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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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솔
작품등록일 :
2022.09.15 01:46
최근연재일 :
2024.04.20 20:1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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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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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함 뜰까?

DUMMY

동훈은 반사적으로 반왕의 기사들을 떠올리고 몸의 긴장을 끌어올렸지만 이내 풀어냈다.


마차와 수레, 일꾼으로 이루어진 상단 일행이었다.


‘더 벨룸은 탈것이라곤 없었는데. 다 베르 타고 다녔지 말 타고 누가 다니냐고. 탈것은 경쟁 게임이었던 워후warwho나 어스Earth에서 있던 시스템 아냐.’


동훈은 근본겜 더 벨룸에서 웬 탈것이냐고 꼰대처럼 투덜거리며 말발굽 소리를 내는 쪽에 시선을 던졌다.


상단 주변에는 무장한 용병 몇이 험악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용병들뿐 아니라 마차 주변에 붙은 일꾼들도 각기 무장을 한 상태였다.


상행은 고난이었다. 이 시대의 상행이란 더욱 그랬다.


험난한 지형, 들끓는 몬스터와 재해와 같은 날씨는 상행의 큰 장애물이었지만 그 무엇보다 상행을 어렵게 만드는 건 바로 사람이었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가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움직이는 상단은 많은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일종의 움직이는 돈주머니였다.

물건을 보면 마음이 생긴다고 전업 도적뿐만 아니라 본업이 있는 자들도 상단을 보면 일일 도적으로 전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상단이 상행을 나서려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무력이었다.


“비켜서라! 우리는 주르미엘 상회다!”


용병 하나가 동훈을 향해 위협적으로 외쳤다. 그의 말투 안에는 걸어 다니는 소시민을 향한 옅은 무시가 담겨있었다.


동훈도, 반다르도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비켜서라는 말에 동훈은 은근히 관도 중앙 쪽으로 몸을 붙였다. 비키라고 소리 지르지만 않았어도 비켜줬을 텐데 윽박지르니 더 따르고 싶지 않은 느낌이랄까.


이젠 누가 봐도 동훈을 피해 마차가 지나가려면 관도 밖 진창을 밟고 가야 했다.


“비키라니까! 관도 밖으로 물러나!”


처음 소리쳤던 용병이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위협적으로 앞으로 나섰다. 허리춤에 찬 칼집이 그의 허리띠 장식과 부딪히며 살벌한 소음을 만들었다.


분명 동훈과 반다르가 관도 옆으로 살짝만 비켜서도 지나갈 길이 충분히 나올 텐데 안전확보가 뭐라고 용병은 과한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는 동훈과 반다르가 관도 밖 진창에 발을 담그길 바라는 듯 보였다.


참지 못한 반다르가 앞으로 나서려 할 때 동훈이 그보다 앞서 나섰다.


‘성격 급한 노인네, 괜히 문제만 만들 거야.’


앞으로 나선 동훈이 상단 일행에게 들리도록 크게 외쳤다.


“당신들이 전세 낸 길도 아닌데 같이 좀 갑시다! 자기가 길 깐 것도 아니면서 유세 부리네?”


그렇다고 동훈의 성격이 온화한 건 아니었다. 동훈의 급발진에 반다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반다르 또한 동훈의 내재적 광기가 있음을 짐작하고 나서려 했던 것인데 이번엔 동훈이 빨랐다.


더 벨룸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럴 것이다.


꿀리면 뒤진다.


서로 예의 차릴 땐 차려야 했지만 먼저 시비를 걸어오는데 한 수 접고 들어간다? 그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고 혈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었다.

혈원이 어디서 맞고 돌아오면 그것만큼 혈 식구로서 화나는 일도 없으니. 동훈 역시 무작정 참는 법이 없었다.


용병은 세게 나오는 동훈의 일갈에 오히려 당황했다.


‘저 평민은 무슨 자신감으로 내게 큰소리치는 거지? 제 아비를 데리고 있어서 그런가?’


동훈과 반다르를 부자 사이로 오해한 용병은 동훈의 급발진을 합리화하려 노력했다. 평민이 칼 든 용병에게 개기는 건 미친놈 행동이니까.


칼을 든 용병은 평민들 입장에서는 걸어 다니는 재앙과 다름없었다. 그런 재앙에게 저런 식으로 말하는 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이라면, 나온 간을 칼로 째주는 게 그가 할 일 아니겠는가.


당황은 금방 가시고 그 자리에 분노가 채워졌다. 안 그래도 오랜 상행길에 피로가 누적된 차였다.

화풀이 대상을 제대로 만난 듯 용병은 칼을 뽑아들었다.


챙!


거친 칼의 단면이 칼집을 긁고 나오며 무서운 소리를 냈다. 용병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위협했다.


