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SS급 아카데미 미친 교수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3.01.07 05:44
최근연재일 :
2023.06.19 16:43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7,459
추천수 :
194
글자수 :
323,861

작성
23.04.04 12:25
조회
71
추천
4
글자
11쪽

39화 배신

DUMMY

그래, 그래. 정정해서 누구는 용사 후보생 아니라서 서러워서 살겠나.


[당신은 멀쩡히 살잖아요.]


-그렇지. 근데 다른 학생들은?


[멀쩡히 살아 있잖아요.]


카일에게서 카일이 뽑은 깃발을 빼앗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당신 양심 좀 챙겨요.]


이미 뽑은 깃발. 이번에는 깃발을 지키는 것이지 뺏는 것이 아니기에 회수하지 못하는 사이. 카일은 산을 내려갔다.


거... 좀 다른 학생들도 좀 배려할 것이지.


애가 배려심이 없어요.


배려심이.


[당신만 할까요?]


-시끄러.


카일이 뽑아가서, 이제 남은 깃발 수는 9개.


이거라도 잘 지켜야 한다.


문지기 답게, 나는 깃발을 지키기 위해 깃발 앞에 섰다.


* * *


레녹은 슬쩍 눈매를 일그러뜨렸다.


아무리 노려봐도 안개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안개가 아니어서 마력을 안구에 집중해도 안개가 뚫리지가 않는다.


“어떻게 뚫지...”


레녹은 마법을 모른다. 그는 과거 아버지와의 대화를 회상했다.


예전에 아버지가 환영을 만나면 어떻게 하라 했더라...


‘레녹, 환영은 결국 감각을 속이는 결계다. 환영을 탈출하려면 자신의 감각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


아버지의 말은 온갖 미사여구가 많았지만 레녹은 그 중 가장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을 딱 꼬집었다.


환영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내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감각을 되찾는 데에는 충격요법이 최고다.


레녹은 근처 나무에 다가가 섰다.


그가 환영을 간파하기 위해 쓰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고 무식했다.


콰앙! 나무가 흔들린다.


레녹은 나무에 머리를 박았다.


환영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


그건 스스로의 대가리를 깨는 것이다.


대가리가 깨지면 어차피 환영도 안 보인다.


콰앙! 콰앙! 콰앙!


여러 차례 머리를 찍으니, 슬슬 나무가 넘어가려 한다.


시야의 초점이 잘 안 잡히지만, 서서히 안개가 없는 길이 보인다.


누군가가 봤으면 입을 쩌억, 벌리고 뭐라 할 말을 못 찾았을 방법으로.


레녹은 환영을 뚫고, 안개 속을 벗어났다.


겁나게 무식한 방법으로 말이다...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중얼거렸다.


“아니, 쟨 왜 자기 스스로 대가리를 깨고 있냐?”


레녹이 스스로 대가리를 깨고 있었다.


저러다가 골로 가겠는데? 싶을 때 쯤.


머리를 나무에 박는 것을 멈추더니.


이제는 그냥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직선으로 걸어온다.


그걸 보고 나는 깨달았다.


레녹이 대가리를 깨서, 환영에서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저거 저래도 되요?]


-내 말이.


확실히 환영마법에 걸렸을 때, 충격 요법이 최고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대가리부터 깨다니, 쟤도 역시 정상은 아니다.


어째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 정상인은 얼마 없다는 것에 서글퍼하며,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나는 학생들을 지켜보았다.


레녹은 여기로 오고 있는 중이고... 카일은 이미 갔고, 딱히 다른 학생들은 뭔가 사고를 칠 기미가...


“...어, 어? ...이런 미친?”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지금 내 눈이 이상한가? 왜 저딴 게 보이지?


-별빛님. 저거 보여?


[어,,, 당신... 학생에게 뭔 짓 했어요?]


별빛님도 당황했다. 그도 그럴게... 지금 학생 한 명이 하는 행동이 아주 또라이 짓이거든.


