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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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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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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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33화. 눈을 치켜뜨다 (2-52)

DUMMY

"전대리! 진짜 살아 돌아왔네!"


"뭐냐 너가 예수냐 뭐냐? 장사한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고 큭큭큭”


“뭐 완전 멀쩡한데... 근데 다시 살아 돌아온 기분이 어때?"


"야~ 전대리! 정말 불사신이야, 머리에 쇠못이 박혀도 살아나고..."


"사고 소식 듣고 다들 전대리님이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정말 다행입니다."


"어이! 전대리 이제 일 좀 해야지, 새 생명을 얻었으니 이제 좀 달라진 모습으로 일 좀 잘해보자!"



나의 회사 복귀에 해외영업팀 팀원들은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각자 한 마디씩 던지며 나를 맞이한다. 그 와중에도 항상 찬물을 끼얹는 건 역시나 구과장이다.

근처 타 부서 직원들도 나의 소문을 들었던 모양이다.

여러 명의 직원들이 나의 자리를 기웃거리거나 멀리서 바라보며 수군거린다.

이런 대중의 관심이 어색하다.


자고로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은 사고를 치는 것이다.

훌륭한 일을 해내서 혹은 선행을 많이 해서 세간의 관심을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믿기 힘든 사고나 충격적인 악행은 단시간에 세상의 관심을 독차지하기 마련이다.



"전대리, 정말 괜찮은 건가?"


"예, 괜찮습니다. 부사장님!"



영업 본부장 이웅재 부사장의 호출에 그이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는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온다.

가볍게 나를 안고 등을 다독여주는 것으로 나를 맞이한다.



"믿을 수 없는 일이구만 정말 하늘이 도운거야, 나도 한 때 간암으로 저 세상 갈 뻔 했던 적이 있지. 뭣도 모르고 나 잘난 척 날뛰다가 결국 사형선고를 받은 거지... 불행이란 정말 예측할 수 없이 순간에 찾아오는 것 같더구만. 다행히 지금은 이렇게 완쾌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말야. 돌이켜보면 그때 그 불행이 없었더라면 난 아마 아직도 옛날 개망나니 모습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을 걸세 허허허"


"아... 부사장님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자네에게도 분명 이번 일이 삶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 어쨌든 이렇게 다시

살아 돌아온 걸 환영하네, 다시 열심히 해봄세!


"예 말씀 감사합니다."


"참! 인사팀에서 찾는 거 같은데 한번 가보게!"


"예"



사람들은 죽음의 문턱에 다가서면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자신이 헛되이 살아온 것을 후회하며 자책한다.

하지만 이미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동안 자신의 삶 속에서 쌓아오고 지켜온 그 모든 것들이 의미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과거 사소하게 여겼던 누군가와의 짧은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다른 것에 밀려 잊혀지고 소외된 것들은 지금 쌓여있는 무언가를 위한 당연한 희생이었다.

그 희생은 지금 쌓아놓은 것들로는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한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 속에서 무엇이 선택하느냐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대부분 그 선택의 판단 기준이 눈에 보이는 것에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머리와 몸은 따라가지 않는다.

세상은 나의 내적인 가치보다 외적인 가치에 더 집중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외적인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사용하며 존재감을 찾는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최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다른 것들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죽음을 경험한 자들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곤 한다.

죽음의 목전에서 떠올렸던 후회들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 같은 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셨어요? 전대리님, 소식 전해 들었어요.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시원한 이마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여자는 처음이다.

그 매끈하고 하얀 이마 양쪽으로 흘러내린 짙은 갈색 생머리가 이마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보통 수컷이 암컷을 향한 시선은 얼굴을 제외하곤 대부분 성적 호감을 자극하는 부위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물론 상대방이 거북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동한다.

하지만 오래 머물거나 자주 찾는 곳은 정해져 있다.

나 또한 보통의 수컷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상하게도 그녀를 볼 때면 그녀의 이마에서 시선이 멈춰있곤 했다.

그러면 그녀는 순간 눈을 치켜뜨며 손을 이마 쪽으로 가져다 대곤 한다.

그러면 나는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



DG오토모티에 입사 후 얼마가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밤새 눈이 엄청 쌓였다.

기숙사 아파트 문을 열고 나와 내려다본 세상이 온통 하얀 솜을 덮은 듯하다.



