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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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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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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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발자국만 앞서 가라.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마이클 모하임과 스티브 데이커 두 사람은 며칠 더 한국에 머물렀다.

투자계약 문제 때문이다.

여의도 가온GP투자신탁의 집무실에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군인신분의 류지호가 계약의 주체가 되진 않았다.

GARAM Ventures의 첫 벤처기업 투자계약이다.

이 계약을 위해 LA에 보좌관 도널드 제이콥과 웨스트우드 투자팀을 지휘하고 있는 데이브 보우먼(Dave Bowman)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30만 달러만 받겠어. 지분 40%는 무리야.”


마이클 모하임은 류지호에게 23% 지분율을 제안했다.

친구들의 지분, 그리고 상징적으로 남겨 둔 지분 1.5%는 절대 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지분 1.5%는 할머니를 위해 누구도 보유할 수 없는 지분으로 남겨둘 생각이야.”

“......?”

“실리콘 & 시냅스를 설립할 때 할머니가 준 돈이 1만 5천 달러였어. 그 수표책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지.”

“초심을 지키려는 부적 같은 거야?”

“할머니가 심어준 씨앗 같은 거라서. 할머니의 1만 5천 달러가 없었다면 난 창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고, 다른 회사들을 전전하고 있었겠지.”

“알겠어. 25%. 100만 달러 투자할게. 무상증자를 하든 알아서 그 지분에 맞추는 것으로 해.”


복잡하게 머리 굴리는 것 없이 류지호는 시원하게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벤처회사 첫 투자다.

수업료를 지불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이번 계약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이때만 해도 자신이 투자한 게임회사가 시가총액 8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업이 된다는 것을 몰랐으니까.


‘스타크래프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커맨드 앤 컨커, 워크래프트 또 뭐가 있지? 슬쩍 알려줄까? 아, 문명이 있구나.’


모두가 이전 삶에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팔려나갔거나 명작에 오르는 게임들이다.

영화와 게임 분야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생각이다.

알려준다고 해서 그 같은 게임을 마이클 모하임이 뚝딱 뽑아낼 리가 없다.

암튼 류지호는 게임사업까지 기웃거릴 생각이 없었다.

따라서 적당히 회사를 굴리다가 다른 대형 게임개발사에 매각해서 투자금을 회수하면 된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했다.

만약 투자한 게임회사가 망하거나 실적이 지지부진하다면 CGI 회사로 변신시키거나 앞으로 인수하게 될 VFX 기업에 합병 시킬 생각도 있다.

그래서 100만 달러를 아낌없이 투자한 것이다.


“마이클!”

“응?”

“GARAM Ventures에서 향후 300만 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으니까, 직원들 월급 밀릴 것에 전전긍긍하면서 프로젝트 진행하지 마. 사납고 용맹하게 일을 저질러 버려!”

“부루인처럼?”

“부루인처럼!”

“나와 친구들은 거대한 야망은 없어. 단지....”

“단지?”

“우리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을 뿐이야.”

“그 말 맘에 드네.”

“100만 달러의 수십 배를 돌려주지 못할지도 몰라.”

“잘 될 거야. 모두가 처음부터 잘되지 않잖아. 잘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해나가는 거야. 처음의 결심과 마음을 잊지 않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한국 관광을 할 겨를도 없이 마이클과 스티브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류지호는 꿈에도 몰랐다.

이 계약이 그의 영화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어쩌면 오늘의 이 계약이 최고의 SF블록버스터로 기록될 영화와 류지호가 인연을 맺게 되는 역사적인 날일지도 몰랐다.

류지호는 실리콘 & 시냅스 투자에 대해 알려줄 겸 뉴욕으로 전화를 걸었다.


- 1,000만도 아니고, 1억도 아니고.. 뭐 라고? 겨우 100만 달러?


저 멀리 뉴욕에서 매튜가 자신을 비웃고 있는 모습이 상상됐다.


