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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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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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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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7. 마약빵 - 1

DUMMY

“다 먹었으면 자리에서 일어날까나. 밭일 할 게 많다랄까나.”


채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하나 둘씩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그래, 완벽한 무시. 그가 마주하게 된 현실은 대답조차 없는 철저한 무시였다.


“아니! 지큼 날 무시하눈 코야? 현콰장은 햄보칼 쑤 옵쏘!”


이런 현과장의 앙칼진 애교에도 애써 외면하면서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그의 곁에 남은 건 아름다운 눈망울을 가진 두 귀염둥이 뿐이었다.


“아니!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냥 나간다고? 정말 이러기야?”


순간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애교까지 부렸는데 그렇게 이 악물고 무시를 하다니.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마음의 결정을 내렸으면 이제 남은 건 행동뿐. 현과장은 현관문을 박차고 리코 그리고 키토와 함께 당장 텃밭으로 향했다.


“난 일 안 할 거야! 안 할 거라고!”


그는 당당하고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채야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오늘 현과장이 할 일은 없다랄까나.”

“응? 없어?”


할 일이 없다니. 지금 눈앞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는데 할 일이 없어? 현과장은 너무나 예상 밖의 대답에 그저 두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저렇게 잡초가 많이 자랐는데?”

“그래도 없다랄까나.”

“우유나랑 어흥선생 둘만이 하면 힘들 텐데?”

“그래도 없다랄까나.”


전혀 눈빛조차 주지 않은 채, 묵묵히 밭일을 이어가는 채야. 그녀는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현과장을 텃밭에 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 나만 왕따 시켜?”

“왕따가 아니랄까나. 그런 마음으로 밭일을 하면 우리 애기들에게 안 좋은 영향만 끼친다랄까나.”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단호함. 아무래도 오늘은 현과장 혼자 하루를 보내야만 할 모양이었다.


“나 왕따 당하는 거 아니야! 내가 모두를 왕따 시키는 거라고!”


현과장은 씩씩거리며 텃밭에서 멀어졌다. 혹시나 잡을까. 행여나 잡을까. 힐끔힐끔 뒤를 돌아봤지만, 잡기는커녕 눈빛조차 주지 않는 사람들. 아픈 가슴에 소금이 뿌려지는 것만 같았다.


“나 진짜 간다! 나 잡지 마라!”


잡지 말라고 해서 안 잡는 것일까. 여전히 사람들의 반응은 ‘0’. 그렇게 현과장은 단단히 삐친 마음을 풀지 못한 채로 점차 텃밭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


그렇게 모두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집을 등진 현과장은, 발걸음이 닿는 그 곳, 바로 성밖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댄스 사건 이후,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단 한차례도 올 수 없었던 성밖마을. 이왕 이렇게 된 거 성밖마을에서 기분이나 풀고 돌아갈 심산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그의 앞에 펼쳐진 건,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성밖마을. 평소의 밝고 활기찬 모습은 어딜 가고, 스산한 분위기만 을씨년스럽게 풍겨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어르신들의 정겨운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성밖마을 초입부터 불길한 느낌을 받았던 그는,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곧장 마을 안으로 진입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선 채로 꼼짝하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곁으로 다가가니, 낮은 신음소리를 내는 사람들. 주술에 의해 구울이나 좀비가 되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정신을 지배당한 것일까. 현과장의 머릿속에 안 좋은 생각만 뭉게뭉게 피어났다.


“저기...”


눈앞의 멈춰 있는 사람을 향해, 용기를 내 다가갔지만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외상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주술의 느낌도 들지 않았다. 눈앞의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단서라고는 바닥과 입가에 묻어있는 빵부스러기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특별한 게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 단서도 얻을 수 없는 이럴 땐, 제대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물어보는 것이 상책. 현과장은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정신이 멀쩡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변을 돌아다니길 수십 분. 이윽고 그는 한 장소에서 완전히 멀쩡한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룡 주방장님! 이게 어찌 된 거예요?”


그는 바로, 주막의 오너 셰프 하룡. 주막 마루에 앉아있던 그는 착잡한 가득한 눈빛으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 아니지, 이젠 어르신이지. 오셨습니까, 어르신.”

“무슨 어르신이야, 주방장님 편하게 대하세요, 편하게.”

“내가 편하게 대하는 것보다. 제발 이 사태 좀 막아 주십시오, 어르신.”


단번에 현과장의 앞에 달려온 그는, 억울함이 가득한 눈망울을 보이며, 그대로 현과장을 향해 절을 올렸다. 그의 눈빛 가득했던 절망. 지금 이 상황, 결코 평범한 사건이 벌어진 건 아닌 듯이 느껴졌다.


“일어나세요. 아이고, 누가 보면 나라가 망한 줄 알겠네.”

“나라가 진짜 망했습니다, 어르신.”


현과장은 농담이었지만, 하룡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들은 그 무게가 남달랐다. 단어들이 풍겨내는 건 절망 그 자체. 현과장도 더 이상 가벼운 소리를 하면 안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방장님,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하룡을 일으켜 세우며 진지하게 묻는 현과장. 그러자, 그는 부엌으로 가 누군가 먹다 남긴 빵 한 쪽을 가지고 나왔다. 탐스럽게도 아니, 전혀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는 마른 식빵 쪼가리. 하지만, 성밖마을의 사람들은 다르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그 빵이 왜요?”

“이걸 먹더니, 사람들이 변했습니다.”


현과장은 하룡에게서 빵을 받아 지긋이 응시했다. 예전 자신의 호떡처럼 저주가 안에 숨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독? 오만 생각이 난무했다. 그런 바로 그때,


[탁!]