“뭐? 이 버러지 같은 것들이!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평민 따위가 상단의 길을 막으려 들어? 네 아비와 한 자리에 묻어주랴?”


동훈은 그가 칼을 뽑아든 것이 기꺼웠다.

저 용병놈,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었는데 먼저 칼 뽑았으니 정당방위 아니야?


안다. 이 시대에 정당방위가 어딨고 이유 없이 사람을 죽여대도 죄를 물을 사람은 없다는 거.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일방적으로 가해하는 건 양심에 찔리잖아.


“당신이 먼저 칼 뽑았으니 나도 뽑아도 불만 없겠죠? 나중에 칼 맞고 합의해달라느니 그런 소리 하면 안 됩니다.”


동훈은 죽임 삼형제와의 전투로 인해 이미 칼을 꺼내놓은 상태였다.

게임에는 존재하지 않던 칼집도 현실 서버의 더 벨룸에서는 친절하게도 그것을 칼에 붙여 서비스로 줬기 때문에 허리춤에 칼을 차놓을 수 있었다.


스릉!


동훈의 칼이 용병의 칼과는 비교할 수 없이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용병은 그를 보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칼에 조예가 깊은 이라면 동훈의 칼이 칼집을 벗어날 때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는 것에 주목할 테지만 그는 하루 벌어먹고 하루 사는 데에 급급한 하급의 용병이었다.


게다가 합의 어쩌고 하는 못 알아들을 소리만 하는 거 보면 그냥 미친놈 아니겠나.


서늘한 빛을 내뿜는 범상치 않은 칼을 보았지만 그에 비해 평범한 칼집을 보곤 속단한 것이다.


“허, 내가 칼밥 먹어온 세월만 5년이야. 어디 괜찮은 칼을 주워 으스대고 싶나 본데 상대 잘못 골랐어!”


용병은 칼을 뽑아든 동훈을 향해 힘차게 달려들었다. 흐아앗!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앞으로 칼을 내질렀다.


캉!


동훈의 칼과 용병의 칼이 부딪히는 순간 용병의 칼은 이가 크게 나가고 말았다. 아마 용병이 칼을 충분히 세게 휘둘렀다면 동훈의 칼이 용병의 칼을 두 동강 내버렸을 것이다.


“힘이 그것밖에 안 돼? 칼밥 5년 먹었다더니 대부분은 끼니를 걸렀나 보지?”


용병은 동훈의 칼과 맞부딪히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의 상대가 아니란 것을.

용병은 동훈의 칼을 전혀 밀어내지 못했고 오히려 칼을 내리치는 순간 사람이 아니라 바위를 내리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훈의 도발은 용병의 화를 돋웠다.


“이, 이 자식이! 날 모욕하지 마라!”


용병은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자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도 화를 이기지 못했다.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한 용병은 반쯤 이성을 잃었다.


납득할 수 없는 건 없는 거고 실력 차이는 명확했다.


원래 칼밥 먹는 이들의 운명이란 누군가의 칼에 스러지는 것 아니던가. 용병은 부나방처럼 동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캉!


동훈의 칼과 용병의 칼이 부딪친 순간 이미 일전의 충돌로 잔뜩 무리가 간 용병의 칼이 깨지고 말았다.


쩌적!


칼의 허리가 부러지고 칼조각이 튀어 용병의 얼굴을 날카롭게 훑고 갔다. 가장 커다란 조각인 칼의 조각은 하늘로 치솟았다가 빙글빙글 돌며 땅으로 떨어졌다.


챙그랑!


“아악!”


용병은 너무나 두려워 비명을 질렀지만 칼의 파편은 그의 양 볼과 눈가를 찢어놓았을 뿐이었다.


목숨을 부지한 것을 깨달은 용병은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동훈을 바라봤다.

그는 지금 자신의 머리가 목 위에 붙어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상황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반다르는 가장 선두를 달리던 용병이 용병대의 중요 인물이란 걸 알고 있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용병대가 상단에 귀속된 용병대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반다르는 이쯤에서 일을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훈이 멋모르는 용병을 충분히 혼내줬으니까.


“세마엘 부회주! 나 반다르요. 당신이 이쪽 상행을 다닌다는 걸 알고 있소,”


나선 용병이 소란을 해결하길 기다리던 상단 일행은 반다르의 외침에 분주해졌다. 그들을 이끄는 상단의 행수가 세마엘 부회주였기 때문이었다.


용병과 칼을 나누던 자의 일행이 행수의 이름을 불러대자 그들은 깜짝 놀라 행수에게 말을 전하러 간 것이다.

그저 길을 가는 평민이라 여겼는데 상단의 총책임자와 아는 사이라는 것 아닌가? 한껏 무시했더니 사장님과 아는 사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공포랄까.


이윽고 마차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다르? 동부 수해 지대의 반다르 대장님? 비켜봐라. 내가 직접 확인해봐야겠으니.”


