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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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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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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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역쩐재판 - 3

DUMMY

“현장검증은 또 무슨 소리야?”


현과장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현장검증이라는 것이 대체로 범죄가 일어난 것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번엔 조금, 아니 무척 달랐다.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닌 채야의 집에서 현장검증이라니.

레시피가 사라진 곳에서 해야 할 작업을, 김치가 만들어진 곳에서 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차라리 압수 수색 혹은 가택 수색이면 모를까.


“어디까지 선을 넘는지 좀 두고 볼까나.”


채야의 표정이 매우 차갑게 변모했다. 힘껏 쥔 주먹과 살며시 떨리는 팔로 미루어 볼 때, 마음 속의 화를 억지로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긴 성 안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먹을까냥. 성 안처럼 행동하면 큰 일 나는데냥. 쯧쯧”


어흥선생은 안타까운 듯 혀를 찼다. 그러나 안타까움 가득한 그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의 눈동자에서는 강렬한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어쨌든 당분간 김치 담그는 건 물 건너 간 거 같으니까. 쉬자고.”


김치를 담그지 않는다는 말에, 화들짝 놀란 키토. 그는 애처로운 눈빛을 현과장에게 마구마구 보냈다.


“키토님, 키토님 먹을 것 정도는 담글 테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마. 마음이 아프잖아.”


현과장은 키토를 들어 그의 얼굴에 자신의 뺨을 부비더니, 그대로 머리 위로 그를 올렸다. 그 모습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어흥선생. 눈동자에 가득했던 분노는 어딜 가고, 이제는 완연한 부러움만 활짝 피어있었다.


“어, 언제부터냥?! 나도 부비부비다냥! 부비부비다냥!”


정신 나간 환자처럼 현과장을 향해 달려오는 어흥선생. 마치 그의 모습이 인간을 습격하는 좀비 같았다.


“아직 어흥선생은 친밀도가 딸려. 노력하도록.”


현과장은 곧바로 달려오는 어흥선생을 단호하게 막아냈다. 머리 위의 키토 역시 앞발을 뻗어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멈춰!’라고.


“키토님과 나의 우정이 이 정도였다니, 믿을 수 없다냥.”

“훗, 어흥선생. 당신은 2순위야. 나, 현과장이 언제나 1순위라고! 하하하하!”


좌절하는 어흥선생을 향해, 악당이 내뱉을 만한 대사를 거침없이 토해내는 현과장. 어흥선생과 채야, 심지어 키토까지 인상을 찌푸렸다.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악역.”

“현과장은 얼굴이 악역이니까, 그런 말 안 해도 된다랄까나.”


채야의 말에 어흥선생과 키토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아니거든! 내 얼굴 악역 아니거든!”


현과장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젓는 어흥선생과 키토. 그들을 본 채야 역시 고개를 저었다.


“치사하게 1대 3으로 덤비다니. 좋다, 모두 상대해...”


현과장이 허세를 부리며 채야와 어흥선생을 향해 온갖 똥폼을 잡으려던 그때, 집 현관문이 열렸다. 일제히 시선을 돌려 현관문을 바라보는 세 사람과 한 마리.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갓패치였다.


“갓패치 왔냥?”

“제정신이야? 김치, 제정신이냐고!”


현관 앞에 선 갓패치는 무척이나 화가 나 있는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김치에 대한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


“어떤 미친놈이 감히 갓패치의 김치에 손을 대! 제정신이야?!”


그의 창백한 얼굴이 점점 붉으락푸르락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분노를 이기지 못 하고 꿈틀대는 입술. 그의 눈동자는 이미 실핏줄이 다 터져 붉은 눈동자가 되어버렸다.


“아, 그거 내가 만든 김치인데.”

“그건... 그렇지. 현과장이 만든 건 맞지. 미안.”


빠른 인정 그리고 빠른 사과. 갓패치의 장점이다. 그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분노가 사라졌다. 피로 붉게 물들었던 그의 눈동자도 어느새 완쾌가 되어 있었다.