순식간에 뛰어올라 현과장의 손을 쳐버린 키토. 키토의 눈빛에서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키토님, 이게 뭔지 알겟어?”

[끄덕끄덕]

“저주야?”

[도리도리]

“독이야?”

[도리도리]


저주도, 독도 아니라고 말하는 키토. 이번엔 리코가 빵 근처로 다가가 먹는 시늉을 하더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무슨 뜻일까?


“이걸 먹으면 빙글빙글 돌아?”

[끄덕끄덕]


키토와 리코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모의 말로는 이걸 먹으면 이상한 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두 귀염둥이의 모습을 보고 곧바로 입을 연 하룡.

빙글빙글 돌고 환각이 보인다. 그렇다는 건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주나 독은 아니다. 순간, 한 가지 엄청난 무언가가 현과장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엄청나고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이거... 마약이구나.”

“마, 마약이라고? 원더랜드에는 이제 마약이 없어! 그런데 마약이라고?”


하룡은 절망하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마약이라니. 마약이 성밖마을 곳곳에 침입했는데 원더랜드의 주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건 얼마 전에 붉은 색의 주인이 된 현과장 뿐. 하룡이 느끼는 절망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갓패치님이 왕좌에 앉아있을 때는 이런 일 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하긴, 여왕은 지금 텃밭이나 가꾸고 있으니까요.”


현과장은 빵을 움켜 쥐었다. 그러더니,


“저기, 키토님, 리코님 지금부터 그 스위치를 올릴 거거든. 좋은 일 하려고 올리는 거니까 어디 가지 말고 여기 곁에 붙어있어, 알았지?”

[끄덕끄덕]


리코와 키토를 향해 살며시 양해를 구한 현과장. 그는 이내 자신의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의 몸으로부터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따스한 기운. 이질감을 느껴 도망쳤었던 키토와 리코도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된 것일까, 현과장의 곁에 꼭 붙어있었다.

그 기운은 주막을 벗어나 성밖마을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어... 내가 왜...”


주방 안쪽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언제나 일처리가 빠른 주막의 마스코트, 주모였다.


“아니, 제정신을 차렸어?”

“주방장님, 내가 왜... 멀쩡하지?”


주모를 필두로 점차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는 성밖마을의 사람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한 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그들이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달려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당연히 주모도 함께 있었다. 그 모습에 아연실색을 하는 하룡. 하지만, 현과장은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마약이 몸에 듣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 능력을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상황에 이렇게 사용한다고? 이거 너무 먼치킨인데. 현과장은 좀 억울해야 제 맛인데.


“그냥 가게 두세요. 더는 각성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포기할 거니까.”


현과장은 자신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주모를 바라보며 당차게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과장의 말대로 허겁지겁 빵을 먹으며 환각상태를 경험하려는 사람들. 하지만, 절대로 그들은 경험할 수 없었다. 현과장의 「신의 방패」가 켜져 있는 한.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들은 하나 둘씩 바닥에 빵을 버리며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돌아가는 사람들의 선봉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주모. 그녀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실망감 단 두 감정뿐이었다.


“아니 어쩌려고 그 빵을 또 먹어?”

“그야... 몸이 건강하게 돌아 왔으니까...”

“그게 누구 덕인지도 모르고! 인사는 못할 망정!”


하룡은 눈에 불을 켜며 주모를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뺨을 한 대 후려갈길 것만 같은 분위기. 실제로 뺨을 때린다고 충격을 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 현과장은 나직이 그를 말렸다.


“주방장님, 너무 그러지 마세요. 멀쩡해진 것만으로도 다행 아닙니까.”

“고맙습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자네도 얼른 와 인사 올려! 현과장님이 자네 그렇게 고쳐 준 거니까!”

“이 그랜절 아저씨가?”


하룡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주모. 그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정말 빨간 바지, 그쪽이 그런 거예요?”

“아니요. 내가 안 그랬는데요. 갓패치님과 여왕님 그리고 어흥선생님과 채야님이 그랬는데요.”


그런 그녀를 향해 시치미를 뚝 잡아떼는 현과장. 하룡이 진실을 말하려고 하자, 현과장은 그의 팔을 슬며시 잡아 당겼다.


“이런 거 불편합니다. 주방장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어르신.”

“아, 그 말끝마다 어르신, 어르신. 나이는 주방장님이 더 많으시면서.”


현과장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하룡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현과장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현과장.”

“고맙긴요. 나중에 짜장면이나 한 그릇 맛있게 만들어 주세요.”

“그거 금방 되는데 지금 먹고 가지?”


주모가 막 떠나려는 현과장의 팔을 잡았다. 이미 분위기를 통해 눈치를 챘었던 그녀. 어디에 사는 그 붉은 드레스의 누구와 다르게 눈치 하나는 정말 기똥찼다.


“아이고, 오늘은 안 되겠는데요, 주모.”

“왜? 금방 나온다니까.”


금방 된다는 말에도, 극구 거부하며, 주모의 손으로부터 팔을 빼는 현과장. 그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빵집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지금 저 집 빵을 좀 먹어야 할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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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163. 로데인 몰스. 23.08.11 24 4 12쪽
162 162. 집에 갈 수 있다고? 23.08.10 28 4 11쪽
161 161. 갓패치의 진실 23.08.09 25 4 12쪽
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2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5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9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6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8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3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9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6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9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7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4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4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7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9 3 11쪽
» 137. 마약빵 - 1 23.07.16 28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2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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