남자, 세마엘은 반가운 이름을 들었다는 듯 마차에서 튀어나왔다.


“오랜만이오, 세마엘.”


미소를 띠고 담담하게 인사하는 반다르를 본 세마엘은 울먹거리며 양팔을 펼치며 반다르에게 다가왔다. 너무 감동한 나머지 포옹이라도 할 것 같은 몸짓이었다.


“반다르님! 이런 외진 남쪽 변방에서 당신을 뵙게 될 줄이야!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이 그 날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반다르는 세마엘의 포옹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오랜만이오, 부회주. 능청은 여전하군.”


“능청은요. 다 반다르님을 만나서 반가워 이러는 거지요. 우리의 오랜 우정이 빛바랬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세마엘, 원한은 잊어도 은혜는 잊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친근하게 굴어오는 세마엘은 인간을 너무 좋아하는 돼지 같은 모습이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부비기라도 할 기세인데.


상인 특유의 넉살이 유별난 세마엘은 사람 앞에서 알랑거리는 재주가 뛰어났다. 그는 그것이 상인으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다.


동훈 또한 세마엘의 영업쟁이 특유의 넉살을 꿰뚫어 보았다. 영업 뛰는 사람이 대개 가질 법한 억텐에서 비롯된 에너지 넘치는 외향성. 세마엘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었다.


‘와, 이 아저씨는 어디 떨어뜨려 놔도 잘 살겠네. 넉살 봐. 우리 회사에서 일해도 실적왕 정도는 가볍게 찍겠는데? 저 넉살에 뭐 하나 안 사주는 사람이 어딨겠어.’


세마엘은 호탕하게 웃으며 반다르를 마차로 인도하려 했다.


“껄껄, 반다르님께서 펠리페 성으로 가시는 거라면 함께 가시죠! 저희도 마침 펠리페 성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반다르는 마차에 오르라는 세마엘의 제안이 꺼려지기도 했고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말을 꺼냈다.


“자네 상회 사람과 다툼이 있어 사람이 상했네. 선두에 선 용병이 말을 거칠게 하더군. 그와 대화를 나누다 다툼이 일어나 칼부림까지 하게 됐네. 이쪽은 내 동료, 디오르라고 하네. 디오르가 그와 맞섰지.”


엉겁결에 소개를 받게 된 동훈은 웃음 지으며 악수를 건네는 세마엘의 퉁퉁한 손을 쥐게 되었다.

격하게 팔을 흔들며 세마엘은 조금은 오버스러운 인사를 했다.


“주르미엘 상회의 세마엘이라고 합니다. 젊은 영웅이 아주 훤칠하신 게 대륙을 놀라게 할 인물이 여기 있음을 이제 알았습니다. 반다르 님은 제가 아는 훌륭한 분이시니 같이 다니는 디오르 님의 인품이야 물어 뭐하겠습니까. 하하하!”


동훈에게 금칠하는 세마엘.

동훈은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훤칠하지도, 싸움을 그리 잘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의 칭찬 일색의 말빨은 오히려 너무 과장 일색이라 세마엘 특유의 능청과 어우러져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세마엘은 말을 이어갔다. 반다르가 이야기를 꺼낸 갈등을 봉합하려는 모양새였다.


“피차 오해가 있어 실력을 겨루는 일이야 흔한 일 아니겠습니까? 제가 용병대장에게 주의를 주겠습니다. 상회와 계약된 용병인데 수완이 좋아 선두를 맡겼더니 웬 말썽을. 참.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별일 아니라는 듯 멋쩍게 웃은 세마엘은 중재를 하고자 선두에 있을 용병대장을 찾았다.


하지만 그가 찾는 용병대장은 보이지 않고 동훈과 맞붙었던 용병이 어쩔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을 발견했다.


세마엘은 동훈과 한 판 붙어 엉망이 된 용병을 보고는 물었다.


“응? 대장은 어디 가고 네가 일행의 선두를 맡고 있던 거지? 응?”


보자 하니 원래 선두에 서던 인물이 아닌 놈이 선두에 서서 일행을 이끈 모양이었다.

세마엘은 금방이라도 일행을 향해 용병대장을 불러오라 소리칠 것 같은 얼굴로 언짢아했다.


어느 회사 부사장이 엉망이 된 인사체계를 보고 격노한 상태라고 비유하면 이해가 빠르려나.


부사장이 빡쳤으니 그 밑에 사원들은 죽을 맛인게 당연했다.


동훈과 붙었던 용병은 피가 줄줄 흐르는 엉망이 된 얼굴에 사색을 띠고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훈이 신입사원 때 상사가 어중간하게 알고 있는 걸 물으면 표정이 딱 저러했다. 뭔가 격하게 어필하고 싶긴 한데 자세히 알지는 못해서 잔뜩 얼버무릴 때의 표정.