* * *


“망할 교수. 미친 교수. 지랄 맞은 교수.”


차마 그보다 더 심한 욕짓거리를 내뱉지 못하는 한슨은 도저히 환영에서 벗어날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그는 레녹보다 무식한 짓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길이가 너무 높지도, 둘레가 너무 두텁지도 않은 딱 적당한 나무 앞에 섰다.


한슨은 나무를 양손으로 잡았다. 하체에 힘을 단단히 준다.


“끄으으읍!”


손아귀에 모든 힘을 주고,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한다.


뿌득! 뿌드드득! 나무뿌리가 뽑히는 소리가 산골짜기 너머로 울려 퍼진다.


약간의 시간을 소모하여, 한슨은 나무를 한 그루 뽑았다. 마력으로 신체 강화된 육체는 나무 한 그루를 쉽게 뽑아냈다.


그리고선 한슨은 뽑은 나무를 허리춤에 매달았다.


질질 땅바닥에 끌리는 나무를 짊어지고서는 걸음을 옮긴다.


산꼭대기를 향해서.


나무에 끝 뿌리 부분이 한슨이 걸어가는 길을 표시한다.


한슨은 걸었고, 그대로 안개를 벗어났다.


“아니... 저걸 저렇게 벗어나?”


레녹보다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고로 환영이란 인지, 인식 능력을 비롯하여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평형감각 외에도 기타 등등의 감각들을 속이는 것이다.


근데 한슨 저놈은 그딴 감각들은 다 무시하고, 나무로 일직선을 그으며 산을 오른다.


레녹이 대가리를 박은 것보다 몇 배는 더 무식해 보이는 방법이다.


저게 효과가 있기는 있다. 있기는 한데...


“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멀쩡히 잘 가던 한슨이 저 나무로 광란의 트롤 춤을 추고 있었다.


한슨의 몸이 나무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한슨은 힘차게 숨을 들이마셨다.


“거, 겁나 무겁다.”


무겁다. 진짜 무겁다.


나무 한 그루다. 그걸 들고 가려니, 몸이 자연스레 무거워졌다.


아무리 신체 강화를 했어도 나무 한 그루를 드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한슨은 원심력을 이용해서 나무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일명 광란의 트롤 춤 비스무리한 걸음걸이.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중간에 누군가 마주쳐, 그대로 나무에 대가리가 깨질 수도 있었지만.


한슨은 그대로 나아갔다.


누가 눈먼 나무에 맞아서 대가리가 깨져나가도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모든 잘못은 이 산에 학생들을 골탕 먹이려고, 환영 마법까지 설치한 어느 미친 교수님의 잘못이다. 라고 스스로를 세뇌할 때.


누군가가 그의 앞으로 나타났다.


후웅!


하필이면 나무가 휘둘러지는 그 순간에.


“...어? 망할?”


한슨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죽고 싶어?


한슨은 있는 힘껏 허리를 지탱했다.


이 나무 맞으면 죽는다. 못해도 대가리가 깨진다.


그의 허리가 나갈 정도의 의지는 다행히도 나무에 궤적을 비틀었다.


콰앙!


나무가 땅바닥에 꽂힌다.


그리고 레녹 또한 놀라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


“......”


서로에게 맴도는 어색한 침묵.


한슨은 어색한 침묵 속에 선수를 친답시고 덜컥 화를 냈다.


“레, 레녹!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뒤지려고 작정했어?!”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이 새끼야!”

언제나 여유롭고, 키득 거리며 웃던 레녹은 온데간데없다.


레녹은 놀란 심장을 움켜쥐며 분노했다.


“너, 너 이 새끼야! 너 방금 나 죽이려 했어!”


“내, 내가 언제? 증거 있어?”


“증거? 이 나무 안 보이냐?”


레녹이 발로 나무를 콱! 밟았다.


“나무라니? 여기 전부 나무 밖에 없는데?”


