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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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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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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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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88. 제3자의 시선

DUMMY

“ 도착했습니다. “

의도한 걸까.

우연일까.

아니.. 아마 레이브는 모든 것을 알고 그랬을 것이다.

레이브가 만나자고 했던 좌표.

그곳은 에테리아스라고 불리는 행성..

네이렌이 최초의 신에 의해 이 은하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그 행성이다.

“ 다시 돌아올 줄 몰랐네.. “

“ 킥.. 너가 일방적으로 비난한 심문관이라도 만날까 봐 무섭냐? “

춘향의 장난에 아리나가 살짝 째려보기는 했으나 이런 춘향의 농담 덕분에 미세하게나마 긴장을 풀 수 있는 것이겠지.

“ 이젠 그냥 비난만 하지 않아. “

“ 그러시겠지~ 근데 난 그때의 아리나도 좋았는데! 킥킥.. “

“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서 놀리는 맛이 있던 거겠지.. “

“ 그만 티격태격하시고 이제 가시죠. 너무 오래 시간 끄는 것도 좋지 않을 겁니다. “

우선 네이렌 측에서 레이브와 마주하는 사람은 영상에 직접 노출된 다르시, 아리나, 앨리스 그리고 네이렌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화술을 가지고 있는 춘향과 다르시를 호위할 칼릭 및 평화의 인도자 여섯 명이었다.

어차피 싸우러 가는 것이 아니기도 하며, 네이렌 전원이 내려가면 오히려 다른 은하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위압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판단한 아리나의 조치였다.

...하.. 참..

왜 하필 길드장이어서 이런 무서운 자리까지 나서야 하는지..

상대가 만만하다면 모를까 레이브는 언제나 머리 위에 존재하는 느낌이 들어 상대하기가 너무 불쾌했다.

하지만 함선 안에서 버티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젠 진짜 가야 한다.

“ ...가자. “







“ 오랜만이군. 다르시 인도자. “

“ ...네. “

분명 온갖 거짓으로 뒤덮은 증거들을 내세울 텐데도 레이브의 모습은 너무나도 당당했으며,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져 어떤 말을 할지 점점 불안해지기까지 했다.

“ 그 수많은 영상은 잘 봤네. 저쪽 은하의 기술력인가? 대단하더군. 문자화한 에너지를 다시 재조합해 움직이는 형식으로 저장할 줄이야. “

가벼운 인사로 시작하자는 건가.

“ 궁금하면 가르쳐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레이브 인도자의 화려한 댄스 하면서 엉덩이 흔들어대는 걸 올리면 지금보다 훨씬 파급력 있게 퍼져나갈걸? “

“ 하하하하하! 자네는 참 재밌는 말을 하는군. 자네가 말한 영상을 올리면 지금 자네들이 내뱉는 거짓말들도 한 번에 묻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칫..

이어서 할 말을 먼저 가로채다니..

“ 조금 자극적이게 매만지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 도와줄까? “

“ 후후.. 괜찮다네. 나는 저 다르시 인도자처럼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니까 말일세. 우리 은하를 위해서라면 그런 영상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은 영원히 알지 못해도 상관없네. “

우리 은하를 위해서라...

과연 저 은하를 위해서가 지금 현 인류를 위한 걸까 아니면 새로운 인류를 위한 걸까.

“ 본론으로 들어가지. 다르시 인도자. 자네는 어째서 사람들을 납치하는 것이지? “

“ 뭐? “

춘향이 어이없어하듯이 아리나도, 다르시도 당황한다.

“ 자네들이 모이라고 했던 좌표 모든 곳에 소형 고래들이 다수 출현한 것을 확인했네. 최대한 정리하기는 했다만 그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래 안에 평범한 사람들이 있더군. 그리고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

...정말 제대로 된 날조다.

“ 다르시 인도자가 말한 장소로 향하다 습격당했다고. “

그리고 꽤 허술하다.

역시 그런 건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여러 겹 덮어서 진실이 어떤 것인지 가리려는 더럽고 추잡한 진흙탕 싸움을 하자는 춘향의 예상 그대로다.

“ 우선 저에게 그런 고래를 움직일 힘 따위는 없습니다. 애초에 고래는 은하의 중심부에서 흘러들어왔으며, 붉은 눈과 연관된 만큼 레이브 인도자님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

“ 니가 했던 말 있잖아? 증거 있어? “

레이브는 재밌다는 듯 웃어넘기고 옆에서 한마디씩 거드는 춘향을 가볍게 무시한다.

