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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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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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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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0화. 도마 위의 생선 (시즌2-29)

DUMMY

"구과장~ 출발!"


"예! 이사님~"


"어이~ 전대리! 나 먼저 간디~ 낼까지 RC 페이스리프트 설계원가 자료 제출하는 거 알제?"


"예..."


"오케이! 수고!"


"차장님 그럼 전 이만 휘~ 휘~"



구과장은 견이사의 뒤를 따라 쫄쫄이 복장으로 클릭 슈즈를 또각거리며 따라나간다.

견이사도 자전거 마니아이다.

견이사의 영업본부 발령은 구과장에게는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견이사는 해외영업 팀장 대행을 맡은 조차장보다 구과장과 더 많은 시간을 같이 한다.

구과장은 견이사 라인을 잡은 듯 보였다.

그는 일주일에 두 세번은 견이사와 퇴근 라이딩 같이 한다.

그는 견이사의 라이딩 페이스 메이커가 되었다.

주차장은 팀장대행이 되었지만 어찌할 수 없는 구과장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더욱이 얼마 전 구과장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를 얻었다.

그는 퇴근시간이면 어김없이 칼같이 집으로 향한다.

견이사는 그런 그가 당당히 칼퇴근할 수 있는 더 확실한 명분을 제공해 주었다.



"야~ 전대리! 중국 공장 신규 예상 차종 포함해서 5개년 예상 매출 자료 작성해서 보내 놓고 퇴근해 알았지?"


"예? 차장님 그건 내일 드리면 안될까요? 저 RC 페이스리프트 설계원가 자료 작성 때문에 그것까지 하기가 좀..."


"야~ 그럼 누가 하냐?"


"예..."


"내가 하까?"


"아... 아닙니다"



오늘도 언제 퇴근할 수 있을지 묘연해진다.

차라리 라꾸라꾸 침대라고 가져다 놓고 여기서 자는 게 나을 듯싶다.

구과장에게 풀지 못하는 짜증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다행히 오늘은 같이 하는 야근 동료 아니 선배가 하나 있다.



"휴~ 이노무 람파다 (Lampada) 브라질 공장 때문에 미치겠구만..."


"이과장님 퇴근 안 하십니까"


"어?! 어~ 난 퇴근은 글렀다. 담배나 한 대 피러 가자"


"일 많으신가 봐요?"


"인도에 브라질까지 나보고 맡으라고 하니 죽을 맛이다. 브라질은 뭐 금형투자비만 처리하면 되는 건지 알았는데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네, 또 주차장한테 낚였어 줸장!"



이노총과장,

그는 인도 파트를 맡고 있는 영업본부의 최고령 총각이다.

그도 구과장과 이번에 같이 과장으로 진급했다.

나의 사수인 구과장보다 한 살이 더 많다.

하지만 구과장은 빠른 생일을 핑계 삼아 그와 친구처럼 말을 놓고 지낸다.

그는 주차장이 해외영업 팀장대행을 맡으면서 그가 맡고 있던 브라질 업무까지 떠안게 되었다.


한국 자동차가 브라질로 진출하면서 램프 협력사인 자사에게 현지 투자를 요청했지만 현지의 열악한 환경과 투자여건 등으로 현지 진출을 거부했다.

그건 자사뿐만 아니라 여러 대다수의 협력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남미 지역은 위험부담이 컸다.

그 까닭에 한국 자동차는 현지 회사를 이용해서 부품을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품 양산은 현지 협력사를 이용하더라도 그 부품을 찍어내는 금형 및 설비는 국내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자사는 브라질 현지에서 생산할 금형을 생산해서 현지 협력사에 인수인계해주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문제는 현지의 공장 설비 및 생산조건이 국내나 다른 해외공장과는 다른 까닭에 금형 이관 이후에 생산에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완성차에서는 현지 양산 공급 불안정을 금형설비 문제에 있다는 뚜렷한 근거 없는 이유로 투자비용 지급을 보류한 것이다.

자사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현지에 자사 엔지니어를 파견해 현지 부품협력사의 생산라인 안정화 작업까지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는 비용이 발생했다.

이과장은 투자비 견적에 그런 예상치 못한 비용을 반영하지 못했고 경영진에서는 그 비용을 고객사(완성차)에 청구해서 회수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지만 그걸 호락호락 지급할 고객이 아니다.

이과장 그 비용 회수 관련 건으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중이다.



"봉래씨 부사수로 붙여주지 않았어요?"


"아~ 그 핏덩이한테 이런 일을 우찌 맡기냐? 인도 업무만 조금씩 시키고 있어"


"이과장님 고생이 많으시네요"


“고생하면 뭐하냐? 고생만 더 생기지 후우~”


“과장님도 경력으로 입사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 그러고 보니 너랑 비슷하게 온거 같네 대리 초봉으로 입사했었으니까”


“인도 가서 고생 엄청하셨다고 들었어요”


“휴~ 그 때 생각하면 토할꺼 같다 정말”


“지금의 인도 공장 영업개발 프로세스도 과장님이 다 셋팅하신거라면서요?”


“진짜 그 때 개고생했지, 뭐 너도 지금 만만치 않은 거 같던데... 경력직이란게 참 쉽지 않아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네?! 그게 무슨?”


“진짜 죽을 힘을 다해 파닥거려야 살아! 뭐 그렇게 하는 환경 속에 집어넣는 것 같기도 하구, 한마디로 시험대에 올리는 거지, 실력이 있는 놈인지 없는 놈인지 테스트하는 거지, 거기서 통과하면 살아남는 거고 아니면 나가리 되는 거야”


“···.”