“갓패치, 이런 일을 벌이는 게 누구인지 짐작이 가냥?”

“제정신이야? 알면 내가 가만히 있게?”


갓패치는 집 안으로 들어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때,


“실례합니다!”


갓패치가 현관에서 멀어지자, 현관보다 조금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익숙하지는 않지만 한 번 들어본 목소리였다.


“누구?”


고개를 기울이며, 현관 쪽을 바라보는 현과장. 다른 식구들고 일제히 현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현관 안으로 들어오는 파란 정장의 남자. 그 곁에는 어린 소녀가 잔뜩 긴장한 채 그의 팔을 붙잡고 서 있었다.


“변호사 나류오도입니다!”

“짭요이입니다!”


잔뜩 긴장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나류오도와 짭요이. 그들을 마주한 순간, 현과장은 불길함이 엄습해왔다. 설마, 주변에 쇠사슬이 막 펼쳐져 있는 건 아니겠지? 그의 머릿속에는 자물쇠가 단단히 채워진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지금 그는 짝퉁 『역 앞 재판』의 악당이니까.

단 하나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짝퉁 『역 앞 재판』의 빌런이기 이전에, 그는 『현과장 인 원더랜드』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랄까.


“막 나 캐내러 온 건 아니지? 자물쇠 막 풀어헤치고! 내 비밀 들추고!”


사색이 된 현과장은 매우 긴장된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오히려 더욱 긴장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는 두 사람. 하긴 그 부분까지 패러디하면 분량이 넘친다.


“단순한 현장검증입니다! 현장검증!”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 나류오도는 슬금슬금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매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채야. 나류오도와 짭요이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뭘 어떻게 검증한다랄까나?”


딱딱하고 차가운 채야의 목소리. 나류오도는 대답대신 마른침을 삼켰다. 바로 그때,


“나류오도! 잠시만!”


나류오도의 팔을 놓고 빠르게 현관 밖으로 뛰어나가는 짭요이. 그녀의 작은 손은 주황색 곡옥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안으로 들어오는 한 여성. 어울리지 않는 진한 화장과 육감적이지만 위화감 가득한 몸매. 그리고 높은 하이힐. 바로 짭히루였다.


“짭히루님!”


그녀의 등장을 제일 반기는 건 당연히 나류오도.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나류오도, 일을 진행하세요. 단서를 찾으세요.”


짭히루의 등장에 힘을 얻은 것일까. 나류오도는 성큼성큼 그의 발걸음을 집 안으로 옮겼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선 어흥선생.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무서웠다.


“기, 길을 막으시는 건 공무집행 방해...”

“신발 벗어라냥.”


나류오도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텃밭을 지나온 터라 잔뜩 흙이 묻어있는 그의 황토색 구두. 신발에 흙이 뭍어 있는 건 짭히루도 마찬가지였다.


“너희는 기본적인 예의라는 게 없냥?”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겁을 단단히 집어먹은 나류오도는 그대로 신발을 벗어 현관 밖으로 집어던졌다. 물론 신발을 벗는 건 짭히루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녀에게는 한가지 고비가 더 남아있었다.


“짭히루라고 했었을까나?”

“아, 네.”


채야가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한 발짝. 두 발짝. 채야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짭히루의 얼굴에 팽배해지는 긴장감. 이윽고 채야가 그녀의 코앞에 멈춰 서자, 짭히루는 고개도 들지 못 한 채 땅만 바라봤다.


“찐빵 하나만 줄 수 있을까나?”

“네?”


찐빵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짭히루. 그런 그녀를 놀리 듯, 채야는 그녀의 가슴을 직접 가리켰다.


“찐빵일까나.”

“이건 제...”


막 대답을 하려는 그녀의 목덜미 위로 차가운 시선이 내려왔다. 채야의 얼굴을 보지도 않았지만, 어떤 표정일지 마치 아는 것처럼 벌벌 떠는 짭히루. 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잠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양손에 찐빵을 들고 나타난 짭히루, 아니 짭요이. 그녀는 눈물로 번진 마스카라를 연신 소매로 닦아내며 찐빵을 채야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채야 님.”