"아쒸! 이건 뭐 차가 눈 속에 파묻혔구만!"


논두렁 옆에 주차해놓은 차는 하얀 솜이불에 덮여 잠자고 있다.

도로로 나가는 논두렁 길이 눈으로 덮여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논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도저히 자동차로 출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통근버스 올 시간이네, 조금만 서두르면 충분히 탈 수 있겠는데···”



이럴 때 차를 끌고 나갔다간 일이 터지기 마련이다.

차를 포기하고 아파트 뒤쪽으로 처벅처벅 걸어 나간다.

그곳에는 회사 통근 버스가 정차한다.

마침 통근 버스가 올 시간이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집고 걸어간다.

아파트 뒷문에 나지막한 길을 5분여를 걸어가면 또 다른 논두렁길이 나온다.

그곳에 통근버스가 정차한다.

기숙사에 사는 생산직 직원이나 아직 자가용이 없는 신입사원들이 주로 이용한다.

나같이 경력 있는 사무직 직원들은 사실 통근버스를 탈 일이 거의 없다.

출근이야 통근 버스를 이용한다지만 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무직에게는 귀가할 차가 없다.



“으윽! 아놔~ 이거 길이 개판이구만”



아파트 뒷문 쪽으로 나있는 길 상태는 심각했다.

아침 햇살에 눈이 녹아서 앞서 지나간 사람들의 발걸음 때문에 눈과 흙이 믹싱 되어 마치 초코쉐이크처럼 변해 있었다.

푹푹 빠지는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쉽지 않다.

멀리 앞 쪽에 아이보리 코트를 입은 한 여자가 그 길을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간다.

아파트 내리막길과 또 다른 논두렁 길이 만나는 지점에 버스 정류장 팻말이 서 있다.

내가 그녀를 따라잡을 때 즈음 정류장에 도착했다.

나와 그녀는 정류장 팻말이 세워져 있는 곳에 멈춰 섰다.

그녀는 고개를 내밀어 버스가 오는 방향을 바라본다.


그때 그녀의 얼굴이 눈 안에 들어왔다.

아니 그녀의 새하얀 이마가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그녀의 이마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이 난다.

그녀는 이마를 응시하고 있는 나를 눈치챈 모양이다.

그녀는 눈을 치켜뜨며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댄다.

순간 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그녀는 그런 나를 언짢은 눈으로 한 번 흘겨본다.



“처벅 처벅!”



그녀는 진흙으로 범벅이 된 어그부츠를 들었다 놨다 하며 덕지덕지 들러붙은 진흙을 떼어내려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신발 바닥은 진흙에 진흙 더 붙일 뿐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길가에 떨어진 나무 꼬챙이를 주워 나의 구두에 묻은 진흙을 긁어낸다.

그리고 그녀에게 꼬챙이를 건넨다.

어그부츠를 바라보던 시야에 들어온 나무 꼬챙이에 고개를 들어 나를 다시 쳐다본다.

언짢던 눈은 의아한 눈으로 바뀌었다.



"고... 고맙습니다."


"길이 엉망이죠? 아스팔트라도 좀 깔아주던지 하면 좋을 텐데"


"그··· 그러게 말이에요"


"DG 신입사원인가 봐요? 전 해외영업팀 전희택 대리입니다."


"아! 대리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전 이번에 신입으로 입사한 인사팀 배유진이라고 합니다."


"같은 신입이네요"


"예?!"


"경력 신입! 하하하"


"아?! 네 하하하"



서로를 경계하던 모습은 사소한 호의와 대화로 어느새 화기애애하게 변하고 있다.

너무 사소해서 무심코 넘어가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은 사소한 일로 기뻐하고 슬퍼하며 살아간다.

그 사소함의 빈번함이 바로 행복이 된다.

이른 아침 새하얀 세상에서 해맑게 웃는 새하얀 그녀의 모습은 마치 천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천사가 있다면 분명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유진과의 첫 만남은 하얀 눈밭과 하얀 이마 그리고 눈을 치켜뜨던 모습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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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5화. 나쁜 예감 (시즌 2-64) 22.08.27 44 1 11쪽
144 144화. 같은 노동 다른 계급 (시즌2-63) 22.08.23 54 1 7쪽
143 143화. 식혜와 삶은 계란 (시즌2-62) 22.08.23 4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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