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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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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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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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4. 역쩐재판 - 4

DUMMY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뒤,

더는 나류오도나 짭요이의 모습이 현과장의 앞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물러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송이 취하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지난 만남에서 겁을 단단히 먹은 것은 분명했지만, 아마도 그들의 뒤에 있는 누군가가 후퇴를 허락하지 않은 게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재판을 계속 진행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배후 세력에 대해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 현과장. 성밖마을을 돌아다녀보고, 여러 사람들은 만나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의심할만한 인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을 사람들은 김치를 더 팔라고 아우성이었다.


“어허! 그 입 다물고, 내 돈부터 받으쇼!”


몇몇 사람은 현과장을 보자마자 우선 돈부터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사람들은 김치에 진심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직 현과장의 김치에만 진심이었다.

그가 마을에서 얻은 정보는 거의 없었지만, 덕분에 한 가지만은 명확해졌다.

성밖마을에는 배후가 없다는 것. 지난 번 그의 예상대로 배후인물은 성 안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왜 레시피를 노리는 걸까.

레시피를 훔쳐 김치를 양산하는 것이 목적일까.

그렇다면 진정한 목표는 다름 아닌 돈.

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현과장의 안 좋은 버릇이 또 다시 도졌다. 분명 경고했을 텐데, 두 번 다시 탐정 놀이를 하면 러브라인은 없다고.

그래도 현과장은 심각한 얼굴로 추리에 열중했다. 하긴, 내 이야기는 어흥선생만 들리니까. 그나저나 어흥선생은 어딜 간 거야?


“현과장 탐정 놀이는 이제 끝났냥?”


때마침 현과장 앞에 나타난 어흥선생. 그는 탐문 수사를 한 사람치고는 꽤 무척이나 한가롭고 또 여유로워 보였다.


“탐정 놀이라니. 법정에 출석하기 전에 배후를 특정 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헛소리 말아라냥. 그런 거 안다고 재판이 사라지는 거 아니다냥.”


어흥선생은 현과장의 말을 딱 잘라 반박했다.

그의 말이 맞다.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범인을 찾는다고 해서 바로 일이 풀리는 그런 『역 앞 재판』같은 게임이 아니다. 이름이 비슷하다고, 느낌이 닮은 인물이 나온다고 절대 혼동하지 말자. 이 글은 『현과장 인 원더랜드』다.


“그럼 들어가자냥.”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이끌고 법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법정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방청을 하기 위해 착석해 있었다.


“피고, 자리에 가서 앉지.”


묵직하게 내려오는 그 목소리에, 순간 옆을 돌아보는 현과장. 한복의 어흥선생은 어딜 가고, 엘레강트한 복장의 어흥선생이 와인 잔을 돌리며 기품 있게 서 있었다.


“도대체 언제 갈아입은 거야? 나 분명히 옆에 있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피고.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자리에 가서 앉지.”


평소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어흥선생. 현과장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현과장의 문제. 현실은 그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서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정숙 재판장님 입장하십니다!”


현과장이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법정 안으로 입장하는 재판관 보증.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관을 맞이했다.

현과장 역시 헐레벌떡 자리로 걸어가 재판관을 맞이했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보증의 눈동자. 비록 찰나였지만, 그는 분명 다른 곳이 아닌, 원고석의 변호사 나류오도를 바라보았다.

지난 재판에서도 그랬지만, 변호사 나류오도와 재판장 보증, 이 두 사람 죽이 너무 잘 맞는다.


“설마, 배후가,”

“아직 모른다, 피고. 입에 담을 때가 아니다.”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바라보며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나 어흥선생도 현과장과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착석해 주십시오!”


법정의 모두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그대로 한참을 서 있는 현과장. 그는 말없이 원고 측과 재판관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피고,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아닙니다.”


보증의 물음에 현과장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의 눈동자에 서려있던 경멸. 현과장은 확신했다. 재판장이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의 배후라는 것을.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땅땅땅!]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재판. 재판장이 사건의 배후라면 이 재판에서 이길 확률은 완전히 없었다.


“그럼 이번엔 내 차례인가.”

“이의있음!”


어흥선생이 법정 앞에 서려고 하자, 바로 딴지를 걸고 나오는 나류오도. 어흥선생의 시선이 빠르게 그를 향했다.


“또, 또 버튼을 잘못 눌러서...”


나류오도는 당황한 듯 손을 올려 자신의 머리를 만졌다. 그런데,


“이의를 인정합니다. 피고 측 변호인 자리로 돌아가세요.”


그런 나류오도를 감싸고 도는 보증 재판장. 순간,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땅!]

“모두 정숙! 여긴 법정이지 시장이 아닙니다! 앞으로 소란스러운 행동을 하는 자가 있으면 퇴정 명령을 할 테니까, 모두 정숙을 유지하세요.”


판사봉을 내려놓은 보증은, 단호한 눈빛으로 방청석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법정의 분위기를 장악한 재판장. 이 장소는 그저 현과장을 잡아먹기 위한 공개 처형장에 불과했다.


“변호인, 자리로 돌아가세요.”


어흥선생은 아무런 말없이, 그대로 몸을 돌렸다. 서서히 현과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바로 그때, 갑작스레 몸을 돌려 보증을 바라보는 어흥선생. 그의 눈에서 매서운 독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재판장?”


나직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보증은 자신도 모르게 어흥선생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나 어흥선생이 물었다. 재판장,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내뱉는 어흥선생.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절제된 분노가 가득 녹아 있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보증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빠르게 답했다. 여전히 그의 눈빛을 피한 채로.


