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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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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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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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장편> 죄의 탑 - 9

DUMMY

“두 사람은 호떡 금지다냥! 절대 먹지 마라냥!”


어흥선생은 순식간에 갓패치와 여왕의 호떡을 낚아챘다. 그의 눈동자에 가득 올라온 독기와 분노. 그건 모든 피해자들의 겪고 있는 감정이었다.


“제정신이야? 호떡을 먹지 마라고?”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만! 그건 아닙니다만!”


노발대발하며 어흥선생에게 달려드는 두 사람이었지만, 어흥선생은 결코 호떡을 뺏기지 않았다. 채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실 위의 호떡을 전부 챙겨서 부엌으로 가져가 버린 그녀. 땅에 흘린 작은 조각까지 전부 치워버린 그녀는 이어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선 넘은 발언은 용서 할 수 없다랄까나. 지금 누가 누구 때문에 고생을 하는지 생각해 보랄까나.”


결연한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갓패치와 여왕은 이내 울상이 되어버렸다.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한 게 아닐까. 호떡에 미쳐있는 사람들에게서 호떡을 빼앗다니. 이건 좀 잔인한 거 같은데.


“절대 잔인한 게 아니다냥. 이건 모든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냥.”


어흥선생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난 모든 가해자들이 그들의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냥! 그게 정상이고, 그게 일반적인 거다냥!”


어흥선생은 무척이나 단호했다. 그의 결연함에는 작은 틈새조차 벌어져 있지 않았다. 마치 세상의 모든 불의에 맞서는 듯한 그의 우직한 모습. 이런 건 좀 보고 배워야 하는데. 난 불의만 보면 다리가 떨리더라. 무서워서.


“차라리 죽여! 날 죽여!”


갓패치의 앙탈에도 어흥선생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우유나 노예! 커피도 치워라냥! 이 인간들은 커피 마실 자격도 없다냥!”


탁자 위의 커피까지 치우게 만든 어흥선생. 덕분에 갓패치와 여왕의 얼굴은 더욱 굳어지고, 채야와 우유나의 표정은 더욱 결연해졌다.


“잘못했습니다만. 반성합니다만.”

“호떡 때문에 하는 반성은 소용이 없다냥.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와서 하는 말 아니면 난 용서해 줄 생각이 없다냥.”

“제정신이야? 진짜라니까! 진짜 미안하게 생각한다니까!”


갓패치가 애걸복걸하며 어흥선생의 말목을 붙잡았지만, 어흥선생은 단호했다.


“너무 단호해서 단호박인 줄~”


아... 끝내 또 선을 넘고 마는 갓패치. 그런 생각은 그냥 머릿속에서만 해야 하는 개그라고.


“이건 못 참는다냥! 밟아라냥!”


순식간에 갓패치에게 쏟아지는 발길질 세례. 명심하자.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는 자의 말로는 비참하고, 또 불행하다는 것을.


***


“형상 변환? 그게 뭔데요?”


집에서 갓패치가 멍석말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던 현과장. 하지만 그에게는 집안의 일보다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고안한 무척 굉장한 기술이지!”


지난날을 완전히 잊은 것인지. 의기양양해진 해골인간은 주머니에서 스테이플러를 꺼내 현과장에게 내밀었다.


“스테이플러?”

“어허! 겉모습에 속지 말게. 이건 스테이플러가 아니야! 이건 바로!”


해골인간이 강하게 스테이플러를 움켜쥐자, 입구에서 찍하고 흘러나오는 붉은색 액체. 바로 케첩이었다.


“아니! 스테이플러가 케첩을?!”

“스테이플러가 아니라니까! 이건 원래 케첩이었지. 전부 형상 변환의 결과라고나 할까!”


더욱 의기양양해진 해골인간. 그는 자신이 변환시킨 모든 물건을 늘어놓으며 자랑하기, 하니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그런 형상변환이 아니라네, 친구. 이제 시대는 가꾸기의 시대. 작은 물건 하나도 나만의 개성을 듬뿍 담아야하지!”