“내가 처음 G&P에서 투자받기 전에 얼마 가지고 시작했는지 잊었어?”

- 큭큭. 10만 달러였지 아마?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고 하더니. 형 우리 그러지 말자. 응?”

- 동생아, 난 올챙이인 적이 없었단다.


그레이엄이라는 미국 명문 가문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고, 최고의 금융회사에서 근무했으며, 한때 최고의 실적을 올렸던 남자.

그리고 최악까지 떨어졌던 남자.

매튜 그레이엄은 다이아몬드 수저 물고 태어나 다이아몬드로 치장된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나저나 괜찮겠어?”

- 뭐가?

“캐롤코, 오라이언 인수합병 건.”

- 10억 달러도 안 되는 거 가지고 뭘.

“그 말이 아니잖아.”

- 트라우마를 모두 떨쳐냈다고는 솔직히 말 못해. 하지만 너는 내가 했던 짓을 하진 않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해보려고. 과거에 얽매이고 사는 것도 꼴사나운 짓이잖아.

“힘들면 내게 말해. 괜히 강한 척 하지 말고. 그까짓 두 회사 없어도 트라이-스텔라 잘만 굴러가니까.”

- 잔소리쟁이..... 맡겨두라니까.

“알겠어. 형을 믿을게.”


딸깍.


류지호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창밖으로 보이는 여의도 풍경에 시선을 던졌다.

Garam Invest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캐롤코와 오라이언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두 영화사는 작년 올해 흥행작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두 영화사의 부채는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다.

때문에 두 영화사는 당장 파산보호 신청을 해도 모자랄 지경에 처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몇 달 전 한국 언론에서 재미있는 뉴스기사가 올라왔다.

오성그룹에서 오라이언 픽처스 인수를 타진한다는 뉴스였다.

모리스 메타보이가 오라이언의 옛 동료들에게 확인해보았다.

사실무근이었다.

오성그룹에서 영화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 사전검토 단계에서 외부로 흘러나온 찌라시 뉴스인 것으로 추측되었다.

어쨌든 인수합병 건은 모리스 메타보이가 먼저 류지호에게 제안했다.

영화사가 파산하기 전에 옛 동료들에게 약간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모양이다.


‘나쁘지 않아. 7,000만 달러로 두 영화사가 가진 영화 저작권을 보유할 수 있다면... 그리고 캐롤코의 홈비디오 사업과 오라이언의 배급라인은 트라이-스텔라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


한국 사업도 미국 못지않게 성장하고 있다.

가온 웨딩 스튜디오는 폭발하는 시장의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로 성업 중이다.

WaW 픽처스는 투자한 한국영화에서 대박은 아니지만 꽤 쏠쏠한 수익을 뽑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해 오는 영화는 배급하는 영화마다 대박이다.

설립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투자신탁회사 역시 주식·채권투자에서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다.

정말 돈이 미친 듯이 굴러들어 오고 있다.

특별히 류지호가 하는 것도 없는데.

군대에 짱 박혀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개인 재산도 무섭게 늘고 있다.

직접적으로 류지호 계좌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지만.

그의 몫으로 배당될 수 있는 수익들은 사내유보금으로 남겨두거나 각 사업에 재투자를 하고 있다.

더는 돈 걱정하며 살 필요가 없다.

가족들의 안위도 큰 문제가 없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질 만도 한 상황.


‘....그럴 리가!’


사실 류지호는 영화감독으로 본격적으로 꿈을 펼쳐보이지도 못한 상태다.

그런데 여기서 안주한다?

안될 일이다.

만족하는 순간이 제자리걸음과 뭐가 다를까.

훨훨 날아올라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까지 열심히 날개의 깃털을 고르고, 쉬이 지치지 않을 체력을 키워놓아야 했다.

류지호가 몸을 돌려 책상에 수북이 쌓여 있는 종이뭉치를 손으로 훑었다.

