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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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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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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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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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꿈을 꾸는 이유 (1)

DUMMY

* **



갇힌 순간, 정말 수많은 생각에 스스로 갇혀있었다.


살려달라고 꺼내 달라 외쳤지만, 흑백 하늘만 바라보는 무서운 존재는 날 무시했다.


“제발··· 누구든 꺼내 달라고!!”

“이상하네, 이거 이대로 가면 안 되는데···?”


자꾸만 중얼거리는 평범한 얼굴의 사람의 표정이 굳어갔다.


그럴수록 나갈 수 없는 막에 싸여서 살려 달라 외쳤다.


하얀색의 방, 허락 없이는 나갈 수 없는 방에서 계속 말한다.


“허상을 선택해야지. 이때까지 그래왔잖아?!”


허공을 보며 이를 으득거렸다.


첸시의 눈에는 그런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보이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 두려움도 잠시 몸을 틀었다.


혹시나 내 방향에만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였지만, 들렸는지 돌아보는 여자였다.


“어머나, 보고 싶어요? 당신 이야기를 상영하는데.”


언제 화를 냈냐며 활짝 웃는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흐릿하게 다른 사람의 얼굴이 겹쳐진다.


두려움에 심장이 쿵쿵 뛰었지만, 내 이야기라고 하니 궁금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그녀의 눈을 마주 본다.


눈을 떼면 죽는다고 이때까지 죽인 사람들로 인해 배운 거였다.


“··· 그래, 뭐 관리자의 업무를 보여주면 나야 재밌지.”

“우웁!”


손을 휘적이자 머리에 통증이 갑자기 뇌를 뜯어내는 고통이 느껴진다.


입에서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허공을 본다.


‘영상···?’


아픈 고통에도 분명히 보였다.


내가 모르는 어떤 남자가 있는 모습을,


아니, 권강오가 새하얀 같은 말투와 나와 똑같은 사람과 대화하는걸.


“아아아악!!”


내 눈앞에 씌워지는 시스템의 로딩화면과 함께 암전이 찾아왔다.


나의 과거이자 내가 돌아갈 세상에 떨어진 나는 처음부터 시작해 나의 죽음의 끝을 겪는다.


눈에서 눈물이 타고 흘렀다.


설마 진짜 죽은 걸까?


못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어야만 했다.


“잘 봤어?”

“···.”

“빙의는 어때, 아주 그냥 미치겠지? 네 회귀가 다 새하얀으로 인해서 이루어진 거 믿어져?”


말이 나오지 않는다.


눈을 뜨자마자 보는 기괴한 얼굴이 날 기분을 더럽게 만든다.


머리에 손을 대고 연신 뭐라고 중얼거리는 저 손을 치우고 싶었다.


“··· 기억해.”

“으···.”

“새하얀이······ 내려고 하면 ···여.”


뭐라는 거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흐릿한 시야 속에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래서 ··· 선택에 결과가 마음에 들어?”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새하얀이 뭘 선택했다는 건지.


“저런, 모르는 눈치라서 마음 아프네.”


밀려들어 온 기억 속에 빈 여백은 대체 무엇인지.


“뭐, 라는 거야···.”


난 아직 이해가 안 됐다.


날 안쓰럽게 보는 저 눈빛은 또 뭘 그렇게 보는 건지도.



* * *



첸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매니저 연락처가 뭐냐고 묻다가 결국 택시를 태워 보내기로 했다.


“하아.”


택시를 태워 보낸 첸시의 얼굴은 끝까지 그늘이 드리웠다.


부모님이 살던 집 문 앞으로 가자 여러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아무래도 이 집도 알려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설마 안에는 없겠지···.”


조심스럽게 열자 아무도 없는 한기가 느껴져 안도의 숨을 내뱉는다.


안에서 누가 살고 있으면 그것도 나름대로 무서울 것 같았다.


“엄마, 아빠.”


부모님을 불렀지만, 안방 문을 열고 나올 부모님은 없다.


안방 문을 열자 먼지가 쌓였을 거라고 생각했던 공간이 깔끔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누가 청소라도 했나···?”


문자가 오는 타이밍이 소름 끼치게 비슷해서 눈살을 찌푸렸다.


액정에 보이는 이름은 오늘도 본 사람이라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모


문자를 열자 그렇게 큰 내용은 아니었다.


청소를 이모가 대신하고 있단 거였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한국에 들어와서 계속 청소를 했다는 것에 더운 숨을 내뱉었다.


“··· 그래서 깨끗했네.”


-방바닥이랑 겉에 있는 먼지만 털었어. 정리 같은 건 네가 나은 것 같아서 안 했고.


바닥은 열심히 닦아 놓아 반질반질했고, 장롱 위에 쌓일 법한 먼지도 깔끔하게 털어져 있었다.


하여간에 츤데레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간다.


방바닥에 눕자 차가운 온도가 날 감싼다.


원래라면 이곳도 따뜻했던 거고 부모님이 있던 곳이었다.


“아씨···.”


