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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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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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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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2. <장편> 죄의 탑 - 7

DUMMY

“느낌이 안 좋아... 제정신이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호떡을 쥔 채, 안절부절 못 하던 갓패치는 나직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서서히 퍼져나가는 오한. 평생 느껴본 적 없는 불길한 기운이 그를 뒤덮어 가기 시작했다.


“갓패치답지 않다냥. 혼잣말을 다 하다니.”

“제정신이야? 나답지 않다니? 나다운 게 뭔데?”


무척이나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것일까. 갓패치는 별 뜻 없이 건넨 어흥선생의 말 한 마디에도 날카롭게 반응했다.


“너무 날이 서 있는 것 같다랄까나. 호떡이 입에 안 맞는 걸까나?”

“호떡은 건들지 마. 내 손 안 보여? 나 호떡만큼은 꽉 쥐고 있어.”


채야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갓패치. 하긴 얼굴에 불안감이 가득한 그였지만, 호떡만큼은 절대 놓지 않고 있었다. 비록 그 호떡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것 같았지만.


“제발 먹을 때는 먹는 것에만 집중해 주세요. 여기저기에 다 흘리지 말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끝내 한 마디를 내뱉은 우유나. 아직도 메이드 복장인 그녀는, 갓패치의 주변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흘려? 내가? 내가 뭘 흘려?”


정말 자신의 상태를 모르는 것일까. 갓패치는 황당하다는 듯 우유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지은 표정 그대로 갓패치에게 돌려주는 우유나. 어흥선생과 채야의 표정도 우유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정신이야? 그 표정은 뭐야?”

“거울이나 보고 말하세요, 거울이나.”


노예주제에 무척이나 건방진 태도를 보이는 우유나. 곧바로 따끔한하게 한 마디 던지려던 그였지만, 순간 마주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그만, 그대로 멈춰서고 말았다. 우유나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얼굴 여기저기 묻어있는 호떡 꿀. 그 달콤한 꿀은 얼굴뿐만 아니라, 손이며 옷, 심지어 바닥에 까지 뚝뚝 떨어져 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 제정신이야?”

“제정신이 아닌 건 갓패치다냥.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냥?”


갓패치는 어흥선생의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 했다.

그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전혀 몰랐다. 다만 그가 지금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은,


“불길해. 불길하다고.”


불길하다는 말. 원인 모르는 불길함이 갓패치를 꽉 붙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


“이 왕국에 빛이 내려오는 날이었다. 지난 시간들의 불길함이 싹 사라지는 날이었지.”


주절주절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해골인간. 묵직한 그의 목소리 안에는 약간의 즐거움이 섞여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 비해, 별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현과장과 일행들. 루프는 이미 꿈나라로 들어갔으며, 리코와 키토는 잠을 쫓아내기 위해 자신의 볼을 꼬집고 있었다.

현과장도 집중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 현과장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왜 이런 곳에 교실이 떡하니 존재하는 거냐고. 그것도 다른 교실이 아닌 대한민국 고등학교 교실이.


“쌍둥이 왕자가 태어나는 순간...”

“저기, 화장실 좀!”


듣다 못 해, 결국 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 현과장. 화장실은 핑계일 뿐. 그는 20년 도 더 된 기억 속에서, 자신이 무척이나 잘 하는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건 바로,


“자네, 지금 땡땡이를 치려는 건가?”


그래, 땡땡이. 지루한 역사 수업이나 수학 시간에 자주 썼던 땡땡이 말이다.


“아니, 제가 무슨 땡땡이를 친다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 정곡이 찔린 현과장은 너스레를 떨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딱!]


현과장의 머리 위로 세차게 떨어지는 마법봉. 아프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무척이나 기분이 상했다.


“아니, 왜 때리셔요? 왜?”

“감히, 수업시간에 담배를 펴? 그게 학생이 할 짓이야?!”


담배? 아니 갑자기 무슨 담배 타령이야. 그리고, 나이 40에 담배 좀 피면 어때? 물론 비 흡연자이긴 하지만.


“아니, 무슨 담배를 핀다고 그러세요? 저 담배 안 펴요. 그리고, 어차피 학교 졸업하면 걸어 다니면서 필 거 지금부터 좀 핀다고 뭐...”

[딱!]


다시 한 번 마법봉이 현과장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건 당연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것도 무척이나.


“좋은 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 곳이 학교다. 학교는 배우는 곳이야. 지식도 배우고 규칙도 배운다.”

“그거 억지잖아요!”

“그래, 억지지. 그렇게 학생들은 억지도 배우는 거고. 앉아라. 아직 이야기가 많이 남았으니.”


현과장의 머리를 기분 나쁘게 몇 차례나 때린 해골인간은 그대로 칠판 앞으로 걸어갔다. 그건 그렇고, 언제적 칠판이야. 요즘 화이트 보드를 쓰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저기 판서하시려고요? 분필가루가 날립니다! 화이트 보드는 없습니까?”

“자네는 구시대에 사는 건가?”


해골인간은 칠판 위에 가법게 손을 올렸다, 그러자, 환하게 켜지는 칠판. 이거, 칠판이 아니라 모니터였다! 그것도 목소리를 그대로 글자로 변환해 주는 기능이 탑재 된 모니터.


“누가 요즘 힘들게 판서를 하지? 특히나 난 뼈 밖에 없는데.”


너무나 엄청난 신문물에 그만 말문이 막혀버린 현과장. 그와 해골인간이 이런저런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리코와 키토는 루프와 함께 결국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이제 남은 학생은 현과장 뿐. 도망칠 수도 없다. 해골인간이 절대 곱게 보내 줄 리 없으니까.


“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 땅에 축복받은 쌍둥이가 태어났다. 원더랜드의 두 왕자, 레스와 로스.”