이노총 과장은 일본 현지의 "M" 중공업에서 근무하다 이직해 온 나름 해외파 고급 인력이다.

일본에서 살다와서 일까 꽤 도수가 높은 네모난 안경에 항상 정리되지 않은 머리가 오타쿠를 연상케 한다.

경력직 대리로 입사해서 당시 초기 인도의 자사 공장 영업개발을 도맡아서 공장의 안정화에 큰 역할을 했다.

그 덕에 지금 인도공장은 매출과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당시 경영진에서는 이과장을 현지 주재원으로 파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과장은 인도 해외출장 중에 현지에서 비자가 만료된 지도 모르고 체류하다 공항 세관에서 걸려서 현지에서 영구 추방을 당하는 바람에 회사의 계획이 무산되었다.

이과장은 현지 장기 출장 중에 업무 때문에 비자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핑계를 둘러댔지만 내 생각에는 그가 인도로 파견가지 않으려 회사의 의도를 미리 간파하고 했던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왜냐하면 그는 회식자리에서 상사들의 심심찮은 현지 파견 얘기에 항상 해외 오지에서 노총각으로 쓸쓸히 늙어가기 싫다는 변명으로 그들의 동정심을 유발했다.

사실 얼마 전 처음으로 인도 현지 공장 출장을 다녀온 봉래씨의 말로는 정말 극한의 오지체험을 다녀온 것 같다는 말에 이과장이 왜 저런 말을 하나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만약 인도에 파견 갔다면 그의 말대로 해외 오지에서 노총각 귀신이 되어 구천(九泉)을 떠돌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인도 파견의 난관을 피했지만 또 다시 브라질 이라는 주차장의 덫에 걸려 두 번째 도마 위에 올라 앉은 모양이다.



“뭐~ 너도 보니까 도마 위에 올라 있는 거 같은데 큭큭”


“예?! 하하하 그런 건 가요”


“넌 용케 잘 버티고 있다 응 하하”


“예? 그게 무슨 말이신지”


“아.. 아냐 암것도 하하”



이과장은 갑자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좀 전과는 다르게 얼굴 표정이 바뀐다.

나는 그가 뭔가 내가 모르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다른 말을 꺼내 그를 안심시킨다.



"이과장님은 결혼 안 하세요?"


"야~ 너까지 왜 그러냐?"


"예?!"


"아~참 이노무 대한민국은 다들 왜이리 남에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지..."


"죄송합니다."


"아니~ 뭐 너한테 하는 얘기는 아닌데... 그런 넌 왜 결혼 안 하냐?"


"네?! 그러고 보니 제가 할 말은 아니네요 하하하"



다른 주제가 그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쓴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는 일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서인지 여기 와서 한국사람들의 오지랖에 적지 않은 혐오를 느꼈다고 한다.

처음 입사했을 땐 윗사람들이 그런 말과 행동을 보일 때면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몰라 꽤나 당황했다고 한다.

지금은 뭐 능글능글한 능구렁이가 다 되었다.



"너 퇴근 좀 해라!"


"해... 해야죠"


"니 덕에 구과장 요즘 신난 거 같더만 큭큭큭"


"..."


"너 오기 전에는 맨날 죽을 상이었는데... 너 오고 나서 일이 술술 풀리나 봐 라인도 생겨, 애도 생

겨 맨날 휘파람 불고 혼자만 신났어”


"그... 그런가요?"


"걱정된다 정말..."


"뭐가요?"


"담배 있냐?"



그는 자신의 빈 답배갑을 확인하고는 나에게 담배를 한대 빌려 불을 붙인다.

그는 깊게 담배를 빨아들이고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사실 말이야..."



그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내게 가까이 다가 오라고 손짓한다.



"너가 지금 제일 오래 버텼어 글고 니가 벌써 세 번째야!"


"예? 무슨 말이에요?"



내가 입사하기 전에 구과장의 부사수로 2명의 신입사원이 내 자리를 거쳐갔다고 한다.

첫 번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외대의 중국어 동시통역학과를 나온 여자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여자라는 것 때문인지 구과장이 꽤나 인내심을 가지고 그녀를 가르쳤다고 한다.

하지만 인내는 결국 더 큰 폭발 원인이 되고 말았고 그의 단 한 번의 폭발에 그녀는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위에서는 거칠고 보수적인 자동차 영업에 여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그는 별다른 질책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중국국적의 남자였다.

인사팀에서는 향후 중국 로컬 영업까지 고려해서 중국 직원을 뽑았다.

중국어는 물론이고 한국어에 영어까지 가능한 인재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구과장의 에너지를 받아내기에는 내공이 부족했다.

그도 적지 않은 내상을 입고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들어온 것이 나였다고 한다.

다들 과거 있었던 사실을 나에게 철저히 비밀로 하라는 지시가 있어 아무도 나에게 얘기를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야 비밀이다 내가 얘기했단 말 어디 가서 하면 안 돼!"



그 말을 듣는 순간 뭔지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그 동안 스스로를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그에게 질책인지 갈굼인지 모를 언행을 마주할 때마다 처음엔 그를 미워하다가도 나중엔 나 자신이 미워졌다.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 속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사무실에서 혼자만 쓸모없는 인간으로 낙인찍힌 듯한 기분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였구나’



나도 이과장과 같이 지금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앞에 두 마리의 생선은 목이 잘려 나갔다.

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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