“이 나무! 이 나무! 이 나무를 봐라!”


화가 폭발한 레녹은 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찔끔 양심이 찔린 한슨은 두 눈을 내리깔았다.


한참을 씩씩대던 레녹은 혈압이 너무 올라 실신했다.


“어? 어? 레녹!”


지면에 쓰러지는 레녹은 한슨이 부축했다.


한슨은 머쩍어하며 사과했다.


“그... 미안. 하지만 고의는 아니었어.”


“후... 알았어.”


진심이 담긴 사과가 통한 것일까? 레녹은 한슨을 용서해줬다.


“용서해줄게 대신 나 좀 도와줘라.”


“어? 어.”


뭐를 도와달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레녹을 향한 죄책감에 한슨은 일단 고개부터 끄덕이고 봤다.


한슨의 대답을 들은 레녹에 입꼬리가 초승달처럼 길게 올라갔다.


레녹이 한슨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였고.


한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 진짜로?”


“어. 진짜로.”


“내가?”


“네가.”


“안하면 안 될까?”


레녹이 방금 나무가 스쳐지나간 어깨를 움켜쥐었다.


“아이고, 아까 나무에 맞을 뻔해서 그런가? 너무 아프네.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아무리 봐도 꾀병이지만, 마음속 양심이 슬그머니 머리를 치켜들어서 한슨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해줄게! 해주면 되잖아!”


양심 앞에 한슨은 무릎 꿇었다.


“레녹.”


“응?”

“대신 잘 해라. 이번에 나 죽는 꼴 보기 싫으면.”


“그래. 알았어.”


사뭇 비장하게 한슨은 표정을 굳히고. 저 멀리.


산봉우리에서 깃발 9개를 펄럭이며.


오연하게 산 아래를 바라보는.


그들의 교수.


미친 교수이자 악마 교수를 향해.


전장터에 남은 최후의 병사와도 같은 굳건한 의지를 세운 채.


달려들었다.


그의 목표는 최대한 교수님에게서 시선과 시간을 끄는 것.


한슨이 교수님의 눈빛을 끈 사이, 레녹이 깃발 두 개를 훔친다.


그렇게 합의를 본 두 사람은 움직였다.


“허, 나참. 뻔히 보인다.”


나중에 얘들한테 합격술 좀 가르쳐줘야겠다.


너무 뻔하다.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는 레녹은 일단 내버려두고, 나는 한슨을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한슨이 손에 쥔 나무를 붕-! 휘두른다.


이 하늘과도 같이 높은 은혜를 베푸는 스승님의 두개골을 아주 뽀각내버리고 싶다는 의지가 충만하게 느껴졌다.


이거 참. 스승을 아주 은혜롭게 여기는 한슨에게, 내 특별히 사랑의 맴매를 하사해야겠다.


“머리! 어깨! 발! 무릎! 발!”


흥겨로이 목검을 휘두른다.


어디어디 맞출 줄 다 알려주니 한슨은 손쉽게 목검을 피했다.


“오? 피해?”


감히 사랑의 맴매를 피해?


이거 이거, 안되겠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에 힘을 준다.


“머리!”


머리라고 외치자마자 나무로 머리를 방어하는 한슨.


음. 미안한데, 내 목검은 머리를 안 노려.


머리로 향하던 목검에 약간 손목을 비틀자 한슨의 어깨를 강하게 내려친다.


“커헉! 어째서...”


“그걸 그대로 곧이곧대로 믿나?”


당장 전쟁터에서 적이 머리를 노린다고 하면 과연 적이 정직하게 머리를 노릴까?


아니, 아니다. 아무리 바보여도 그걸 믿을 바보는 이 대륙에 없을 것이다.


“...그게 지금 머리랑 무슨 상관......”


상관있다. 나는 나중에 학생들이 기사가 되어 전쟁터에 나갔을 때, 뒤통수를 맞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뿐이다.


