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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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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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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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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빛의 제자들

DUMMY

“ 후우.. 진짜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고.. 너무 부럽네..!! “

크레인의 장검이 계속해서 궤적을 남기며 라티안을 공격한다.

라티안이 절대 반응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점점 수증기가 방안을 가득 메우며, 라티안의 불꽃에 의해 데워지다 보니 땀을 점점 많이 흘리게 된다.

분명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상대인데..

라티안은 공격할 틈이 없다.

애초에 라티안과 크레인의 신체 차이가 크게 나는 데다가 검의 길이 차이까지 더해지니 라티안은 마치 원거리 공격을 상대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 그러는 너야말로 너무 작아서 공격하기 힘들군. “

이건 도발이다.

분명 도발이다.

싸움 거는 것이다.

라티안의 신경을 긁는 것이다.

저 승리자의 미소를 봐라.

반드시 죽여버리고 싶네..!

“ 젠장..!!! “

굉장히 빠른 박자로 빈틈없이 흘러들어오는 공격을 반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며 흐름을 깨뜨리고 크레인의 품으로 파고 들어간다.

상대의 무기는 장검이다.

양손으로 휘둘러야 제대로 된 파괴력을 지녔으며, 공격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는 저 장검은 이렇게 붙으면 오히려 라티안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다.

한순간 시선으로 페이크를 주고 라티안은 자신의 검을 푸른 불꽃으로 바꾸는 것과 동시에 크레인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사거리 차이로 인해 계속 수비만 하던 라티안이 행한 한순간의 기습이다.

위력도 올렸다.

페이크도 넣었다.

상대의 흐름에 돌을 하나 집어 던졌다.

이겼다.

라고 생각했다.

“ 흥. “

크레인은 양손으로 잡고 있던 검 손잡이를 비틀었다.

그리고 검 손잡이 끝부분을 잡고 있던 왼손에 힘을 주어 손잡이를 뽑아내자 또 다른 칼날이 손잡이에서 뽑혀 나온다.

크레인이 오른손의 장검을 부드럽게 돌려 라티안의 검을 미끄러지듯 빗겨치자 아까보다도 훨씬 수증기가 많이 뿜어져 나온다.

-치지지지지직...

동시에 왼손의 단도를 라티안의 어깨를 향해 휘두른다.

“ 읏..!!! “

급하게 몸을 굴려 거리를 벌렸지만, 크레인이 흐름을 타고 달려 들어와 다시 양손으로 장검을 휘두른다.

라티안은 어깨의 쓰라림을 억지로 참아내며 크레인의 검을 막아낸다.

‘ 이대로는 안 돼..! 틈이 필요해..!!! ‘

-콰아아아!!!!!

라티안은 한순간 슈트에 모아뒀던 외부 마나를 폭발시켜 전신에서 불꽃을 뽑아냈다.

연속으로 끊임없이 검을 휘두르던 크레인이 한순간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 때문에 뒤로 물러난다.

“ 헉... 허억... 하아... 읏... “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다.

수증기 때문에 안 그래도 흐렸던 시야가 조금 더 흐려지는 기분이 든다.

“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 “

이 정도까지 오랫동안 싸우게 될 줄은 몰랐다.

신체적 차이와 무기의 차이 때문에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싸웠는데도 불구하고,

상대의 기습을 카운터 치는데 성공했는데도 라티안은 아직 서 있었다.

하지만..

결국, 여기까지다.

주변에 퍼져있는 수증기는 결국 물이다.

이 물은 전부 크레인의 마나다.

자신의 마나로 만든 수증기가 가득 차 있는 자신만의 영역에서 숨이 찰리도, 시야가 흐려지지도 않았다.

크레인의 시야 한가운데에는 호흡이 빨라지고, 앞이 흐리게 보여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라티안의 모습이 보인다.

게다가 라티안은 수증기에 가려져 전혀 모르고 있겠지..