그 중에 한 뭉치를 집어들었다.

표지에 박혀있는 영화 제목.

<내게 금지된 것을 소망 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각본이다.

또 한권을 뽑아 들었다.

일본원작인 <101번 프러포즈>의 리메이크 판 영화 각본이다.

류지호는 천천히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잘 썼든, 못 썼든.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든, 실패했던 영화든.

어떤 시나리오나 영화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류지호는 두 작품의 작가가 창조한 영화 속 세상으로 빠져들었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질 때.

류지호가 하는 일이다.

영화를 보거나, 시나리오를 읽거나.

그것이 류지호의 취미이자, 특기이고, 직업이다.


❉ ❉ ❉


류지호가 일병휴가를 나온 9월의 대한민국은 종말론으로 뒤숭숭했다.

다음 달, 그러니까 92년 10월 28일에 지구가 종말을 맞이한다고 주장하는 사이비종교 단체들이 길거리에서 포교를 하고 있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라.”

“지구의 종말이 닥칠 때 믿는 자들은 하늘로 들림을 받는 휴거를 경험하게 된다.”


길가다 그들에게 붙잡혀 실랑이를 벌이는 행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20년까지 살아봤던(?) 류지호가 보기에 한마디로 개소리 중에 상개소리였다.

비록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경제적 양극화로 살기 팍팍해서 그렇지 30년이 지나도 대한민국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만 돌아간다.

뉴스에서는 연일 이 종말론에 많은 이들이 빠져 들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멀쩡한 철도 공무원이 전 가족을 데리고 잠적하는가 하면, 종말론 교회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부모를 원망하며 음독자살한 여학생도 있다.

전 재산을 팔거나 재산의 태반을 매각해 교회에 바친 사람도 있다.

10월 28일까지만 연명할 재산을 들고 기도에만 몰두하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수천 명에 달했고, 해외 지부까지 있다.

공식추산은 아니지만 대략 2만여 명으로 보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 왜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낄까?’


현재 대한민국은 서비스산업과 대중문화가 폭발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와 군사정권을 거치며 억눌려있던 것들이 마구 분출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자유와 풍요를 이제 막 누리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지구 종말’ ‘휴거’라는 허황된 말에 빠져들까.


‘무지에서 오는 공포일까?’


불확실성.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은 인간에게 근원적인 두려움을 준다.

사이비종교는 어느 시대나 있어왔다.

유별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당시 유행하고 있는 ‘휴거’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1999년 지구멸망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음에도 사람들이 빠져들고 있다.

그로인해 사회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곧 ‘휴거’ 개념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 모 선교회 목사가 사기혐의로 구속되면서 잠시 잠잠해지긴 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한다.

결국 ‘휴거의 날’이라고 명명된 10월 28일을 일주일 앞두고 9시 뉴스 주요 뉴스로 나오기 시작하고, 심지어 휴거 당일에는 방송국에서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선교회에 취재진을 파견해서 특별생방송을 내보기도 한다.

CNN을 비롯한 각종 외신에서도 취재를 나오기도 한다.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휴거 다음 날 뉴스 오프닝 멘트다.

과거로 돌아온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벌어졌는데, 지구가 멸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인류가 어떤 짓을 해도 지구가 반드시 멸망한다면, 기도를 하는 대신에 각자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일분일초.

하루하루의 의미들.

삶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데 기도나 하고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치열하게 사는 사람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류지호의 눈앞에 보이는 이들처럼.


“대구 쪽 극장은 프린트가 안 넘어왔대!”

“포스터 칼라가 왜 이따위야!”

“보도자료 시안 컨펌을 해주셔야 언론사에 뿌리죠!”


류지호가 WaW 사무실로 들어와 본 풍경은 돛대기시장이 따로 없다.

