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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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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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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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1화. 식구(食口)라는 또 다른 가족 (시즌2-30)

DUMMY

"오늘은 안 에스더 목녀의 간증을 들어보려 합니다."


계속되는 토요일 근무로 부산에 내려가지 않은지 몇 달이 된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요일 오후 교회 예배당으로 향한다.

딱히 갈 곳이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그냥 예배당에서 사람들 속에 묻혀 라이브 반주에 목소리를 높여 찬양을 따라 부르다 보면 전날 마신 술도 깨고 기분도 좋아지는 걸 느낀다.

갑갑한 노래방보다는 탁 트인 공간에서 소리 지르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그녀가 단상에 올라간다. 청중을 한 번 둘러보고 크게 한 번 숨을 들이키고 천천히 말문을 연다.



"전 어린 시절 어머니를 하나님 곁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전 아버지 손에 자랐습니다. 그는 어머니나 하나님처럼 저를 사랑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는 저를 성적 노리개로 쯤으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전 아버지의 성적 학대와 폭력 속에서 지우기 힘든 상처를 받았습니다. 현재 저의 아버지는 교도소에 있습니다. 며칠 전 그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를 용서했습니다."



예배당의 사람들은 그녀의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간증에 다들 숨죽여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나 또한 그녀에게서 눈과 귀를 뗄 수 없다.

예배당에 잠시 적막이 흐르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전 지금 사회복지사로 성폭력 방지 센터에서 심리상담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그 시련과 상처를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저를 받아주지 않으시더군요. 절 쓰실 곳이 있었나봐요. 사실 제가 겪은 상처는 타인의 상처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감싸줄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주시려고 했던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은 저로 하여금 어둡고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을 감싸안는 일을 시키시려고 하신 모양이예요."



그녀의 차분하지만 임펙트 있는 말은 청중을 집중시킨다.

둘러본 예배당 안에는 같이 눈물 흘리며 그녀의 아픔을 공감하는 사람과 충격에 휩싸여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사람 두 부류로 나뉜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왜 감추고 싶은 과거를 굳이 들춰내어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절대로 개인적인 아픔이나 상처를 직장동료들과 공유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누가 얘기했던가 '아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라고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아픔을 나누면 더 큰 아픔을 가져다주고 기쁨은 나누면 타인의 시기 질투를 낳을 뿐이었다.


인간은 본디 겉과 속이 다른 동물이다.

그렇게 살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것이 인간 세상이다.

삶은 전쟁과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동양 최고의 고전 <손자병법>에서도 어떻게 상대를 기만하고 나를 위장할지에 대해 강조한다.

인간 세상은 올바르게 살아라는 또 다른 고전<논어> 속 공자의 말씀과 달리 세상은 전쟁터와 같으며 상대의 약점을 간파하고 기회를 틈타 전세를 뒤집는 철저하게 전략적인 삶을 살아야 된다고 얘기한다.

웃긴 건 교과서에서는 공자의 말씀처럼 올바른 사람을 얘기하면서 세상은 손자의 처세술에 따라 승리하는 사람을 지향한다.

여기 교회 예배당에 앉아 있는 자들도 매주 성경과 목사의 말처럼 예수의 선한 가르침을 듣고 있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손자병법서의 처세술에 따라 살아가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어찌 보면 여기 예배당에 앉아 선한 가르침을 듣고 있는 것 또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기만 전술의 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선한 가면을 쓰고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와 내면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한다.

허나 지금 강단 위에 서 있는 안에스더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녀는 처세술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다들 놀라셨죠?"


"언니~ 괜찮아요?"


"응 괜찮아 고마워"



예배가 끝나고 목장 멤버들이 교회 식당에 모여 앉았다.

띠아오챤은 안 에스더에게 손수건을 건넨다.

도 울었는지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다.



"貂蝉!你都听懂了?”(띠아오챤! 너 다 알아듣는 거야?)


“差不多啊”(대부분요)


“哇! 这小孩子!韩语听力还不错嘛”(와~ 쪼마난게 한국어 리스닝 수준이 대단한데)


"大叔! 你别小看我!”(아저씨! 저 너무 얕보지 마요)


"别别!你们俩 别吵架了 吃饭吧!” (그만! 그만! 말싸움 그만하고 밥 먹어!)



띠아오챤(貂蝉),

그녀는 대구의 Y대학교에서 유학중인 중국학생이다.

언어에 소질이 있는지 한국에 온지 2년밖에 안되었는데도 한국말을 곧 잘한다.

뽀얀 피부에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듯한 볼살과 턱살 때문에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한 얼굴이 중학생이라고 해도 알아챌 길이 없을 정도로 어린 티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녀는 나름 신경써서 한 듯한 얼굴 화장과 각종 액세서리로 온몸을 치장을 했지만 아이 티를 벗어내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그런 외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교회에서 그녀와 몇 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반말과 함께 어린애 대하듯 행동했다.

그녀는 그런 나의 태도에 적잖히 불만이 쌓인 모양이다.

띠아오챤과 나의 말타툼에 조선족 최 씨 아주머니가 끼어들며 상황을 종료시킨다.