혼자 신파극을 찍는 것과 같았다.


문제는 그 신파극에 내가 주인공이라는 거고.


난 신파극을 매우 싫어하면서도 또 좋아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감정이 무뎌지는 건 당연했지만, 내 감정이 사라지진 않는 것처럼 당연한 건 또 끌리는 법이니까.


글이란 건 그런 거고 삶도 그렇다.


“철학을 해라··· 철학을.”


나는 눈물만 흘리고 있기엔 너무 많이 아파봤고 눈물도 흘릴 만큼 흘렸다.


나약하게 있다간 또 다음 일에 막을 수 없다간 또 회귀하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


“··· 난 오래 생각하는 것조차도 못 하네.”


이건 또 타고난 걸지도 모르겠다.


일어나서 가족사진 액자를 품에 안았다.


이건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 해서.


옷장을 열면 정말 많은 부모님의 체취가 느껴지고 좋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였다.


-감사합니다. 이모.


문자를 보낸 하얀의 품에는 오직 가족사진만 있었다.


우습게도 저것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다시금 전화가 울린다. 선명하게 찍혀있는 이름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받는다.


-어디야! 어디! 으악!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뭉쳐서 들렸다.


그건 이제 내겐 일상과 같은 목소리였다.


“저 잠깐 집에 왔어요. 숙소 가려고요.”

-이모분이랑 대화하는 것 같더니 집으로 간 거야?

“아, 가져올 것이 있어서 잠깐 왔어요. 이모랑은 대화 어느 정도 했기도 했고요.”


유현은 알겠다며 천천히 오라고 말하고 나는 그 말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금방 갈게요.”


급하게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나에겐 갈 곳이 여기 말고도 한 곳이 더 있으니까.


“여기 있을 줄 알고 대기했지.”

“한수 형?”

“얼른 타. 숙소 가려는 거 아니야?”


문을 열자 보이는 한수 형이 차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다.


얼른 타라고 독촉하는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뒷자리에 올라탄다.


“품에 곱게 액자만 가지고 나온 것 봐라. 사랑이 넘치는 너 아니랄까 봐.”

“저기서 이것만큼 중요한 건 없잖아요. 커다란 액자로 하려다 말았어요.”

“어우, 그건 못 들고 가지. 주변에 트럭이 있나?”


장난스럽게 받아주는 한수 형을 보며 등을 대고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이제 무슨 일이 더 남았을까 고민하며 창밖을 본다.


“형, 언제 고백할 거예요?”

“뭘?”

“사귀시는 거요. 대부분 다 알던데, 결혼까지 생각하는 거면 공개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

“커헉!”


운전대를 갑자기 꺾더니 갓길에 주차하고 고개를 돌리는 한수 때문에 목이 꺾일 뻔했다.


얼얼한 목을 쓸며 한수를 보자 거칠게 운전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와··· 저 목 꺾여서 먼저 죽을 뻔했어요.”

“사람들 다 알아? 다 안다고? 어떻게??”

“매일 붙어 다니시잖아요. 커피도 밥도 같이 먹고 X톡도 서로 같은 고양이 사진이고.”


그걸 모르는 것도 놀라울 지경이었다.


각도만 다른 고양이를 찍은 이유가 뭐겠나.


누군가의 고양이란 소리고 그게 아니면 같이 간 고양이 카페겠지.


“··· 아, 우리는 정말 완벽하게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결혼 이야기는 아직 멀었어요?”

“크흠, 안 그래도 결혼식 날짜 잡자고 이야기 오가고 있지.”

“그래서 반지 선물하셨고요?”

“넌 진짜 모르는 게 없구나?”


그게 아니라 당신네가 너무 티 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느 누가 보아도 한수가 고를 법한 반지를 끼고 다니는 한 실장이었다.


“그거 아무리 봐도 한 실장님 취향이 아니잖아요. 일할 때 화려한 장신구나 시계도 착용 안 하시는 분인데.”

“아··· 그렇구나.”

“일할 때 방해되는 거 싫어하는 심플하신 분이 갑자기 화려한 반지를 끼고 다니는데, 누가 몰라요? 다 알 걸요?”


얼굴을 가린 한수를 보며 혀를 찼다.


내가 사라진 동안 아주 놀랍도록 화려한 반지를 보는 한수와 그걸 자랑이라도 하는 듯 손을 자꾸 흔들며 웃는 한 실장이었다.


돌아오자마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긴 한데.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쑥스러워하는 한수가 안 어울려서 피식 웃음이 흘러나온다.


“고맙다, 네 덕분에 한 실장이랑 가까워진 거기도 하니까.”

-네 덕분이야. 고마워, 현재야, 너 아니었으면 지금 여보도 못 만났을 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냐며 동그랗게 눈을 뜨고 쳐다보는 한수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뭐가 생각나서요.”

“에이, 싱겁긴.”


차가 다시 움직이고 나는 이 기억이 선현재의 기억임을 알았다.


생각하려고 했을 때만 떠올랐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섞여들고 있었다.