검날의 끝을 따라 이어져 왔던 크레인의 마나를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 이제 끝내자. 너도. 이 지구도. “

지금까지 물결이 끊임없이 몰아치듯 공격하던 크레인이 공격하는 대신 검을 돌려 다시 검집에 되돌린다.

라티안은 안개에 시야가 흐릿해서 크레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검을 화려하게 돌리는 것처럼만 보이는데..

“ 뭐 하는.. “

“ 얼어라. “

-탁.

-까드드득.. 까득.. 까드득..

크레인이 검집에 검을 완벽하게 집어넣는 순간 장검의 끝에서부터 이어져 있던 모든 크레인의 마나가 끊어지면서 지금까지 그려놓은 마나의 궤적들이 한순간 얼어붙었다.

하필 그 궤적이 라티안의 몸에도 지나가는 바람에 왼쪽 팔꿈치부터 시작해 복부를 관통해 오른쪽 옆구리까지 가늘게 얼어붙어 버렸다.

“ 이런..! 다시 불꽃을...! “

“ 이미 늦었다. “

-쩅그랑..!!!

크레인이 오른손을 앞으로 뻗자 얼어붙었던 마나들이 한 번에 깨지며 공중에 떠다니기 시작한다.

“ 크악..!! “

몸에서 심각한 고통이 느껴져 라티안은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어버렸다.

주위의 모든 얼음들이 깨져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몸속에서 얼음 조각들이 꺠지며 몸 속을 찌르고 있다고 판단한 라티안이 자신의 마나를 순환시켜 불꽃을 만들어 녹여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작전을 위해 기다리는 게 맞을 텐데..

이대로 가다간 기다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라티안이 기다리던 신호가 귀에 꽂아놓은 인이어에서 울려 퍼진다.

-라티안!! 준비됐어?! 지금이야 빨리!!

있는 힘껏 라티안을 부른다.

“ 아..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네.. “

“ 음? “

라티안이 불꽃으로 만든 검을 지팡이 삼아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 그래.. 처음에는 너 정도는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 아니.. 사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 “

라티안이 무슨 의도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몰라 잠깐 생각해본 크레인은 라티안을 향해 한번 비웃어 주었다.

“ ..재밌군. 그래서 이제는 살려달라고 빌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

라티안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허리춤에서 메이크가 만들어준 아주 작은 큐브 하나를 꺼냈다.

“ 난 역시.. 동료들의 힘이 없으면 쉬운 일마저도 좀 힘든 모양이야. “

그대로 손에 든 큐브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발로 밟자, 작은 큐브가 커지고, 확장하더니 꽤 큰 큐브가 되어 라티안을 가뒀다.

당황스럽다.

갑자기 자기 혼자 말하더니 자기 자신을 큐브로 감싸버렸다.

저런 기술은 처음 보기도 하며, 뭘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큐브 안에서 엄청 소리치는 것만 들린다.

-라티안!! 빨리!!

-앨리스가 시작했어!!

-여기서도 지진파가 감지됐어! 라티안!

“ 아으 얘들아 이미 했으니까 좀 그만!! 귀 아파서 전투에 집중도 안 되잖아!! “

메이크에서 특수제작을 통해 만든 이 라티안을 가두고 있는 큐브는 일종의 보호막으로써 마나를 불어넣기만 한다면 우주선에 들어가는 보호막과 같은 급의 보호막으로

아마.. 425층에서 추락해도... 음...

괜찮을 것이다.

괜찮겠지..

-쿠구구구구구구구구......

거대한 땅의 진동이 라티안과 크레인이 있는 425층까지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큐브에 저장해두었던 마나를 전부 소모했다.

“ 으윽... 내가 이 안에서 굴려지는 건 생각 안 한 거지..? “

-아..! 깜빡했네!

-그래도 목소리를 보니 살아는 있네. 그거면 됐어.

귀에서 사라와 피렌의 안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본인들이 이런 큐브를 준비해줘 놓고선..

안전하다고 그렇게 떠들어놓고선..

막상 상황이 발생하니 걱정되기는 했나 보다.