현과장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뭐라고? 원더랜드? 두 왕자? 설마 여기가 원더랜드라는 거야?“


“자, 잠깐! 여기가 원더랜드란 말씀이신가요?”

“아니, 정확히는 원더랜드였던 곳. 여긴 원더랜드가 스스로 떼어낸 과거의 한 부분이다.”


현과장의 물음에,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 해골인간. 그는 이어서 남겨진 원더랜드의 비밀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기 시작했다.


***


“오! 나의 아들, 로스와 레스!”


알현실에 들어서자마자, 왕의 앞으로 나서는 멋진 두 청년, 로스와 레스. 그들의 눈에서는 영롱한 빛이 나는 것만 같았고. 입가에서는 나긋한 미소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네, 폐하.”


곧장 왕의 앞에 무릎을 꿇는 로스. 하지만, 레스는 달랐다. 무릎을 꿇지도 고개를 숙이지도 심지어 입을 열지도 않았으니까.


“같은 뱃속에서 태어났는데 완전 딴판이라니.”

“좋은 건 로스가 다 가지고 갔나 보네.”


왕의 말에 레스는 오히려 툭툭 쏴붙였다. 마치, 반항하는 사춘기 청소년처럼.


“내가 언젠가 저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도록 하지!”

“아이고? 아빠가? 나한테 골프도 지면서 무슨. 근육량 좀 늘리고 그런 말을 하세요.”


한마디를 안 진다, 단 한 마디를.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주변의 사람들은 안절부절 못 했다. 왕과 왕자 사이에서 감도는 날카로운 분위기 때문에.


“아빠 생일인데 저걸 콱!”

“우리 아빠 생일이지, 아빠 아빠 생일 아니거든요? 내가 기뻐해야지, 아빠가 아니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 로스와 레스의 아빠의 생일이다. 그게 지금 눈앞에 있는 왕이긴 하지만.


“묘하게 설득되는데. 묘하게.”


다른 사람들도 레스의 말에 넘어간 것인지, 나직ㅈ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사람 로스를 제외하고서.


“말장난은 그만 하자, 레스. 사람들 다 속았잖아.”

“제정신이야? 이러려고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준비를 했는데. 1년 전부터 오늘을 기다렸다고. 안 그래요, 여러분?”


로스의 다그침에도 레스는 모두를 향해 작고 큰 농담을 늘어놓았다. 덕분에 완전히 풀어진 알현실 분위기. 그렇게 모두의 축하 속, 왕의 생일이 시작되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들들. 내가 부탁할 게, 있는데.”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쯤, 왕이 갑자기 두 아들을 모아, 귓속말을 했다. 그 귓속말을 듣더니 갑자기 어두워지는 로스와 레스의 표정. 그들의 표정을 본 알현실의 모든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정말, 그렇게 하길 원하십니까?”


로스의 물음에, 왕은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정말 그걸 원해?”


레스의 대답에도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하늘로 뿌리는 로스와 레스. 순식간에 알현실 안에서 거대한 모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


“왕은 쌍둥이의 힘으로 영원을 가두어달라고 요청했다. 두 쌍둥이는 시간의 축복을 받고 태어났으니까.”


담담하게 울려 퍼지는 해골인간의 목소리. 어느새 일어난 키토와 리코는 숨을 죽이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렇지 옛날이야기는 인정이지. 당장 일어나서 들어야지.


“그래서요? 어떻게 됐는데요?”

“어떻게 되긴. 여기 이렇게 되었지.”


해골인간은 손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그러자,


“교실이 되었다고?”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늘어놓는 현과장. 너무나 철딱서니 없는 그의 발언에, 리코와 키토가 눈치를 줄 정도였다.


“키토님, 리코님! 다 농담 아니야, 넝~ 담~. 조크! 조크!”

“앞으로 그런 농담 하지 마. 친구 떨어진다.”


다그치듯 단호하게 말하는 해골인간.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리코와 키토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이 세계가, 그 쌍둥이 들이 만든 세계라고요?”

“정확히는 떨어뜨린 세계지. 시간을 가둘 수는 없으니까.”


해골인간은 다시금 모니터 칠판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재생되는 실험장면. 수많은 여우들과 인간들이 실험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었다.


“왕이 저지른 일이다. 바로 밑의 층에서.”


영상에서 여우와 인간들은, 죽고 살아나기를 반복했다.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영상이 시작하자마자, 눈을 감아버린 현과장. 리코와 키토도 루프의 뒤로 숨어버렸다.


“아 좀 꺼요! 꺼!”

“처음에는 나도 잔인하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별 거 아닌 게 되더라고. 그냥 무감각해졌어.”


해골인간은, 현과장의 외침 때문인지, 모니터를 터치해 영상을 끝냈다. 그러자, 이어지는 다른 영상. 그 영상 안에는 똑같이 생간 두 사람이 결연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더랜드의 모두에게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영겁의 시간은 우리를, 우리 자신을 괴물로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이 사건을 일으킨 그 쌍둥이라는 사실은.


“이 세계를 현실에서 뜯어버리고, 영원히 시간 안에 가두어 버리겠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속죄는 그것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성 중앙으로 모여주세요. 남은 분들을 다른 세계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다른 남자의 말과 함께 끝나버린 영상. 하지만 이상하게 위화감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현과장은 말없이 멈춰버린 영상을 한 없이 바라보았다. 그 위화감의 비밀을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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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163. 로데인 몰스. 23.08.11 25 4 12쪽
162 162. 집에 갈 수 있다고? 23.08.10 28 4 11쪽
161 161. 갓패치의 진실 23.08.09 25 4 12쪽
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2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5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9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6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8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3 4 11쪽
»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9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9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6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9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7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5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5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7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6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30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8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2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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