그러니 내 모든 행동은 학생들을 위한 행위다!


[지...]


“ㅈ...랄.”


너무 발음이 뭉개져서 알아듣지 못한 ㅈ자가 들어간 글자와 랄이라는 단어를 한마디 내뱉은 한슨은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레녹은 기회를 포착했다. 지금이다!


카인 교수님이 한슨을 마주하느라 깃발이 있던 곳에서 꽤 떨어진 지금!


깃발을 빼앗기 아주 제격에 순간이었다.


땅바닥에서 그물 함정이 튀어나왔다.


이 정도의 함정 정도야, 이미 질리게도 많이 겪어 봐서 레녹은 수월하게 피했다.


깃발에 손이 닿는다. 레녹은 깃발을 하나 뽑았다.


나는 레녹을 잡으려고 움직였다.


레녹이 앞으로 발을 내딛었고, 몸을 빙그르르 돌린다.


그리고 튀었다.


그래... 그대로 도망쳤다.


한슨은 내버려두고, 산 아래로 전력으로 내달렸다.


“...어?”


내 얼빠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레녹은 산을 내려갔다.


레녹에게 배신당한 것을 알아차린 한슨의 외침이 산에 쩌렁쩌렁 퍼진다.


“야! 이! 개새끼야!”


한슨은 배신의 아픔을 겪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SSSS급 아카데미 미친 교수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41화 재회 (2) +1 23.04.06 67 4 11쪽
40 40화 재회 (1) +1 23.04.05 78 4 12쪽
» 39화 배신 +2 23.04.04 72 4 11쪽
38 38화 언제나 한결같은 수업 +1 23.04.03 74 3 11쪽
37 37화 가장 두려운 어둠 (3) +1 23.04.03 62 4 11쪽
36 36화 가장 두려운 어둠 (2) 23.03.30 68 2 11쪽
35 35화 가장 두려운 어둠 (1) +1 23.03.29 75 4 11쪽
34 34화 납치 (2) +1 23.03.28 75 3 12쪽
33 33화 납치 (1) 23.03.27 69 3 11쪽
32 32화 지도 대련 23.03.26 79 3 11쪽
31 31화 징조 23.03.25 65 3 11쪽
30 30화 어떡해야, 학생들의 입에서 더 곡소리가 나올까? (2) +1 23.03.24 74 4 11쪽
29 29화 어떡해야, 학생들의 입에서 더 곡소리가 나올까? (1) 23.03.23 74 3 11쪽
28 28화 대련 23.03.22 80 3 11쪽
27 27화 수업의 이유 (2) 23.03.21 80 3 11쪽
26 26화 수업의 이유 (1) 23.03.20 78 3 11쪽
25 25화 우리들의 교수님은...... (3) +1 23.03.19 82 3 11쪽
24 24화 우리들의 교수님은...... (2) +1 23.03.18 95 4 11쪽
23 23화 우리들의 교수님은...... (1) 23.03.13 132 3 12쪽
22 22화 용사와 마왕 +1 23.03.06 108 4 11쪽
21 21화 평화로운 일상과 괴상한 일상 +1 23.02.27 98 4 11쪽
20 20화 미쳐버린 검술학부 (4) +1 23.02.26 148 4 11쪽
19 19화 미쳐버린 검술학부 (3) +2 23.02.25 138 3 11쪽
18 18화 미쳐버린 검술학부 (2) 23.02.10 112 4 11쪽
17 17화 미쳐버린 검술학부 (1) +1 23.02.08 127 4 12쪽
16 16화 일상과 비일상 (2) +2 23.02.06 148 4 11쪽
15 15화 일상과 비일상 (1) +1 23.02.05 141 4 11쪽
14 14화 만나서 반가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1 23.01.30 153 4 11쪽
13 13화 용사가 나타났다! +1 23.01.29 165 4 11쪽
12 12화 길이길이 남을 입학시험 +1 23.01.29 154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