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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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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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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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장편> 죄의 탑 - 8

DUMMY

영상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그 옅은 미소가 반복되었다. 절대 잊히지 않는 위화감. 도대체 그 정체는 무엇일까. 화면 속의 그 두 사람은 무엇을 숨기고 있던 것일까.


“그렇게 두 쌍둥이에 의해 남은 사람들은 이전의 원더랜드로 피신할 수 있었지.”

“정말이요? 그런데 그 쪽은 왜 안 넘어갔어요?”


피신할 수 있었다면서, 이 해골인간은 왜 도망치지 않았던 것일까. 의문이 또 하나 늘어났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현과장의 머릿속에선 즐겁지 않은 추리만이 반복되어 갔다.


“나? 왜 안 넘어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뭐, 이유가 있었겠지.”


해골인간은 생각이 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말하기 싫은 것인지, 그의 질문을 그대로 얼버무렸다. 덕분에 더욱 짙어지는 의문. 그 의문은 이내 의심이 되어 현과장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야 말았다.


“지금까지 말씀 하신 그 쌍둥이 이야기, 정말 사실이에요?”


현과장의 질문에, 고개를 살짝 기울인 해골인간. 현과장은 지긋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할지 기대아닌 걱정을 하면서.


***


“영겁의 시간은 기억을 왜곡시키기에 충분해. 젠장, 내가 너무 빨리 현과장을 보낸 걸까? 너무 성급했던 거야? 젠장!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갓패치는 울부짖었다. 물론 얼굴 여기저기에 호떡의 꿀을 묻혀가면서.


“갓패치, 먹든지 소리치든지 둘 중 하나만 했으면 좋겠습니다만.”


도대체 언제 온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새 거실에 앉아 호떡을 먹고 있던 또 다른 공범, 여왕. 그녀는 이런 갓패치를 마치 벌레 보듯 바라보면서 호떡을 한입씩 베어 물었다.


“제정신이야, 여왕? 감히 내 호떡을 입에 넣어?”

“갓패치의 호떡이 아닙니다만, 이건 현과장이 날 위해 준비해 준 호떡입니다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 그들의 손도 결코 호떡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먹는 거 앞에서 싸우는 거 아니다냥.”

“그건 음식이 충분할 때지. 어흥선생 지금 제정신이야?”


이번엔 어흥선생에게 튀어버린 불똥. 갓패치는, 흡사 거실의 모두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주변을 경계했다. 비단 호떡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다른 이에게는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으니까.


“비밀? 갓패치 비밀이 있냥?”


앗차차! 내가 말해 버렸네. 어흥선생 그런 건 눈치 없게, 입 밖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니까.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당연히...


“제정신이야? 미쳤어? 내가 비밀이 있다고?”


미친놈 취급을 하겠지. 지금의 갓패치처럼.

그러나, 정색하는 갓패치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 서려있었다. 마치 속마음을 들킨 어린 아이처럼.


“얼굴은 그게 아니랄까나. 갓패치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게 있을까나?”


채야의 말에, 정곡을 제대로 찔린 것인지, 갓패치는 안절부절못한 채 모두의 눈치를 살폈다.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미안함 때문인지 머뭇거리기만 할 뿐, 당최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 갓패치. 그런 그때, 망설이는 그를 향한 따뜻한 어흥선생의 한 마디가, 그의 마음을 녹여버리고 말았다.


“괜찮다냥. 우린 다 이해한다냥. 우리는 가족이다냥.”


가족이라는 그 한 단어에. 망설임을 내려놓은 갓패치. 이내 그는 자신만이 아는, 그리고 자신만이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 놓았다. 현과장이 들어간 「죄의 탑」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를.


***


“로레스! 그건 안 된다! 그건 위험한 마법이야!”


창백한 얼굴의 남자는, 눈앞의 미소년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그 미소년은 결코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 방법만이 살 길이었으니까.


“형, 형도 알잖아. 난 더는 참을 수 없어. 힘들어서 견딜 수 없다고.”


로레스라고 불리는 이 미소년은, 이내 머리 위를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마치 타들어가는 저녁놀처럼 붉게 물들어 버린 하늘. 검붉은 구름이 로레스의 머리 위로 세차게 모여들었다.

세찬 바람 때문에 더는 다가갈 수 없었던, 창백한 얼굴의 남자. 그는 그저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행여나 그가 마음을 돌릴까, 작은 기대를 하면서.


“어리석은 짓이야! 혈마법에 시간마법을 더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고!”

“피는 생명! 피와 시간만 있으면 새로운 육신을 만들 수 있어! 내가 들어갈 새로운 몸뚱이를!”


로레스의 말이 끝나자, 하늘에서는 검붉은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지를 축축하게 적시는 붉은 빗방울. 그 비에서는 비린내가 심하게 풍기고 있었다. 비 비린내가 아닌, 피 비린내가.


“이제! 끝났어! 이제 완성이라고!”


로레스는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피를 듬뿍 맞은 땅 위에서 자라나는 두 개의 육체. 그는 이 두 육신을 바라보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로레스와 똑같이 생긴 두 육신.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로레스의 몸이 그들보다 늙었다는 것. 아니, 그는 점점 늙어가고 있었다. 매 순간 순간이 다르게.


“오늘은, 내 아들 로스와 레스의 탄생일이다... 날 대신할 두 아들, 로스, 레스.”

“로레스!”


창백한 얼굴의 남자는, 막 쓰러지려는 로레스를, 순식간에 늙어버린 자신의 동생을 향해 온몸을 던졌다. 이 순간을 막지 못한 자신을 세차게 비난하면서.


***


해골인간은 거리낌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내가 아는 원더랜드의 역사는 이게 전부고 사실이다.”


