다.


“봐봐, 내가 선명해졌잖아.”


손을 휘휘 저으며 시원하게 웃어버리는 남자가 바닥에 드러눕는다.


어쩌면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품는 권강오였다.



* * *



모르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뜨거운 등과 눈이 부시는 이 햇빛이 감고 있는 두 눈에도 느껴진다.


“야, 권강오.”

“이 새X 지금 의도적으로 이러는 것 같은데.”

“일어나라!! 권강오! 공에 맞았다고 쓰러지는 약골 뭐냐? 권강오, 진심 운동 헛했네.”


시끄러운 목소리에 눈을 뜨자 몰려 있는 땀 흘리는 남자들이 보였다.


축구 하다가 쓰러진 건지 유니폼 차림의 축구화 신은 남자뿐이었다.


“··· 아, 머리야.”

“이 새X 머리 아프단다. 하긴 텅하고 좀 큰 소리가 나긴 했어?”


너무 뜨거운 지열에 눈을 뜨고 일어나자 푸른 하늘이 보였다.


새하얀에서 넘어올 때만 해도 흑백이었던 하늘이었는데.


“진짜 아프냐? 많이 아프면 좀 쉬던가. 너 대타 부르면 되긴 하는데.”

“아악, 에이스 날아가네! 야, 그쪽도 똑같이 핸디캡으로 빼라!”

“미쳤냐? 우리가 왜? 안 그래도 밸런스 안 맞아서 너네가 양학했잖아!”


으르렁거리는 싸움에 웃으면서 손을 뻗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빨리 일어나라고 도망가라면서 툭툭 치는 남자를 무턱대고 불렀다.


“저기.”

“어?”


돌아보는 얼굴의 이목구비, 선명한 느낌, 아이돌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비주얼.


“야, 왜 그래?”

“첸시···?”

“야, 아무리 외국에 살다가 오긴 했지만, 그건 아니지. 이름 갑자기 왜 그렇게 불러?”


분명히 첸시였다.


외국인 같은 얼굴, 말투, 키, 외국에서 살다 온 것까지.


그런데도 놀라운 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정선우.”

“그래, 내 이름 아네. 모르는 척하고 난리야?”

“··· 선우.”


그게 너의 이름이었구나.


“왜? 오늘따라 애가 왜 이러냐.”

“아무것도···.”


목이 멘다.


첸시가 선명한 이유가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는데, 나의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으려고 이러는 걸까.


“··· 미안.”


그가 지금 세상에 끌려온 이유가 나인 것만 같아서 더는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날 보며 첸시는 음울한 표정 하나 없이 밝고 그 또래의 얼굴로 웃었다.


“야, 진짜 어디 다쳤어? 왜 이래?”


그런 첸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흐려지는 시야에 날 받아주는 첸시의 얼굴이 내가 칼에 찔려서 죽어갈 때 우는 모습과 닮아있었다.


그리고 내 시야에 흐릿한 남자가 날 향해 웃고 있었다.


내 시야가 어둠에 잡아먹힐 때야 알았다.


“권강오···.”


저 흐릿한 형체는 51회차의 권강오, 현재의 주인공이었다.


작가의말

이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네제아를 쓰기 시작했던 저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0 꿈을 꾸는 이유 (5) +1 21.08.28 190 11 13쪽
119 꿈을 꾸는 이유 (4) +3 21.08.27 200 11 15쪽
118 꿈을 꾸는 이유 (3) +4 21.08.26 199 12 13쪽
117 꿈을 꾸는 이유 (2) +2 21.08.25 210 11 13쪽
116 꿈을 꾸는 이유 (1) +2 21.08.24 231 12 12쪽
115 계획대로 (5) +2 21.08.23 223 12 16쪽
114 계획대로 (4) +1 21.08.22 215 13 14쪽
113 계획대로 (3) +2 21.08.21 219 10 13쪽
112 계획대로 (2) +2 21.08.20 225 13 16쪽
111 계획대로 (1) +1 21.08.19 236 12 12쪽
110 잊었던 과거 (6) +3 21.08.18 244 11 13쪽
109 잊었던 과거 (5) +3 21.08.17 234 11 14쪽
108 잊었던 과거 (4) +1 21.08.16 239 12 12쪽
107 잊었던 과거 (3) +1 21.08.15 245 11 14쪽
» 잊었던 과거 (2) +2 21.08.14 265 10 12쪽
105 잊었던 과거 (1) +2 21.08.13 281 12 13쪽
104 거짓에 가려진 진실 (16) +5 21.08.12 272 12 16쪽
103 거짓에 가려진 진실 (15) +2 21.08.11 247 11 12쪽
102 거짓에 가려진 진실 (14) +4 21.08.10 255 12 13쪽
101 거짓에 가려진 진실 (13) +3 21.08.09 245 14 14쪽
100 거짓에 가려진 진실 (12) +4 21.08.08 259 13 13쪽
99 거짓에 가려진 진실 (11) +1 21.08.07 270 14 14쪽
98 거짓에 가려진 진실 (10) +3 21.08.06 273 15 13쪽
97 거짓에 가려진 진실 (9) +2 21.08.05 268 15 13쪽
96 거짓에 가려진 진실 (8) +1 21.08.04 261 14 13쪽
95 거짓에 가려진 진실 (7) +3 21.08.03 270 13 14쪽
94 거짓에 가려진 진실 (6) +4 21.08.02 274 13 15쪽
93 거짓에 가려진 진실 (5) +4 21.08.01 280 12 15쪽
92 거짓에 가려진 진실 (4) +2 21.07.31 285 10 14쪽
91 거짓에 가려진 진실 (3) +1 21.07.30 307 1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