그동안 수입영화 편수도 늘고, 한국영화에도 투자하는 등 WaW 픽처스의 업무는 한 사람이 서넛 몫을 감당해야 할 정도로 넘쳐났다.

영화사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영화 한편 개봉할 때마다 신입사원을 뽑았다.

사람이 부족할 때마다 직원들을 채용하다보니 지금의 사무실은 포화상태가 되었다.

해외수입/배급팀, 한국영화 배급팀, 기획/제작팀, 홍보/마케팅팀, 영화투자팀, 경영지원팀 등.

빌딩 두 층에 걸쳐 서른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람에 치어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류지호는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는 영화사 직원들을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며 뜻 모를 탄성을 토했다.


“....이거 참!”


모종의 결심을 하고 사장실로 직행했다.

그 시간 박건호 WaW 픽처스 대표의 입에서도 류지호와 똑같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허허. 이거 참....”


박건호 대표의 시선은 WaW 픽처스의 배급실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작년 WaW가 배급한 영화 세편이 흥행순위표 1~3위 자리를 차지했다.

<늑대와 춤을>, <터미네이터2>, <나 홀로 집에> 이 세편 모두 서울 개봉관 기준 100만 명을 달성했다.

LOG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파견된 더빙 코디네이터와 함께 한국어 더빙에 공을 들인 <인어공주> 역시 45만 명을 동원했다.

작년 총매출이 250억 원에 이르렀고, 부가시장 판매를 포함한 WaW 픽처스의 수익은 140억 원을 넘겼다.

올해는 작년 실적을 아늑히 뛰어넘는 매출이 기대되었다.

상반기에 개봉한 <원초적 본능>은 장기상영에 들어가 있었고, 오동석이 칸 필름 마켓에서 사온 <연인>이 6월에 개봉해 41만 명을 동원했다.

7월에 개봉한 <인도차이나> 역시 34만을 동원해 수입가 대비 큰 수익을 거뒀다.

이어서 8월에 개봉한 <유니버셜 솔져> 역시 한 달간 29만 명을 동원해 추석 개봉 영화에게 상영관을 내주기 전까지 30만 명 이상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일영영화사가 제작하고 WaW 픽처스는 투자만 진행했던, <결혼이야기> 역시 7월에 개봉해 순항 중이다.

제작사가 피카디리 극장을 소유하고 있어 작정하고 장기상영을 밀어줄 예정이다.

곧이어 자체 제작한 영화 <하얀 메달>이 개봉된다.

WaW 픽처스 사무실이 유난히 분주한 것은 영화 개봉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빨리 자리를 잡게 될 줄은 꿈에 몰랐는데 말이지.”


단 2년만이다.

WaW 픽처스는 할리우드 직배사를 제외하고 충무로 최대 규모의 영화사로 자리매김했다.

극장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 배급부문에서 만큼은 직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치익.


박건호 대표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들어왔다.

박건호 대표가 얼른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젊은 오너를 배려한 행동이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휴가 나왔어요. 인천 내려가는 길에 잠깐 들렀네요.“

"오신 김에 잠시 앉았다 가지죠. 드릴 말씀도 있고요."


류지호가 자연스럽게 응접용 소파 상석에 앉았다.

경리 양세연이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휴가 나오셨어요?”

“단번에 알아보네요.”

“지난달에 이맘 때 쯤 휴가 나오신다고 하셨어요.”

“그랬나요?”

“방금 내린 커피라 어떨지 모르겠어요.”

“세연씨가 내린 커피 항상 잘 마시고 있어요.”

“이번에는 제가 내린 게 아니에요. 선미 언니가 내렸어요.”

“하하. 커피 잘 마실게요.”


양세연이 넙죽 인사하고 사장실에서 물러났다.


“영화사 식구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보너스로 충분히 보상 받고 있습니다.”