“ 다르시 인도자. 자네는 어째서 우리 은하 사람들을 버리고 다른 은하에서 온 자들과 손을 잡은 거지? “

“ 버리다뇨. 저는 버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분들 덕분에 레이브 인도자님께서 붉은 눈과 손을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

“ 증거 있나? “

안타깝게도 증거는 없다.

레이브가 주장하는 말에도 증거는 없다.

즉,

“ 자네들이 하는 주장과 내 주장에 아무런 차이가 없지 않은가? 그저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한 거짓된 씨앗을 심어둘 뿐인 말이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붉은 눈과 관련된 증거가 있어야 하고, 양측 다 그런 건 없네. 그걸 당연히 알고 있을 테고 말이야. “

이런 식으로 레이브는 가볍게 붉은 눈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 자체를 상쇄시켜 지워버리려 한다.

“ 나는 다르시 인도자 자네를 믿네. 자네가 붉은 눈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아. 우리는 같은 은하의 인도자니까 말일세.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 이런 짓을 하는가. 왜 나를 깎아내리려 하는가. 왜 우리 ‘ 진화 ‘ 의 세력을 깎아내려 하는가.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지 않나? “

확실히..

준비 잘했네.

“ 다르시 인도자. 자네가 저 다른 은하의 인간들과 손을 잡고 나를 무너뜨려 은하의 인도자를 지배하고, 은하를 지배하려는 것이 아닌가? “

“ 아~ 재밌는 주장이네! 그러니까 우리가 순진한 다르시를 꼬셔서 이 은하를 지배하려고 한다 이거지? “

춘향은 다르시가 네이렌과 손을 잡았다는 레이브의 주장을 아주 조금 틀어서 순진한 다르시를 네이렌이 꼬드겼다는 식으로 바꾼다.

“ 그건 알 수 없지 않겠나? 다르시 인도자가 자네들의 꾐에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다르시 인도자가 먼저 접근한 것인지. “

뭐 이렇게 나오겠지만 괜찮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더라면 레이브의 주장대로 다르시가 네이렌과 접촉했다고 생각할 테지만 지금 춘향의 말에 의해 어느 것이 진실인지 조금 애매해졌다.

이대로면 네이렌은 이 행성 사람들에게 적으로 취급받겠지.

여기서는.. 춘향이 나설 자리가 아니지.

“ 영상에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다른 은하에서 온 네이렌 길드입니다. 그리고 저는 길드장 네이렌 아리나라고 합니다. 우선. 저희에 대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

영상에서 말했듯이 네이렌이 다른 은하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은 공개되어있었고

그것을 이용해서 레이브가 엮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었었기에 지금 레이브의 발언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아리나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앞으로 한 발 나와 설명한다.

“ 저희는 최초의 신의 명령을 받아 이 은하에 온 은하 사절단입니다. 곧 여러분들의 은하와 하나가 될 테니 최초의 신께서 저희를 보내 적대적인 존재인지, 우호적인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존재인지 직접 판단하라고 명령하셨죠. “

뭐 조금의 거짓은 포함되어있지만

최초의 신이 보낸 것도 맞고 네이렌에는 신의 대리인이 있으니 어느 정도 날조는 해도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다르시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으며, 서로 간에 분쟁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근거는? “

아리나는 가볍게 앨리스를 바라보자 앨리스의 주위로 아름다운 꽃잎들이 살랑거리며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그리고 그 꽃잎들은 바닥에 닿는 순간 훌륭한 나무가, 아름다운 꽃이 되어 아주 작은 정원을 만들어낸다.

-우와..

조금 멀리에서도 사람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나라는 에너지로 만든 처음 보는 생명의 힘.

이 은하의 사람들 기준으로는 절대 알지 못하는 에너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은 네이렌이 다른 은하에서 왔다는 말을 의심하지 않으리라.

“ 딱히 근거는 없죠. 확인하려면 은하가 하나가 된 다음에나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너무 늦잖아요? “

“ 결국,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하는 말인가? 그렇다면 자네들이 이 은하를 지배하려 하는 것인지도 아직 알 수 없는 일이겠군. “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

“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 모든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 뒤에 저희 네이렌은 완벽하게 물러나겠습니다. “

“ 필요한 정보만 전부 빼 간 뒤에 슬쩍 빠지겠다는 건가? “

“ 이것은 저희와 다르시 인도자님 사이에 은하의 인류를 배신할만한 뒷이야기가 없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함입니다. “

물론 이것으로 100% 확신하지는 못하겠지.

