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 (2)
안녕하세요.
카이를 둘러싼 5명의 검사들은 오랜 훈련을 거친 베테랑 검사들이었다.
‘서로의 합이 잘 맞는 자들이군.’
하지만 카이는 생각했다.
‘개개인의 무위는 끽해봐야 3등급 정도야.’
카이는 기합을 넣으며 5명을 향해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하압!”
챙! 챙! 챙!
카이와 5명의 검사들 간의 전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아리아와 아샤는 6명의 검사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저쪽에는 아리아를 지킬 근접 계열이 필요해. 서둘러야 한다.’
그때 폭발음과 함께 아리아와 아샤에게 달려가던 적들 중 2명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카이와 칼을 맞대던 5명의 검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주춤하며 뒤로 물러났다.
아리아와 아샤를 공격하던 자들이 당하자 카이를 공격하던 적들도 많이 당황한 모습.
카이는 잡은 승기를 굳히기 위해 검사들을 맹렬히 공격했다.
빠르게 찔러 들어가는 검.
표적이 된 검사가 급하게 카이의 검을 쳐내려 했지만 미처 자신의 검이 닿기도 전에 카이의 검이 가슴을 찔러 들어왔다.
“흐악!”
카이의 검을 맞고 한 명의 검사가 쓰러졌다.
‘됐어!’
공격을 이어가기 위해 카이는 검을 다잡았다.
그때 뒤에서 아리아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아리아?’
카이가 급히 뒤를 돌아봤을 때는 4명의 검사들이 아리아와 아샤를 둘러싸고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샤는 아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엄폐물 역할을 해주던 나무에서 내려와 노출된 상태로 아리아 앞을 지키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카이는 급한 대로 품속에서 주리에게 받은 단검을 꺼내 아리아와 아샤를 노리는 검사들 중 한 명에게 던졌다.
푹!
“흐억!”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검사들의 주의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카이는 계승한 마력의 힘을 끌어올려 검기를 생성했다.
계승한 마력에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검기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신속(神速)의 검.
자신들을 훨씬 상회하는 카이의 실력에 그를 상대하는 검사들은 카이의 검을 겨우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하압!”
카이가 기합을 외침과 동시에 몸을 돌려 아리아와 아샤가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아리아와 아샤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빠르게 거리를 좁힌 카이는 두 사람이 크게 다치기 전에 겨우 그들에게 도착할 수 있었다.
카이를 향해 내려쳐지는 적의 검.
카이는 몸을 틀어 적의 검을 피한 뒤 곧바로 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푹!
“윽!”
적은 단말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절명했다.
카이를 따라온 4명의 검사가 합류했다.
‘3 대 7인가?’
아직까지 카이 일행이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
하지만 개개인의 무력과 클래스의 조합은 이쪽이 더 유리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불리한 건 저들이야.’
카이는 아리아와 아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방을 막아선 채로 적들을 견제했다.
적들의 발을 묶을 수 있는 카이가 앞을 방어하고, 뒤에서 궁수와 마법사가 원거리 공격과 마법을 쏘아댄다면 결국 무너지는 건 저들이 될 터였다.
아리는 파이어 볼을, 아샤는 마력을 담은 화살을 동시에 발사했다.
펑!
쉬익!
“으악!”
3명의 적이 순식간에 시체가 되었다.
남은 4명의 적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신호를 주고받았다.
적들이 퇴각하기 시작했다.
4명의 적들은 순식간에 거리를 벌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카이는 그들을 쫓을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또 다른 적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을 보내주었다.
‘치잇, 아쉽군. 다 잡을 수 있었는데.’
전투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버렸다.
아샤와 아리아도 방금까지 자신들에게로 향하던 공격을 막아주는 카이를 힘입어 본격적인 전투에 박차를 가하려던 찰나, 남은 적들이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리아, 아샤, 괜찮아?”
“하아, 하아. 당연하지. 저딴 약한 놈들은 백 명이 넘게 와도 문제없어.”
아리아는 온몸 군데군데 칼에 베인 상처를 얻었음에도 입으로는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럼 문제없지. 우리 쿵짝이 얼마나 잘 맞았는데.”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아리아와의 협공에 만족한다는 듯 눈을 찡그려 보이는 아샤.
‘일행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벌써 아리아를 닮아가나?’
말을 마치자마자 아리아와 아샤는 땅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지금 가장 멀쩡한 것은 카이뿐이었다.
카이는 시체들의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아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색에 합류했다.
하지만 아리아는 도저히 일어날 힘이 없었다.
카이는 일어나기 위해 혼자 끙끙대고 있는 아리아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리아, 고생했어. 정리는 우리가 할 테니까 넌 그동안 쉬고 있어.”
아리아는 카이와 아샤가 수색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누웠다.
카이는 옷을 들추며 적들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고, 이내 모든 적들의 몸에서 렘니스케이트 문양의 문신을 발견했다.
“이, 이건······.”
아샤도 문신을 발견하고는 카이와 눈이 마주쳤다.
“카이, 이 문양······.”
카이의 인상이 한껏 찌푸려졌다.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카이.
카이는 아리아와 아샤에게 말했다.
“일단 여기를 빨리 벗어나자.”
* * *
카이와 일행들은 9시간째 길을 걷고 있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2차 습격을 피하기 위해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와 최대한 거리를 벌였다.