“ 아무튼.. 이제부터는 이.. 그.. 인이.. 어? 이거 뺄게. 너희들 하는 말 때문에 전투에 집중이 안 돼. “

-알았어. 이제부터 페이즈2로 진행할게.

사라의 말을 마지막으로 인이어를 빼려는 그때 피렌이 라티안을 부른다.

-라티안.

“ 응? “

-...가장 필요한 순간에 지원할게.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렇게 지하로 내려온 순간부터 피렌의 원거리 저격과 함께 2대1로 싸울 계획이었다.

그런데 피렌이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자신을 필살기로 사용하라는 뜻이겠지.

“ 든든하네 내 필살기. “

내장된 마나가 떨어진 큐브는 라티안의 힘으로도 쉽게 부서졌다.

“ 휴우... 같이 추락하면서 죽었거나 전투 불능이 되면 좋겠지만.. “

“ 아직 살아있어서 미안하군. “

크레인은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장검을 활용해 물을 퍼트리고 있었다.

물론 425층이라는 어마무시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이곳저곳에서 피가 나고는 있지만..

살아남았다는 것부터가 괴물이라고 선언하는 기분이었다.

“ 정했다. 너희는 충분히 파멸의 마녀님 계획에 방해돼. 이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해 너희 모두를 죽인다. “

한순간 주위에 퍼트렸던 크레인의 마나가 얼어붙더니 곧바로 깨져버린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얼음 조각들이 공중에서 빛으로 변한다.

그 빛을 보자마자 라티안의 머릿속에서 한 명이 떠오른다.

벨라 멜리테인..

“ ...너.. “

“ 그래. 나는 파멸의 마녀님에게서 힘을 받았지. 이 세상을 함께 부숴버리기 위해서 말이야. “

라티안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은 라티안이 두근대는 것인지.. 아니면 라티안의 안에 있는 엘레케아의 마나가 두근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 후우.. 나도 이제는 만만하지 않을 거야. “

라티안은 손으로부터 7개의 푸른 검을 만들어 공중에 띄운다.

크레인 역시 그 모습을 보고 놀란다.

“ ..불꽃뿐만이 아니군.. 너도 빛의 계승자인가. “

크레인의 말에 라티안은 눈살을 살짝 찌푸린다.

안 그래도 요즘 인이어니 큐브니 엘리베이터니 자동차니.. 어려운 단어가 많아서 짜증 났는데 말이야..

“ ..이름 참 많네. 권속이니 제자니 빛의 계승자니.. 통일 좀 시키지. “

크레인 주위로 반짝이는 수많은 빛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 흐음.. 난 이런 걸 막을 기술이 없단 말이지..? “

“ ..어디 한번.. 서로의 전력을 부딪쳐보자고. “

일곱 개의 검을 각각 움직여본다.

모든 빛이 날아올 수 있는 궤적을 예상하고, 검을 각각 움직일 준비를 한다.

그리고 크레인의 신호에 맞춰 수많은 빛이 라티안을 향해 날아온다.

“ 후우... 최대한 해 보자고..!!! “

양손으로 일곱 개의 검을 하나하나 조종한다.

밤하늘의 별만큼 무수히 빛나는 별들을 하나하나 쳐내기 시작한다.

중간중간에 휘둘러져 오는 크레인의 장검을 쳐낼 때마다 눈살이 살짝 찌푸려진다.

덕분에 빈틈이 조금씩 생겨 빛에 의해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다.

발도, 팔에도, 허리에도, 어깨에도.

빛들이 한 번씩 관통하고 지나갔지만 어떻게든 고통을 참아내며, 최대한 정신을 유지해냈다.

빛 대부분을 쳐내거나 잘라내었을 때 살기를 품은 공격이 후방에서 느껴졌다.

몸을 틀어 일곱 개의 검 중 세 개의 검을 모아 막으려고 하는 순간, 수많은 빛이 움직였던 궤도를 따라 다시 한번 더 얼어붙기 시작했다.

“ 크흑..!!!! “

“ 끝이다. “

라티안의 머리를 노리고 크레인의 장검이 그대로 내리쳐진다.