딱 잘라서 말하는 해골인간. 바로 그때, 현과장의 두 눈동자가 번뜩였다.


“아는 원더랜드의 역사라고요? 겪은 원더랜드의 역사가 아니라?”

“내가 겪은... 아니 아는 역사... 기억이 나질 않는데...”


해골인간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점차 사라지는 듯이 느껴졌다. 왜 그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머릿속에 뇌가 사라져서? 그렇다고 기억을 못한다면, 언어도 이런 복잡한 역사도 기억 못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닐까. 현과장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해골인간이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어쩌면 기억 못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모를 수 있는 그런 이유말이다.


“제일 오래 된 기억이 뭐에요?”

“제일 오래 된... 여기서 책을 읽는 기억... 인가?”


자신감이 완전히 사라진 해골인간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망설임만이 가득했다.


“그럼 왜 그렇게 죽으려고 하셨어요?”

“그야 삶이 고통스러우니까.”

“왜요?”


해골인간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왜 고통스러운 것일까. 도무지 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무엇 때문에 아니면 누구 때문에.


“저기 선생님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아요. 괴로워서 죽고 싶었지만, 괴로워지기 전에 탈출할 기회가 있었고. 심지어 왜 괴롭게 된 건지 이유도 기억하지 못 하잖아요.”

“아니야, 난... 아니야...”


현과장의 말에, 해골인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마치 현과장의 논리에 완전히 무너져버린 자신의 이야기처럼.


“아저씨, 정체가 뭐에요?”

“나는 연구자...”

“뭘 연구했는데요?”


현과장의 말에, 주머니에서 티스푼을 꺼내든 해골인간. 이내 그는 모니터 칠판에 티스푼을 대로 마구마구 움직였다. 그러자, 움직이는 티스푼을 따라서 그어지는 검은색 선. 그는 현과장에게 그 티스푼을 건네며, 묵직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형상 변환.”


***


“그러니까, 지금 현과장이 가 있는 곳이 예전의 원더랜드란 말이냥?”

“제정신이야? 예전의 원더랜드가 아니라, 시간 속에 갇힌 원더랜드.”


조금 복잡한 이야기였기 때문인지, 거실에 앉아있던 모두는 잘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그러니까 요약을 하자면,

과거, 아니 시간 속에 갇힌 원더랜드가 있고.

그 원더랜드 안에는 갓패치의 동생이 만든 괴물 조카가 있으며.

그 동생과 조카가 자신들의 영생을 위해 원더랜드를 시간 속에 가두었다는 말인가?


“많이 복잡하다랄까나. 난 그냥 호떡이나 먹어야겠다랄까나.”

“원래 남의 가정사가 무척 복잡하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저도 그랬어요.”


아직도 메이드 복장인 우유나가, 갓패치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참고로 우유나에겐 그런 설정은 없다. 무리나가 배 다른 언니라든지, 아니면 다른 이복동생이나 형제자매가 있다든지 하는 그런 설정 말이다. 그래, 우유나는 그냥 평범한 왕실에서 태어난 변태 공주다. 너무나 완벽한 변태라 완전히 왕위 쟁탈전에서 밀려난 공주.


“아무튼! 현과장이 간 곳은 그런 곳이라고. 나와 여기 있는 전원은 들어갈 엄두도 낼 수 없는 그런 곳.”

“왜 못 들어가냥? 우리도 정말 강하다냥!”

“우린 방패가 없잖아, 방패가. 시간이 뿜어내는 독기는 만만한 호떡 같은 게 아니라고.”


어흥선생의 말을 단번에 부정한 갓패치는. 이내 몸서리를 치며 자신의 손을 주물렀다. 마치 무척이나 호되게 그 독기에 당한 것처럼.


“그렇다고 현과장 혼자 보내는 건 좀 아니랄까나.”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현과장 혼자는 아니었습니다만.”

“제정신이야? 따라가?”


갓패치는 채야와 여왕을 어처구니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그녀들이 잡고 있는 호떡을 가로 챈 갓패치. 그는 단번에 그 두 호떡을 입에 넣어 먹어 치우더니, 비웃음 가득한 입술로 말을 이어갔다.


“호떡을 두고 따라가? 이 호떡을 두고? 정말 호떡을 두고 갈 수 있어? 호떡 포기 할 수 있어? 스페셜 호떡을? 스! 페! 셜!”


갓패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실 안에 무겁게 내려앉는 침묵. 그 누구도 목소리를 올리지 않았다. 오직 호떡을 위해 입을 열뿐.


“이것 봐, 이런 게 가족이라고!”

“가족은 맞다냥. 가족이니까 호떡을 먹을 수 있는 거다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라고 생각한 모두였지만, 갓패치는 전혀 달랐다.


“제정신이야? 그럼 지난 날 찾아온 모든 사람이 전부 다 가족이냐? 위아 더 월드고 위아 더 패밀리야?”


정곡을 찌르는 갓패치의 한 마디. 그 한 마디 말에, 모두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저 호떡만 뜯어먹을 뿐이었다. 이렇게 혼나는 중에도 호떡이 입 안으로 들어가다니. 도대체 얼마나 맛이 있는 거야?


“그런 그렇고 이건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제정신이야?! 이딴 걸 만들어 놓고 같이 가주길 바랬어?”

“맞습니다만. 이런 걸 만든 현과장이 문제입니다만.”


아... 끝내 이렇게 흘러갈 줄이야.

나오고야 말았다.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등 뒤에서 하는 그 몹쓸 행동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가해자들의 모습. 결코 용서 받지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이런 모습 말이다.

잠시라도 불쾌한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면, 무릎 꿇고 사과합니다. 진심입니다. 죄송합니다. 이 두 멍청이들은 알아서 처리 하겠습니다.

어흥선생!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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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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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6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4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4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7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9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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