“그 말에 책임을 지길 바란다.”


말을 마친 어흥선생은 그대로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싸늘하다 못 해 냉기가 가득 뿜어져 나오는 어흥선생의 표정. 그의 시선은 오직 보증 재판관만을 향하고 있었다.


***


순식간에 지나간 두 번째 재판.

별 다를 것은 없었다. 현과장이 이야기하면, 나류오도가 이의를 걸고.

이의에 대답하면, 다시금 딴지를 걸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방식. 그 게임에서 많이 나왔던 고전적인 방법이었다.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법원을 등지고 나왔다.

들어갈 때는 중천이었지만, 이제는 달빛이 어스름하게 깔린 저녁. 그들은 심각한 얼굴로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승산이 없는 거겠지? 재판장이 배후라면.”

“아직 모른다냥. 배후가 재판장이 아닐 수도 있다냥.”


반가운 말 꼬리에, 현과장은 곧바로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새하얀 한복을 입고 있는 어흥선생. 도대체 언제 이렇게 빨리 갈아입은 것일까. 특촬물 주인공의 변신도 어흥선생의 환복보다는 빠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언제 갈아입은 거야? 나도 좀 알려줘.”

“나만의 비법이다냥.”


살짝 고개를 젓는 어흥선생. 비법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그는 재판장에 선 자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싫었을 뿐이었다. 한복을 벗고, 고양이머리띠를 내려놓고, 우아하고 화려한 그 옷을 입었던 것이.


“이제 다음 재판이 마지막이네.”

“아니다냥. 다음은 없다냥.”


어흥선생은 단호하게 말했다. 마치 무언가를 아는 것만 같은 그의 눈빛. 그 그윽한 눈빛에 궁금증이 샘솟아 버린 현과장은, 곧바로 그에게 물었다.


“왜 없어? 무슨 일이야? 어흥선생은 알고 있는 거지?”

“현과장은 몰라도 된다냥. 그냥 오늘 인고의 보약을 먹고 푹 자기만 하면 된다냥.”


현과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인고의 보약을 먹으라고? 그거 한번 죽으라는 말이잖아.


“인고의 보약 먹으면 죽잖아! 나보고 죽으라고?”

“현과장은 저주를 먹으면 기운이 난다냥. 이전에 설명했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현과장은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자신이 키토와 동급의 무지막지한 생명체가 되었단 사실을.


“그런데, 난 키토님과 동급인데 왜 이렇게 약해 보이지?”

“약해 보이는 게 아니라 약한 거다냥. 현과장은 위협적이지 않다냥.”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향해 쌍 엄지를 치켜들었다. 현과장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것일까. 그의 얼굴에는 현과장을 향한 긍지와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거 칭찬 맞지?”

“당연히 칭찬이다냥!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도 이렇게 허접할 수는 없다냥! 이건 신의 선물이다냥!”


어흥선생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가득하다. 이거 정말 칭찬 맞아? 이거 한방 멕이는 거 아니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냥. 현과장은 내일을 위해 푹 쉬어라냥. 인고의 보약을 먹고.”

“그거 먹으면 완전히 뻗을 텐데.”


그래도 그가 추천하는 것은 극약 중의 극약인, 인고의 보약. 현과장의 얼굴에 약간 걱정이 감돌았다. 그러자,


“내가 뻗게 해줄까냥?”


안색을 바꾸며, 주먹을 살며시 쥐는 어흥선생. 현과장은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고개를 당차게 저었다.

그래, 멕이는 게 맞았다. 그럼 그렇지, 칭찬은 개뿔.

어흥선생의 본심을 확인한 현과장은, 입을 삐쭉 내민 채, 그렇게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그날 밤.

가로수 등불마저 꺼진 야심한 밤, 법원 앞에 등장한 거대한 그림자.

그 그림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그대로 법원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법원 경비원들이 전혀 눈치를 챌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법원을 배회하는 그림자. 그 그림자는 이윽고 어느 방 앞에서 멈춰 섰다. 바로 「판사 보증」이라는 이름표가 걸린 방 앞에서.

그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러자,


“어, 어르신!”


그를 보더니, 기겁하며 벽으로 붙는 보증. 그의 얼굴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분명 말 했다냥. 책임지라고.”


점차 다가오는 그림자. 보증과 가까워지자, 그의 모습에서 서서히 그림자가 걷히기 시작했다.


“어흥 어르신! 저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성을 나올 때 분명히 말했다냥. 성 안에서 했던 버릇은 그대로 두고 나오라고.”


어흥선생은 차분히 소매를 걷었다. 이어서 고양이머리띠까지 벗어서 내려놓는 어흥선생. 그의 눈빛에서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머리띠를 내려놓으니, 그의 옷은 고운 한복에서 점차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소매 끝부터 점차 물감이 번지듯 바뀌어가는 그의 옷. 이내 그의 옷은 흰색의 고운 정장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판사, 남길 말은 없는가.”

“여, 여왕이 시켰습니다! 정말입니다!”


공포를 못 이기고 배후를 시인한 보증이었지만, 어흥선생은 자신의 분노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보증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살며시 움켜쥐었다. 이어서 보증의 머리 위로 서서히 스며드는 어둠. 그의 흙빛 얼굴이 더욱 검고 어두워져만 갔다.


“사, 살려 주십시오!”

“규칙은 규칙이다 판사.”


이윽고 완전히 보증을 삼켜버린 어둠. 그 어둠에 빨려 들어간 그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방 안에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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