아리아는 전투 후 곧바로 이어진 강행군이 힘에 부쳤지만 혹시라도 거리를 벌이는 데 소홀했다가 다시 적들을 마주칠까 두려웠기에 잠자코 카이를 뒤따랐다.
한 시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온 일행들은 해가 떨어지고 나무가 우거진 숲에 도착해서야 겨우 야영지를 설치할 수 있었다.
아리아가 야영지 주변에 경계 마법을 걸었고, 카이와 아샤가 식사를 준비했다.
일행은 식사를 마친 뒤 일찍 침낭에 몸을 뉘었고, 아리아는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들었다.
카이는 휴식을 취하는 중에도 적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카이, 무슨 생각해?”
“어? 그냥 아까 그 녀석들 생각하고 있었어.”
카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 녀석들이 우릴 공격했을 때 말이야.”
“응.”
“뭔가 아리아를 노리는 것 같다는 생각 안 들었어?”
“아리아를?”
“물론 지금 우리 셋 중에는 아리아가 가장 위협적인 건 맞아. 하지만 그건 우리만 아는 거잖아.”
“흐음. 그렇지.”
“일반적으로 아까와 같은 상황에서는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마법사를 잡는 데 보내진 않아.”
“혹시 아리아를 아는 사람이 아닐까?”
“아리아를?”
“조금 무서운 얘기기는 한데. 이미 아리아를 알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아샤는 카이가 앉아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넌 그 자들이 누구라고 생각해?”
“나도 잘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어서 우릴 공격한 건지 알 수가 없네.”
갑자기 아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혹시 나나 우리 마을 때문은 아니겠지?”
“응?”
아샤가 처음 렘니스케이트 문양을 발견한 건 아바단 마을에서였다.
유난히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아샤는 속으로 ‘혹시 나 때문에 카이와 아리아가 위험에 빠진 것은 아닐까’ 라는 지극히 아샤다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카이는 그런 아샤를 다독였다.
“그들이 누군지 우리가 아는 건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아마 그들은 나나 아리아를 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거야. 그러니까 너 때문에 그럴 거라는 걱정은 하지 마.”
카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샤에게 말했다.
“나는 오히려 우리가 너를 위험한 곳에 끌어들인 게 아닐까 걱정이 돼. 전에도 말했지만 널 만나기 한 달쯤 전에 우린 이미 렘니스케이트 문양을 가진 마법사를 만났었어.”
“아!”
아샤는 카이가 전에 했던 말이 기억난 듯 탄성을 흘렸다.
“카이.”
“응?”
카이가 본 아샤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결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
“내가 단검술을 배울 수 있을까?”
“단검술?”
“응. 아까 카이가 사용하는 거 보고 나랑도 잘 맞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
아샤는 나이에 비해 꽤 실력이 좋은 궁수라는 칭찬을 들으며 살았다.
23살의 나이에 3등급 승급이 얼마 멀지않은 상위권 4등급의 실력을 쌓았으니 분명 남들에 비해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낮의 전투를 치르면서 자신이 한참이나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에 비해 실력이 좋다는 말이 결코 절대적인 강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카이는 처음에는 아샤의 질문에 어리둥절했지만 그녀의 눈빛을 보고는 어떤 생각에서 이런 말을 꺼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와 아리아를 노리는 놈들이라면 우리와 동행했다는 것 때문에라도 앞으로는 아샤도 노릴 수도 있어. 가능하면 아샤도 자기 몸은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겠지.’
카이는 위험한 일에 휘말린 아샤에게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덜고 싶었다.
“궁수와 단검술은 궁합이 꽤 좋긴 하지. 네가 관심이 있다면 가르쳐줄게.”
“와~ 진짜? 고마워.”
카이는 무려 루아 기사학교의 수석 졸업생이었다.
물론 실기와 이론 모든 부분에서.
카이는 자신의 전공분야를 제외하고도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전투 계열의 기술인 궁술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이는 구체적인 가르침을 주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궁술에 대한 이론만이라도 아샤에게 전달해준다면 그녀의 실력 향상에는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매일 저녁에 식사 마치고 잠들기 전까지 연습하자.”
“응! 알았어.”
아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한 미소가 지어졌다.
* * *
달빛조차도 비취지 않는 어두운 밤.
작은 등불 하나만이 방 내부를 밝히고 있었고, 두 남자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어두운 실내 불빛 때문에 두 사람은 겨우 눈동자만이 보일 정도.
“실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들의 앞에서 부복을 한 채로 보고를 하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출중했던 모양이로구나.”
의자에 앉은 두 사람 중 한 명이 보고를 받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3등급 검사 11명을 보냈습니다만 돌아온 건 4명뿐입니다.”
“하긴 보통 녀석들은 아니니까.”
“국사,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국사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침음했다.
“하···. 그들 뜻대로 하도록 이렇게 내버려둔다면 정말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
국사의 깊은 한숨.
“지금까지는 그들이 우리의 변심을 눈치 챌까 싶어 활동을 자제했었다만 이젠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그들의 계획을 막아야 한다.”
국사의 말을 들은 남자는 흠칫 몸을 떨었다.
“레 아리아.”
국사는 콕 집어 아리아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 아이는 반드시 죽여야 해.”
“······.”
“가능하면 그때가 오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나지막이 울리는 국사의 말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부복한 남자는 국사의 말에 답했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처리하겠습니다.”
댓글로 달아주신 여러분의 의견을 참고하여 실력 향상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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