“··· 알 수가 없네.”



* * *



늦은 밤, 눈을 감고 땀을 흘리는 하나의 뒤척거림이 시작된다.


웅웅대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보이는 희미한 녹아내린 얼굴이 보였다.


불이 지펴지고 그곳에서 헐떡이며 살려달라고 내게 손을 뻗는 아이가 보였다.


“뭐야···.”


불타는 아이의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노랫소리가 너무 무서울 정도로 좋았다.


타들어 가는 불에서 나는 노랫소리라니.


“이게··· 이게 뭐냐고!!”

-음음음, 봐봐. 하늘을 나는 새에게서 나는 자유로운 소리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내게 왜 이러냐고 몸을 뒤척인다.


“왜···.”


움직일 때마다 불에 탄 아이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다가오더니 바로 앞에 있을 때서야 내게 등을 돌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모든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아름다운 영감이지. 내겐 모든 자연이 노래야.


활기찬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 맴돌았다.


심장이 빠르게 뜀박질 치기 시작했다.


너무 빠른 심장 박동에 숨이 막히고 매캐한 연기에 콜록거렸다.


아이를 기어코 다 집어삼킨 뒤에야 사람들이 뛰어왔다.


“불이야!!”


물이 부어지고 그 속에 까맣게 재가 되어버린 아이의 헐떡거림이 들렸다.


그 헐떡거림이 음악처럼 들려왔다.


지독한 고통에서도 살려고 몸부림치는 듯 절박한 선율이었다.


“틀렸어, 쟨 못 살아.”


모든 사람이 아이를 보며 못 본 척한다.


그 아이의 숨소리가 잦아들고 점차 움직임이 줄어들자 모든 세상의 노랫소리가 천천히 데시벨이 낮아지듯 음 소거가 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모든 음이 불협화음처럼 깨지기 시작한다.


아름다웠던 노랫소리가 무너지고 음표가 형체를 잃었다.


아름다웠던 세상의 색채가 흑백으로 변하며 아이의 숨소리가 완전히 나지 않는 순간이었을까.


“조용해···?”


사람이 사는 마을과 같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다.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 하는 것만 같은데, 나는 들을 수가 없다.


“뭐, 뭐가 이래? 꿈이 왜 이래···?”


돌아본 곳에 까맣게 타버린 아이의 모자가 재가 되어 바스러지는 소리만이 들렸다.


-선택엔 대가와 후회가 따르는 거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을 듣는 내 귓가에 찢어질 것 같은 이명이 들려왔다.


삐이이익- 거리는 이 소리에 눈을 뜨자.


“허억···!”

“뭐야··· 왜 그래?”


숨을 헐떡이며 진의 말이 들렸다.


그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은 이명 소리가 더는 나지 않는 걸 보아 현실로 돌아온 것 같은데.


“악몽이야?”

“어··· 아마도?”

“애도 아니고 갑자기 웬 악몽···.”


졸린 눈으로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끌어당기는 진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익숙한 보름달이 보였다.


푸른빛을 내는 블루문이었다.


“아, 이 꿈을 꾸는 날이었구나···.”


20살이 되어도 적응이 안 되는 꿈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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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계획대로 (3) +2 21.08.21 219 10 13쪽
112 계획대로 (2) +2 21.08.20 225 13 16쪽
111 계획대로 (1) +1 21.08.19 236 12 12쪽
110 잊었던 과거 (6) +3 21.08.18 244 11 13쪽
109 잊었던 과거 (5) +3 21.08.17 234 11 14쪽
108 잊었던 과거 (4) +1 21.08.16 239 12 12쪽
107 잊었던 과거 (3) +1 21.08.15 245 11 14쪽
106 잊었던 과거 (2) +2 21.08.14 264 10 12쪽
105 잊었던 과거 (1) +2 21.08.13 281 12 13쪽
104 거짓에 가려진 진실 (16) +5 21.08.12 272 12 16쪽
103 거짓에 가려진 진실 (15) +2 21.08.11 247 11 12쪽
102 거짓에 가려진 진실 (14) +4 21.08.10 255 12 13쪽
101 거짓에 가려진 진실 (13) +3 21.08.09 245 14 14쪽
100 거짓에 가려진 진실 (12) +4 21.08.08 258 13 13쪽
99 거짓에 가려진 진실 (11) +1 21.08.07 270 14 14쪽
98 거짓에 가려진 진실 (10) +3 21.08.06 273 15 13쪽
97 거짓에 가려진 진실 (9) +2 21.08.05 268 15 13쪽
96 거짓에 가려진 진실 (8) +1 21.08.04 261 14 13쪽
95 거짓에 가려진 진실 (7) +3 21.08.03 270 13 14쪽
94 거짓에 가려진 진실 (6) +4 21.08.02 273 13 15쪽
93 거짓에 가려진 진실 (5) +4 21.08.01 280 12 15쪽
92 거짓에 가려진 진실 (4) +2 21.07.31 285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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