"오늘 사무실을 보며 새삼 느낀 것인데... 사무실이 좁아도 너무 비좁더군요. 이대로는 너무 비능률적일 것 같아요.“

“오늘은 유난히 그렇습니다. 해외출장도 자주 나가고, 외근도 잦은 편이라 평상시에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류지호가 마시던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안 되겠어요.”

“......?”


박건호 대표도 덩달아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잠시 실장급 이상 간부들과 회의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말입니까?”

“급하게 처리할 것은 처리하라고 하고.... 30분 후 쯤?”

“저도 상정할 안건이 있었는데, 잘 됐습니다.”


잠시 후.


WaW 픽처스의 실장급들이 회의실로 줄줄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전하영과 권영균 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전PD와 권영균씨는 연수 잘 받고 있답니까?”


현재 두 사람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연수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인하우스 영화 제작부 옵저버로 참여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영화 옵저버라고 하더군요.”

“언제 귀국한답니까?”

“현재 참관중인 영화 프로덕션 마치고 다른 영화 포스트와 배급과정까지 모두 참관하고 들어올 예정입니다.”

“연수 보내는 직원은 충무로 경험이 쌓인 이들로 해주세요. 실무경험 없는 이들이 연수를 가봐야 제대로 배워오지 못합니다.”

“예.”


당장 할리우드 시스템을 충무로에 적용하지 못한다.

영화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책상물림들 할리우드 연수 보내봐야 도움될 것이 없다.

독자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이들이 선진 시스템을 배워야 효과가 있다.

그래서 전하영, 권영균 같이 기획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이들부터 보내고 있다.


"그것보다 시급한 사안이 있어 보이네요.“


장내가 긴장감에 싸였다.

혹시나 뭔가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있는지 머리를 굴렸다.


“사무실이 너무 비좁아 보입니다.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 타계할 아이디어 없습니까?“


경영지원팀의 고승진 총무부장이 되물었다.


"넓은 곳으로 이사를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한국영화 배급팀 이낙용이 말을 받았다.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기는 합니다만.... 이참에 아예 사옥을 짓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안 됩니다. 절대 그런 허튼짓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강력한 발언에 모두 시선이 일제히 영화투자팀 전두업 이사에게로 쏠렸다.

박건호 대표가 류지호를 대신해 질문했다.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제 막 영화사 성장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사옥에 자금을 들이게 되면 자금압박을 받게 되고, 정작 필요한 곳에 투자를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단기 차입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고, 계속해서 부채에 대한 이자가 발생합니다. 지금은 겉으로 보이는 기업의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회사 내부 시스템 안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면 맞는 말이다.

회사가 잘나가기 시작하면 사옥부터 올리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사내유보금이 엄청나게 쌓여있다거나 대기업 수준의 계열사를 보유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사옥에 욕심을 부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오동석 실장이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전 이사님의 말씀이 옳긴 합니다만.... 회사가 커질 때마다 매번 이사를 다닌다는 것도 번잡스러운 일이고, 내년 이후 각 사업부별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인하우스 제작팀과 기획배급팀의 분리가 시급합니다.“


류지호는 가만히 토론을 지켜보기만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이도 있고, 고심에 잠긴 이도 있다.

박건호 대표가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극장을 짓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극장이요?”


사옥 이야기를 하다가 웬 극장이란 말인지.


"호텔과 백화점, 극장이 무슨 업종입니까?"

"그야 당연히 서비스 업종이잖습니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네....?"


박건호 대표의 말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입만 주시했다.


“삼봉백화점 가 봤지요? 그들의 장사로만 돈을 버는 줄 압니까?”


와락.


별안간 류지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삼봉! 삼봉백화점.....!”


회의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갑자기 화난 듯 인상을 일그러뜨린 류지호로 인해서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이 병신! 미국에서는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 구하겠다고 별 생쇼를 다 한 주제에! 정작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일을 잊고 있었다니!’


박건호 대표가 자신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치며 자책하는 류지호의 주의를 상기시켰다.