그의 말을 들은 현과장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수십 년 영업맨으로 활약한 자신의 앞에서 이런 재미도 없는 일장연설을 늘어놓다니. 이렇게 하면 물건이 팔리나? 팔리기는커녕 재고만 들어날 게 불 보듯 뻔했다.


“스톱! 지금 그런 식으로 물건을 팔 생각이세요?”

“으, 응?”


양팔을 걷어붙이고 해골인간 앞에 나선 현과장. 그는 자신이 평생 일군 영업의 노하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선을 끌었으면, 요점! 요점! 요점! 구매자들은 긴 거 안 좋아해요! 내가 파는 건 이런 것이다. 이런 능력과 이점이 있다! 그리고 바로 계약서! 영혼을 쏙 빼버린 다음에 바로 사인하게 만들어야지.”


현과장의 화려한 언변에 화들짝 놀라버린 해골인간. 그의 앞에 있는 현과장이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언변의 달인, 아니, 언변의 신처럼.


“그러니까, 이건 같은 성질의 물건뿐만 아니라 다른 성질을 가진 물건의 모습으로도 바꿀 수 있다는 거죠?”

“자네... 무척 머리가 좋군!”


해골인간은 연거푸 감탄했다. 이렇게 빠르게 요점을 파악하다니.


“아무거나 다 되요?”

“물론이지!”

“큰 걸 작게도?”

“팔뚝만 한 걸 손바닥정도까지는.”


해골인간의 말에 현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현과장이 묻고 싶은 건 이게 아니었다. 그 반대였지.


“그럼 그 반대는요?”

“작은 걸 크게? 그건 너무 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전부 가능하지. 뭐 사람크기 정도까지는 무리가 없다고 보면 되네.”


그의 대답에, 현과장은 얼굴가득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그럼 단검을 장검이나 뭐 거대 도끼 이런 거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죠?”

“그런 건 너무나 간단한 것이네만.”


간단하다는 해골인간의 대답에 현과장은 한 번 더 큰 미소를 지었다. 그토록 원했던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니. 드디어 단검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니. 현과장은 기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럼 당장 바꿔 주세요!”


이내, 가슴팍에서 은화를 꺼내 해골인간의 앞에 내놓은 현과장. 이상하게도 그 서슬이 시퍼런 보랏빛 칼날이 현과장을 째려보는 것만 같았다.


“오! 아름다운 단검이군! 그런데 이걸 무슨 모양으로?”

“단검이 아니라면 다 좋습니다. 아, 장검이나 혹은 양손 무기, 이런 거로.”


혹시나 이상한 모습으로 바꿔 놓지는 않을까. 마지막에 꼼꼼한 조건을 붙인 현과장. 그의 두 눈동자는 기대감에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어두운 산골마을에서 마주하게 된 밤하늘의 별빛처럼.


“그럼 랜덤 박스는 어떤가?”


랜덤박스. 이때 현과장은 자신의 선택을 멈췄어야만 했다. 그에게 랜덤은 극약과도 같은 것, 왜냐하면 그에게는 이럴 때마다 눈치 없이 발동하는 그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극악의 확률로 이상한 문제가 발생하지만, 뭐 그건 벼락을 1234567890번 연속으로 맞는 것보다 낮은 확률이니까.”


현과장은 이 말을 새겨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멋진 형상이 있습니까?”


그의 정신은 온통 형상에만 가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역대 용자들의 용자 검, 용자 창 그리고 용자 총! 없는 게 없지!”


용자들의 무기라니. 이 얼마나 군침이 도는 형상들이라는 말인가. 현과장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현과장이 결단을 내리는 데까지 큰 시간을 걸리지 않았다. 그의 취향은 확고했으니까.


“결정했습니다! 저는 용자 검으로!”

“아니, 아니. 이 랜덤 박스 안에 그 용자 검의 형상이 들어있다고. 일반적인 방법은 그냥저냥한 무기들의 형상뿐이라네.”


그의 말에 순간 멈칫한 현과장. 느낌이 싸했다. 행여나 이상한 형상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그는 신중해야만 했다. 그런데,


“극악의 확률만 아니면, 몇 번이고 재뽑기가 가능하니, 큰 부담은 없을 것이네.”