안 에스더는 좀 전까지 강단에서 보이던 슬픈 표정은 온 데 간데 없이 비가 개인 뒤 화창해진 날씨처럼 활짝 웃으며 우리들을 바라본다.

그녀의 간증이 화제는 화제인 듯 보인다.

식당 안에는 우리 쪽을 힐끔거리며 숙덕거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요한은 옆에 앉아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등을 쓰다듬는다.

그는 그녀의 아픔을 나눠가진 유일한 사람인 듯 보인다.



"뭘 그렇게 봐요~ 희택 형제!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하하하"


"아... 아니에요"



나는 안에스더를 한참 쳐다보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뭔지 모르지만 그녀에 대한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껴진다.

그것이 호기심인지 동정심인지 아니면 그 다른 무엇인지 설명하긴 힘들지만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된다.

그녀의 간증이 나에게도 적잖은 충격과 신선함을 던져준 것이 분명하다.



“大叔! 干嘛你盯着看人家的脸, 吃饭!”(아저씨! 왜 사람 얼굴을 그리 뚫어지게 쳐다봐요 밥이나 먹어요 밥!)


“你别说大叔, 好不好!"(너 아저씨 소리 좀 하지 말지)


“向大叔叫大叔有什么问题吗?”(아저씨를 아저씨라 부르는데 뭐가 문제예요?)


“大叔是已婚的男人,我不是已婚的呀”(아저씨는 유부남이고 난 총각이야)


"我不管!” (전 상관안해요!)


"아놔! 진짜 요즘 애들은 참..."


"하하하 둘이 왜 그래요? 싸우지 마요, 요한! 얘네들 뭐라는 거에요? 얘네들 좀 말려봐요"


“응 알았어요, 你们俩冷静点儿好不好?这里是教会不是你们热闹的地方。 喜宅哥! 你是哥哥嘛。你别惹她怎样?你关怀她吧, 还有貂蝉! 你也顺从听哥哥的话好不好?” (둘이 좀 진정하면 안되겠어요? 여긴 교회예요 당신들이 떠들고 하는 곳이 아니예요. 글고 희택형! 형이 오빠잖아요.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게 어때요? 그녀를 좀 배려해요 그리고 띠아오챤! 너도 오빠 말 좀 듣는 건 어떻겠니?)


“알겠어, 요한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네.”


“···. 저도 죄송해여”



요한 목자의 중재로 나와 띠아오챤의 말싸움은 진정되었다.

그는 가정 교회에서 중국 목장을 이끌고 있는 목자이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말과 행동은 나보다 어른스럽다.

그 때문인지 그를 대하는 나의 행동은 조심스럽다.

요한은 최씨 아주머니와 같은 연변 조선족이다.

남자가 봐도 준수하고 잘생긴 외모에 말투도 조선족 사투리가 없이 표준어를 구사해서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가 조선족일거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는 중학교 때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왔고 식당과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뒷바라지로 한국의 인(in)서울 유명대학 공과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해 다니다가 직장 내 차별을 견디다 못해 일년 만에 회사를 나왔다.

일년 전 그의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 이후 어머니와 이곳 대구로 내려와 대학교 앞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부터 교회를 다니며 하나님을 말씀을 따라서 살아가는 신실한 신앙인이다.

그와 안에스더의 만남은 대구의 어느 지하철 역에서였다.

당시 안에스더는 심각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

그녀는 지하철 플랫폼 끝단에 서서 달려오는 멀리서 들어오는 지하철을 보고 철로로 뛰어내렸고 그것을 본 요한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철로로 뛰어내려 그녀를 구했다.

그 일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요한은 홀로된 그녀를 보듬어 감싸 안았고 하나님 품으로 인도했다.

그의 정성어린 관심으로 안에스더는 기나긴 우울증과 공황장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그의 사랑과 신앙심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둘은 연인관계를 넘어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고 교회에서는 두 남녀의 모습에 많은 귀감을 받고 있었다.



“자! 그럼 둘이 서로 사과해요 어서!”


“···”


“···”



안에스더의 말에 나와 띠아오챤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말없이 쳐다본다.

그녀는 갑자기 나의 손을 잡아 끌더니 띠아오챤의 손과 맞잡게 한다.

그리곤 나를 인자한 미소와 함께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对不起 我错了”(미···안, 오빠가 잘못했어)


“没有我就对不起你,我不应该你这样”(아···아녜요, 제가 미안해요, 오빠를 못살게 군거 같아요)


“둘이 화해 한거 맞지? 하하”


“자 그럼 오늘 목녀가 간증도 하고 둘이 화해도 했으니 기념으로 제가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쏘겠습니다.”


“우아~ 난 베스킨라빈스!”


“오케이”



요한의 말에 최씨 아주머니의 어린 딸인 향미가 가장 좋아 펄쩍펄쩍 식당 안을 뛰어다닌다.

그런 애란의 모습에 다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우연히 발을 디딘 교회에서 또 다른 가족이 생긴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들과 만나 같이 식사하며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것이 이제 점점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피를 나눈 것만이 가족은 아니다.

밥을 먹으며 삶을 나누는 것 또한 가족이다.


그래서 식구(食口)라는 또 다른 가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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