“감독님. 무슨 문제라도....?”

“....아!”


류지호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자신에게 쏟아진 의아한 시선들.


“험!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시 놓치고 있던 중요한 것이 떠올라서....”


박건호 대표가 류지호를 한 번 돌아보고 다시 장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러분도 잘 아는 미국의 매크도널드 햄버거가 장사로만 돈을 번 것은 아닙니다. 물론 햄버거가 잘 팔린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보다는 그들은 부동산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입니다. 점포를 낼 부지 선정 시, 그들은 반드시 땅값이 오를만한 곳에 점포를 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돈을 벌었으니, 차라리 부동산업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박건호 대표가 커피로 잠시 입을 축이고 말을 이었다.


“재벌들이 백화점 사업에 뛰어든 이유도 마찬가집니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큰 재미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재벌들은 백화점 영업으로 벌어들인 자본을 밑천으로 부동산을 사들여 엄청난 시세 차익을 남깁니다. 재벌들에게 백화점 사업은 가장 적은 세금을 내면서 가장 값비싼 땅을 보유하고 또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훌륭한 재산 증식의 수단입니다.”


자책하던 류지호가 박건호 대표의 말에 집중했다.

건국 이래 최악최고의 인재인 삼봉백화점 붕괴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2년 이상 남았다.

대비하고 참사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시간적 여유가 있다.

지금 당장은 회사 일에 집중할 때다.


“마찬가지 이유로 지금 강남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극장들이 노리는 바도 바로 그것입니다. 재벌들이 백화점을 전국에 까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백화점협회가 전국 30여개 백화점을 대상으로 분석한 백화점업계의 자산변화에 따르면 1992년 백화점 총자산은 2조 원 내외로 매년 2~30% 늘어나고 있다.

극장도 마찬가지다.

1989년 도산대로에 위치한 씨네하우스 극장이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로 개관했다.

이어 올 연말에는 신사역 출구에 그랑프리 극장과 논현동 고개에 힐탑 시네마가 개관할 예정이다.

2년 뒤에는 강남대로에 씨티극장이 멀티플렉스로 개관하게 된다.

90년대 강남 극장가는 씨네하우스, 브로드웨이, 그랑프리, 뤼미에르, 동우극장(주공공이) 등이 멀티플렉스 라인을 이루며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그들 멀티플렉스와 함께 논현동과 신사동에는 영동극장, 강남극장, 씨네마천국 등 재개봉관까지 있어서 종로의 극장가 못지않은 극장가를 형성하게 된다.


“강남 땅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냥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자고 일어나면 오를 정도로 폭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오를 겁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이라도 우리가 강남에 극장을 세워 영업이익도 누리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에서 오는 자산가치 상승도 함께 도모할 수 있습니다.”


전두업 이사가 반론을 펼쳤다.


“그렇다면 차라리 미리 땅값이 오를 곳에 사옥을 올렸다가 많이 올랐을 때 팔고, 또 다시 좀 더 오를 만한 곳으로 이전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극장은 한번 영업을 시작하면 망할 때까지 처분할 수 없지 않습니까?”


투자회사 출신다운 의견이다.

또 다시 사옥이냐 극장이냐로 의견이 갈려 토론이 벌어졌다.


“우리가 극장업까지 진출하면 충무로가 발칵 뒤집어지겠군요.”

“WaW가 자금이 풍부하다는 소문이 온 충무로에 퍼져 있어요.”

“배급하는 영화마다 흥행에 성공하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지.”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하루 평균 두 권인데 다섯 편으로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죽하면 충무로 술집 곳곳에서 WaW 픽처스를 안주 대신 씹는 소리가 신사동까지 들릴 지경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 정도로 질투와 시샘을 받고 있다.

오동석이 고심에 차있는 류지호에게 물었다.