“그쪽이 아직 내 이름을 부를 레벨은 아니지 않을까나?”


순간 간담이 서늘해져 왔다. 짭요이 뿐만 아니라, 거실에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채야의 목소리에서 이렇게 냉기가 느껴졌었던 적이 있었던가. 어흥선생과 갓패치는 처음 마주한 그녀의 감정에 당황한 나머지, 그대로 시선을 돌려 현과장과 키토를 바라봤다. 도와달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두 사람 그렇게 서 있을 거면 그냥 가. 워이 가! 빨리 가!”


어흥선생과 갓패치가 보낸 눈빛의 의미를 완벽히 낚아챈 현과장은, 서둘러 나류오도와 짭요이 앞에 나섰다.

그 순간, 현과장을 보며 기겁하는 나류오도와 잡요이.

아뿔싸, 현과장의 머리 위에 아직도 키토가 앉아있다. 그것도 황금빛 눈동자를 똥그랗고 매섭게 뜨고.


“수, 숲 주인!!”


황급히 밖으로 도망치는 짭요이. 나류오도도 그녀와 다를 것 없었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거기서 거기였다.

그렇게 점점 집에서 멀어지는 두 사람. 그런데, 그 둘을 바라보던 현과장의 고개가 자연스레 기울어졌다.

이미 숲 주인 키토에 대한 소문은 성밖마을에 퍼진지 오래. 그가 마을의 어린 아이들에게 등을 내줄 만큼 순한 존재라는 것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아는 진실이었으니까.


“저 사람들 이상하지 않아?”

“이름부터가 이상하다냥.”


어흥선생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심각한 표정으로 어흥선생을 바라보는 현과장. 그의 눈빛에 탐정의 기백이 숨어 있었다.


“현과장, 그런 눈빛 지으면 안 된다랄까나. 우리 추리 웹소설 아니랄까나.”


채야가 다급하게 그를 말렸지만, 탐정 모드가 켜진 현과장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는 더 집요하게 진실을 파헤쳤다.


“왜 키토님의 존재를 모르지? 여기 사람이 아닌가? 아니면,”


현과장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 탐정 기백의 눈빛이. 이 웹소설을 망칠 그 눈빛이.


“여기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 눈빛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는 세 사람. 『중년탐정 현과장의 사건부 Vol.2』야, 뭐야. 현과장, 이거 추리 소설 아니야. 그런 머리 쓰고 복잡하지만, 조회수는 안 나오는 그런 심각한 글 아니라고. 이 글은 가볍게 읽는 글이야, 가볍게.


“그렇다면, 배후는 성 안 사람?”


추리에 심취한 나머지 내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방법은 단 한 가지, 어흥선생!


“알겠다냥!”


짤막하게 대답한 어흥선생은, 그대로 달려가 현과장의 안면에 그의 주먹을 내리꽂았다. 그의 주먹이 도착함과 동시에, 어흥선생의 머리 위로 안착하는 키토. 아무런 방해 없이 어흥선생의 머리 위로 가는 걸 보니, 키토 역시 현과장의 폭주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한 숨 자라냥. 그러면 다 잊을 거다냥.”


그래, 일 처리해줘서 고마워, 어흥선생.


“별말씀이다냥.”


어흥선생의 희생으로 무사하게 지켜낸 『현과장 인 원더랜드』의 정체성.

어떻게 보면, 이 글의 최대 빌런은 그 누구도 아닌 현과장인 것 같다. 당최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으니, 대응도 애를 먹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글은 개그 코믹 판타지 웹소설이지, 소년 추리 성장물 웹소설이 아니다.

제발 다른 길로 새지 말아줘. 써야 할 분량이 산처럼 남아있다고, 젠장.

한 번만 더 그렇게 탐정 놀이 해봐.

또 그러면 현과장, 너에겐 러브라인은 없어. 이 40년 모태 쏠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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