하지만 라티안은 웃는다.

지금이지 않은가.

피렌이 말한 가장 필요한 순간이라는 게.

라티안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지던 크레인의 장검은 크레인의 양팔과 함께 멀리 날아가 버렸다.

-쏴아아아아아아!!!!!

강력한 바람과 함께 바람이 포효하는 소리가 귀를 찢듯이 들려온다.

“ 큭..! 이건 어디서..!! “

“ 끝이다..!! “

일곱 개의 검을 세로로 나열해 한 번에 크레인의 몸을 가로로 그었다.

팔이 전부 날아가 버린 크레인은 라티안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맞아버렸다.



“ 후우.. “

온몸이 아프다.

피가 새어 나오는 것을 몸의 마나를 순환시켜 억지로 지혈한다.

사실.. 라티안 일행의 계획은 이미 비틀어졌다.

라티안은 지금 벨라 멜리테인을 막고 있었어야 했는데.. 크레인이 끼어들 줄 몰랐다.

크레인이 하는 말을 보아 벨라의 친위대들은 전부 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고 생각된다.

“ 이럴 줄 몰랐는데 말이지.. “

라티안은 품에 넣어두었던 인이어를 꺼내 다시 귀에 꼈다.

귀에 끼자마자 피렌이 스코프를 통해 라티안을 확인하고서 바로 말을 건넨다.

-라티안! 괜찮아?

“ ..그래. 괜찮아. 사라.. 빨리 벨라의 위치를 파악해줘.

-이미 페이즈2는 준비 끝나서 너의 신호만 기다리고 있기는 했는데.. 몸 상태는 괜찮겠어? 숨이 좀 거친 거 같은데?

라티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심호흡을 한다.

“ ..괜찮아.. 왠지.. 내 마나가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어. “


작가의말

전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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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01. 은하의 중심부 23.06.12 258 1 15쪽
207 200. 각자가 있어야 할 곳으로 23.06.11 255 1 16쪽
206 199. 일어나자마자 만난 호적수 23.06.10 256 1 13쪽
205 198. 일어날 시간이야 23.06.09 255 1 13쪽
204 197. 호출 23.06.08 258 1 13쪽
203 196. 죽지 않는 사람 죽어가는 사람 23.06.07 256 1 13쪽
202 195. 신의 연극 23.06.06 257 1 13쪽
201 194. 최초의 신과 신의 대리인 23.06.05 255 1 12쪽
200 193. 헤브나 탈출 작전 23.06.04 255 1 15쪽
199 192. 레베른보다 더 위험한 23.06.03 260 1 13쪽
198 191. 최초의 신조차 탐내는 능력 23.06.02 254 1 13쪽
197 190. 다시 찾아온 세계 23.06.01 255 1 15쪽
196 189. 매달린 사람 23.05.31 256 1 13쪽
195 188. 술 23.05.30 254 1 13쪽
194 187.5 먼저 떠난 별을 위한 기도 23.05.30 256 1 14쪽
193 187. 우주와 은하 그리고 레베른 23.05.29 25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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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184. 은하수 23.05.26 255 1 13쪽
189 183. 단 한 사람의 영향력 23.05.25 256 1 15쪽
188 182. 끔찍하게도 네가 절실히 필요해 23.05.24 255 1 14쪽
187 181. 우리는 모든것을 잃어버렸다. 23.05.23 256 1 13쪽
186 180. 버리고 싶지 않은 것 23.05.22 257 1 16쪽
185 179. 끝나지 않은 전쟁 23.05.21 258 1 12쪽
184 178. 전쟁의 결말 23.05.20 257 1 15쪽
183 177. 삼파전 23.05.19 256 1 16쪽
» 176. 빛의 제자들 23.05.18 260 1 12쪽
181 175. 시작되는 전쟁 23.05.17 257 1 12쪽
180 174. 모두의 작전과 둘만의 작전 23.05.16 256 1 13쪽
179 173. 반격의 시작 23.05.15 25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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