“감독님은 대표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


잠시 뜸을 들이던 류지호가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사실 3~5개 사이의 사운드 스테이지를 갖춘 스튜디오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네요. 현재 영화진흥공사 세트장 말고는 변변한 영화 세트장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박 대표의 안건을 듣고 보니, 극장이 조금 더 현실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현실적이다.....?”

“우리는 트라이-스텔라에서 안정적으로 매년 다섯 편 이상을 공급 받을 수 있지요. 그리고 한국영화도 투자/제작/배급도 계속해서 늘려나갈 것이고. 내 후년에 프린트 벌 수 제한이 풀려 전국동시 개봉관 수가 대폭 늘어나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우리 영화를 걸 극장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당시만 해도 배급라인이 한 번 결정되면 다른 배급라인의 극장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단관개봉을 하는 현실에서 흥행작품이 두세 달씩 장기상영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그 기간 다른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는 수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특히 한국영화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한 개의 단관극장에서 <터미네이터Ⅱ>급 영화를 일 년에 4편 밖에 개봉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니까.

물론 스크린 쿼터 제도 때문에 반드시 일정 일수 동안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는 한국영화에 한해 오전, 심야 상영 등의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멀티플렉스가 일반화 되어있는 미국이나 미래의 5위 권 규모의 영화시장의 한국이라면 투자/제작/배급만으로 충분히 메이저 스튜디오가 될 수도 있다.

현재는 불가능하다.

극장을 소유한 것과 없는 것에서 수익과 안정적인 배급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에 사옥도 같이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두업 이사가 즉각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극장과 사옥을 동시에 짓게 될 경우 엄청난 자금이 들어갑니다. 현재 WaW 재정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내가 말을 잘못 했네요. 극장을 짓고, 그 안에 WaW가 입주하는 걸로 합시다.”

“멀티플렉스 입니까?”

“그래야죠. 일단 10~12개관으로 시작해서 차후 17개관으로 늘이는 걸 고려합시다.”

“.....!”


몇몇 실장이 너무 놀라 입을 벌렸다.

현재 멀티플렉스로 운영되는 극장의 스크린 수가 4개다.

2년 후에 개관하는 씨티극장이 6개 스크린을 보유하게 된다.

그 두 배의 스크린을 보유한 극장을 짓겠다고 하는 것이다.

오동석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도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원.’


충무로에서 가장 자금력이 풍부한 협동영화사(서울극장)도 못하는 프로젝트다.


“여러분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 WaW의 극장업 진출은 여의도에 꾸려지게 될 테스크포스에서 진행합니다.”


현재 WaW 픽처스 임직원 중에 극장업 관련해서 지식이 있거나 경험이 있는 이는 박건호 대표와 오동석 실장뿐이다.

그러니 여의도의 이사회의장 직속 비서진을 중심으로 새롭게 사업팀을 꾸리는 것이 당장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극장업 진출 아이디어는 잠깐 검토만 한 겁니다. 밖으로 이 안건이 새어나기지 않도록 모두 비밀을 엄수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랬다고, 절대 이 안건이 충무로에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현재 서울극장연합회장 및 지방 흥행업자들로부터 시샘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이 뭐라고 떠들고 욕을 싸지르든 상관없지만, 우리가 극장까지 가지는 걸 달가워할 리가 없습니다.“


박건호 대표가 류지호의 말을 받아 엄중하게 말했다.


“옳은 지적이십니다. 우리는 감독님 말씀처럼 극장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차피 극장업 허가를 받게 되면 신문 기사가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박건호 대표는 최대한 비밀엄수를 주문했다.


"네! 걱정 마십시오!“


대답을 하는 오동석의 표정은 신명이 오른 표정이다.

WaW 픽처스가 스튜디오 시스템을 추구했던 ‘신 필름‘의 영광을 재현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아니다.

이미 그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당연히 기대되고 설렐 수밖에.


"그런데.... 회장님!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한국영화 배급을 책임지고 있는 이낙용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작가의말

행복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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