“부회주님, 사실 제가 대장의 후계자로서 대장의 일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제 역량을 늘려주기 위해 잠시 대장이 일행의 후미로 가 사람들을 돕는 사이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동훈은 그의 말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열심히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허허, 뭔가 군대 생각이 나는걸? 선임의 땡땡이를 필사적으로 포장하려는 후임의 노력이 느껴지는 말이랄까?’


과연 용병의 번드르르한 말에 세마엘 부회주는 오히려 역정을 내며 손가락질했다.

세마엘 부회주는 상단의 일로 뼈가 굵은,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이었다. 억지로 땡땡이를 포장하려한들 그를 속이기란 대단히 어려웠다.


“뭐? 역량을 키워? 그 자식 또 일을 짬 때리고 수레에 올라서 술을 마시고 있나 보군! 게으른 자식 같으니라고! 너희 용병대와는 다음 재계약을 고민해봐야겠어. 내 눈앞에서 썩 꺼져!”


그렇게 용병은 울상을 지으며 돌아갔다. 아마 그 또한 이번 용병대 재계약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터였다. 용병대장에게 오지게 깨지고 후계자 자리를 박탈당할지도 모르지.


세마엘은 그렇게 용병을 깨놓고 동훈에게만 보이도록 살짝 윙크를 날렸다.


‘아, 저 사람 지금 나한테 어필하는 거구나. 나한테 지랄해서 싸운 걸 알고 저 용병을 깨놓은 거야.’


세마엘은 마차 안에서 느긋이 있었을 테니 자세한 상황은 몰랐을 테고 그저 눈치로 상황을 알아 맞춘 모양이었다. 그러고는 무례한 용병에게 적절한 응징을 가한 것이고.


용병이 잘못한 일이긴 했지만 동훈이 반다르의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가차 없이 자신의 사람을 혼내는 걸 보면 그가 반다르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시죠. 이거 못난 꼴을 보였습니다. 상회 기강이 말이 아니네요. 저런 되먹지 못한 용병대와는 재계약을 전면 검토해야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죠.”


반다르는 그렇게까지 하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그 역시 뒤끝을 덧붙였다.


“상회의 일이니 부회주가 알아서 하시겠지. 하지만 선두에 서는 용병은 상회의 얼굴이니 지엄한 규율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세마엘은 박수까지 치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럼요, 그럼요. 반다르 님께서는 역시 출신이 군인이라 그런지 사리에 밝으십니다.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도 부대를 이끄시지 않았습니까. 사람 다루는 일이,”


세마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반다르의 과거. 반다르는 과거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조금 굳었다.


“다 지난 일일세.”


“하하하! 제가 주책이었습니다. 옛날 일이 떠올라서 그만. 나이가 드니 옛날 생각만 자꾸 나서. 자자, 마차에 오르시죠.”


반다르가 말을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주제라는 걸 깨닫고 눈치껏 말을 돌리는 세마엘. 반다르는 세마엘이 인도하는 마차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동훈은 세마엘의 입가에 감도는 웃음기를 읽어냈다. 햐, 이 사람의 심계란.


반다르가 분명 처음 마차에 오르자는 말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반다르가 마차를 싫어하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근데 반다르가 마차에 안 타면 손님을 모시는 자신 또한 마차 없이 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 사람은 분명 반다르가 정말 불편해하진 않으면서도 내심 어려워하는 이야기를 꺼내 마차에 오르게 유도한 것이다.


내심 감탄한 동훈은 반다르의 과거가 궁금해 죽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물어보겠노라고 속으로 생각한 뒤 반다르의 뒤를 따랐다.


‘반다르도 과거가 있는 게 분명해. 처음 만난 이 별 역할 없던 NPC의 서사가 대체 뭘지 더 벨룸 15년차 고인물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걸.’


그렇게 실없는 생각을 하며 걷는데 동훈의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동훈은 마차의 뒤를 따르는 물건을 실은 짐마차에서 작은 얼굴 하나가 빼꼼하고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마차라기보단 달구지에 가까운 짐마차는 기름 먹인 천으로 덮여 있었는데, 바로 그 천을 들어 올리고 하얀 얼굴 하나가 고개를 내민 것이다.


동훈은 잠시 자리에 멈춰섰다.


바로 그 작은 얼굴의 주인, 소년에게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소년의 머리 위에는 분명하게 흰 네임텍이, 동훈의 눈에만 보이는 이름표가 보였다.


[zㅣ존영zㅐ]


‘허?’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희망작
    작성일
    22.12.25 13:36
    No. 1

    그러니까 .,옆으로 살짝 비켜주면될껄 ... 베알이 꼴려서 길을 가로막아서 진상을 부린거임?
    스토리를 위한 억지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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