“지금 뭐 하십니까? 형상 안 돌리시고?”


해골인간의 말에 완전히 이성을 놓아버린 현과장. 그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은화를 지켜보았다.


“그럼 랜덤박스 등장!”


해골인간의 우렁차고 묵직한 목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내려오는 무지갯빛 거대한 상자. 해골인간은 은화를 그 안에 넣더니. 버튼을 현과장에게 내밀었다.


“온 우주의 염원을 담아!”

“꼭 그렇게 외쳐야 하나요?”


조금 오글거리는 그의 멘트에 살짝 주츰한 현과장이었지만,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멋진 형상이 더 중요하지. 현과장은 망설이지 않았다. 망설임은 멋진 형상과의 만남만을 늦출 뿐일 테니까.


“온 우주의 염원을 담아!”


외침과 함께 버튼을 강하게 누른 현과장. 그러자, 랜덤박스의 무지갯빛이 더욱 찬란해졌다. 이윽고 박스 안에서 나온 평범한 장검. 그 모습을 본 해골인간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이런, 노말 형상이잖아. 레어 형상만 되도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노말은 아니죠. 다시 갑시다!”


현과장의 말에, 해골인간은 다시금 상자를 닫고 버튼을 내밀었다. 그러자,


“온 우주의 염원을 담아!”


너무나 자연스럽게 외치면서 버튼을 누르는 현과장. 바로 그때, 무지갯빛 박스에서 강한 보랏빛 광채가 흘러나왔다.


“이건!”


단발의 외침과 함께 황급히 박스를 열어보는 해골인간. 그러자, 그 안에는 보통의 검보다 약간 짧은 검이 담겨 있었다. 아름다운 보석과 금으로 장식된 소검(小劍). 그 모습을 본 해골인간은 목소리를 높여 현과장을 불렀다.


“이것 보게! 용자의 숏 소드야! 성공한 거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개를 기울이는 현과장.

누가 그랬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고 했던 실수를 반복한다고. 그래, 현과장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음에 욕심이 그득한 속물일 뿐이었다.


“목표는 용자 검! 오직 용자 검!”


욕심에 눈이 멀어버린 현과장은, 직접 소검을 박스 안에 넣고, 직접 버튼을 집어 들었다.


“온 우주의 염원을 모아! 모아! 모아!”


이내 광기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버튼을 눌러버린 현과장. 그의 눈기에 찬 광기가 무지갯빛 상자보다 더욱 강하게 빛이 났다. 그런데 그때,


“어, 어... 어?!!”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한 해골인간. 그는 점점 랜덤 박스로부터 멀어졌다. 상자에서 발산하던 무지갯빛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대. 마치 빛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하지만, 아직 랜덤 박스의 이변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과장, 그는 여전히 욕심 가득한 눈망울로 상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 위험하네!”


해골인간이 그를 향해 외쳤지만, 현과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래, 현과장의 그 능력이 발동되어 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 미친 능력 「개행운과 초불행」이.

한동안 움직임 없이 잠잠했던 현과장의 패시브 능력. 은화를 만날 때도 그랬지만, 꼭 이럴 때, 랜덤 가챠를 돌릴 때 어김없이 발동한다.

여기서 잠깐. 난 분명히 현과장에게 타협점을 제시했다. 용자의 숏소드를 보내줬으니까. 지금 부터의 상황은 오롯이 현과장의 몫. 현과장의 탓이다. 그러니까 남 탓 금지다 이 말이야.


“자, 잠깐 뭔가 이상한데?!”


이제 랜덤 박스의 이변을 눈치 챈 것일까. 현과장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점점 무지갯빛이 사라지기 시작한 랜덤 박스. 그 빛은 점점 모여 들더니 상자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이윽고 남은 것은 빛을 잃고 검게 변해버린 거대한 상자. 그 모습을 마주한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 것처럼.


“아! 젠장 개행운! 초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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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2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5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9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6 4 11쪽
»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8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3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9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6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9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7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4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4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7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9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2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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