만약 여기서 레이브가 물고 늘어진다면 아리나는 더욱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 내 귀에는 필요한 정보만 다 빼낸 뒤에 다르시 인도자를 버리고 떠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군. “

“ 그렇게 생각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저희는 말씀드렸다시피 다른 은하의 사절단. 올바른 쪽에 붙을 뿐이니까요. 저희와 친하게 지낼 분들은 적어도 깨끗했으면 좋겠습니다. 붉은 눈과 연관이 없는 분들을 말이죠. “

그것이 지금 네이렌이 판단하기에 다르시 쪽일 뿐이라는 뜻을 담았다.

지금은 함께 있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으며

철저하게 다른 은하에서 온 사람처럼.

그렇게 다르시와 모종의 거래가 없었으며,

다른 은하에서 보았을 때 지금 인류에게 위협적인 인물은 레이브라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 그쪽에도 상당히 똑똑한 사람이 있나 보군. “

레이브는 천천히 눈을 돌려 함선 쪽을 바라본다.

다른 레이브의 데이터에 남아있던 새하얀 아이일까.

아니면 눈앞의 붉은 눈을 가진 아이일까.

참 재밌는 방법을 준비했다만

안타깝네.

이 나를 옭아매기 위해 던진 덫은 결국 자네들을 옭아맬 테니까.

“ 안타깝게도 나는 자네들의 말을 믿지 못하겠네. “

이 자리는 분명 다르시와 레이브의 진실을 가리는 싸움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화살을 네이렌이 교묘하게 나눠 받으며, 제3자의 입장이라는 무기로 공정한 척 레이브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상대에게 카운터를 제대로 날릴 방법은

제3자라 생각하는 저 네이렌을 무대 위로 끌어 올려 칼을 들이미는 것이다.

“ 최근, 이 우주에 행성 하나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지. 그 원인은 고래의 핵이 행성의 옆에서 특수 에너지와 함께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 “

항성이 폭발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런 항성이 폭발하면서 사람이 사는 행성에 큰 피해가 가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살고, 문명을 일궈낸 행성만 따로 폭발한다는 것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심지어 고래의 핵이 원인이라는 것은 성운 추적자의 존재들 덕분에, 우주를 관리하는 진화의 인도자들 덕분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 그런데 자네들이 이 은하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기억하나? 아니. 알 수밖에 없겠지. “

...첫 고래 사냥.

그때 실수로 핵을 터뜨리는 바람에 은하의 인도자들이 네이렌을 둘러싸 버린 적이 있었다.

“ 그.. 그건...! “

“ 그 사건은 바로 이 에테리아스 행성 옆에서 벌어진 사건일세. 그래. 우리 진화의 인도자들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 행성도 자네들에 의해 폭발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 “

...이것이 레이브가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던 이유인가.

“ 자네들은 그 두 번의 실험을 통해 고래의 핵을 활용하는 방법을 깨달았고, 그것을 무기로 붉은 눈과 접촉해 우리 은하를 지배하려는 것을 모를 것 같나? 그렇게 지배하기 위해 우리의 세력을 갉아먹으려는 것도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가? “

“ 웃기지 마...! 행성이 폭발한 건 네 녀석들이..! “

춘향이 반박하려는 그 순간 레이브가 손을 들자 뒤에 있던 인도자가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비켜선다.

그리고 꽤 익숙한 한 여자가 앞으로 걸어 나온다.

“ ...당신은.. “

아리나가 춘향을 따라 하겠답시고 어설프게 행동했다가 그냥 비난만 퍼부어버린 참 미안한 심문관이었다.

“ 첼리 심문관. “

“ 예. 레이브 인도자님. “

“ 자네가 겪고 느낀 것들을 전부 말해주겠나? “


작가의말

우와..

하나하나 다 엮어서 소설을 써버리네

니가 작가해라

나같은 백수보다 훨씬 잘쓰것다 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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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404. 사고만 치지 말자 23.12.23 226 0 14쪽
412 403. 새로운 문제 23.12.22 229 0 13쪽
411 402. 최악과 최선의 선택 23.12.22 228 0 13쪽
410 401. 결국 와버린 한계 23.12.21 231 0 15쪽
409 400. 벗어날 수 없다면 23.12.20 22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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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8. 제3자의 시선 23.12.13 2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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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385. 공론화 23.12.11 24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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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382. 과부하 23.12.09 24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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