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장편> 죄의 탑 - 4
“이제 다 왔어! 이제 조금만...”
기나긴 계단을 올라 드디어 2층에 도착한 현과장과 그의 일행들.
이런 그들을 반기는 건, 탑 밖에서 마주했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보다 훨씬 더 공포스럽고 괴기한 분위기였다. 넓고 거대한 공터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해골들. 곳곳에서 풍겨오는 썩은 내. 데빌 위딘 안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공포가득한 분위기가 지금 탑 2층에서 풀풀 풍기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현과장은 눈앞에 펼쳐진 참혹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루프와 키토 그리고 리코는 자신의 코를 힘껏 감쌌다.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악취를 견딜 수 없어서.
- 오래간만에 신선한 음식이네~ -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아니, 귓가에 들려오는 게 아니었다. 직접 머릿속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마치 텔레파시처럼.
이런 상황에서 당연한 반응은 「누구냐?!」 겠지만, 그런 뻔한 말을 할 현과장이 아니다. 이미 2층의 풍경을 마주한 순간부터, 이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여우인 것은 눈치를 채고 있었으니까.
“먹었으면 좀 치워라! 이게 뭐냐?! 돼지우리도 아니고.”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현과장. 이 패기 넘치는 언변 덕분에, 당황해 하는 것은 텔레파시의 주인이었다.
- 머, 먹잇감 주제에 감히! -
“아니, 먹잇감도 권리라는 게 있는 법인데. 너 같으면 이런 데에서 죽고 싶겠냐? 배려라는 게 없어, 배려가.”
현과장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더 이상 텔레파시를 보내지 않고, 이젠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2층의 주인. 현과장의 앞에 참혹한 한 마리의 동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한 곳이라고는 단 한 군데도 없는 거대한 여우.
오른쪽 눈은 눈동자 대신 파리와 구더기가 가득했고,
썩어버린 배에서는 창자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피부병에 걸린 듯 듬성듬성 빠진 털.
눈앞의 여우가 붉은 털의 여우였다는 것은 그나마 온전한 그의 꼬리만이 말해 주고 있었다.
“아니, 먹고 잘 치웠으면 병에 안 걸리지. 지금 그 모습이 뭐야? 좀비 여우야?”
현과장은 눈앞에 등장한 비참한 여우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런 현과장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썩어서 얼마 남지 않은 이빨을 드러내는 여우. 그 비참한 입에서 썩은 내가 스멀스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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